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복 차림으로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그의 모습이 인터뷰이의 시선에 포착되는 순간, 적잖이 놀랠 수밖에 없었다. 핏기 없는 얼굴에 너무나도 해쑥해진 외양이 상당히 생경하게 와 닿은 것도 그렇지만 그의 얼굴엔 피로가 층층이 누적돼 있고 왠지 모르게 수심이 가득해 보였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대로 영화 촬영으로 인한 육체의 노곤함이 아직 싹 가시지 않은 탓도 있었고, 서울 근교로 이사한 집의 정리를 하고 오느라 좀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는 예상외의 일이 겹친 사연도 있었다.

<결혼은 미친짓이다>에 이어 수 년 만에 차기작으로 선택한 미스테리 감성 스릴러 <거미숲>의 주인공 감우성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잃어버린 기억을 다시금 되찾고자 신비스럽지만 치명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거미숲’으로 흘러들어 가 끔찍한 진실과 맞닥뜨린 후 힘겹게 그 곳을 헤어 나온 강민 캐릭터처럼 배우 감우성은, 테이블에 앉아 지난날의 이야기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줬다.

그나저나 과장의 또는 엄살의 쇼맨쉽이 없는 배우가 더욱 매력적으로 대중에게 다가오는 시대이기는 하지만 배우 감우성은 분명 그 이상이었다. 마냥 ‘좋은 게 좋은 거’ 이기 마련인 매체와의 인터뷰 속에서도 순간 아연한 긴장감이 돌 정도로 때로는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통상적인 생각으로는, 좀 예민하다 할 수 있겠지만 그의 말마따나 배우는 ‘예민한 감성’이 요구되는 직업의 하나이다. 결국, 영화를 산업적인 측면에서 바라봤을 땐 안전함 속에 놓여 있는 여타 배우들의 솔직함이 미덕으로 자리하지만 문화적 측면에서는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는 감우성과 같은 배우들의 솔직함이 미덕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무지하게 수척해 보인다.
한 10kg 이상 빠졌다. 영화 두 편 찍으면서....그리고 지금 서울 근교로 이사 간 집, 정리 좀 하고 오느라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수염은?
<거미숲> 말고 다른 영화 보충 촬영분이 남아서 본의 아니게 면도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해외 로케 촬영 끝내고 삼주 째 집에서 몸보신 하며 쉬고 있다.

솔직히 인터뷰 한다고 해도 어떤 긴장감보다는 그냥 담담할 거 같다. 그 밥에 그 나물인 으레 적인 언론의 질문도 그렇고 침착해 보이는 외양도 한몫 거들고 있고.
잘 즐겨하지도 않고 많이 하지도 않고, 방송출연도 연기 외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프로에는 출연하지 않는 편이라 그럴 거다.

딱히 선호하는 인터뷰 장소가 있는지 궁금하다. 뭐 살맛나는 고기 집에서 술 마시며 진행하는 삼겹살 테러 인터뷰라든가, 실내를 벗어난 한적한 야외도 좋고, 뭐. 제작사무실도 있겠고 말이다.
소주 한잔 하면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5월에 열린 칸 영화제에서 마켓 시사를 통해 영화가 처음 공개 됐다 들었다. 그때 그곳에 갔었는지? 그리고 영화는 봤는지?
그때 캄보디아에서 다른 영화 촬영 중이라 참석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영화의 완성본은 나 역시 아직 보지 못한 상태다.

칸에서 날라 온 정보에 의하면 미스테리 얼개 속에서 멜로를 다루고 있는 <거미숲>은 관습화된 장르 안에서 그 장르를 허무는 예상치 못한 측면이 적잖이 있다고 하더라.
보면 알겠지만 이 영화의 형식은 미스테리 스릴러라 규정돼 있다. 그러나 나는 한 남자의 기구한 사연을 다룬 ‘휴먼 드라마’ 뭐 이런 느낌으로 인물에 접근했다. 결국, 미스테리 부분이야 연출 몫이고, 그 외의 예상치 못한 부분은 휴먼드라마적인 내용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보통 <거미숲>에 대한 생각은 두 가지로 나뉘더라. <살인의 추억>처럼 대중과 평단을 다 아우르며 잘 짜여진 웰 메이드 영화가 될 것이라고 호언하는 부류 그리고 자의식이 강한 작품을 그간 해온 송일곤 감독의 이력을 비추어보자면 작심하고 상업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는 부류.
촬영을 하면서 내 자신도 그렇고 연출을 하는 분들도 그렇고 어떤 특정부분에 얽매여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고 했다. 독특한 색책을 가진 느낌도 있고, 상업적인 코드도 있고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는.... 두 가지의 장점이 잘 섞인 작품이라 보는데 결과는 열어봐야 알 거 같다. 다만, 관객 서비스용 영화는 아닐 것이라 본다. 분명 나름대로 만족감도 있지만 냉정한 평가는 어차피 관객들이 하는 거니까 예측하기 힘들다.

한 조사에 의하면 사자보다 거미가 더 무섭다고 할 정도로 인간인 우리에겐 거미는 찝찝함과 사악한 뭐 그런 정도로 인식돼 있다. 사실 득이 되는 면이 많음에도 말이다. 개인적으로 거미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시각적으로 그다지 어떤 흉한 그런 느낌은 없다. 물론, 익숙지 않은 길을 가다가 가끔 얼굴에 거미줄이 걸릴 때는 불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사실 그건 거미의 밥줄 아니냐?? 특별히 거미에 대한 안 좋은 느낌은 없다. 할리우드에서 너무 과장되게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거미를 그려서 그렇지 사실은 굉장히 조용한 동물이라 생각한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거미는 매우 슬픈 운명에 다름 아니다. 영화에서는 기억되지 않은 영혼들이 머무는 곳을 <거미숲>이라 설정했고. 송일곤 감독의 말대로 그리스 신화와 어느 정도는 연관이 있는 거 같다. <거미숲>이라는 영화제목을 처음 맞대면했을 때 그 느낌을 듣고싶다.
일단, 감독이 영화에 대한 설명을 해줬고 그런 후 원작소설을 나에게 보라며 책 한권을 건네줬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죄와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가 처한 심리적인 상황. 원작에 거미에 대한 이야기가 두 번 나오는데. 말하자면 영혼에 대한 그 무엇을 거미를 빌려 표현한 부분이 있다. 그런 것들을 모티브로 삼아서 어떤 색채를 입힌 거 같다. 그러한 고전문학이 영화의 토대라 그런지 어떤 상상력을 요구하는 깊이감 있는 영화가 된 거 같다.

그리고 사실 ‘거미숲’이라는 모호한 제목만 봐서는 그 무엇도 상상할 수 없었다. 원작소설을 읽으며 조금씩 뭔가 와 닿았다. 그 느낌을 색채로 애기하자면
진보랏빛 색깔. 저녁에 비가 오는 거리를 걷다 들어간 집에 창문 하나 없이 테이블만 하나 있고, 벽지는 진보랏빛이고 거기서 불랙커피를 마시는 느낌정도.........

잃어버린 기억을 되짚어가며 종국에는 끔찍한 그 무엇과 대면하게 되는 인물이 강민 캐릭터다. 보편적인 근심 외에는 늘 밝은 모습으로 일관했던 종래의 역할과는 사뭇 다르다. 강민으로 분해 촬영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배우의 입장에서 볼 때 일이 수월하고 편해서는 자신에게도 발전이 없고 관객에게도 만족감을 줄 수 없다. 늘 긴장감을 갖고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찾으며 만들어 가야 한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내 능력의 토대를 가지고 익숙지 않은 장르를 오히려 즐기는 편이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감독이 참고하라고 권한 영화나 자신 스스로 도움을 받은 작품이 있다면?
영화의 특성상 인물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특별한 설정은 없었다. 내가 맡은 인물도 개인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인물이라기보다는 사건에 연루돼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얽매여 있는 캐릭터다. 결국, 사건 진행 위주의 영화이다 보니 그때그때 필요한 어떤 감정들을 찾는데 주력했다. 그렇기 때문에 강민 캐릭터에 접근하면서 기존의 영화를 참고하거나 인위적으로 배역을 만들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많은 상상에만 의존했다.

보도 자료를 보면 ‘미스테리 감성 스릴러’ 라 영화를 명명해 놨다. 그렇다면 감우성씨 자신은 <거미숲>을 어떤 영화라 생각하나?
아까도 언급했지만, 기구한 운명에 처해있는 한 남자의 휴먼드라마라 본다. 그걸 표현하는 게 나의 몫이고 관객의 시선을 자극하기보다는 그 인물의 심리적 변화를 관객이 쫒아오게끔 하는 영화라 생각한다.

촬영을 끝낸 후 자신이 생각한 영화와 막상 영화를 보니 어긋난 부분이 있었을 거다.
불만스런 점이 없을 수는 없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상상에 의존해 생각했던 장면들과 실제로 찍고 나서 본 장면들을 비교하면 조금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더러 있긴 하다. 하지만 대본자체가 워낙 두꺼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러 신들을 들어내야만 하는 고충이 있었다. 할당된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하니까.

송일곤 감독과 연배가 동감이라 들었다. 두 분 다 그리 말수가 많을 거 같지는 없고 영화의 분위기 또한 무거운 그 무엇이 음산하게 나지막이 깔리는 뭐 그런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촬영장 분위기가 꽤나 진중하면서도 정적이었을 거 같다.
촬영장 분위기가 유쾌해서만은 안 되는 분위기고 작품의 색깔을 놓치기 않기 위해 서로가 긴장감을 가지고 일하다보니 좀 엄숙한 분위기가 많긴 했다. 하지만 송 감독이나 나나 말수가 적은 사람은 아니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대화를 나누고 서로가 교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 중에는 침이 마르도록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나누곤 했다.

그렇다면 의견 충돌도 당연 있었겠다.
더 나은 작품을 만들려면 당연 있을 수밖에 없다. 처음 만나 작업하는데 손발의 호흡이 백프로 딱딱 맞는다? 글쎄 그게 정말 가능할지 모르겠다.

<결혼은 미친짓이다>에서 엄정화는 솔직함이 도에 넘칠 만큼 쿨하고 발랄한 성격의 캐릭터였다. 반면에 <거미숲>의 상대역인 1인 2역의 서정은 밖으로 드러나는 게 거의 없는 미스테리한 여인이다. 상대역인 서정과의 작업이 궁금하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작업을 하는데 거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간 접촉을 해온 여느 배우들보다 상당히 열정적인 아가씨였고 일에 임하는 자세가 순수했다. 그 순수함이 가끔 지나친 끼로 비칠 때도 있었지만 그건 분명히 보통의 배우들에겐 없는 열정에 다름 아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여자라기보다는 예술을 하고 있는 배우 같았다.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에는 시나리오 감독 상대배우 등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최상위로 치는 조건은 무엇인가?
결과야 어떻든 이 영화를 선택한 거에 후회하지 않고, 내가 사는 삶에 의미가 있는 영화인가 생각한다. 주제의식을 느낄 수 없고 대본을 만든 이유가 그다지 잘 와 닿지 않는 작품의 연기는 하기 어렵다.

배우들을 인터뷰 하다 보니 의리, 정 때문에들 본의 아니게 출연하게 된 경우가 종종 있더라. 이러한 가족주의 온정주의 출연에 대해 어떠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는가
나에 대해 잘 알고 나 역시 잘 아는 사람과 그러니까 내 능력을 최대치로 뽑아낼 수 있는 사람과는 얼마든지 일하고 싶다. 서로의 능력을 필요로 하고 교류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다분히 친분이 두텁다는 이유만으로 의기투합해 작품에 임하는 건 반대다.

동양화를 전공했다고 들었다. 영화작업을 하면서 겹치는 피로나 스트레스는 그림을 통해 해소하나?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
예전엔 낚시를 많이 다녔다. 지금부터는 서울 근교로 이사해간 집 마당에 소일거리 삼아 야채 채소를 심으며 지낼까 한다. 전에 아파트 오피스 생활을 많이 했는데 갇혀 있는 느낌이 컸다. 어쨌든, 이사 간 집 앞에 낚시터도 있고 나름대로 최대한 정서적 안정을 취하며 지내려고 한다.

두 편의 영화를 마치고 아니 <알포인트>까지 세 편의 영화를 마친 상태인데 첫 영화를 마쳤을 때와는 여러 가지로 소회가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처음은 데뷔작 신고를 하는 입장이라 여러 가지로 판단할 능력이 없었다. 오로지 그냥 연기에 대한 욕이나 안 먹었으며 좋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연기에만 주력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전반적인 제작과정이나 개봉하기까지의 여러 과정을 신경 쓴다. 그래서 <결혼은 미친짓이다>때보다는 부담감이 많다.
전에는 관객의 얼굴이 안 보였는데 지금은 관객의 얼굴 하나하나가 보이는 심정이다.

영화로서는 <거미숲>이 두 번째 작품이다. 앞으로 TV보다는 영화에 주력할 예정인가....
TV를 안 한지 1년 반이 넘었는데 고맙게도 지금까지 섭외가 들어온다. <24시간> 등 케이블 방송의 시리즈를 보면 영화 못지않게 재밌는 작품이 많더라.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 출연할 예정이다.

한 편의 영화밖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감우성이라는 배우를 떠올리면 “시나리오를 고르는 안목이 뛰어나다. 최소한 본전 생각은 안 들 만큼 괜찮은 영화일 것이다.” 라는 생각이 대번 든다. 대중과 평단을 동시에 껴안은 <결혼은 미친짓이다>의 성공적이라 할 수 있는 스크린 데뷔와 자신의 모습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 측면이 적잖이 작용했다 본다.
ㅎㅎㅎ 저의 작전이 먹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봐주고 생각해준다면 사실은 그 이상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하지만 믿음을 줄 만큼 영화를 아직 많이 하지 않아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어쨌든, 요새는 모든 관객들이 평론가 못지않은 눈을 가지고 있어 절대 어설프게 만들어서는 속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관객의 만족감을 충족할 수 있는 시나리오와 작품을 찾다보니 많은 영화에 출연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

개인적으로 어떤 형식으로 영화매체에 기사가 나갈 때 이건 정말 너무한다는 식의 감정이 드나...
글쎄다. 뭐 언론사 기자들의 입장도 이해한다. 모든 배우들의 심리를 백프로 읽고 그대로 전달해 주기가 굉장히 어려우니까. 그러다보니 다소 형식적인 인터뷰가 되는 경우가 있는 거 같다. 그러나 나의 의견이 축소되거나 왜곡될 때, 기사의 타이틀이 전혀 생각지 못한 선정적인 타이틀일 때 상실감이 크다. 그래서 그런 매체와는 인터뷰를 안 하려고 한다.

그간 해왔던 캐릭터를 보면 주로 다정다감한 멜로드라마의 남주인공 이미지였다. 허나, 개인적으로 <거미숲>이나 <알포인트>처럼 어두운 면이 부각되는 역할이 꽤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프라이멀 피어>의 에드워드 노튼처럼 다중 인격을 가진 캐릭터도 멋지게 소화해낼 거 같고.....꼭 한번쯤 몸을 던지며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염두에 뒀던 캐릭터를 이번에 한 거다. 물론, 최상의 만족을 끌어내지 못했고, 관객이 어떻게 봐줄지도 모르겠지만 전부터 기대했던 부류의 영화들을 한 건 맞다. 앞으로도 장르는 둘째 치고, 연기자 입장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심도 깊은 영화라면 언제든지 열정을 가지고 할 예정이다. 특정한 캐릭터를 정해놓고 찾지는 않는다.

외양이야 부드럽고 지적이며 자상한 이미지지만 그 안에는 까다로우면서도 상당히 예민한 모습이 드리워져 있을 거 같다.
분장술이나 위장막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많은 정보를 노출하면 물론 당장이야 여러 가지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안 좋다고 본다.
그리고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사실 감성적인 측면의 예민함은 반드시 필요하다. 성격이 마냥 문안하고 편안하면 일 자체가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영화 작업 중 생각지 못한 코드를 찾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때가 많다. 따라서 예민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중들에게 이런 배우의 모습으로 만큼은 비치기 싫다..는 부분이 있을 거다.
나 역시 먹고는 살아야겠지만 돈을 위해서 연기를 하는 배우로 살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는 그렇다. 내가 원치 않는 작품을 생활의 이유로 출연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 없다. 그리고 장기적인 꿈은 좋은 영화 단 한편을 만나는 게 꿈이다. 그게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두 편도 아니고 한편이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그 영화가 나타날 때까지 열심히 할 것이다.

혹, 그 좋은 영화라는 게 상당한 수준에 다다른.....
아니다. 더도 말고 딱 관객의 시선 높이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절정의 부흥기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 영화의 최대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문제점이야 늘 안고 사는 거 같다. 처해 있는 환경자체가 한계가 있으니까. 우선, 스텝들의 처우 문제가 좀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 또, 제작시스템이 할리우드와 대적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고, 국가의 신뢰도나 인지도가 높은 수준도 아니고 ........그래서 국내영화를 띄워주는 거 이해하긴 하는데......다른 나라의 말 한마디에 너무 좋아하고 나빠하고 뭐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여하튼, 지금 상황에 만족한다. 자랑스럽다 한국영화가.

마지막으로 예비관객들에 한 마디 부탁드린다.
햇수로는 3년 만에 두 번째 영화를 찍었다. 올 여름 7월 23일 선보일 예정인데 많은 외국영화와 한국영화의 그 틈새에 껴서 개봉한다. 나름대로 여러분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내가 찍은 영화도 봐주고 냉정한 평가를 해주길 바란다.


취재: 서 대원 기자
촬영: 이 기성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