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치명적 유혹, 서정의 <거미숲> 제작일지
2004년 8월 31일 화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신비로우면서도 도발적인 분위기를 쉼 없이 밖으로 발산하는 서정은 무섭고 음습하지만 수많은 비밀을 품고 있을 거 같아 늘 기묘한 매혹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숲과 여러 모로 포개지는 구석이 많은 기이한 캐릭터의 배우다.

그러기에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에 그녀가 등장하는 것은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놀랄 만한 점이 있다면, 영화 속의 거미숲을 가로지르며 조용히 걸어 다니는 서정의 모습이 기대 이상으로 근사하게 하나의 풍광으로 눈에 밟힌다는 점이다. 성격이 배치되는 1인 2역으로 나온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일이지만...

이처럼 말보다는 몸짓과 표정으로 자신을 스크린에 드러낸 서정이 이번에는 이 자그마한 사이즈의 웹 공간에 ‘제작일지’ 라 명명된 글로써 또 다른 자신의 일부분을 본의 아니게 선보였다. 결론은?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와 닿겠지만 본 기자 개인적인 생각엔 서정이라는 배우, 호불호가 명확하고 귀여움과 애교가 그득그득 한 여자가 아닌가 싶다.

자, 그럼 직접 확인해보시길....


● 내 안의 또 다른 나, 첫 1인 2역 도전기.

나에겐 새로운 도전인 1인 2역! '강민'의 아내인 '은아'라는 사랑스러운 무용가와 사진관을 운영하는 신비한 여인 수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제일 처음 시작한 일은 전혀 다른 두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 가였다. 스탭들과 많은 회의를 거치면서, <디 아워스>의 니콜 키드만처럼 광대뼈나 덧니 등을 붙여볼까 하는 등 많은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특별한 분장보다는 이미지와 느낌으로 승부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결국은 의상과 가발, 그리고 분위기로 1인 2역을 소화하기로 했다. 그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두 인물이 확연히 다르게 보일 수 있을까 촬영을 하면서는 많이 걱정했는데, 촬영이 끝나고 영화를 본 후에는 오히려 사람들이 서정이 1인 2역을 했다는 것을 못 알아볼 정도였다. 이 정도면 서정의 연기 변신은 우선 성공인가? 여러분, 은아와 수인, 모두 서정 맞아요~~^^


● 서정, 무용가가 되다.

영화에서는 설정으로만 나오지만, 무용가인 은아의 '무용가의 몸'을 만들기 위해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발레 레슨을 받았다. 그 때 받았던 레슨을 계기로 지금은 발레에 푹 빠져있다. 발레는 건강과 몸매에도 좋지만, 인체를 읽어나가는 연기의 기초 훈련으로서 굉장히 도움이 된다.


● 나도 멜로 영화의 주인공

지금까지 내가 맡았던 역할들은 대부분 어딘지 모르게 독특한 인물들이 많았고, 대사보다는 눈빛과 행동, 분위기로 연기하는 것이 많았다. 특히 <섬>의 희진을 떠올린다면, 아무도 멜로의 달짝지근한 여주인공을 상상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거미숲>에서 드디어 짧지만 처음으로 환하게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여주인공이 되었다. 영화 속 중요한 단서로 등장하는 강민과 은아의 달콤한 신혼여행 사진 촬영이었다.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진행된 사진 촬영으로 우성오빠와 첫 호흡을 맞추는 날이었다.

그런데, 첫 촬영이 신혼여행의 닭살스러운 연기라니! 한껏 긴장을 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촬영은 우성 오빠의 너무도 자연스러운 상황 연출과 리드로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결혼도 아직 안 했는데, 어쩜 그렇게 잘 해요?" 라고 묻자, 우성 오빠 왈.

" 내가 이번이 벌써7번째 신혼여행이야. " 부드러운 이미지 덕분에 드라마에서 늘 신혼의 남편으로 출연해온 우성 오빠, 이번이 7번째 신혼여행이란다!

그래도 너무 자연스러운 우성 오빠가 의심스럽다가, 또 역시 부드러운 남자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과연 어떤 게 진실일까? ^^


● 감독님, 우리 감독님

드디어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공항에서 강민이 은아를 배웅하는 장면인데, 어려운 장면은 아니었지만 첫 촬영이라서 그런지 감독님과 감우성씨와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하는 날이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촬영이 진행되었다. 감독님은 젊은 나이에 비해 매우 지적이고 다른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폭이 깊다. 배우들에게 열린 마음을 갖고 의견을 듣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준다. 정말 영화에 대한, 또 같이 작업하는 배우에 대한 확신이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정말 열심히 해야겠구나 다시 한 번 다짐한다. 거미숲 파이팅! *^^*


● "태산이~~ 높다하되~~"

강민과 수인이 거미숲을 가기 위해 리프트를 타고 가는 장면. 계속 리프트를 타고 촬영을 하고, 한 바퀴를 돌고 다시 그 자리에 와서 촬영을 하는 연속이었다. 그렇게 리프트를 타고 공중에서 대롱대롱 앉아있는데, 처음에는 꼭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러기도 한 두 번이지, 수 십 번씩 리프트를 타고 있으려니 춥고 지루해진다. 그 때 갑자기 덜컹! 리프트가 멈추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무전기도 없는 상태에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그냥 그대로 몇 십분 동안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나중에는 무섭다기보다는 하염없이 기다리려니 지루해진다.

그 때 "태산이~~ 높다하되~~" 로 시작하는 창을 부르기 시작하는 우성 오빠. "인간은 이 넓디넓은 우주에 있어서 한 먼지에 불과해. 저길 봐봐~ 여기서 보면 다 그냥 점일 뿐이잖아. 근데 그 먼지가 뭘 아둥바둥하고 있는 건지.." "하지만, 그 먼지 같은 인간이 우주를 담을 수도 있으니.. 인간은 우주의 쓰레기이면서 또 우주의 영광이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선문답들인지, 그런데 그 때는 정말 하늘 위의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 사진관의 여인 되기!

신비한 연인 민수인은 사진관의 여주인이다. 그녀는 그냥 사진관의 여인으로 설정 된 것 뿐만 아니라, 강민의 증명사진도 찍어주고, 강민에게 사진 현상법을 가르쳐 주기도 해야 한다. 나는 유난히 뭔가 특별한 기술을 배워야만 하는 역할을 맡는 것 같다. <섬>의 희진 역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노 젓는 법을 배우는 일이었고, <거미숲>의 수인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사진 기술을 배워야만 했다.

증명사진을 찍기 위해 무거운 카메라를 다루는 법은 현장의 스틸 사진작가님께 직접 전수 받았고, 현상기를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협찬사에서 파견된 기술자분께 직접 전수를 받았다. 노 젓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사진기와 현상기를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은 훨씬 재미있었다. 두분의 특별 강습을 마치고, 촬영이 끝날 쯤에는 사진관의 여주인으로 완벽하게 사진기와 현상기 사용법을 마스터했다. 앞으로 멋진 사진이 필요하시면 서정에게 맡겨주세요. ^^


● 사진관 촬영

이 마을은 순천에서도 꽤 외곽에 위치한 마을로 아직까지 시골 냄새가 나는 마을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너무 순박해서 처음 촬영을 시작할 무렵부터 모든 마을 사람들이 다 나와서 구경을 하곤 했다. 그럼에도 그 사람들의 순박한 심성인지 영화에 대한 애정인지 현장에서는 너무나도 완벽한 협조가 잘 이루어졌다. 어느 정도 인가 하면, 어느 날 밤 촬영을 진행하고 있는데, 술이 거하게 취한 어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현장 옆에서 막 삿대질을 하면서 갑자기 부부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쩌리요. 아무리 말려도 멈출 줄을 모르고… 그때 촬영을 알리는 소리 "슛! 조용!" 그 순간, 술 취한 채로 삿대질을 하던 할아버지. 그 동작 그대로 꼼짝도 안 하시는 것이었다.

촬영이 길어지자, 계속 그대로 멈춰있던 손가락이 부르르 떨리면서도 말이다. 웃지 못할 광경이었다. 그러다. 잠시 후 다시 "컷!" 소리와 함께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삿대질을 마저 하시면서 싸움을 계속하시는 할아버지. 그렇게 순조로운 협조 속에서 진행된 촬영이 일주일을 넘어서서, 사진관 분량이 거의 끝날 무렵에는 마을 사람 모두가 거의 스텦 수준이 되셔서, '이거 동시녹음이죠?' '지금 프레임 인 되는 거예요?' 이런 질문들이 오고 갈 정도였다. 그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 마을의 그 묘한 분위기가 나오기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 신비로운 여인이 되는 것은 너무 힘들어~

수인이 영화 속 중요한 한 부분인 전설을 강민에게 얘기해주는 장면. 아주 사소한 움직임, 미묘한 표정까지도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장면이다. 롱테이크에 클로즈업 촬영이라 신경 써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섬세한 연출 스타일의 감독님은 이런 작은 것들 하나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나를 괴롭힌다.(?) "정이씨, 눈동자는 이쪽으로, 눈은 조금만 깜박이세요~" 대사는 또 얼마나 많은지. 계속 클로즈업으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감정 몰입뿐만 아니라 눈동자까지 신경 써야 하다니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얼마나 집중해서 촬영을 마쳤는지, 촬영이 끝나고 나니 온 몸에 힘이 쭉 빠졌다.

● 숲에서 명상, 웰빙이 따로 없네.

평소에 내 촬영 분량이 없을 때에도 촬영 현장에 나와서 천천히 걸어다니면서 분위기에 적응도 하고 명상도 하면서 그 느낌을 이어간다. 수인의 공간인 숲에서의 촬영은 특히 그랬다. 촬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내 촬영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감을 떨어뜨릴까 봐 더더욱 현장과 숲에 머물면서 느낌을 이어갔다. 혼자 숲을 거닐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게 저절로 도 닦는 기분이 든다. 숲에서 매서운 바람과 추위와 싸워야 하는 건 힘들지만, 숲의 기운이 저절로 내 몸에 들어오는 것 같다. 정말 웰빙이 따로 없다.

● 클라이맥스! 완벽한 교감


오늘 촬영은 영화의 거의 마지막 부분으로, 거미숲의 비밀과 마주한 강 민에게 수인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장면이다. 강 민과 수인의 긴밀한 감정들이 교감하는, 그리고 그 동안의 감정들이 폭발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이번 촬영에서 한 가지 배운 점은, 가슴 아픈 장면을 위해 계속 내 자신을 가슴 아픈 상태로 가두기만 할 필요는 없다는 것. 내 역할에 몰입하고, 또 상대 캐릭터와의 교감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으니까, 굉장히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연기가 되었다.

<섬> 경우에는 너무도 치열한 여자를 연기하다 보니, 촬영이 끝나도 계속 그 잔상이 남아, 한참 동안 너무나 힘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한 가지를 깨닫고 나니, <거미숲>의 수인 역시 만만치 않게 사연을 안고 있는 여자이지만, 그만큼 힘들지가 않았다. 또, 같이 연기한 우성 오빠의 도움도 컸다. 우성 오빠는 자신의 연기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신경 써준다. 카메라 앞에서 상대 배우와 소통했던 거에 대해서 정확하게 표현하고 자신감을 준다. 아, 정말 상대 배우를 잘 만났구나. 이렇게 또 한 사람을 알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멋진 프롤로그 완성!

드디어 마지막 촬영. 원래는 시나리오에는 없었던 장면인데, 감독님께서 촬영 중에 영감을 얻은 장면이다. 촬영이 없는 날 평상시에도 혼자 유유히 숲 속을 걸어 다니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으셨다나. 평소의 수양이 이렇게 진가를 발휘하는구나. ^^

거미숲의 모든 비밀을 가진 그녀, 수인이 숲 속에서 천천히 뒤돌아보는 장면. 영화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장면이다. 뒷모습에서 시작되어 천천히 돌아보는 표정에 모든 걸 담고 있어야 한다. 아, 그 때 늘 우리 촬영팀을 도와주던 날씨가 영화의 마지막 촬영인 것을 알았던 건지, 하늘에서 이 장면의 분위기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한 겨울의 칠흑 같은 숲의 밤.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 눈. 정말 그 자체로 너무나 멋진 그림이었다.

그 동안 숲에서 고통의 대상이었던 한겨울 바람은 마지막에 눈과 함께 아름다운 영상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그렇게 스탭들과 함께 모두 흡족한 마음으로 마지막 촬영을 멋지게 마무리 지었다.

"사진에서는 잘 표현이 안 됐지만, 영화에서 아름다운 영상을 확인해 보세요~"

10 )
qsay11tem
좋은 자료 탱큐   
2007-11-27 11:22
kpop20
1인 2역이군요   
2007-05-18 11:05
khjhero
ㅋ...이쁘다....   
2005-02-15 20:38
cat703
이 영화는 다중인격을 다룬 영화라기 보다는 왜곡으로 변화된 기억'에 초점을 둔 영화인 것 같습니다   
2005-02-13 22:03
soaring2
거미숲으로 별로 뜨지 못했던 배우같아요   
2005-02-13 14:10
moomsh
여배우들이 예쁘네요...이거 내가 남자니 어쩔수가..ㅋ   
2005-02-08 19:31
moomsh
알포인트 봐보세요..정말 괜찮음..ㅋㅋ   
2005-02-08 19:31
moomsh
감우성씨의 연기는 점점 좋아지는듯..ㅋ   
2005-02-08 19:30
1 | 2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