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추석 시즌에 선보이는, 비범한 비주얼로 호평을 받았던 <비독>의 피토프 감독이 연출한 <캣우먼>은 그러한 세간의 평가를 잘 드러낸다. 자신의 태생인 2차원의 <배트맨> 코믹스를 박차고 3차원의 스크린으로 운신의 폭을 넓힌 할리 베리의 <캣우먼>은, 미셀 파이퍼가 <배트맨2>에서 선보인 그것보다 여성 전사로서의 파워는 비슷할망정 육감적인 관능미에서는 선배를 능가한다. 다시 말해, 깜장 복장의 옷감을 줄이고 그 여백을 할리 베리의 도드라진 맨살로 대신했다는 거다. 뇌쇄적인 의상을 걸치고 거리와 옥상을 고양이처럼 나다니는 아찔한 자태 역시 할리 베리의 육체를 기능적으로 활용하며 과시한다. 물론, 외양뿐만 아니라 요번 캣우먼은 기왕의 캐릭터와 달리 호적등본부터 시작해 여러 모로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다.
표독스런 부잣집 사모님으로 분한 세기의 섹스 심볼 샤론 스톤이 캣우먼의 호적수로 등장해 더더욱 호기심을 부추기고 있는 <캣우먼>의 개봉에 앞서 영화의 헤로인 할리 베리의 인터뷰를 싣는다.
자신감요. 그리고 섹시하고 파워풀하고 뭐 그런 느낌. 어떤 면에선 제가 바라고 되고 싶던 캐릭터의 느낌이죠.
이번 영화 준비 기간은 어느 정도나 됐나요?
한... 8개월 정도요, 지난 6월에 트레이닝을 시작했죠. 의상이나 헤어 디자인, 격투 장면을 위한 트레이닝요. 그 때부터 브라질식 무술도 배우기 시작했고요.
브라질식 무술은 어떻던가요?
그렇게 힘든 건 생전 처음이었어요. 모든 무술인들을 존경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정말 체력을 많이 요하는 운동이거든요. 터프하기 이루 말 할 수 없죠. 꽤 오래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단순히 아름다운 예술 형태라고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보다 더 심오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나저나 고양이 연구를 많이 했을 텐데.
물론요, 비디오를 수도 없이 봤죠. '안 플리쳐'라는 고양이 전문가가 따로 있었는데, 이번 경험이 그녀에겐 또 다른 경력이 될 만큼 저희와 함께 수없이 연구하고 작업했어요.
역할 중에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요?
아마 체력이었을 거예요. 거의 매일 촬영했는데... 격투 장면도 심심찮게 있고 격투 장면이 아닌 경우에도 꽤 힘든 작업이 많았거든요. 하루 14시간 혹은 16시간 동안 힘든 역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 스탭들에겐 고역이었죠. 거의 중노동이었어요.
<비독>을 연출한 바 있는 피토프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어요?
특수 효과 부분에 전문인 감독이라 이번 영화에 아주 적합했죠. 영화를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머릿속에 그린 걸 보고 대번에 뭔가 다른 사람이다, 라는 걸 알았어요. 처음 맡은 큰 영화이니만큼 지켜야 할 기한도 많고, 매일 매일 어깨에 지워진 짐이 꽤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텐데 한 번도 언성을 높이거나 하지 않았어요. 존경스러울 정도였죠.
캣우먼이 섹시함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의상을 보세요, 섹시함이 묻어나지 않나요?
그렇다면 의상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제가 처음에 봤던 거랑은 조금 다르지만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지난날의 의상들하곤 달랐거든요. 21세기 캣우먼을 상징하는 의상인 만큼 뭔가 특별한 게 마음에 들었죠. 보이는 게 달라야 뭔가 다르지 않겠어요? 예전이랑 똑같은 의상을 입을 순 없으니까요. 요즘 세대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에 맞춰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의상 덕택에 힘도 많이 얻고 무척 활동하기 편했고요. 싸우는 장면을 많이 찍었는데 움직이기 굉장히 편하더라고요. 진짜 고양이처럼요. 특히나 고양이 발톱 설정이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의상 담당자가 고안해 낸 건데 너무 맘에 들어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 채찍을 너무 좋아했어요. 제대로 하는 게 결코 쉽지만은 않지만 한 번 해보면 굉장히 섹시하단 점을 알게 될 거예요. 저절로 힘이 넘쳐 나게 되죠. 캣우먼 역할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시면 돼요.
두 배역을 동시에 바꿔가면서 연기했는데 많이 힘들었죠.
당연, 힘들었죠. 하지만 여배우로서 한 번 도전해 볼만한 연기였어요. 누군가 보면 '눈요기 거리'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 만만찮은 작업이었거든요. 한 영화 속에서 세 가지 캐릭터를 하나하나 제대로 표현해 그려냈어야 하니, 가끔은 내가 누구 대사를 하고 있나 헷갈릴 정도였죠. 어쨌든, 각 캐릭터의 특징을 제대로 묘사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그렇다면 이번 영화 촬영 중 재밌었던 기억도 있을 텐데요.
물론, 있죠. 전 이번 영화 찍기 전엔 한 번도 고양이를 키워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집으로 데려가 길러봤죠. 아주 이해하기 어려운 상대던데요. 개들은 무조건 아무나 잘 따르는 편인데, 고양인 좀 다르더라고요. 이번 영화를 통해서 고양이의 삶의 일부가 되어 본다는 것이 가장 즐거웠던 점인 것 같아요.
당신이 생각하기에 이번 버전의 <캣우먼>을 관객들이 어떻게 평가할 거 같나요?
제 생각에 요즘 관객들은 너무 고급스러워서 뭔가 특별한, 그러니까 본인들이 그 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걸 보길 원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지금까지 멋진 특수 효과를 지닌 훌륭한 영화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에 이젠 조금 다르면서도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할 때 인 거죠. 이 영화에선 그런 점이 몇 가지 있어요. 전혀 새로운 내용을 재창조했다는 게 아니라 옛 이야기를 새롭게 전달하는 방식을 찾았다고나 할까...
간략하게나마 영화에 대해 한 멘트 날려주시죠.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영화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제가 앞서 말했던 것처럼 21세기형 버전이라서 인물 설정이 완전히 새롭죠. 좀 더 현실성 있어요. 등장 도시도 실제 미국 어딘가에 있을 법한 도시처럼 그려졌고요. 여성들에게 힘을 불어주는 영화인 동시에 성인 남자들이나 꼬마 아이들에게도 꽤나 환영받을 만한 영화죠. 제일 매력적인 점은 감수성이 뛰어나고 여리다 늘상 판단하는 여성에게도 궁지에 몰릴 때는 또 다른 모습이 존재한다는 걸, 다시 말해 돌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인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고 싶은데, 할리 베리 당신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감이 더 생기고, 여성스러운 면이 더 부각되는 것 같아요.
배우니까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캐릭터에 따른 연기에 따라 느껴주시는 것 같은데 저로선 고마울 따름이죠. 그리고 자신감이 점점 더 붙는다는 말은 저 역시 동감하는 부분이에요. 살면서 겪게 되는 많은 경험들로부터 교훈을 얻다보니 그만큼 어떤 일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이 점점 더 강해진다는 말이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선 다소 관심이 적어지고,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믿게 된다는 것 같아요.
제공: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