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깨나 질러 됐던, 액션깨나 보여 졌던,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스크림2> <미녀와 뱀파이어>의 히로인 사라 미셀 겔러가 돌아왔다. 자신의 처지를 무모할 정도의 비명소리와 용감무쌍한 쌈박질로 대변했던 지난날의 모습은 뒤로한 채 홀로 불길한 기운이 가득한 을씨년스러운 일본식 가옥에 들어섰다.
원작의 감독인 시미즈 다카시를 불러들여 샘 레이미가 직접 제작한 <주온>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작 <그루지>에서 동양의 원혼이 출몰하는 공포의 진원지에 자리한 이방인 사라 미셜 겔러는 전에 없는 두터운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래서 그런지, 미 박스오피스를 뒤흔들며 가공할 만한 공포를 선보인 <그루지>의 그녀, 외모는 물론이고 목소리마저 왠지 섬뜩하게 변한 듯하다.
영화 <그루지>는 어떤 영화인가?
<그루지>는 과거에 대해서 얘기하는 작품입니다. 우리가 항상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했던 원작에서 풀리지 않은 저주의 기원에 대해서 말이지요. 그리고 도쿄에 대해서 좀더 많이 보여주게 되는데요.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단 우리가 영화를 촬영할 때 영화 속에서 겨울이라는 계절로 보여줘야 했다는 것만을 제외하구요. 겨울 옷을 입고 100%정도 되는 습도에서 촬영을 해야 했기에 그 점이 어려웠어요
<그루지>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서 소개해달라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온 카렌 데이비스 역을 맡았습니다. 건강관리 전문가가 되기 위해 일을 병행하고 있지요.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성격이에요. 또한 타인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타입이지요. 의학을 공부하는 남자친구와 함께 일본에 왔는데 둘은 성격이 좀 달라요. 카렌이 감성적이라면 더그는 이성적인 편이죠. 그래서 종종 갈등이 일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열심히 살아나가려 하는 스타일이에요. 일본 사회에도 적응하고, 일도 잘해내고 싶지만 그게 쉽지 만은 않죠. 그러다 처음으로 미국인 가정에 파견을 나가는데 그 집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됩니다.
일본에서 올 로케 촬영을 했다고 하는데요. 현지 촬영은 어땠나?
미국에서의 촬영방식과는 완전히 달랐어요. 거리 장면을 찍으려면 보통 교통을 통제하고, 엑스트라에 촬영 스탭들만 있었는데, 일본은 달랐어요. 그냥 찍더라구요. 러시아워시간대에 가니깐 다들 자기 갈길에 바빴어요. 거기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전 그 사이를 걸었죠. 그런 건 지금까지 해본적이 없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 원작자의 감독과 원작이 나온 곳에서 촬영을 할 수 있다는게 가장 중요한 의미였어요.
시미즈 감독에 대한 제작자 샘 레이미의 신뢰는 어땠나?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어본 적도 없고, 영어도 못하는 감독을 택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신뢰가 바탕이 되었다고 봐요. 시미즈 감독의 재능을 충분히 파악하고 신뢰한거죠. 배우로서 <그루지>에 선뜻 참여하게 된 것도 평소해 존경해왔던 관계자분들이 감독에 대한 신뢰를 줬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건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루지>를 촬영했는데 일본 호러 영화의 스타일은 어떤 것 같나?
스토리가 굉장히 자연스럽고 드라마틱하면서도 소름끼쳐요. 미국호러 영화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 들어요.
좀더 자세히 얘기해달라
일단 전 비명을 많이 지르지 않아요. 한 마디로 쿨한 영화입니다. 제가 이 영화에 출연한 이유중에 하나도 보통 생각하는 전형적인 호러 영화의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에요. 보통 미국 호러 영화 하면 자동적으로 가슴 큰 소녀가 숲속에서 범인이 있는 쪽으로 달리게 되는걸 생각하죠. 하지만 일본 호러 영화는 기본적으로 현실을 바탕을 두고 있어요. 그런 점이 바로 심리적인 무서움을 주죠. 유희적인 공포가 아닌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공포를 건드린답니다. 그리고 그것은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닌 절대적인 공포 때문에 비명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을 얘기하게 되죠 그게 좀더 영화를 재밌게 만듭니다.
나는 공포 장르를 꺼려하거나 싫어하지 않습니다. 미국적 감각의 호러에는 전에 출연했었지만 일본 영화가 훨씬 더 오싹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 오스카 수상자들을 보면, 할 베리는 오스카 수상 후 <고티카>에 출연했고, 샤를리즈 테론은
할리우드의 공포 영화의 캐릭터들이 반드시 필연적이지만은 않았는데 당신이 맡은 <그루지>의 경우는 그렇지 않더라.
보통의 경우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렇지않고 우린 일본에서 각각의 캐릭터에 관해 그리고 우리가 왜 그곳에 가고 우리의 반응이 무언지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건 매우 중요하고 물론 환경과 상황이 만들어내는 캐릭터의 유사성은 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할리우드와 일본 호러가 확연하게 다른점이 있다면…
내 생각엔 일본 영화가 좀 더 많은 여운을 남겨요. 정교하게 세워지고 만들어진 장소로 이끌어 당신이 두려움에 떨게 하기 위한 장소를 더 잘 세우고 만들어낸다. 유혈이 낭자하지도 잔인하지도 않아요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점심 주문을 하는 것조차도 너무 어려웠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어려운 도전은 아니었어요. 우리는 대화를 나누었고 생각보다 훨씬 편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단어, 말에 의지하지 할 수 없으면 어렵게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역으로 생각할 때 좀더 다른 레벨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요.
보다 열심히 상대방에게 주의를 기울이게 되죠 당신도 알다시피 때때로 당신도 사람들과 얘기를 할 때 대화가 갈팡질팡 하게 될 때면 말없이 당신은 빤히 쳐다보게 되잖아요. 왜냐하면 당신은 어떤 사람이 말하려고 하는 이야기의 중심을 찾기 위해서 말이죠. 그때 일종의 바디 랭귀지를 사용한 거구요. 혹은 톤을 바꾼다는 형식으로 말이죠. 우린 서로의 언어를 잘 몰라도 커뮤니케이션엔 문제가 없었어요
오히려 언어의 차이보다는 양 국의 문화적 차이가 좀더 복잡했다고 생각이 들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미국인들은 좀 사교적인 사람들이잖아요. 우리는 아무리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이야기를 하면서 많이 접촉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일본인은 그렇지 않죠. 처음에 시미즈 감독은 의견충돌이 있었어요. 그는 왜 카렌과 더그가 항상 이야기를 할때 가까이 있는지 그리고 결혼한 커플보다도 더 접촉을 많이 하는지 이해를 못했어요.
일본 스텝진들이 하는 말을 귀동냥으로 들으면서 그들이 하는 말을 이해 하게 됐다는게 사실인가?
맞아요. 제가 엿듣는걸 알고 나서 스텝들이 제 주변에서 얘기하는걸 그만두더군요. 실제로 그렇게 일본 말을 배우는 건 정말 재밌었어요. 이를 테면 언제 우리 촬영이 종료가 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점심을 먹거나 언제 쉬게 되는지에 대해서 말이지요. 그런 환경에서 푹 빠져있다가, 미국에 돌아와서야 겨우 그런 생활에 빠져서 영어를 이해하게 되었어요 .
이 역을 준비하면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나?
전 저의 캐릭터를 아주 철저하게 분석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전 매소드 연기파잖아요 저는 이 역을 맡으면서 3개월동안 미리 일본에서 생활을 했었어요. 웃긴 점은 적응하기 위해서 그렇게 오랜시간을 보낼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거였어요. 우리는 미국인 가정에서 같이 생활했어요 그곳에서 저희는 영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죠. 빨리 적응해가게 되더군요. 제 캐릭터가 지하철을 타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게 바로 첫번째 주에 저의 삶과도 같았어요. 지도를 들여다 보고 무언가를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그래서 저는 많은걸 배우긴 했죠 하지만 저는 첫 일주일동안 저의 숙소에서 벗어나지 않고 공부했답니다. 전 그걸 “강요된, 닫혀진 공부”라고 생각해요.
사라 미셀 겔러는 영화 <그루지>에서 샤워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17명의 일본인 남자 스텝들과 함께 있었다. (웃음)
L.A.에서 시미즈 상이 편집했다고 알고 있다. 이번엔 역할이 바뀐 것 같은데 문화적 차이를 느꼈을 그를 도왔나?
절대 아니에요. 그는 정말 미국인이었어요. 문자 그대로. 여기서 한달 정도 있고 나서 그는 그의 하와이 셔츠를 입고 다녔습니다. 전 그가 문제를 느꼈다고는 전혀 생각 안해요. 저는 그에게 뭘했는지 물어봤죠 그는 모두 “유니버셜 스튜디오”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는 마냥 좋아했어요
정말 다양한 장르에 참여한 당신으로서 지금 당신은 일종의 무장르 영화 배우라고 할 수 도 있다. 전혀 다른 장르로 넘나들면서 겪게 되는 다른 어려움은 없나?
이런 질문은 보통 여자배우들이 어떤 역을 맡아 왔는지와 관계 있는 것 같아요. 여자들은 오랫동안 이 사업에서 뛰어와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계속 그 길을 걸어가고 있구요. TV에서 여자들은 어떤 프로그램에든 참여할 수 있어요. 코메디가 될 수도 있고 드라마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장르에서도 말이죠. 하지만 영화에서 여자들은 여전히 어떤 특정 장르에만 뛰어들게 되죠 아무리 톱 배우라고 해도 말이죠 <캣 우먼>과 <본 슈프리머시>의 이번주의 대결을 봐도 알 수 잇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는 여전히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제이슨 본이 호되게 캣우먼을 KO시켰죠
제가 생각하기에 이런 류의 영화에서 사람들은 여성들에 관한 흥미로운 캐릭터를 찾을 수 있을 꺼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역할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한 전 장르에 구애받지 않을꺼에요. <스쿠비>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도 그랬죠 이 여자는 헤로인에 취하지 않았지만 정말 활발한 역이구나. 그녀는 정말 흥미로운 사람이었죠
결론은 그것이 스릴러든, 서스펜스든 공포 영화든 어떤 것이든 단 한가지의 원칙만 있을 뿐입니다. 그 역할에 푹 빠져드는 것 말이죠.
자료제공: 아이비젼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