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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본의 유산이 아니다... 본 레거시
ldk209 2012-09-10 오후 4:23:18 559   [1]

 

이건 본의 유산이 아니다... ★★

 

맷 데이먼의 본은 그토록 찾던 본명과 태어난 곳 등 자신의 과거를 모두 알게 되었고, 이제 더 이상 국가기관으로부터 목숨을 위협받을 일도 없게 완벽한 삼부작을 종결짓고는 시리즈를 떠났다. 그러나 유니버설은 본을 보낼 생각이 없었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맷 데이먼이 떠난 본 시리즈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아니 존재할 의미가 있을까? 삼부작의 각본을 맡았던 토니 길로이를 연출자로 선택한 새로운 본 시리즈(?)는 결과적으로 시리즈 생명 연장의 꿈이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명백히 입증하고 있다. 차라리 본의 유산에 기대지 않고 완전한 백지에서 출발했다면 재밌는 액션 오락영화로서 인정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얘기는 이렇다. <본 레거시>에는 <본 얼티메이텀>의 이야기가 흐른다. 본으로 인해 CIA가 운영했던 암살 프로젝트 트레드스톤이 폭로될 위기에 처한 상황, 알고 보니 국방부 역시 아웃컴이라는 비슷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트레드스톤이 폭로되면 아웃컴도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판단한 책임자 에릭 바이어(에드워드 노튼)는 약물의 힘으로 만든 슈퍼 솔저와 이에 관여한 연구진 등을 제거해 나간다. 가까스로 죽음의 위기를 넘긴 아웃컴 최고의 요원 애론(제레미 레너)은 연구원 마르타(레이첼 와이즈)와 함께 필사의 도주를 감행한다.

 

<본 레거시>를 관람할 때, 어쩔 수 없이 기존 본 삼부작과 비교를 하며 보게 된다. 이건 단지 제목이 <본 레거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는 끊임없이 본을 언급하고 <본 얼티메이텀>에 등장했던 CIA 간부 및 트레드스톤을 만든 박사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아이디어로서는 그럴듯해 보인다. 높은 상품가치가 있는 본을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그러니깐 이건 주인공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본 시리즈라고 하는 생각을 관객에게 주입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머릿속에선 그럴듯해 보이는 아이디어는 현실이 되자 삐걱댄다. 도대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누구지? 본인가? 애론인가? 영화는 중반부까지 새로운 주인공인 애론이 전혀 부각되지 못하고 과거의 망령(본)에만 사로잡혀 허우적댄다. 애론이 비로소 주인공으로 부각되는 건 위기에 처한 마르타를 구해내는 순간부터이다.

 

처음 영화를 보러갈 때부터 제목에 ‘유산’을 들먹인 만큼 과연 이 영화가 본의 유산을 제대로 계승했는지가 나로선 관람의 키포인트였다. 그렇다면 과연 본의 유산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핵심은 실존과 리얼이다.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자신의 과거를 용서받는 과정(실존)과 기존의 액션 첩보 영화와는 다른 현실적 액션(리얼)이 주는 쾌감이 영화엔 가득했다.

 

본과 달리 애론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적이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명백히 알고 있는, 본과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다. 일단 본 시리즈의 가장 큰 축 하나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액션은? 마닐라에서의 오토바이 추격 장면은 그 자체로만 보면 기존 본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쾌감을 주기는 한다. 그러나 본 시리즈와 달리 <본 레거시>에서는 직접 부딪쳐 타격하는 액션의 본질적 쾌감이 적다. 심지어 약물로 만들어 낸 슈퍼 솔저, 그리고 그 보다 더 강한 버전의 새로운 요원이라는 식의 설정과 추격 장면은 완전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킨다. 리얼함이 생명이었던 시리즈를 SF화 시켜버린 이 어처구니없음이라니. 게다가 그 막강한 요원은 애론과 제대로 한 번 부딪쳐 보지도 못한 채 허무한 최후를 맞이한다.

 

이런 문제보다 마음에 더 크게 걸렸던 건 ‘휴머니즘’의 문제였다. 본은 쉽게 살인을 하지 않았다. 특히 자신을 죽이려는 상대조차 가급적이면 죽이지 않으려 노력했고, 상대를 죽일 때 얼굴에 드러난 고통스런 표정이야말로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이에 반해 애론은 가차 없고 무자비하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경비원을 무자비하게 죽여 버린다. 왜냐면 그에겐 반성이, 스스로에 대한 반추가 없기 때문이다. 왜 굳이 애론이 주인공인 영화에 본의 이름을 붙였야만 했는가.

 

※ 본이 시리즈 전체를 통해 뭔가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면, 애론은 뭔가로부터 도망가려는 여정

 

※ 다른 요원들은 다 알약으로 죽이면서 왜 애론만 굳이 무인비행기를 보내 불확실한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을까? 오기를 기다렸다가 알약 주면 의심 없이 먹었을 텐데. 또는 무인비행기에 알약을 실어 보내, 새로운 알약이라고 했어도. 요원들과 달리 연구원을 제거하는 과정도 어처구니 없다. 그런 아마추어에게 맡겨 놓다니. 이런 것들은 모두 그저 애론과 마르타가 살아야 되기 때문이다.

 

※ 서울이 나오긴 하는데, 거기에 별로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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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레거시(2012, The Bourne Legacy)
제작사 : Universal Pictures / 배급사 : UPI 코리아
수입사 : UPI 코리아 / 공식홈페이지 : http://www.thebournelegac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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