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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들 확 놀란 귀여운 푼수 ‘여선생’ 염정아를 만나다!
인터뷰 | 2004년 11월 16일 화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오후의 비가 걱정스런 마음을 슬금슬금 어둡게 물들이는 찰나, <여선생 VS 여제자>의 귀여운 그녀, 염정아를 만났다. 조금은 까다롭지 않을까라는 왠지 모를 선입견으로, 두근 반 세근 반하던 가슴은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 동안, 자연스레 흐물흐물해지고, 나중엔 멋진 언니와 친해진 듯한 환상적인 착각마저 스며든 염정아와의 유쾌한 토크.
그녀는 이런저런 매체에서 본 이미지처럼 멋지고 당당했지만, 털털하면서도 격의없는 대화를 건네는 친근한 배우이기도 했다. 단답형의 짤막한 대답에선 그녀의 명쾌함과 솔직함이 그대로 배어나와 순간순간 긴장했지만, 예상치 못한 그녀의 유머 감각은 <여선생 VS 여제자>의 ‘여미옥’ 캐릭터가 그토록 편안하게 느껴졌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 현장으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 이 인터뷰에는 홍보를 맡은 영화인의 남서연씨도 살짝 함께 했음을 밝힙니다.

연이어 인터뷰하는데, 피곤하진 않나요?
아뇨. 괜찮아요.

<여선생 VS 여제자> 언론 시사 반응도 그렇고, 일반 시사 반응도 그렇고 조짐이 좋거든요. 특히 염정아씨 변신에 관한 칭찬이 자자하기도 하구요. 시사장에서 그런 느낌 혹시 받으셨나요?
음, 글쎄요. 저를 볼때 눈빛들이 좀더 친숙해진 느낌이었어요. 예전에는 저를 약간 무서워하거나 괜히 말걸었다 욕먹으면 어떡하지 하는 표정들이었다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 표정들은 느껴졌죠.

언론 시사때 “잘 모르시겠지만, 코믹은 제 생활이에요”라는 솔깃한 말을 하셨잖아요. 알건 같은데, 그 말뜻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요. (웃음)
재치있고 재밌고, 이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발랄해요. 늘 그런 건 아니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서. 집에 있을때 기분이 좋으면, 나이에 안 맞게 까불고 그러는 행동들. 뭐 그 정도에요.

<장화, 홍련>, <범죄의 재구성> 등 뜨거운 상승 구도 선상에서 <여선생 VS 여제자>를 고르셨어요. 들어온 다른 시나리오들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제가 주로 받았던 시나리오들은 이전 느낌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은, 세거나 섹시한 역할, 무서운 역할도 있고..좀 한정돼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무지 많이 다양해졌어요. <여선생 VS 여제자> 촬영하면서부터 부쩍 그래진 것 같아요.

<여선생 VS 여제자>를 특별히 선택한 요소는 뭔가요?
항상 그런 건 같아요.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것들을 두루두루 보는 거죠. 촬영 여건, 이 역할을 내가 잘 할 수 있나, 이 역할을 하고 싶나, 이 감독님을 내가 믿고 갈수 있나, 그런 것들이 다 맞아야 하는 거죠.

아까 말씀하셨듯 왠지 다가가기 어려운 이미지를 떨쳐내고 한번 편안하게 가 보자라는 의도도 있었나요?
‘가보자’, ‘어떻게 보여주자’ 이런 생각은 안하구요. 하고 싶어서 한 거에요. 처음엔 자신없었는데 하다보니 잘 할 것 같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싶은 욕심으로요. 저를 위해서.

이번 여선생 캐릭터는 염정아씨가 그 인물에 착착 붙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물론 그동안의 역할이나 연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캐릭터 자체가 강한 느낌이었다면 이번 캐릭터는 코믹으로 과장되긴 했지만 일상적인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그 캐릭터 잡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상당히 많이 힘들었죠. 왜냐면 그런 연기를 일단 안 해봤고, 코미디에 대한 감이 전혀 없잖아요. 보기만 했지. 내가 그걸 표현했을때 어떻게 보여질지, 어떤 반응이 올지 검증을 해 본 적이 한번도 없으니까 100% 감독님을 믿고 갈 수 밖에 없는 거에요.
그래도 안전하게 가려면 난 오버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웃기려고 절대 하지 않고, 드라마의 캐릭터나 내용에 따라 그 인물의 감정변화, 그런데만 충실했어요. 한 두 군데 장르상 오버해야 하는 부분에선 살짝 오버했지만요. 감독님이 그 정도는 괜찮다고 하시더라구요. 믿고 한 거죠.

그렇다면 촬영 전 준비보단 부딪쳐나간 측면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나요?
음, 사실은 영화 결정하고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웃음) 전 그때 드라마 촬영 중이었는데, 매니저가 영화사나 감독님이랑 모든 얘기를 다 끝내놓은 거에요. 드라마 촬영 끝나자마자 매니저가 시나리오 탁 던져줘서, 감독님 만나고 바로 며칠뒤에 촬영에 들어가는 상황이었죠.

이번 여선생 캐릭터는 그 또래의 여자들이 조금 뜨끔해 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 어찌보면 상당히 귀여운 캐릭터거든요. 화장이나 패션도 참 내츄럴해서 더 일상적인 느낌도 나구. 음, 화장 안 하셨던 거죠?
얇게 했죠. 어휴 안 하고는 못 나와요. (웃음)

에이, 피부 좋으시잖아요. (웃음)
피부가 많이 좋아졌죠. 전 햇빛에 나가면 피부가 약해서 주근깨가 금방 올라와요. 아, 진짜 여수에서 운동장에서 촬영하고 있으면, (눈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여기가 새까맣게 올라와요. 그런 거 다~ 감수하면서 했죠. (웃음) 뭐, 이쁜 역할이 아니니까요. 더구나 전 얼굴이 강해서 남들의 반만 (화장) 터치가 들어가도 되게 세 보이거든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죠.

의상도 캐릭터의 성격상 내츄럴(?)했어요. (웃음)
(동조하듯 귀엽게 한탄하며) 의상 세팅할 때 내가 의상팀한테 진짜 저거 입힐 거냐구. 아~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바지들. 뒤에서 보면 엉덩이가 쭉 내려와 있는 바지, 맨날 그 바지만 입히는 거에요. 베이지색 바지! 제 동생이 영화 보더니 “언니, 그 바지 너무 자주 입더라~”라고 놀리구. 그리고 전 셔츠를 잘 안 입거든요. 안 어울리고, 왜소해 보여서. 그런데 다 그런 옷만 입히는 거에요. (장난스럽게 체념한 말투로) 허나 그런 것들이 캐릭터에 도움이 된다 하니....

근데, 염정아씨가 입어서 그런지 트레이닝복 같은 경우는 정말 멋져 보였어요.
거짓말하지 마세요!(이렇게 외쳤던 염정아는 기자와 홍보사 직원이 이구동성으로 멋있었다고 외치자 예의 자신감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정말 흠뻑 빠져 연기하려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분명 자신에게는 그 캐릭터가 사랑스러워야 할 것 같은데, 이번 여미옥 캐릭터는 어땠나요? 사랑스러웠나요?
어휴, 어찌 안 사랑스러웠겠어요? 그렇게나 헛점이 많은 여자가. (웃음)

그래도 잘생긴 총각 선생 한 명 왔다고, 여미옥을 비롯한 모든 여선생들이 너무 침을 질질 흘리고 잘 보이려 애쓰는 모습은 약간 거부감이 생기진 않았나요? (웃음)
재미로 그러는 거죠. 대부분 놀리는 거잖아요. 물론 어떻게 보면 성희롱의 측면인데, 흠, 저도 그러는데요. 어린 남자애들 데리고서 말장난하고 그러는데. (기자를 보며) 안 해요? 얼마나 재밌는데. (일동 웃음)

무의식적이라도 ‘여미옥’ 캐릭터에 영향을 미친 다른 영화들의 코믹 캐릭터가 있었나요?
그런 건 없구요, 나도 모르게 의식이 됐던 건 선생 ‘김봉두’요. 자꾸 사람들이 이번 영화가 여자 ‘김봉두’다, 잘하면 여자 차승원이다 같은 얘기들을 하니까 무의식중에 의식을 하게 되더라구요.

음, 다른 영화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코믹 캐릭터는요?
음, 너무 많죠. 전 웬만하면 영화 다 재밌게 보거든요. 코드가 맞으면 혼자서 킬킬거리고 보는데, 지금 딱 기억나는건 <아메리칸 사이코>요.

(다소 삼천포스런 대답에 놀라) <아메리칸 사이코>요?
네에~난 너무 웃긴데, 그 사람! (기자를 보고) 안 웃겨요?

남서연: 어, 너무 황당해서 웃을 수도 있지만, 대개는 섬뜩해하죠. (웃음)
어, 그래? 내가 이상한가?

아니에요. 무척 독특하세요! (일동 웃음)
그리고, 얼마전 봤던 <아는 여자>에서 정재영 캐릭터요. 새벽에 잠깐 보고 자야지 했는데 밤새서 봤잖아요. 혼자서 깔깔거리면서 너무 재밌게 봤어요.

영화는 장르를 안 가리고 보는 편인가요?
안 가리는데, 손이 안 가는 건 공포, 스릴러, 액션. 다 제가 했던 장르들이죠. (일동 웃음) 원래 그런 장르의 영화들은 안 좋아해요. 전 로맨틱 코미디 특히 좋아하고, 드라마가 있는 영화, 가족 휴먼 드라마. 이런 류를 좋아해요.

이번에 분명히 느꼈는데, 확실히 장규성 감독은 눈여겨 볼만한 탁월한 코믹 감각을 갖춘 감독인 것 같아요.
엄청나죠...천재같아요.

장규성 감독은 어떤 연출 스타일을 갖고 있나요?
음, 모든지 본인이 먼저 흥분해서 “이렇게 하란 말야!”라고, 저면 저, 세영이면 세영이, 지훈이면 지훈이한테 다 보여줘요. 근데 우리가 볼땐 다 비슷해. (웃음) 그리고‘선생 김봉두’나 ‘여선생’ 캐릭터가 감독님이에요. 감독님하고 되게 비슷한데, 귀여우세요. 그래서 감독님이란 모델이 있기 때문에 그걸 보고 공부가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그동안 장윤현, 김지운, 최동훈 등 능력있는 기/신인 감독들과 작업해 오셨는데, 특별히 맞추기 힘든 연출 스타일이 있나요?
전 스타일이 대체로 잘 맞춰가는 것 같아요. 음, 꼭 그렇게 모난 분들하고 작업을 해보지도 않았구요. 감독님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은 지금까진 없어요. 물론 있겠죠! 근데 잘 기억이 안나요. 먼 옛날 얘기죠. 최근에는 기억이 안 나요. 다 좋은 분들이었구.

작품을 선택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볼때 어떤 부분을 제일 먼저 보나요?
드라마의 완성도요. 말이 되는가, 현실적인가 하는 것들.

그럼 몇 줄 읽다 내팽개치게 되는 시나리오는 어떤 류인가요?
많죠. 어거지들, 짜맞추는 듯한 시나리오. 그런 시나리오들도 많진 않지만 간혹 있죠.

아이들에 둘러 싸여서 연기를 했는데요. (웃음) 아이들은 좋아하세요?
너무 좋아하죠. 애기요. 아휴, 아무 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해가지고 피부도 새거고, 다 새거고 한 상태. 너무 예뻐요.

흠, 아무래도 초등학생쯤 되면 밉죠?
밉다기 보단 초등학생쯤 되면 관심이 없죠. 귀엽지는 않아요. 너무 많이 알아서.

어쨌든 애들도 많고, 촬영장이 시끌시끌하니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넘쳤을 것 같거든요.
(웃으며) 그렇진 않아요.

어, 전 촬영장이 무척 재밌었다는 얘기를 들었었거든요.
재밌고 웃기기 보단 친한 거죠. 다들 정으로 똘똘 뭉쳐서. 뭐라 그래야 되지? 흠, 너무 친해서 편한 거요.

장규성 감독의 전작 <재밌는 영화>나 <선생 김봉두>는 다 보셨구요?
네.

<재밌는 영화>는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셨어요?
음, 그 당시에 너무 앞서갔던 영화가 아닌 가 싶어요.

<여선생 VS 여제자>는 <선생 김봉두>의 여성판이다, 또 막판 까메오의 등장으로 <선생 김봉두>의 절묘한 속편이다 이런 반응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그런 반응들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순간 가슴이 얼어붙듯 심드렁하게) 아무 생각 안 하는데요. 각자 의견이야 다 다를 수 있으니까요.

음, 작품이 나올때마다 쏟아지는 리뷰들은 관심있게 보는 편이세요?
전 다 읽어봐요. 하나도 안 빼놓고 다 찾아서 봐요. 하지만 그거에 흔들리거나 좌지우지되는 편은 아닌 것 같고, 다양한 생각들을 안다는 느낌으로 보는 거 같아요.

<여선생 VS 여제자>에서 ‘와아, 이건 내가 연기했지만, 진짜 죽이게 웃긴데...’ 그런 장면을 꼽는다면요?
너무 많아요. 언론 시사때 제 웃음소리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민망하게 제가 너무 많이 웃었어요. 어찌나 웃긴지...또 왜 그리 슬픈지 울기도 제일 많이 울구요. 근데 그런 부분들은 볼때마다 웃고, 울고 그래요.

N.G가 제일 많이 났던 적은 몇 번이었어요?
세어 보진 않았는데, 사실 테이크는 많이 갔어요. 제가 처음 하는 것이라 도대체 어떻게 보여질까 이런 것들 때문에 버전을 여러개 해서. 필름을 많이 썼죠.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야 돼요. 필름값 때문에라도. (웃음)

남서연-사실 시나리오가 절반 이상 바뀌었어요. 감독님이 현장에서 즉석 아이디어를 많이 내서 있던 게 빠지구 새로 들어간 것도 많아요.

보통 극중에서 아이들이 나오면, 귀엽다는 느낌은 아역 캐릭터에게 향하는데 <여선생 VS 여제자>는 그 반대인 것 같거든요. (웃음)
(장난스럽게) 어휴, 세영이를 남자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세요? 나 참 기가 막혀서. (일동 웃음)

그래도 너무 새침떼기처럼 보여서. (웃음)
뭐, 저도 늘 새침떼기란 말을 들었는데, 이쁜 여자들한텐 다 새침떼기라고 그래요. (일동 웃음) 세영이는 보여지는 면은 그런데 왈가닥이에요. 재밌고, 상상도 풍부하고 책도 많이 읽구요.

이지훈씨는 어땠나요?
지훈이는...자기 역할을 영화에 잘 묻게 연기를 잘 해줘서 고맙고 이쁘고, 멋있고 착하고 아주 좋은 배우고, 후배인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코믹스런 몇 장면에서 나오는 것처럼 약간 느끼하진 않은지?
어머, 안 느끼해요. 얼마나 담백한지 몰라.

나문희씨하고 모녀(母女) 관계 장면들도 재밌었거든요. 실제로 집에선 어떠세요?
그 장면들에서 보이는 모습은 진짜 저에요. 엄마 앞에서 밖에서 있었던 일 얘기할 때, 팔짝팔짝 뛰면서 얘기하고, 뒤집었다 엎어졌다 하면서 얘기하는 모습들이요. 저희 엄마도 너 똑같더라 그러시구요.

어머니도 극중 나문희씨하고 비슷하시구요?
음, 엄마도 극중 엄마처럼 선생님을 오래 했어요. 저랑 성격은 다르죠. 엄마는 좀더 여성스럽고 조용하지만, 저는 좀더 밝고, 시끄러운 편이죠.

결혼하라고 쪼거나 하진 않으세요?
어휴. 한때 굉장히 쪼았죠. 이젠 다 지나갔어요. 일 잘 하고 있으니까. (웃음)

개인적으로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자기가 능력 있고 그러면 안 해도 되는데, 저는 꼭 하고 싶어요. 든든할 것 같아요. (웃음)

학창 시절에 염정아씨처럼 예쁜 여학생들은 선생님들의 귀여움도 많이 받잖아요. (웃음) 영화처럼 총각 선생님을 두고 여선생님과 미묘한 감정 대립에 놓인 적은 없었나요?
음, 그런 질문 몇 번 받았는데, 전 없었어요. 대신에 소방차 오빠들 너무 좋아했거든요. 선생님한테 눈 돌릴 틈이 없었죠. (웃음) 수업 시간 내내 소방차 오빠들 책받침 쳐다보느라구.

흥행적인 면에서 <선생 김봉두>에서 ‘차승원’씨한테 막중한 임무(?)가 있었던 것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염정아씨에게 많은 무게 중심이 실려있거든요. 그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저라고 왜 없겠어요? 당연히 부담스럽죠. 부담이지만 제가 어차피 책임져야 하니까 더 열심히 하는 거죠. 전 주위에서 잘 한다, 잘 한다 그러면 더 열심히 하는 타입이거든요. 그래서 홍보도 이렇게 열심히 하잖아요. (웃음)

<여선생 VS 여제자>는 염정아씨가 원톱으로 나서는 영화라는 점에서 참 반가운 영화기도 하거든요. 30대 여배우가 그 영화의 전면에 내세워지는, 내용적으로나 흥행적으로나요. 음, 한국영화계가 30대 여배우의 활동을 제약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신적은 혹시 없나요? 역할이 한정돼 있다든지 그런 식으로요.
요새는 시나리오들도 읽어보니까 할 만한 것들이 되게 많아요. 그 나이때를 겨냥해서 하는 영화들이 꽤 많더라구요. 그만큼 좋은 배우들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자꾸 쓰는 거겠죠. 음, 계속 그런 식으로 발전할 것 같아요. 외국도 그렇잖아요. 나이들수록 배우들이 멋있어 지고, 할 것 들이 많아지구요. 계속 그런 추세로 가는 거 같아서 기분좋아요. 그만큼 제가 할 역할들이 많아지니까요. (웃음)

영화나 드라마 연기에 어떤 차별점을 둔 면은 없나요? 특별히 이 부분에선 방점을 다르게 찍어야 겠다라든지요.
이론적인 게 아니고 감각인 것 같아요. 드라마에 필요한 순발력 이런 것들도 감으로 하는 건데, 조금씩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그런 감이 다른 것 같아요. 워낙 오래 연기 했으니까 매체에 대한 감들은 다 있잖아요.

연기자에겐 스스로 어떤 감이 팍 하고 오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내 안의 것을 팍 터뜨려서 그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연기하구 있구나라는 일종의 신호 같은게. 염정아씨에겐 그런 도약의 시기가 언제였는지 참 궁금하거든요.
어느 한 시점이 아니라 순간 순간인 것 같아요. 순간 순간 카타르시스같은 걸 느껴요. 내가 원했던 감정까지 올라왔을때, 내가 제대로 표현한 것 같을때, 그 인물이 돼서 똑같이 느꼈다고 생각했을때 매순간순간이요. 아, 물론 도약하는 시기가 있겠죠. 하지만 그걸 아, 오늘서부턴 내가 많이 다른 것 같아. 그렇게 느끼지는 못해요. 오히려 그건 보는 분들이 느끼는 건 같아요.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에서 염정아씨를 보면서, 그런 전율같은 걸 느꼈거든요. 개인적으로요.
음, 느낄려구 최대한 거기에 빠져 살려구 한 3개월 정도 굉장히 우울한 시기를 보냈죠. 제가 실제로 사랑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죠. 음악도 듣고, 혼자 상상도 많이 하구요.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그래도 연기에 대한 평가가 무척 좋아서 흐뭇하셨을 것 같아요.
음, 네. 시청률은 얼마 안 나왔지만. (웃음)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은 폭 빠져서, 특히 영화 쪽 일하는 여성분들이 많은 공감을 하셨대요. ‘조이나’ 나이 때의 전문직 여성분들이요.

영화 현장과 드라마 현장 중에 좀 더 코드가 잘 맞는 쪽이 있다면요?
영화는 가면 마음이 일단 편하죠. 아무래도 시간적인 여유도 더 있고, 시스템도 배우 위주인 면이 있어서요. 드라마는 워낙 시간이 없으니까 서로 챙겨주지 못하고 그렇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요. 바쁘게 밀고 당기고 할때 그 나름의 쾌감이 있거든요.

아까도 잠깐 말씀하셨지만, 영화를 찍을때 주로 감독님 연출 스타일에 맞춰서 연기해 오신 편인가요? 아니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서 캐릭터를 조금 변형해나가는 스타일인가요?
전 의견 별로 없는 편이에요. 일단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과 얘기를 할때, 그때 얘기를 다 해주셔야 돼요. 전 그때 감독님이 준 거대로, 받은 거대로 해석을 해서 제 나름대로 연기를 하죠.

평상시 옷차림도, 이렇게 캐주얼한 차림인가요?
네. 평상시 옷이 늘 이래요. 말라보이는 옷들은 싫어하구.

운동도 계속 하시구요?
(눈 동그랗게 뜨며) 운동 안 해요. 계속은 무슨 계속이요? (웃음) 아, 근데 운동 하려구여. 매년 계획이죠. 살이 안 찌는 체질이지만, 그래도 한계가 올거에요. 언니들 하시는 말씀이 한계가 온다고 하더라구요.

출연했던 드라마나 영화 중에 혹시 후회했던 작품은 없나요?
(단호하게) 없어요.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그 단계를 거치지 않았으면 지금의 제가 없거든요. 근데 전 지금의 저한테 만족해요. 그래서 지나간 것들에 대해서 좋건 나쁘건 다 만족해요.

기자 간담회때 코미디 연기는 <여선생 VS 여제자>로 일단 만족한다고 하셨거든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다른 새로운 거 한번 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죠.

지금도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많죠?
네.

뚱딴지같은 사담인데, 어릴적에 고현정씨랑 공동 MC 봤던 쇼프로그램에 대한 기억이 선명히 남아있거든요. (웃음) 그 뒤로도 계속 친하게 지내셨어요?
아뇨. 언니 시집가고 밥 한번 먹은 거 외에는...

고현정씨 컴백 하니까 기분이 어떠세요? 반가우실 것 같은데.
얼굴 봐야 반갑죠. (웃음)

오래 활동하셨기 때문에, 예전에 가졌던 연기관과 지금의 연기관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거든요. 예전엔 막연했다면, 지금은 왠지 뚜렷한 뭔가가 정립돼 있다든지...
전 연기관 없어요. 물론, 있겠죠. 하지만 이론적으로 정립되어 있을 만한 건 없어요. 단 연기하는데 예전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구, 더 많이 아는 것 같구, 두려움도 없고 거침없어진것 같긴 해요.

흠, 저도 어릴 적부터 염정아씨를 봐 와서 그런지 점점 더 연륜이 쌓여가는 모습이 무척 멋있게 느껴져요.
음, 제가 좀 멋있어요. (웃음) 세월이란 게 참 좋은 거 같아요. 그걸 잘 이용하면요.

인터뷰 끝나고, 모 쇼프로그램 녹화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쇼프로그램 나가는거 좋아하세요?
졸려요. 그게 방송으로는 50분~1시간 나가는데, 녹화를 한 네 시간 하거든요. 처음에는 업돼서 재밌어 하다가 두 시간 쯤 지나면...제가 영화를 그렇게 좋아해도 한 시간 넘게 앉아있으면 좀이 쑤셔서 가만히 있지를 못하거든요. 그런데 계속 앉아서 웃어야 되니까 너무 힘든 거에요. 졸립죠. (웃음)
그래서 처음 표정은 ‘하하하’ 그러다가 나중엔 심드렁한 표정으로 앉아 있어요. 그래서 카메라도 저를 안 잡아요. 너무 딴청부리니까. 음, 그래도 전 표정이 숨겨지질 않아요. 억지로 뭐가 안돼. 아마 그래서 연기할 때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느끼는 대로 표정이 다 나오거든요. 만약 어떤 표정을 지었을때 공감이 됐다면, 그건 제가 거짓말로 연기한 게 아니에요. 솔직한 성격이 그런 데서 장점으로 발휘되죠.

음, 이번 <여선생 VS 여제자>의 ‘여미옥’캐릭터가 염정아씨 실제 성격이랑 가장 비슷한가요?
생활 면에선 그런데요. 그렇게 따지면 <범죄의 재구성> ‘서인경’ 역할도 그래요. <범죄의 재구성>도 시나리오랑 많이 바뀌었거든요. 감독님이 절 너무 좋아하셔서요. (웃음) 제가 겉으로 보기엔 ‘척’하는 것같은데, 허점도 많고 푼수고 그러다보니까 그런 점들을 예쁘게 봐 주신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을 캐릭터에 넣다 보니까 시나리오랑 사뭇 달라졌죠. 제가 매력있나봐요. 캐릭터가 자꾸 내 쪽으로 변해가. (웃음)

삭제장면이 적지 않았다고 들었거든요. 아쉽지 않으세요?
아휴, 아쉽죠. 특히 이틀을 밤새서 찍은 장면이 있어요. ‘고미남’하고 ‘권선생’이랑 데이트했던(?) 똑같은 장소에서 ‘여미옥’도 데이트를 하거든요. 옆의 차안에서 키스하는 커플보고 어떻게든 분위기 좀 유도해보려구 하는 장면이요.

어머 그래요. 재밌었겠다!
네, 감독님이 시간 관계상 들어냈다고 하는데...

앗, 시간이 벌써 이렇게 오래됐네. 피곤하실텐데...
어, 아니에요. 인터뷰라기 보단 여자들끼리 수다떠는 것 같아서 재밌어요. (있는 듯 없는 듯 과묵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무비스트 카메라 기자를 보고) 또, 제가 카메라 앞에서 정식으로 얘기하는 느낌을 무지 싫어하거든요. 미스코리아 출신이고, 또 MC를 오래해서 카메라를 딱 보는 순간, 원래 제 모습이 안 나와요. 자연스럽게 했으면 좋겠다 싶은데 그게 잘 안 돼요. 할 말만 하게 되구요.

앞으로 같이 호흡을 맞추고 싶은 남자 배우들이 있다면요?
음,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요.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 또 차승원씨랑도 꼭 해 보고 싶어요.

아, 차승원씨. 이번 영화에서 잠깐 만나시죠? (웃음) 그 장면 진짜 재밌죠.
저두 그 씬이 너무 맘에 드는게, 유쾌하게 끝나잖아요.

질문 많이 받으셨을텐데, 이지훈씨가 맡은 ‘권선생’ 캐릭터하고, ‘선생 김봉두’ 스타일 중에 개인적으로 어떤 남자 스타일을 더 좋아하세요?
(망설임없이 단호히) 이지훈!

아, 진짜로요?
아휴, ‘김봉두’는 내가 제어가 안 돼. (웃음) 근데 그런 순박한 면은 좋아요. 극중 ‘여미옥’과도 비슷한 면인것 같은데, 순수하고 순진한 면은 진짜 좋죠. 그런데 ‘권선생’같이 자상하고 속깊은 스타일의 남자가 저한텐 더 맞는 것 같아요.

오랜 시간 정말 감사드리구요, 영화 잘 되기 바랄게요.

취재: 심수진 기자
촬영: 이한욱
사진: 이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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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o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2010-01-30 16:04
qsay11tem
기사 잘봄   
2007-08-10 09:22
kpop20
잘 읽었어요   
2007-05-27 03:20
ldk209
한국 영화계가 뒤늦게 발견한 보물...   
2006-12-30 07:44
sweetybug
염정화 예쁘긴 예쁘죠..ㅋㅋ 성격좋은것 같애요   
2005-02-16 13:37
l62362
오락프로에선 굉장히 도도하고 차가워보였는데.. 범죄의재구성, 장화홍련, 여선생여제자를보고나선.. 연기를위해선 참 자신만의 다양한색깔을 스스럼없이보여주는구나하는생각이들었어요.. 앞으로도 좋은활동부탁할게요   
2005-02-11 21:40
ffoy
염정아,,, 이제야 그 빛을 발한다... 그녀에게도 한 때 반짝스타일거라는 평이 많았지만, 이제는 달라진 듯;;;   
2005-02-10 10:47
cko27
난. 염정아 눈빛 따라갈 여배우는 없다고 생각한다.ㅎㅎ   
2005-02-0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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