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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해서 더 예쁜 남자! <올드미스 다이어리> 지.현.우
2006년 12월 22일 금요일 | 이지선 영화 칼럼니스트 이메일


물론 영화 <올미다>를 재미있게 보긴 했다. 그러나 깨놓고 말해 <올미다>는 지현우가 아니라 예지원의 영화였다. 치고 나가는 액션보다는 예상 가능한 범위의 귀여운 리액션이 주를 이루는 지현우의 연기를 놓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불공정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데뷔작 <사랑하지만 괜찮아>는 하필 개봉 즈음에 병원에 드러누워 있었던 관계로 놓쳤고, 지난 한 해 대한민국 20~30대 여성들을 열광케 했던 TV시트콤 <올미다>나, 춤꾼으로 등장했던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는 분명 보긴 했지만 전회를 다 챙겨 본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두 편의 드라마에서 받은 지현우에 대한 인상은 그저 ‘예쁜 신인이 나왔구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인터뷰하는 자의 본분상, 그리고 상대에 대한 예의상, 뒤늦게라도 다 챙겨 보는 것이 옳았겠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시간이 없었다.

즉, 배우 지현우의 연기를 제대로 들여다 본 건 영화 <올미다>가 유일했다는 이야기. 한 배우와 이야기를 나눌 거면서 그의 이력만 겨우 파악하고 나선다는 건 일종의 무례였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미안한 마음을 잔뜩 안고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다. 훤칠하고 멀끔한, 그러나 약간은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그가 인사를 한다. 공손하고 조용한 말투. 듣자니 그는 내성적인 성격이라지? 시작도 하기 전부터 겁이 난다. 무사히 인터뷰를 마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현우는 진짜 예쁜 사람이었다. 가까이서 본 그의 선 고운 얼굴이나 사람 잡는 미소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듣던 대로 그는 분명 내성적이고 말을 아끼는 타입이었지만, 단정하고 공손한 태도, 자신감이 넘치지만 조심스럽고 신중한 말투 사이사이에 젊기 때문에 빛날 수 있는 오기와 패기, 그리고 약간의 욕심을 묻힐 줄 아는 영민함도 갖고 있었다. 착한 표정과 말투로 자신을 낮추고 영화를 자랑하는 지현우는, 여전히 보여줄 게 많기 때문에 다음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는, 그래서 다음에 또 만나보고 싶은, 참 예쁜 배우였다.

드디어 영화가 개봉을 했다. 홍보활동 하느라 그간 바빴을 텐데, 막상 개봉을 맞은 소감은 어떤가?
과연 어떻게 봐 주실까 걱정하고 있어요. 영화를 보면 재미있을 텐데, 보시기 전까지는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서 되게 걱정 돼요. 솔직히 기대를 안 하는 분들이 많아서요. 제 주변에 보신 분들은 정말 좋아하셨거든요. 먼저 보시고 나면 괜찮을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벌써 두 번째 영화다. 두 번째 개봉을 준비하는 마음, 처음과 어떤 점이 다른가?
부담감이 아무래도 줄었죠. 그때는 저희 둘만 나왔고 둘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는데, 이번엔 다른 분들도 많고 스토리도 완전히 달라서 부담이 덜 돼요. 일년 동안 했던 작품이고 편안하게 촬영했기 때문에 사실 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별로 없어요.

주변의 반응이 좋았다고 했는데, 본인은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기자 시사 때 처음 봤는데 저희끼리 너무 좋아서 민망할 정도였어요. 선생님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예지원씨도 그렇고 저희가 만들고 저희끼리만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어요. 생각했던 것 보다 잘 나왔고, 재미있게 봤어요.

하지만 경쟁작들이 아주 쟁쟁하다.
다른 작품에 대해서 걱정은 안 되구요. 개봉관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게 좀…. 내용면에서 저희 작품이 다른 영화에 비해 뒤진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연기하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미 경험을 하긴 했지만 드라마와 영화는 다르기도 하고.
저희는 드라마처럼 촬영을 했어요. 어차피 연기자 분들도 똑같고 감독님도 똑같고 작가누나도 똑같고 해서 촬영도 드라마처럼 편안하게 했어요. 그러니까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죠.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면서 바쁘게 연기생활을 해 왔는데, 드라마 연기와 영화 연기의 차이를 실감하는지?
드라마 연기는 정말 순발력이 있어야 되구요, 시간이 정말 없기 때문에 대본도 전날 나오고 그러니까 암기력도 좋아야 되고, 순발력도 있어야 되고, 집중력도 있어야 되고. 반면에 영화연기는 시간이 많죠. 좀더 디테일하게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집중을 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요. 사실 체력적으로는 영화가 편하죠. 시간이 많으니까 촬영하기도 낫고. 근데 이제 아무래도 스크린도 크게 나오고 그러다 보니까 디테일하게 똑같은 연기를 많이 해서 그 중에 골라서 하게 되고, 그래서 집중력이 더 장시간 필요하죠.

<올미다>에서 가장 집중력을 요하던 장면은 뭐였나.
아무래도 미자씨가 마지막 대사칠 때 그걸 듣고 있는 게 가장 많은 집중력이 필요한 장면이었어요. 그 장면의 미자씨 연기가 마지막 메시지고 해서 그 부분을 촬영할 때 저희 둘 다, 또 영화 촬영하는 모든 팀들도 긴장을 했죠. 그 미자씨가 얘기하는 장면에서 제가 뿌옇게 나오는데, 그게 제가 카메라를 보고 있는 거거든요 미자의 시선으로 돼 있지만. 그게 심각한 장면이었고 굉장히 집중해야 했지만, 사실 분위기는 되게 웃겼어요. 카메라 감독님이 밑에서 찍으시고 저는 카메라를 보는데 카메라 감독님이 한쪽 손에 확성기를 들고 움직이시면서 그걸 보고 ‘이게 미자라고 생각을 하고 키스하기 위해 다가가는 것까지 하라’고 하셨어요. 그런 면에서 집중이 필요했죠.

개인적으로 커피잔에 침 뱉는 장면이 참 재미있었다. 스스로 가장 재미있게 봤던 장면은 뭔가?
침 뱉는 장면도 재미있었구요, 또 할머니가 저승사자랑 싸우는 장면이오. 달에서 마지막에 한 대 치고 포즈하는 장면이 꼭 오락 같았어요. (웃음) 여자분들이 많이 공감하고 좋아하셨던 장면은 예지원씨가 저를 찾아와서 소리지르면서 우는 장면이었는데요, 그 대사들이 너무 공감이 된다고 많이들 좋아하시더라구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그 장면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키워드 장면 아닌가. 그런데 감정이 예지원씨에게 거의 집중돼 있다. 캐릭터 비중이나 연기 면에서도 그렇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예지원씨에게 많이 집중돼 있다. 그런 면에서 아쉬움은 없었나?
아쉬움은 좀 있죠. 시트콤에서 많이 좋아해주셨던 부분이 미자와 연결 된 다음에 지PD가 미자를 위해서 뭔가를 해주는 모습이었는데 그런 부분은 전혀 안 나왔죠. 그래서 좀 아쉽지만, 영화 시간상 그런 걸 다 보여드릴 수도 없고…. 새로운 스토리가 나와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인터뷰에서 보니 연기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하던데?
연기에 대한 동경이라고 말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좋아했어요. 어려서부터 텔레비전 드라마 보면서 울기도 많이 울고, 내가 주인공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죠. 그러다 보니 하고는 싶었지만 솔직히 어떻게 해야될 지 잘 몰랐어요. 자신도 없었고, 해 본적도 없었고. 그래서 자신이 없다고 말하니까 사장님이 교육방송에서 해 본 다음에 올라가자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교육방송 단역부터 시작했죠.

어려서부터 드라마를 동경했다면 특별히 좋아했던 배우, 캐릭터, 작품이 있나?
드라마는 어렸을 때부터 다 본 것 같아요. <마지막 승부> <그대 안의 블루> <모래시계> <사랑을 그대 품 안에> <허준>… 그때 작품들은 다 좋아했고, 재미있게 봤어요. 그냥 어렸을 때는 배우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작품을 그대로 보는 즐거움에 봤던 거 같아요.

나라면 어떨까라는 건 해보고 싶었던 역할도 있었다는 얘기처럼 들리는데.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었다기 보다는 그냥 보면서 따라는 해 봤어요.

따라 해 봤다면 어떤 캐릭터를?
예전에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김흥수씨 캐릭터를 따라 한 적이 있어요.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고 가슴 아프기도 하고 해서 대사가 나오면 따라 하고 그랬죠. TV 보면서 대사가 한 줄 나오면 따라 하고 또 다시 따라 하고.

그럼 특별히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배우는 없나?
선생님 연기자들은 다 존경하구요. 일단 이쪽 일을 마음으로 꾸준히 하신 게 존경스럽죠. 그런데 배우마다 색깔이 다 있잖아요. 카리스마 있는 연기 부드러운 연기 이런 게 다 다르고. 누구를 딱 찝어서 좋아하는 것 보다 다들 좋아하죠. 저 사람한테는 저런 부분이 매력이니까 배워야겠다 나는 이런 변화를 시도해 보고 싶다 그런 생각해요.

혹시 최근 작품 중에 저런 연기 정말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있나.
우리영화 중에 <너는 내 운명>을 좋아했거든요. 세 번인가 네 번인가 봤는데 그 영화가 너무 좋았어요. 그런 연기라면 해보고 싶어요.

딱히 반대를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농촌총각 분위기는 안 날 것 같다. (웃음)
지금은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 느낌이 안 나지만 그런 역할은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서 해야 나오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나이가 든 다음에 해야죠.

그런 문제가 아니라 외모상의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농촌총각이 되기엔 좀 예쁜 편이라.
나이가 들면 인상이 달라질지도 모르니까요. (웃음)

이력이 특이한 배우로 알려져 있다. 보이그룹도 아니고 심지어 밴드 활동에 세션맨 출신인데, 연기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만류나 반대는 없었나?
만류나 반대보다, 무시했던 사람들은 많죠. ‘네가 무슨 연기냐’, ‘해봐, 해 보다가 네 풀에 지칠 거야’ 그런 얘기도 많이 들었구요. 근데 그냥 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만큼 듣고도 연기를 했고, 지금 이 자리에 왔다. 어떤 기분인가?
그런 야유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껏 버티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오기로 버틴 것도 있어요.

듣자니 넛츠 2집 활동도 곧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너무 바쁘지 않겠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겠죠. (웃음)

우문이지만 음악과 연기, 어느 쪽이 더 소중한가.
다 소중한데요. 음악은 어렸을 때부터 항상 했던 거라 저랑 늘 붙어있는 그런 존재구요, 연기는 이제 시작을 해서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고 배울 것들을 찾는 단계라서…, 두 가지 다 매력이 달라서 지금은 그 매력을 즐기고 싶어요.

하지만 두 가지 활동을 병행하게 되면 주변에서 말들이 나오기 쉬울 수도 있다. 아직까지 두 가지 활동을 병행하는 것에 대한 대중적 시선도 곱지 않은 편이고.
그렇죠. 그런데 그건 어쩔 수 없죠. 막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는 반대로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그러니까 비씨나 에릭씨나 이런 분들은 가수 이미지가 강하셨고, 저는 밴드로 시작했지만 알려지기 전에 연기자로 먼저 알려져서 음악을 할 줄 안다는 걸 모르시는 분이 많죠. 하지만 그건 결국 공연에서나 연기에서 보여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말로 설명할 수도 없는 거고. 좋은 모습들을 보여줘서 그것들을 인정해 주시면 그걸로 좋은 거죠.

음악과 연기의 매력은 각각 뭐라고 생각하나.
연기의 매력은…, 연기를 하면서 하나의 캐릭터가 돼서 어떤 장면을 찍고 나면 뭔가 집중했다가 딱 놨을 때의 전율이 있거든요. 기가 싹 빠지면서 피곤한 그 느낌이 참 좋아요. 춥거나 더울 때 고생하면서 촬영했던 걸 방송이나 화면으로 볼 때 뿌듯함도 있구요. 음악은 모든 분들이 좋아하시니까…. 공연할 때는 마음껏 놀 수도 있구요.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즐기면 되고, 또 그걸 보는 관객들의 반응을 즉석에서 무대 위에서 듣는 희열이 있죠.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연기가 있나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해 보고 싶어요. 그러니까 뭐 정신병자라든가, 싸이코라든가, 바람둥이라든가. 그런 역할이오.

바람둥이는 비현실적인 것 같지 않은데?
그렇긴 한데요, 안 해봤으니까요. 여태까지 한 여자만 바라보는 캐릭터를 많이 해서 바람둥이 역할을 해 보고 싶어요. (웃음)

지현우씨 인터뷰한다니까 주변에서 이거 꼭 물어보고 오라고 했다. 여자친구 있나.
(웃음) 없습니다. 2년 동안.

많이들 반가워하겠다. 여성 팬이 워낙 많지 않나. 그 중에도 누나 팬이 많은데 왜 그렇게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나.
<올미다> 때문이죠. 캐릭터가 너무도 여성분들이 원하는 남자고. 한번쯤은 데이트하고 싶고 사귀어 보고 싶은 캐릭터라 사랑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은 얼굴? (웃음)

사실 지현우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려준 작품이 <올미다>다. 아무래도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겠다.
남다르죠. 저에게 많은 걸 안겨준 작품이라서 너무나도 지PD한테 고마워요.

본인과 캐릭터의 거리는 얼마나 가까운가?
비슷해요. 일년동안 촬영하면서 생활하다 보니까 많이 닮게 되었어요.

하지만 TV시리즈 <올미다> 2시즌이나 속편이 제작되지 않는 한 사실상 이번 영화를 끝으로 지PD와 이별하게 될 텐데.
그렇죠. 지금은 그냥 간직하고 싶은 기분이에요. 모든 작품이 다 그렇지만. 나중에 작품을 들여다 봤을 때 ‘아, 이 캐릭터는 이랬는데’ 하는 생각도 할 거고. 나중에 장난으로라도 혼자 리메이크 해보고 싶기도 하고. (웃음)

크리스마스가 코 앞이다. 특별한 크리스마스 계획이 있나.
아마도 무대인사를 다니지 않을까요? (웃음) 관객이 많이 들면 행복할 것 같아요.

영화도 두 편이나 했고, 드라마도 했고, 남들보다 많이 바쁜 한 해를 보냈다. 2006년은 지현우에게 어떤 의미였나.
즐거웠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공부를 많이 했어요. 많이 배운 한 해였죠.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요즘 분들이 멜로 영화나 심각한 영화 슬픈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하시더라구요. 취향이 그런건지 아니면 아무래도 경제가 어려워서 그런지 몰라도 아무래도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많이 보시는 것 같은데요. 저희 영화는 웃고 즐길 수도 있고 따뜻한 뭔가도 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에 좋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많이들 보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글_이지선 영화칼럼니스트
사진_권영탕 기자
장소협찬_ 프레이저 스위츠(Fraser Sui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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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kman84
키 빨~   
2006-12-24 14:24
rnrbrn
이야 ㅋ 지현우 진짜 인기 많던데
올미다 기대 할게요!   
2006-12-2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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