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얕은 이야기는 설정도 살릴 수 없다. 언니가 간다
kharismania 2006-12-20 오전 4:21:59 712   [10]

후회되는 과거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잊혀질 뿐일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오래가는 상처들이 있다. 하지만 시간은 돌이킬 수 없기에 변화가 아닌 극복으로 그 후회의 고리를 끊어야만 한다. 물론 그것은 현실에서 말이다. 영화는 종종 그런 인내의 법칙을 무시하는 판타지를 부여하고는 한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의 첫사랑으로부터 받은 실연의 상처를 서른살이 되도록 지우지 못한 나정주(고소영 역)는 자신의 삶에 속속들이 찾아오는 불길한 징조 하나하나마다 그 과거로부터 원인을 찾는다.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럽게 시간의 문이 열린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불행으로 발을 들이게 된 첫 단추를 다시 바로잡기 위해 1994년 고등학교 시절로 회귀한다. 그곳에서 과거의 자신을 만나 인생을 역전하기 위해서.

 

 사실 영화의 상황설정은 열악하다. 나정주가 과거로 돌아가게 되는 결과는 명확하지만 그것의 원인이 명확해지기에는 억지스러움이 드러난다. 물론 그것이 영화적인 설정이라는 측면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관객의 수준을 얕보는 수작에 불과하다. 그 어정쩡한 상황의 설정부터 이 영화는 삐그덕거리는 이야기 구조를 안고 가는 셈이다.

 

 물론 그런 상황자체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을법한 것은 아니다. 현재의 자신이 과거의 자신과 만나며 벌어지는 변화의 간극들. 그 상황에서 드러나는 것은 하나의 기발함이 될법도 하다. 그것이 이야기로 풀어졌을 때는 말이다. 하지만 영화적으로 그것을 표현해내는 것에 이 영화는 서투르다.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력 자체로부터 기인되는 것만 같다.

 

 '아파트'로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기대이하의 수준으로 복귀전 신고식을 매섭게 치른 고소영은 전작의 음산함에서 달아나고 싶었던 것인지 이번에는 명랑쾌활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하지만 그 역시도 어색함을 감추기 힘들다. 여성원톱으로 영화를 이끌어가기에는 부족해보이는 배우적 역량이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과거의 인물들을 연기하는 세 젊은 배우들의 연기는 크게 지적받을만큼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무난하다고 여기기에는 어딘가 부족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아무래도 캐릭터에 대한 이해력 부족이라기 보다는 영화가 만들어내는 상황의 부적절함과 배우들간의 시너지 효과가 미흡한 측면에서 발생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주연배우 외에 정주의 어머니로 출연하는 오미영은 영화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느끼게 하고 아버지로 출연하는 오달수는 그 캐릭터만으로도 순발력있는 웃음을 형성한다. 하지만 주연배우들의 부족함을 커버하기에는 비중이 작다.

 

 물론 영화는 자신의 과거를 뒤바꾸고 싶은 욕망의 실현기회가 결국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극복하게 만드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 원인자체가 이미 무색한 이야기의 결과는 그리 영롱해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첫사랑때문에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나정주의 분노는 사실 그 크기에 비해서 근원이 무색하고 그 성향 자체도 쉽게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요즘같은 진보적 성향의 여성상이 도래하는 시대에 고등학교 시절의 첫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캐릭터가 얼마나 어필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이 영화의 위치는 명확해지는 것만 같다. 나정주가 오태훈(이범수 역)과 재회해서 그와 로맨스에 빠져드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는 그가 과거 나정주를 사랑했다는 사실로 그들의 현재의 사랑이 힘을 얻었다고 포장하고 싶어하지만 실상 그 감정이 불이 붙은 것은 오태훈이 유망한 IT기업의 사장이라는 점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는 그녀의 사랑이 주체적 감정의 이끌림이 아닌 지위와 부에 따라서 감정이 귀속적으로 따라가는 것에 불과하다. 마치 남자 잘 만나 팔자고치고자 하는 전근대적 여성상에 대한 심리로써 감정의 진실함을 이야기하는 영화의 태도는 맥락적 오류를 드러낸다.

 

 1994년의 풍경과 '듀스' 등 그 시대의 유행가들, 삐삐와 게스청바지 등 그시절의 유물같던 물건들로부터 느껴지는 반가움은 그나마 이 영화가 지니는 일종의 미덕이다. '참이슬'과 '박지성'의 아이템이 주는 웃음 역시 나름대로 이 영화만의 기발함이다. 하지만 그 것 역시 그 순간일 뿐 영화를 끌어올리는 동력원이 되지는 못한다.

 

 마치 이범수의 어울리지 않는 춤사위를 해피 엔딩으로 포장하는 영화의 추임새는 이 영화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만 같다. 과거의 추억을 통해 현재를 돌아보려고 했다고 말하기에 영화는 부족하다. 캐릭터의 불명확한 태도에서도 이야기의 빈약한 구조안에서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선을 살리지 못한채 결과에 끌려가는 것만 같다. 결국 이 영화가 거슬러가는 시간의 역순은 어떤 설득력을 주기보다도 그 형태 그대로 발견되는 모순만이 분명히 드러날 따름이다. 무엇보다도 과거에 대한 극복의 훈훈함이 느껴지기도 전에 그 근거가 무색하게 느껴진다.

                          -written by kharismania-


(총 1명 참여)
ldk209
고소영 나오는 영화... 솔직히 안 땡긴다...   
2006-12-20 17:34
sbkman84
언니가 가라~   
2006-12-20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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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간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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