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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을 향한 위대한 진군의 시작..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ldk209 2011-08-16 오후 5:05:18 878   [3]

 

해방을 향한 위대한 진군의 시작.. ★★★★

 

※ 영화의 결론 및 중요한 설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제 봤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1968년에 제작, 개봉한 <혹성탈출>은 스토리와 마지막 강렬한 반전 장면까지 이미 알고 봤음에도 짜릿한 경험이었다. 그 강렬함에 이끌려 순서대로는 아니지만 여건이 되는 대로 시리즈들을 섭렵했으며, 대게의 시리즈가 그러하듯 뒤로 갈수록 점점 망가져가는 운명을 안타깝게 바라보게 되었다. 2001년 팀 버튼 감독의 리메이크에 기대를 가져보기도 했지만, 시리즈를 되살리기에 팀 버튼으로서도 역부족이었으며, 나에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함께 가장 실망스러운 팀 버튼 영화로 남게 되었다.

 

아무튼, 그러한 <혹성탈출>이 리부트되어 다시 선보이게 되었다. 망가져도 철저히 망가져버린 시리즈의 부활에 그나마 기대를 갖게 됐던 건 아무래도 놀라운 기술의 발전 때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이후 <혹성탈출>)은 기술 발전의 단순한 과시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이야기를 더 깊고 실감나게 만드는 재료로 활용됨으로서, 프리퀄, 리메이크가 아닌 설정의 뼈대만 가져와 완전히 새롭게 재구축했다는 의미의 리부트라 불리는 것이 너무도 타당한 영화가 되었다.

 

영화는 어떻게 원숭이들이 인간을 대신해 지구라는 별의 새로운 지배자(?)가 될 수 있었는지의 기원을 다루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을 위해 유인원을 이용, 임상실험에 몰두하던 과학자 윌(제임스 프랭코)은 투자자 앞에서 임상실험용 침팬지를 선보이려다 그 침팬지가 흥분해 날뛰다 사살되는 바람에 실험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죽은 침팬지에게서 태어난 시저(앤디 서키스)를 몰래 집으로 데려와 키우게 된 윌은 자신이 개발한 치료제를 아버지(존 리츠고우)에게 투약, 놀라운 성과를 얻게 된다. 자라면서 인간을 능가할 정도의 지적 능력을 선보이던 시저는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 이웃집 남자를 공격했다는 이유로 유인원 보호 시설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시저는 유인원들이 인간들로부터 받는 온갖 학대를 경험하고, 자신이 유인원임을 자각하게 되면서, 다른 유인원들과 함께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혹성탈출>은 리부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깐 기존 <혹성탈출>이라는 제목이 붙은 영화에 등장한 여러 설정들과 이번 영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원숭이 부부 따윈 등장하지 않으며, 우주선과 우주비행사의 실종소식이 잠깐 등장하지만 이는 원작에 대한 일종의 상징적 경배일 뿐이다. 다만 기존 시리즈에서나 이번 영화에서나 인간세계에 대한 저항의 시작을 알리는 원숭이의 이름은 시저로 동일하다.

 

2011년판 <혹성탈출>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유인원들의 연기(!) 때문이다. 제임스 프랭코, 프리다 핀토, 존 리츠고우 등 인간(!)들의 연기가 나쁜 건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이들은 그저 유인원의 연기에 다리를 놓아 이어주는 역할로만(!) 보인다. 그만큼 유인원들의 연기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사실상 유인원들의 이야기로 영화가 유지된다는 얘기다. 이는 단지 시저를 연기한 앤디 서키스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각종 자료를 통해 알려졌듯이 한층 발전된 모션캡처 방식으로 촬영된 <혹성탈출>은 기존 블루 스크린 앞에서의 연기 대신 실제 촬영 현장에서 센서를 부착한 배우들이 각자 맡은 유인원을 연기했으며, 이로서 유인원들은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캐릭터로서의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

 

시저를 위시해, 시저를 괴롭히다 탈출과정에서 일종의 행동대장을 맡게 되는 침팬지, 누구보다(?) 시저를 이해하지만 결단력이 부족한 나이든 오랑우탄, 좁은 우리 속에 갇혀 사는 거대한 고릴라, 임상실험의 대상이었다가 시저에 의해 해방된 침팬지 등 다양한 유인원들이 각자의 개성에 맞는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보인다. 그런데 배우들의 연기를 바탕으로 CG로 창조된 유인원들의 연기가 그저 ‘신기하다’라는 차원에 머무는 게 아니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아픔, 외로움, 괴로움 등의 감정에 동의하게 만들고, 끝내 같이 분노하는 정서적 일체감을 부여한다는 점이 제일 놀라운 사실이다.

 

다음으로 우직한 스토리 라인이다. 사실 윌이 만든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이 영화가 가능하게 하는 시원이자, 이야기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또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일종의 만능열쇠. 좀 더 복잡해지고 다양한 해법이 가능했을지도 모를 지점마다 해법으로 등장하는 게 바로 알츠하이머 치료제이다. 이 치료제는 원숭이들에게 높은 지능을 부여함과 동시에 인간의 멸망을 재촉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느꼈겠지만,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직접 주입하지 않고도 기체로 흡입해도 되는 형태라는 점, 즉 쉽게 확산이 가능하다는 점과 인간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점, 그리고 이의 확산이 (아마도) 윌의 옆집에 사는 비행기 조종사를 통한다는 점 등을 보면 <12 몽키즈>의 설정을 떠오르게 하는 지점이 있다.

 

그러니깐 큰 틀에서는 인간과 원숭이의 대결 자체만으로 인류가 멸망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인간 스스로가 멸망하는 것이며, 원숭이는 어쩌면 그 공백을 차지하는 것으로 이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2편이 어떤 방향으로 제작될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어떤 방향이든 1편보다는 훨씬 어두운 분위기를 띠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 알고 보면 모든 인류 역사에 존재했던 거대한 문명들의 멸망도 그러했다. 즉 <혹성탈출>의 이야기는 처음 접하는 새롭거나 신선한 설정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혹성탈출>의 이야기가 단순함이라기보다 우직함으로 이해되는 것은 이 이야기가 우리 머릿속에, 아니 우리 가슴속에 강렬한 반응을 가져오는 오래된 이야기의 원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해방을 향한 위대한 전진에 대한 얘기다. 시저는 스파르타쿠스이기도 하고, 나비족 전사이기도 하며, 말콤 X 이기도 하다. 시대를 불문하고 억압과 굴종을 떨쳐내려는 위대한 투쟁의 역사가 바로 <혹성탈출>에 서려 있는 것이다. 이는 폭력으로 점철된 인류 문명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간다. 동물 임상실험이나 동물원에 대한 윤리적 문제, 왜 인간은 다른 종에게 이토록 잔인한 것인가? 인간이 원숭이들의 반란을 폭력적으로 저지하려 함에도 불구하고 원숭이들은 어쨌거나 1편에선 끝까지 평화 원칙을 고수하며,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려 한다. 이는 말콤 X가 주장했던 분리주의에 가까운 노선이라고 보인다. ‘인간은 인간들끼리 살아라. 우리는 우리끼리 살겠다’ 물론 인류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렇게 예고된 파국은 다가오고 있다.

 

※ 시저가 자신을 찾아온 윌을 외면하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바로 자신의 종족이 학대 받는 현장임을 받아들일 때, 시저의 선택에 같이 가슴 아파하고, 직부감 숏으로 잡아 낸 원숭이들의 진군에 가슴 벅찬 희열을 느끼며 진정으로 이들을 응원하게 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아직은 인류에게 개선이 가능함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

 

※ 생각해보면 윌의 옆집 남자는 참으로 불행하다. 단지 옆집에 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린 시저에게 인간이란 존재가 자신에게 폭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아버지와 사소한 시비를 일으켰다가 시저를 보호 시설에 들어가게 하며, 더 나아가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감염된 채로 비행기를 운전하기 위해 공항에 나타나는 역할을 맡다니.

 

※ 미국 아카데미 위원회는 앤디 서키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를 허하라!!!

 

※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인간과 유인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동물, 최소한 포유류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전자라면 영장류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약제가 과학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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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제작사 : 20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apeswillris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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