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드림웍스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그들에게 ‘슈렉’은 여전히 투자가치가 높은 캐릭터였다. 그들은 이 프랜차이즈에 더 큰 돈을 쏟아 부었다. 2007년 그렇게 3편이 나왔다. 하지만 <슈렉 3>는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물론 1, 2편 비해서 그런 것이지 돈을 벌지 못한 건 아니다.) 전편을 답습한 졸작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슈렉> 시리즈’ 사상 처음 있는 위기였다. <슈렉 포에버>는 그러한 위기를 경험한 드림웍스가 절치부심해서 내 놓은 작품이면서 동시에 이 프랜차이즈의 마지막을 선언하고 내 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슈렉 포에버>는 3편의 실패를 어느 정도 만회하는 작품이다. 그러니, 보다 나은 방점을 찍기 위해서 돌아왔어야 하는 작품은 맞다. 하지만 그것이 박수칠 때 떠나지 못한 아쉬움을 덜어낼 정도는 못된다. 3편에 비하면 만족스럽지만, 1, 2편과 비교하면 유머도, 비틀기도, 에너지도 모두 부족하기 때문이다.
먼저, <슈렉 포에버>는 줄거리가 그다지 신선하지 못하다.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드림웍스가 선택한 키워드는 ‘권태’다. 모든 게 퍼펙트한 상황에 무료함을 느끼던 슈렉이 ‘겁나’ 딴 판으로 바뀐 과거로 돌아가면서, 뒤늦게 현재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그렇고 그런 내용.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했던 <패밀리 맨>의 만화 버전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는 슈렉이 초반에 보여준 ‘참신함’에 180도 반하는 부분이다. 삶의 진정한 가치가 가족에게 있다는 메시지는 또 어떤가. 적어도 보수주의적 사고와 가부장적 질서를 패러디해 환호 받았던 슈렉에게는 그리 어울리는 옷이 아니다. 가족과 성공을 대립시키는 이분법적 사고도 전형적인 동화의 스토리텔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무뎌진 풍자와 패러디 정신 속에서 <슈렉 포에버>가 노림수로 둔 것은 캐릭터의 전복과 3D다. 3편에서 캐릭터가 식상해졌다는 평에 시달렸던 드림웍스는 이번에는 캐릭터들이 놓인 상황 자체를 전복 시킨다. ‘슈렉이 피오나를 구하지 못했다면’ 이라는 가정 속에서, 피오나는 갑옷 입은 여전사로 돌아오고, 섹시한 자태를 뽐내던 장화신은 고양이는 D자형 몸매의 배불뚝이 ‘뚱땡이’로 변신해 놀라움을 준다. 제페토 할아버지에게 배신당했던 피노키오가 이번에는 패륜으로 복수를 가하는 설정도 나름 재치 있다. 비틀려 있는 기존 캐릭터를 다시 한 번 비트는 드림웍스의 발상은 나쁘지 않은 웃음 동력으로 작용한다.
3D 기법 역시 <슈렉 포에버>가 지닌 하나의 무기다. 여기에는 물으나마나, <몬스터 VS 에이리언> <드래곤 길들이기>를 통해 3D 노하우를 습득한 드림웍스의 장기가 100% 발휘됐다. 2D로 만들어놓고 3D로 변환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3D 입체영상으로 찍었기에 완성도도 높다. 다만, <드래곤 길들이기>나 <아바타>처럼 화려한 액션 씬이 적어 3D 입체감이 앞의 두 영화보다 덜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이미 극대화된 3D를 체험한 관객들로서는 살짝 심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이야기 거리도 많고, 웃음도 많고, 그만큼 실망도 많았던 슈렉. ‘<슈렉> 시리즈’는 이제 정말 10년의 긴 여정을 마무리 하고 ‘옛날옛날 먼 옛날’의 과정으로 들어간다. 사실, 먼 미래의 관객들이 이 녹색괴물을 두고 어떠한 평가를 내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탄생을 지켜 본 지금의 우리들에게 ‘추억의 한 페이지’를 남겨줬다는 점에서 슈렉이 떠나는 길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물론, 조금 더 일찍 떠났으면 더 큰 박수를 쳐 줬겠지만.
2010년 6월 29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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