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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를 안주삼아... 똥파리
dozetree 2010-07-08 오후 4:54:53 1006   [0]

★★★★

 

 

 

 

1차: 호프집 (‘똥파리’).

 

영화를 보고나니 술이 그냥 확 땡깁니다.

세상 다 가진 것처럼 웃고 떠들기도 하고

이런저런 슬픔 끄집어내서 펑펑 울고 싶기도 하네요.

자, 그럼 1차부터 무작정 달리지 말고

일단은 오징어, 땅콩에 맥주를 마시면서

천천히 대화하고 싶어요. 밤새 마셔요 우리.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에서 연쇄살인범 역을 맡았던

이성재가 "f**k, 개 똥파리 같은 새끼!"라며 욕하는 장면이 한 때

넷 상에서 기발하게 패러디되기도 했던 때가 있었어요.

똥파리라는 것은 이렇게 더러움의 표상처럼

우리에게 인식되어 왔던 것 같네요.

 

김남주 시인의 <똥파리와 인간>이라는 시를 보면

'똥파리는 똥이 많이 쌓인 곳에 가서 떼 지어 붕붕거리며 산다.

그곳이 어디건 인간은 돈이 많이 쌓인 곳에 가서 무리지어

웅성거리며 산다. 그곳이 어디건 따지고 보면 인간이란 게

별 것 아닌 것이다. 똥파리와 별로 다를 게 없는 것이다.'라는

다소 염세적인 시선으로 똥파리와 인간을 동격화 시키는데요,

 

시인 효담 역시 <똥파리>란 시를 통해

벌처럼 꽃을 찾아서 단 꿀을 빤다거나 나비처럼 예쁜 몸매로

우아하고 고운 모습으로 단 한번만이라도 보여준다면…’이라는

대목에서 벌과 나비를 더러운 똥파리와 비교하며 온갖 병균을

옮기는 똥파리를 인간군상과 겹치게 보며 똥파리 없는

깨끗한 사회를 바랍니다.

양익준 감독님이 이 두 시에서 영감을 얻으셨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 <똥파리> 역시 똑같은 해석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습니다.

제목이 <똥파리>가 아니라

<벌>, <나비>라면 어땠을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아니면 <나비가 된 똥파리>? ……

아유, 그렇다고 욕 하실 필요는….

 

하지만 '우리 인간 역시 더러운 똥파리와 다를 것 없다'는 태도도

감독님은 좀 더 연민의 시선으로 씁쓸하게,

그러나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느낌이 강했다고 생각해요.

앞서 언급한 두 시와 대비되는 '똥을 먹는 반짝이는 파리가

가 고팠나 봐요'라며 똥파리를 천진난만하게 바라보는

어린이의 동시도 있는데요.

이처럼 똥파리란 존재는 더럽고 죽어야만 하는지,

더러워도 그네의 삶은 존중받을 수 있는지

각자가 생각하기 나름일 텐데

감독님의 경우는 후자였다고 보는 겁니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벽돌과 형광등으로 살벌하게 선빵을 날린 다음

순식간에 건달을 제압하고 여자를 구출(?)하는

상훈이가 나오잖아요? 결국엔 여자 얼굴에 침을 뱉고

왜 맞고 다니냐며 사정없이 따귀를 때리는데

살벌하긴 했지만 오히려 따뜻한 남자로 보이더군요.

이 첫 장면에서는 어떠한 이익관계도 묘사가 되어 있지 않거든요. 그 후에 누나의 아들 형인이가 처음 두려움에 떨던 눈빛과

반대로 상훈과 헤어질 때 손짓인사(바이바이)를 하고,

연희에게 ‘집에 가서 공부해라’라며 애처롭게 다그치는 이 남자가 보기와 다르게 따뜻한 사람이란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줍니다.

그럼, 이 남자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인 욕과 폭력에 대해선

이제 자리 정리하고 2차 가서 얘기합시다!

 

 

 

2차: 포장마차 (‘폭력’)

 

자, 닭똥집을 안 시킬 수가 없네요.

작품에서 상훈과 연희가 포장마차에서 닭똥집과 술을 마시면서

서로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에서 상훈이 유일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더 슬프지 않을 수 없습니다.

행복이란 것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을 상훈이겠지만 가정과 사회는

그에게 행복을 비롯한 마음의 사용법을 알지 못하게 하며

결국 그들에 묻혀 살아가야 하는 처지를

언제나 욕과 폭력으로만 표현할 줄 아는 사내로 만듭니다.

 

이 영화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 바로 욕과 폭력이 아닌가 싶어요.

이것들은 대사이자 음악적 장치의 역할을 하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한 순간도 팔짱을 끼며 볼 수 없게 만들죠.

만식과 주고받는 욕설 등에서는 가끔씩 유머가 보이기도 하지만

상훈의 폭력에 희생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

나조차 그 폭력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듯한 처참한 아픔이

느껴질 정도에요.

아이러니하게도 상훈이 이렇게 폭력을 휘두르는 이유는

폭력을 증오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지 말라고 애처롭게 상훈의 다리를 붙잡아

매달리는 형인이는 그에게 폭력의 재생산을 막고만 싶은

그의 생명줄과도 같아 보여요.

 

문화비평가인 프랑스의 르네 지라르는

저서 <폭력과 성스러움>을 통해

흔히 ‘비이성적인(이유 없는)’ 폭력이란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폭력에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력이 폭발하려고 할 때 아주 좋은 이유들을 찾아내기조차 한다. 하지만 그 이유의 가치는 하찮기 그지없다’며

어쩌면 상훈의 폭력을 비판할지도 모를 말을 했는데요.

한 마리의 야수같은 상훈이지만 그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상처인

아버지가 드러나며 상훈의 폭력은 이유를 갖게 됩니다.

그 이유에 동조하느냐 마느냐는 개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어쨌거나 엔딩에서의 영재가 상훈으로 디졸브(dissolve)되는

장면은 결국 폭력이란 끊어야 할 악순환의 고리임이

분명하다는 것을 뚜렷하게 밝힙니다.

아, 계속 포장마차와 어울리지 않는 말만 늘어놓는 것 같지만…

‘폭력’은 <똥파리>의 중요한 키워드라구요…!!

 

르네 지라르는 또한

특정 종류의 물고기들은 습관적으로 영역다툼을

벌이는 수컷 경쟁자들을 떼어내고 나면,

공격적인 성향을 자기 동족에게 돌려서

동족을 몰살시켜 버린다고 전하고 있다.’며

폭력의 대물림을 피력하는데요.

상훈에게 그렇게나 끊고 싶었던 고리였던 폭력은

결국 폭력으로써 잉태되고 맙니다.

영화의 전개를 말해줄 꽤나 중요한 위치에 맞게

무명뿐인 이 작품의 배우들 중에서 그나마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조연인 정인기를 기용해

‘누굴 때리는 새끼는 언젠가 *나게 맞는다.’고 복선을 내놓죠.

그러한 복선은 영재에게 ‘병*같은 감정에 빠지지 마라.

우물쭈물하다 다 뒤지는 거야.’라고 말하는

상훈의 다른 대사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폭력이란 것은 이유가 어떻든 나쁜 게 사실이지만

아, 이 불쌍한 남자.

 

연희 역시 지독한 폭력에 시달리는 연민어린 고등학생이죠.

그녀 역시 가정폭력의 아픔을 갖고 살아가며

상훈과 그 상처를 서로 안아보려 합니다.

가정폭력 외에도 그녀가 다니는 학교가 지니는

폭력성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데요.

학교를 비롯한 교내의 선생님과 친구들은

그녀에게 건조하고 냉랭하기만 해서

학교가 감옥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여기서 프랑스 철학자 에티엔 드 라보에티의

<자발적 노예상태에 대한 담론>을 언급하고 싶은데…

술맛 떨어질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권력이란 것은 전적으로 그 힘이 미치는 사람들이

동의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 더 이상 자진해서 권력을

섬기지 말 것. 그대들을 파괴하라고 그대들 자신이 그에게 쥐어준

특권 외에는 우리들 마을에 수없이 많은 보잘 것 없는 사람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그대들이 주지 않았다면, 그가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눈을 가져와서 그대들을 감시하겠는가? 그대들이 가져다주지

않았다면, 그가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손을 가져와서 그대들을 때

리겠는가?……

굳이 해방되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 없이, 해방되길 바라는 것만이

라도 시도해 본다면, 그대들은 해방될 수 있다. 더 이상 섬기지

않겠다고 단호히 결정하라. 그러면 그대들은 자유로워진.’…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겠나요?

가끔씩 울기도 하는 나약한 면을 보여주는 연희이지만

꽤나 당찬 여자로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여기저기 두들겨 맞기만 한 채

‘단호히 결정’하여 ‘해방’을 찾으려는 시도가 전혀 보이질 않으며

가뜩이나 멀리 있던 그 해방은 더 멀어져 갑니다.

그 상처자국들을 연고로 치유하고

더 당차게 나아갈 생각이 부족한 한없이 나약한 여자인 것 같아요.

가난이란 것이 그 정도로 무겁지 않은 것을 알기에

더욱 안타깝지만, 결국 아무것도 손쓰지 못하는 연희를 통해

이 땅의 가정폭력이 뿌리 뽑혔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대중에 대한 경각의 일종이 아닐까 싶네요.

그렇게 마무리되는 엔딩 씬을 통해 그 경각에 대한 희망조차

너무나 얕아서 그 씁쓸함이 입 안 가득 퍼집니다.

자~ 3차갈 수 있겠습니까?

이 자리 계산은 제가 할테니~ 3차 가볼까요?

 

 

 

3차: 한강 (‘가족’)

 

중학교 때 오토바이타고 잘 안온 한강이라는 상훈처럼

저도 참 오랜만에 한강에서 이렇게 노상도 까고

무척 좋은 밤입니다.

한강에서 자신의 무릎을 베며 우는 상훈에게

자초지종도 묻지 않고 같이 울어주는 연희.

이 둘은 그렇게 아무런 말도 필요 없이 서로를 위로하며

가족에 대한 죄책감, 외로움, 슬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밑바닥의 고통들을 나누어 봅니다.

 

그들을 이 지경까지 만든 가족의 부재에 대한 슬픔은

시장을 돌아다니는 상훈과 연희의 장면에서도 극대화됩니다.

시장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사는 들리지 않고

쓸쓸한 음악만이 흐르며 카메라는 수많은 군중 속의 그들을

외롭게 지켜보기만 하네요.

2004년 작인 일본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돈 때문에

도쿄 한 복판에 엄마에게 버려진 네 남매를 그린 이 영화 역시

지켜볼 뿐입니다. 각기 다른 꿈을 가지고 있던 네 남매의 현실이

어쩔 수 없이 꿈으로만 남는 현실이 되어 버리기에 희망과 절망이

섞이며 잔인하게 다가왔던 작품인데요,

이와 달리 <똥파리>는 앞서 말했듯이 깊은 곳까지

희망을 만져보다가 제자리로 돌아와선 처절한 절망을 통해

그 절망의 심각성을 각인시키며 일말의 줄기 없이 얕기만 한

희망을 보여줍니다.

 

조나단 드미 감독의 <레이첼, 결혼하다>의 가족은

거대한 상처를 주기도 하는 존재지만

동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 묘사되는데요,

이처럼 많은 할리우드 가족 영화가 훈훈하게 마무리되며

가족의 소중함을 설파하는 것과 달리

감독 자신의 일대기가 들어간 것 마냥 리얼리티가 살아 숨쉬는

<똥파리>는 처절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가족의 찢겨지는

아픔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을,

오히려 권장하고 싶은 가족영화네요.

정말 우리 가족이 더욱 소중해지고 감사해집니다.

그 소중한 가족들을 만나러 이제 그만 오늘의 술자리는 마무리하죠.

 

휴! <똥파리>를 안주삼아 3차까지 끝내버렸군요!

안주가 어째 맛있었나 모르겠네요.

더러운 걸 더럽다고 보지 않은 양익준 감독님에게

똥파리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는 가치의 존재인 듯싶네요.

개구리에겐 최고의 안주가 되기도 하는 똥파리잖아요.

세상엔 다른 많은 똥파리같은 존재가 있을 텐데

좀 더 애정을 갖고 지켜봐야 겠어요.

아무튼 즐거웠습니다. 건강 하세요~!


(총 1명 참여)
mini01
이 영화가 그렇게 괜찮나??   
2010-07-09 10:09
boksh3
감사   
2010-07-08 16:56
1


똥파리(2008, Breath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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