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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겨진 복면, 사라진 선입견 복면달호
sung1002 2007-02-07 오전 12:36:59 1547   [11]


 

이렇게 말하면 조금 건방지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아무 영화나 보고 리뷰를 작성하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비록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이러한 글을 작성하려면 우선 오늘 감상했던 영화를 다시금 떠올려야 하는데서 오는 상당한 수준의 뇌 열량 소비와 함께 저처럼 글 한편 쓰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의 시간의 소비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보고난 후 해당 영화를 없는 재주지만 텍스트로 옮기고, 그 텍스트를 다른 관객들과 공감 받고, 혹은 다른 생각이지만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싶은 영화가 따로 존재한다는 말이지요.

 

솔직하게 말하면 이 영화를 보기 전엔 감상 후 리뷰를 작성하고픈 영화가 되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것에는 분명히 이 영화를 보기전부터 다른 분들도 충분히 (영화를 보기전인 지금도) 느끼고 계실만한 선입견이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의 정체를 대충이나마 이야기해 보자면 비록 감독은 아니지만 제작자로 이 영화에 참여한 ‘이경규’ 씨의 이름 세글자에서 오는 불신과 함께 일부 수준 낮은 여타의 ‘비슷한 한국 코미디 영화’ 일 것이라는 생각이였습니다. 그러한 선입견을 머릿속에 가지고 상영관에 들어섰고 영화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과장스러울지는 몰라도 영화가 끝난 직후엔 역시 모든 문화 매체의 ‘올바른’ 감상에 있어서 선입견이라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상업 코미디 영화로서 썩 괜찮은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입봉작으로 영화를 연출한 두 감독은 스크린 위에 비교적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펼치고 있으며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게다가 영화는 보는 중에는 헛웃음이 몇 번 나올지라도 보고나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 여타의 수준 낮은 코미디영화와는 다르게 그럴듯한 메시지까지 지니고 있습니다.

 

여러 영화를 통해 특유의 캐릭터 형성(말하자면 무언가 모자른 듯 하면서 순진한 소년 같은) 이 이루어진 배우 차태현은 배우 개인으로서는 이미 30대를 넘어선, 배우로서 성숙기에 접어드는 시기에 그러한 이미지의 형성과 계속되는 비슷한 소비는 그의 전작 <파랑주의보>에서 결국 이제는 조금 한계에 부딪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그래도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그의 이미지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몸에 잘 들여맞는 옷을 입은 마냥 차태현은 영화에서 단독 주연으로서 특별히 뛰어나거나 그간의 모습과 다른 모습은 아니지만 그 역할을 무리없이 수행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번까지는 괜찮지만 계속해서 이대로라면 조금 위험한듯..]
 

한창 주가 상승중인 이소연은 달호와의 로맨스라인을 형성하는 여주인공으로서, 임채무씨는 달호를 픽업하여 그를 돕는 조연으로서 영화 전체적으로 균형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 재미있는 캐스팅으로, 구타유발자들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이병준씨가 차태현의 라이벌 캐릭터로 등장해 과장된 몸짓과 연기로 이번에도 관객들의 뇌리에 남을듯한 재미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특히 무대에서 과장된 몸짓으로 노래를 부르며 덤블링에, 다리까지 찢는 열연을 펼치는 그의 모습은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새로운 조연 배우의 성공적인 등장을 예고하는 듯 합니다.

 

[독특한 조연배우의 탄생? "구타유발자들"에 이어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이병준씨]

 

영화는 전반부에는 주인공인 록가수 봉달호(차태현) 가 우연히 트로트가수로 픽업되어 그것을 준비하며 겪는 에피소드들이, 후반부에는 데뷔 후 복면을 쓰게 된 달호가 그로 인해 겪는 에피소드들이 펼쳐집니다. 또, 그 전·후반부를 관통하는 달호와 차서연(이소연) 의 로맨스는 영화의 주축이 되어 영화의 흐름을 관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록가수로서 록이 아닌 트로트를 부르며 음악의 장르를 통한 우열 따지기에 급급했던 달호의 모습은 후반부에 ‘록과 트로트가 아닌 즐겁게 듣고, 부를 수 있는 것 자체가 음악이다’ 라는 명제를 깨달음과 께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성장영화로서의 틀도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의 비교적 괜찮은 모양새 뒤에는 여러 가지 아쉬움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눈에 거슬리는 것은 달호와 서연 사이의 너무나도 전형적이고 진부한 로맨스 라인입니다. 원인은 여주인공의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나옵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 이소연은 효과적으로 연기력을 시연해 보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교과서에 나올듯한 스테레오타입의 여주인공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환경 설정을 비롯해 달호와의 로맨스 라인의 전개-갈등-해소는 심지어 너무나도 예상 가능하기에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것은 위에서 말했듯이 여주인공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차태현의 단독 주연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을 이유이기도 합니다.

 

[너무나도 진부한 이들의 로맨스 라인. 원인은 여성 캐릭터의 설정에서부터 작용한다.]

 

또, 이 영화에서 ‘그가 왜 복면을 쓰게 되었나?’ 라는 질문의 이유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이 영화의 미덕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영화의 메시지를 이끌어 냄에 있어서 저 물음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그것의 도출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달호가 복면을 쓰게 된 계기가 일종의 위기 모면을 위한 우연하고 성급한 결정이였음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의 그의 복면 착용에 대한 대의명분에 향해 있는 갈등 전개는 치명적인 어색함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영화 시작 전 ‘이 영화는 단점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장점이 더 많으니 그것을 위주로 봐달라’ 는 이경규씨의 바램대로 이러한 여러 단점들을 덮어두고 보더라도 이 영화가 설날에 가족끼리 볼만한 코미디 물로서 비교적 괜찮은 성과를 이루어 낸 점은 인정 할 만 합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여타의 한국 코미디 영화가 워낙 완성도 측면에서 떨어지는, 고민과 생각 없이 관객의 주머니를 터는 영화들이 대부분이 였다는 점도 분명히 작용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힘은 다른 무엇보다 이 영화의 원작, 일본에서 이경규씨가 판권을 일찌감치 구입했던, ‘비밀’ ‘사무라이픽션’ 등의 각본을 쓴 사이토 히로시의 ‘엔카의 꽃길’ 에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영화가 흥행한다면 그것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관객들이 가슴에 담고 갈만한 메시지까지 창조한 영화의 원작에 적절한 각색을 덧붙인 결과입니다.

 

마지막으로 이경규씨가 이 영화가 실패한다면 은퇴한다는 은근한 협박(?) 섞인 우스갯소리가 들리고 있고 개봉 전 그 발언에 대한 왈가왈부가 이루어지는 지금, 다시 영화를 한 편 만들기까지 그가 겪었을 수많은 선입견들과의 싸움 그리고 결국 제작자로서 당당히 자기 이름을 걸고 내놓은 그 열정은 최소한 허툰 곳에는 쓰여지지 않았음을 느낍니다. 이경규씨가 부담감과 기대감에 따른 바쁜 숨을 고르시고, 섣부른 은퇴 결정보다는 관객의 선택을 조용히 기다려보시기를 바래봅니다.

 

영화명

복면달호

감독

김상찬, 김현수

주연

차태현, 이소연, 임채무

장르

코미디, 드라마

예상주관객층

10~40대

영화의장점

1.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

2. 차태현의 안정적인 이미지 소비, 기타 조연들의 개성있는 연기

3. 코미디, 음악, 성장 영화를 넘나드는 영화의 틀

영화의단점

1. ‘이경규’ 이름 세글자에 걸린 선입견의 존재

2. 남-녀 주인공 로맨스 라인과 여주인공 캐릭터의 진부함

3. 영화 중-후반부 전개상의 약간의 늘어짐

최종평가

흥행성

B+

작품성

B+


(총 0명 참여)
babayaga
난해한 수식어로 장식된 여타의 평론가들 글보다 훨씬 좋네요. 매끄럽게 읽혀지구요. 글 잘 읽었습니다. ^^   
2007-03-01 23:05
lolekve
리뷰 정말 잘 보았어요~~~
이미지가 "소비된다"는 표현이.. 좋네요^^ㅋ
복면달호.. 꼭 보고 싶어졌어요~^^~

리뷰 추천 꾸욱 누르고 갑니다^^   
2007-02-07 19:32
aquariusys
이글을 읽으니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가 새삼 궁금해지는군요 ^^ 잘읽고 갑니다~   
2007-02-07 13:30
sbkman85
정말 본인이 쓴거? 이거 뭐 대단하구만!   
2007-02-07 08:10
1


복면달호(2007)
제작사 : 스튜디오 2.0, 인앤인픽쳐스 / 배급사 : 스튜디오 2.0
공식홈페이지 : http://www.bbongfe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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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시간
  • 114 분
  • 개봉
  • 200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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