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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는 봤니? 2010 3D한국국제영화제!
3DKIFF | 2010년 10월 22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3D 입체영화가 관객에게 사랑받은 건 1년이 채 안된다. 3D 입체안경을 쓰고 관람해야 하는 불편함에도 많은 관객들은 너도 나도 3D 입체영화를 찾았다. 많은 극장들은 3D 입체영화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며 관객을 불러 모았다. 극장뿐만 아니라 TV, 노트북 등도 3D 입체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이에 상응되는 3D 입체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열린 ‘2010 3D한국국제영화제(이하 ‘3DKIFF’)’는 총 29편의 3D 입체영화를 상영했다. 일반 영화제보다는 규모가 작았지만 앞으로 3D 입체영화의 발전 가능성을 염두하며 내실을 다진 시간이었다.

3DKIFF, 다양한 3D 입체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

올해 3DKIFF는 한국, 미국, 유럽에서 출품 된 총 29편의 장·단편 3D 입체영화가 상영됐다. 이중 국내에서 개봉했던 <드래곤 길들이기> <슈렉 포에버> <코렐라인: 비밀의 문>과 국내 3D 입체 단편영화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영화들이다. 미개봉 3D 장편 입체영화로는 <퍼니셔> <미스트>의 토마스 제인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다크 컨트리(Dark Country)>, 고전 호러영화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3D 입체영화로 리메이크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3D> 등이 있다. 또한 재기 발랄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24편의 단편영화도 관객을 만났다.

어쩌면 29편의 작품이 적은 편수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상영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3DKIFF 영화제 사무국장 이승현 광운대 3D 콘텐츠 학과 교수는 “작년에 처음 영화제를 개최했다. 그 때는 많은 작품을 상영하지 못하고, 국내에서 개봉했던 3D 입체영화를 위주로 상영했었다”고 말했다. 영화제로서는 많이 부족한 작년 행사를 계기로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작품을 상영해야 한다고 생각한 이승현 교수는 매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행사인 ‘Dimension3 EXPO’와 교류를 시작했다. Dimension3 EXPO는 매년 3D 관련 워크숍, 각종 컨퍼런스, 3D 입체영화제 등을 개최하는 행사다. 또한 미국에서 주로 3D 입체관련 워크숍을 열거나 3D 영상작품을 상영해왔던 SCSC(Stereo Club of Southern California)와의 교류를 통해 작년보다 작품수가 더 많아지고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영화를 상영하게 되었다.
이번 영화제는 단순히 3D 입체영화 상영에만 그치지 않았다. 3D 관련 전문 아티스트 및 영화 프로듀서인 레이 존(Ray Zone)을 초빙, 3D 입체영상 관련 세미나를 열었다. 레이 존은 3D 입체영상, 만화책 제작을 비롯해 영화제에 상영되는 <다크 컨트리(Dark Country)>와 3D 애니메이션 <브리제스(Brijes)>에서 스테레오그래퍼로도 활동한 인물이다. 이날 그는 미국 3D 입체영상회사 DimensionWerks3D 팀과 함께 세미나와 관련된 카메라 테스트를 하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 더불어 <다크 컨트리(Dark Country)>의 연출과 주연을 맡은 토마스 제인과의 대담을 열어 3D 입체영화의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한국 3D 입체 단편영화의 현주소

이번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 3D 입체 단편영화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총 4편의 국내 3D 입체 단편영화가 관객을 만났다. 4편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낸 작품은 박주상 감독의 <마이 드림>. 이 영화는 3D 입체 실사 촬영 기술을 활용하여 중국 장애인 예술단의 ‘천수관음’ 공연을 영상으로 옮겼다. <마이 드림>은 박주상 감독이 대표로 있는 하이웨이3D와 미디어 프론트, 광운대학교 정보콘텐츠 대학원 3D 콘텐츠 학과가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영화는 10여 분간 펼쳐지는 그들의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다. 다소 단조로운 구성이라 볼 수도 있지만 공연 자체가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입체감을 선사하기 때문에 볼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화면을 고정시킨 뒤, 앞뒤의 거리감을 통해 입체감을 표현한 방식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마이 드림>과 <찰나의 승부사>
<마이 드림>과 <찰나의 승부사>
또 한 편의 국내 단편 <찰나의 승부사>는 씨름을 소재로 한 3D 입체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는 KBS에서 기획 단계부터 실사 촬영, 편집, 색보정, 자막 등 후반작업까지 참여했다. KBS 3D 콘텐츠프로젝트팀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을 위해 KBS 기술연구소의 3D 입체카메라를 비롯, 총 7대의 3D 입체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선수가 아닌 심판의 시각에서 본 씨름 경기는 신선함을 주고, 박진감 넘치는 씨름 선수들의 움직임은 입체감이 돋보였다. 점점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지고 있는 씨름의 재미와 더불어 각종 기술, 관계자들의 인터뷰는 극의 재미를 더한다. 이 밖에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제작한 <한국전통 춤, 혼례>, SKYHD에서 방송했던 <디토 오디세이>가 상영됐다. 이 두 작품은 3D 입체영상을 구현하지만 단순히 전통춤과 클래식 콘서트 실황을 보여주는데 그쳐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4편은 모두 3D 입체감에 치중한 작품으로, 영화형식에 부합하는 작품은 아니다.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영화가 아닌 공연 실황을 3D 입체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이기 때문에 시각적인 재미만 부각되었다. 또한 움직임 없이 고정된 카메라로 촬영한 탓에 입체감을 덜한 것도 단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3D 입체영상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놀라운 성과지만, 결과물만 놓고 보면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3DKIFF는 처음으로 국내외의 다양한 3D 입체영화를 상영하고, 세미나와 관객과의 대화도 가졌다. 그러나 저조한 관객 참여율, 한글 자막 지원 없이 상영된 국외 영화 등 이제 걸음마를 뗀 영화제는 좋은 점보다 고칠 점이 더 많았다. 영화제 홍보 강화, 더 많은 3D 입체영화 확보, 3D 입체영상에 관련된 세미나와 포럼에 힘을 쓴다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열릴 수 있을 것이다.

레이 존(Ray Zone) 인터뷰

<마이 드림>에 참여했다고 들었다. 어떤 계기로 작업하게 됐나.
예전에 중국 장애인 예술단의 ‘천수관음’ 공연을 감명 깊게 본 적이 있다. 현재 하이웨이3D의 스테레오스코픽 전문가 고문으로 있는데, 어느날 이 공연을 3D 입체영상으로 찍으면 어떻겠냐고 문의가 왔다. 그 당시 한국의 하이웨이3D는 3D 장비를 갖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려는 단계였다. 그래서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미국 현지 스테레오그래퍼와 함께 팀을 이뤄 작업했다.

이 공연을 3D 입체영상으로 찍는데 무리는 없었나?
‘천수관음’ 공연은 모두 청각장애인들로 구성되어있다. 일반 사람들도 하기 어려운 공연을 이들이 해낸다는 것 자체에 매료당했다. 또한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 일단 이 퍼포먼스는 관객의 시점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공연이었기 때문에 촬영이 용이했고, 3D 입체효과를 낼 수 있는 동작들로 이뤄져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역시 3D 입체영화는 스테레오그래퍼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이 드림>과 함께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크 컨트리(Dark Country)>의 스테레오그래퍼로 활동했는데, 그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
스테레오그래퍼는 촬영 중 입체감을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거리와 영상의 깊이감을 조절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관객의 눈에 피로감을 주지 않고 자연스러운 3D 입체영상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스테레오그래퍼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감독과 촬영감독의 일종의 다리 역할도 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크다.

이번 영화제에서 3D 입체영화에 대한 세미나를 가질 예정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생각인가.
이번 세미나에서는 3D 입체카메라로 찍는 촬영 현장을 시연하면서 노하우를 얘기해 줄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3D 입체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마이 드림>은 아시아 문화를 할리우드의 장비로 촬영한 작품인데, 앞으로는 한국의 역사나 문화를 한국의 영화인들이 한국에서 제작한 장비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현재 3D 입체영화의 시급한 문제는 콘텐츠 확보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중요한 건 스토리텔링이다. 특히 3D 입체영화에 맞는 이야기가 수반된다면 콘텐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본다. 현재 3D 입체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모두 갖고 있다. 테크닉적인 부분은 수준이 높은데 반해 스토리는 그 수준이 현저히 낮다. 현재 시나리오 작가들이 2D 영화에 맞춰진 이야기만을 양산했기 때문에 3D 입체영화에 맞는 시나리오를 쓰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영상뿐만 아니라 시나리오도 3D 입체영화에 맞게 구성돼야 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 현란한 3D 입체영상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일 뿐이다. 3D 입체영화가 발전하려면 무엇보다도 스토리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2010년 10월 22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0년 10월 22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1 )
adew82
"3D 입체영화가 발전하려면 무엇보다도 스토리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3D한국국제영화제 앞으로 눈여겨보아야겠어요 :)
  
2010-10-27 14:4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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