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레터]를 본 사람이면 이 책을 기억할 것입니다. 여주인공 후지이 이츠키에게 중학교 후배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을 들고 와서는 전해주면서 뒷면을 보라고 하지요. 도서 대출표에 그려진 자신의 얼굴,중학교 시절 그 그림을 보았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까요? 가끔씩 두번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내 얼굴이 일그러지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런 기억들은 참으로 사람을 난감하게 만들지요. 그건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종잡을수 없는 자신의 감정 때문만은 아닐것입니다. 되돌릴수 없는 시간이 만들어내는 아련한 추억들은 언제나 우리의 감정을 이런 식으로 실험합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중년인 된 주인공은 콩브레에서 마들렌(마들렌느) 과자를 통해서 모든 것을 기억해 냅니다. 추운 겨울날,홍차에 적셔 먹던 마들렌 과자에서 주인공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어느 한순간의 기억을 끄집어내지요. 아마도 박광춘 감독은 마들렌을 통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마들렌을 만들었을뿐,관객들을 위한 마들렌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영화 [마들렌]은 속은 텅 비어었으면서 한없이 예쁜척만 합니다. 순수함을 이야기 하고 싶었겠지만 영화 [마들렌]은 마들렌빵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만든 것은 아닐까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엉성함만 가득할 뿐입니다. 전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영화를 끝까지 지켜보는 건 거의 고문에 가깝다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요?
평소와 마찬가지로 동네 미용실을 지나가는 길에 지석(조인성)은 희진(신민아)을 졸업이후 처음 만나게 됩니다. 단순명료한 성격의 희진은 오랜만에 재회한 지석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매사에 신중한 지석은 시쿤둥할뿐입니다. 딱 한달만 사귀고 헤어지기로 약속한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끌리기 시작하지만 그들 앞에 놓인 장애물들은(하지만 그 장애물의 존재의미를 감독은 부여하지 못했습니다.도대체 신민아의 엄마와 김수로는 왜 등장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들을 계속 엇갈리게만 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들에게 굳이 날리지 않아도 될 결정타를 날립니다. 희진(신민아)의 임신설정은 이리튀고 저리튀고 갈피를 못잡던 이야기를 더 엉망으로 만들어놓습니다. 슬픔을 억지로 강요하고,공감할 수 없는 상황만 줄기차게나오는 영화 [마들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유령들의 사랑 이야기일 뿐입니다.
영화 [마들렌]은 마지막 깜직한 진실(요새 한국영화들은 반전 컴플렉스라도 가지고있는것일까요)을 공개하지만 관객들에게 그 장면은 끔찍할 뿐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들의 사랑을 축복해주고,인정해 주고 싶었던 것일까요? 진부하고,따분하고 황당함으로 일관하는 [마들렌]은 유통기간이 지난 마들렌빵을 먹은 느낌만을 제공할 뿐입니다. 감정을 자극하지 못하고,눈꺼플만 자극하려고 노력하는 영화 [마들렌]은 철부지 어린 아이처럼 마냥 행복합니다. 관객들의 기분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