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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산다는건. 두려움의 연속. 쓰리
rose777 2002-08-19 오전 3:21:34 1218   [1]
장편의 소재로도 부족함이 없는 세가지 공포 이야기로 개봉되는 쓰리는 매우 색다른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세가지 이야기는 어떠한 통일성도 없으며 한가지 알레고리로 묶이기를 거부하는 매우 다른 시점의 끝에 서있는 영화들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세가지 이야기는 형식만 다를뿐 인간이 느끼는 "공포"감에 대한 주관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쓰리는 태국,홍콩,한국의 역량있는 세명의 감독들이 처음으로 만나
합작한 옴니버스형식의 영화이며 최초의 그 시도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조용한 가족, 반칙왕, 인터넷영화 커밍아웃이후 횟수로 3년만에 만나는 김지운감독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운일이다. 이미 인터넷영화 커밍아웃 그리고 그가 차기작으로 선언한 호러영화 장화홍련, 그리고 그의 데뷔작 조용한 가족에서 풍겨지는 호러영화의 기본적인 코드들을 마음껏 버무리고 색다르게 창조해내는 김지운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아왔던 본인은 쓰리의 두 번째 이야기 김지운의 "메모리즈"를 만나기를 기다려왔다.

쓰리에 대한 구체적인 리뷰를 쓴다는 것은 세가지 이야기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방법과 세가지 이야기를 버무려 한가지 테마 공포라는 소재아래 세가지 이야기를 한데 묶는 두가지 방법중 한가지를 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인은 인상적인 삼개국의 공포에 대한 창조적인 세명의 감독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원하기에 전자를 택하며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본다.

첫 째. 태국편-휠(The Wheel).
휠은 태국뉴웨이브의 심장이라 불리우는 논지 니미부트르감독의 잔다라와 낭낙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휠은 다소 자극적인 클로즈업과 과장된 음향효과 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타악기들의 효과음에 공포감을 기대하고 있는 인형극을 둘러싼 알 수 없는 사건들의 원인을 조율해 나가는 다소 보수적인 소재의 공포영화이다. 화려한 의상들과 인형극 그리고 악기들의 등장은 태국의 이미지를 무엇보다 극렬하게 그려낸다. 길지 않은 단편과 장편의 가운데 서있는 중편의 시간안에 풀어내기에 다소 역부족으로 보이는 휠의 주인공들과 죽음 그리고 인형에 얽힌 저주이야기는 감각적으로 매우 떨어진다.
논지 니미부트르감독은 자신의 행실이 도덕적이지 못할 때 받게 되는 업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태국에서 인형극이 다시 부활할수 있는가에 대한 자문을 해보고 싶었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감독의 의도는 분명 100%이상 영화속에 녹아 내렸으나 문제는 소재이다. 감독의 정서 그리고 국가간의 공통되지 못한 낯설은 코드를 풀어 내기 위해서는 관객이 납득할만한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영상이 필요했으나 휠은 딱. 그만큼의 자리에서 조금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서 있다. 인형의 다리를 부러뜨리자 단장의 다리가 아파온다거나 인형의 환상을 보며 물속에 빠져들어 간다는 설정등은 결코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마치 8,90년대 여름저녁시간을 강타했던 전설의 고향의 태국버젼을 보는듯한, 심증만 있되 물증은 존재하지 않는 납득할수 없는 낡은 공포감을 조장하려는 듯한 느낌뿐이다.
결국 태국뉴웨이브의 심장이라고 칭송받는 논지 니미부트르감독의 코드가 세계로 통용되기 위해서는 수 없는 자기정화의 작용과정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공포스럽다기 보다는 이색적인 느낌뿐이었던, 공포영화라고 장르규정을 하기에도 왠지 껄끄러운 부분이 다소 존재하는 휠은 역시 편치 않은 식상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둘째, 한국편-메모리즈(Memories).
엄밀히 말하자면 이영화는 단편의 소재보다는 장편에 더욱 적합한 형태를 띠고 있는 이야기이다. 풀이하자면, 기억을 잃어버린 여자와 부인을 잃어버린 남자사이의 교집합의 정체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상에 생략된 많은 이야기들이 함축적으로 전달되어지는데 이사이에 묻혀진 많은 부분들이 노출되면서 관객에게 전해질수 있는 공포스러움이 장편 작업으로 옮겨진다면 더욱 구체화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메모리즈가 단편의 길이로 전달되어 지는데 시간상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결코 아니다. 쓰리의 한국편 김지운의 메모리즈는 엄청난 함축과 생략 그리고 여운의 조장으로 그 공포감을 극대화 시킨 부분에서 이미 세편의 작품중 그 형식면에서 가장 세련된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설명으로 표현될수 없는 사실에 대한 공포감을 대사로 풀이하고자 하는 표현방식이 진가신이라면 김지운은 모든 대사들을 없에 버린채 인물들의 심리묘사에만 치중한 심리스릴러의 형태로 극을 진행시켰다. 신도시 아파트에서 일어난 두부부의 이상한 사건에 들이댄 카메라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것의 앵글처럼 건조하기만 하다. 남편은 아내가 왜 집을 나갔는지 무슨옷을 입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병원을 찾아가서 상담을 받고 있다. 아내는 헝클어진 머리칼로 위치를 알수 없는 아파트 한가운데에 쓰러져 자신의 정체를 망각한채 눈을 뜬다. 이 둘사이에 과연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메모리즈가 주는 공포감은 기발한것이라기 보다는 기이한 느낌에 가깝다. 망각과 기억사이에 존재하는 어마어마한 사실들이 관객의 어깨를 짓누르는 공포감이란 어떠한 충격효과보다 큰 존재감을 느끼게 해준다. 인물들의 정황과 부부사이에 있었던 기묘한 사실들이 밝혀지는 순간 역시 존재하지 않는 대사들, 인써트 되는 교차편집장면, 효과음, 그리고 혼이 나간듯한 김혜수의 표정.
이것들은 충격적인 효과로 관객을 놀래키는 공포감이 아닌 심리적인 압박감에서 느껴지는 공포감이기에 그 파장효과는 엄청나다. 세가지 이야기 중 김지운의 메모리즈가 가장 빛나는 이유또한 그곳에 있다. 사실을 미루어 짐작케 만드는 "슬픔". 그것 때문에 관객은 현실이 두렵고 무섭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십마디의 대사보다 디테일한 영상 한 장면이 더욱 큰 파장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을 노련한 김지운은 이미 알고 있다.

김지운은 말했다, 그의 전작들을 통해서도 코미디라는 장르라는 다른 형식을 빌렸을 뿐이지 줄곧(인터넷 영화 커밍아웃까지) "삶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고. 제 그것이 가장 주제와 밀접해 있는 호러라는 장르를 통해 성공적으로 자신의 세계관에 안착한 듯 보인다. 배우 김혜수에게서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허함을 끌어내고 배우대신 상황만이 느껴지게 만드는 뛰어난 연출력을 가진 감독 김지운. 그는 단연 한국영화계가 기대하고 있는 독보적인 씨네아스트의 대열에서 빛나는 패기 있는 감독이다.

셋째, 홍콩편-고잉홈(Going Home).
첨밀밀의 진가신이 만든 호러영화라.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시점의 가운데서 관객들은 진가신의 첫 번째 호러영화 고잉홈을 들여다본다. 여명이 나오는 이 낯설은 호러영화 고잉홈은 비교하자면 김지운의 메모리즈와 비슷하면서도 굉장히 다른 (어쩌면 굳이 찾은 부부라는 소재의 교집합 마저도 다른) 위치적 선상에 놓여있는 작품이다. 정통 호러라고 부르기에는 억지스럽고 멜로라고 부르기에는 소름끼치는 오싹함이 공존하기에 진가신의 고잉홈은 멜로형식을 차용한 호러영화 정도로 규정지어 볼수 있다. 고잉홈은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한남자의 죽은아내를 살리기 위한 3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분명 이영화의 주체는 시신을 닦는 남자이지만 이야기는 두명의 시점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우리는 놓쳐서는 안된다.
즉 시신을 닦는 남편과 옆집에 이사온 경찰의 꼬마아들 "청"두명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의 한가지는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두려움이 주는 공포. 나머지는 살아날것으로 믿고 끊임없이 아내의 환생을 기다리는 남편의 집착이 주는 공포이다. 그러나 영화는 중심을 지나 결말로 치달아 가면서 점점 멜로의 극성을 띤다.

진가신의 영화라는 것을 모르는 관객은 없을텐데 영화는 유독 깨어날 수 없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그간의 두부부사이에서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들을 굳이 주인공 남편(여명)의 입을 통해 모든 대사로 풀이하려고 애를 쓴다. 물론 이부분은 상당히 루즈하다. 정황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에 의존한 이야기 구성은 사랑을 잃어버리려 하는 두남자(이부분부터 꼬마아들 청의 시점에서 청의 아버지 경찰관의 시점으로 옮겨진다), 경찰관과 시체닦는 남편의 이야기가 주체가 되어 움직인다. 결국 공포스러운 느낌보다는 조금은 기이한 뉘앙스의 멜로영화라는 분위기가 더 다분해진다. 물론, 뒷부분에서 밝혀지는 반전은 그 값을 충분히 발휘한만큼 영화는 끝난후 더욱 여운이 짙은 두려움을 느끼게 하지만 말이다.

고잉홈은 진가신의 어법이 호러를 만났을 때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져 내릴수 있는가를증명해 보이는 실험작처럼 보인다. 결과는 물론 절반이상의 성공이라고 할수 있다.
결국 소음과 화면효과로 시종일관 겁을 주는 공포는 아니지만 크레딧이 올라간후 더욱 크게 느껴지는 삶에 대한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해주는데는 분명 성공한 것이 확실한 고잉홈은 조금 루즈한 느낌의 설명적인 부분이 주는 식상함을 빼고서는 모든 것이 적절하게 섞여진 고급스러운 멜로형식의 호러영화로 태어나는데 성공한 작품이다.

쓰리는 일단, 그 시도만큼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이룬것과 같은 의미있는 작품이다.
헐리웃 시스템에 대응해 나갈수 있는 아시아영화의 자구책방안의 한 성공적인 형태이며 어떻게 하면 전작들의 범주를 벗어나, 새로운 시도속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펼쳐 보일수 있는가에 대한 극단의 실험정신이 주는 재미까지 곁들여진 작품이기도 하다.

세가지 이야기중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작품에 대한 타인과의 비교분석을 해보는 것 또한 이영화를 즐길수 있는 좋은 방법중의 하나이며, 천편일률적으로 세가지 이야기의 완성도와 취향 소재가 같지 않다는 사실은 더욱 이영화를 보아야할 분명한 사유이다.
마지막으로, 그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김지운의 연출력에 매료되간다는 사실은 지겨운 당신의 여름 더위를 충분히 잊고도 남게 해줄만한 새로운 통로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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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2002,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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