영화 [마들렌]에는 분명히 장점 또한 존재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점점 자연스러움을 찾아간다는 점, 개성있는 조연들이 존재한다는 점,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내세운다는 점, 해피엔딩을 통해 관객을 기쁘게 해준다는 점 등은 분명 본작이 내세울만한 미덕이지요.
그러나 [마들렌]은 범작 이상은 아닙니다. 주연 배우들의 캐릭터 자체가 워낙 작위적이고, 작품의 매력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야 할 초반부에서 연기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영화는 심심해 지지요. 조연들은 각각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했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한채 다소 산만합니다. 메시지는 관객에게 와닿지 못한채 공중분해됩니다. 해피엔딩마저도 지나치게 관습적이지요.
게다가 [마들렌]의 줄거리나 디테일에서는 다른 영화들에서 도용한 듯한 모티브들이 눈에 거슬립니다. 계약연애 모티브는 [위험한 여인]을 연상시키고, 수차례 등장하는 영화 속 리마인더들은 [러브 레터]의 현대판 변주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문자메시지 화면은 작년 개봉했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에서 봤던 듯한 장면이지요. 아무래도 본작은 사생아로 태어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본작의 단점들을 나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이 사생아의 운명은 좀 더 지켜봐야 할듯 싶습니다. 최근 브라운관을 통해 한창 주가를 올리는 조인성과 순수한 이미지로 어필해왔던 신민아의 결합은 분명 매력적인 이미지를 창출하는 데에 성공했지요. 영화 포스터를 비롯한 마케팅도 썩 나쁘지 않습니다. 게다가 시네마 서비스의 배급망은 동급 최강이지요. 최근 연이은 블록버스터의 개봉 속에서 태어난 이 사생아는 난세를 짚고 일어나 풍운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마들렌]의 운명을 흥미롭게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