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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하소서” 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 서현우 배우
2024년 3월 8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무빙> <최악의 악> <킬러들의 쇼핑몰>까지 연이어 화제작을 내놓고 있는 디즈니+다. 킬러라는 직업군을 내세운 색다른 액션 스릴러 <킬러들의 쇼핑몰>은 1화부터 예측하기 힘든 상황과 전개로 시청자의 시선을 강탈하는 데 성공했다. 초반의 높은 몰입감과 흡인력의 일등공신은 프리랜서 킬러 ‘성조’로 분한 서현우다. 긴 코트와 장발을 펄럭이며 친근한 사투리로 ‘성불하라’는 염불과 함께 상대를 도끼로 내리찍는 무자비함! 와중에 야만스럽게 번쩍이는 금니까지! 파격적인 스타일링으로 독특한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한 서현우를 만났다. 무지막지한 살육과 유머러스한 위트, 간극이 큰 두 질감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한다.

시청자 입장에서 본 <킬러들의 쇼핑몰>은 어떻든가?
한 회 한 회 풀릴 때마다 가슴 조이며 봤었다. 전 편 모두 공개된 후에는 한 번에 몰아 다시 봤는데 한 편의 영화 같더라. 몰아보기의 쾌감이 크니 추천드린다. 텍스트로 읽을 때보다 너무 잘 나와서 만족스럽다. 다만 어디까지나 연기이니 ‘성조’를 너무 미워하지는 마셨으면 한다. (웃음) 그가 진지함과 위트를 어떻게 오가는지 집중해 보시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다.

성조가 매번 하는 ‘성불하소서’ 대사는 그가 자행하는 무자비한 폭력과 대비되는 한편 잔인성을 더욱 부각하기도 한다. 이 말에 담긴 의도는 무얼까.
성조를 상징하는 대사가 아닌가 한다. 1화에서 (자기편인) 봉고차 기사가 죽자, 그가 먹던 호두과자를 빼앗아 먹으며 성불하라고 하는데 이때 사실 제정신인가 싶었지만! (웃음) 네 편이든 내 편이든 상관없이 어느새 몸에 배어 습관이 된 의식인 거지. 아마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 자신이 지옥에 갈 거라는 무의식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무언가를 내려놓은 듯한 자조적인, 고독한 느낌을 받았다.

극 초반, 집 안에 있는 ‘정지안’(김혜준)을 노리는 스나이퍼로 맹활약했는데 어떻게 준비했나. 클로즈업이 많아 디테일한 연기가 관건이겠더라.
스나이퍼는 (적을) 홀로 관찰하고 제압해야 하는 외로운 포지션이다. 언급한 그 장면을 찍을 때, 지안과 그 집안 그러니까 상대 쪽은 아직 찍기 전이라 모두 상상으로 연기했었다. 눈이 과녁에서 1cm만 옮겨도 목표물 타격에 있어 실제로 100m 이상의 차이가 있다고 해서 시선 처리 등을 고민했었다. 과녁을 통해 눈동자 하나로 표현하는 건 어려웠지만, 다행히 정교하게 잘 해낸 것 같다. 또 총에 성조만의 장식 혹은 스티커 같은 걸 붙이려고 하다가, 전문가분이 조언하기를, 빛 반사가 있을 수 있고 실제 프로는 자기를 특정할 무언가를 배제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꾸미지 않았다.

저격총이 아닌 도끼를 휘두르는 것도 능하더라. ‘성불하소서’ 하며 도끼로 내리찍는데 소름 돋았다.
도끼는 일격필살 하는 스나이퍼의 기질과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촬영 3개월 전부터 액션스쿨에서 연습했는데 동작이나 자세뿐만 아니라 실탄 사격도 많이 했었다. 영화 <유체이탈자>(2020)를 준비하며 호되게 트레이닝했던 게 많이 도움됐다.

장발에 긴 코트 자락 휘날리는 스나이퍼, 그야말로 시선 강탈이다! 파격적인 스타일링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건가.
원래부터 장발이라는 설정이었는데, 처음이라 그 모습이 그려지지 않아 고민하다가 감독님과 분장팀을 믿고 가기로 했다. 전체 가발로 할지, 반만 가발로 할지 또 붙임 머리 등을 활용할지 여러 시도를 한 끝에 지금 같은 성조가 탄생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주변에서 다들 잘 어울린다고 하셔서 나만 익숙해지면 되겠더라. 가발도 그렇지만, 아래 금니도 시행착오 끝에 결정한 거였다. 금니로 야만적인 느낌을 살리려 했는데, 막상 보철을 끼니 발음이 묘하게 새는 거다. 비주얼과 발음 사이에 고민하다가 발음이 샐 때의 묘한 질감이 성조와 어울려서 살리기로 했다. 코트 역시 색감과 질감에 엄청 신경 쓴 거다. 스나이퍼 특성상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은 살도록 고려했다.

성조의 캐릭터성을 완성하는 데 사투리를 빼놓을 수 없다. 전라도 사투리가 낯설지 않던가.
부산에서 태어나 통영, 창원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베이스가 경상도인 건 맞지만, 사투리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열어 두셨다. 각본상엔 전라도 사투리지만, 벅차면 경상도 사투리를 써도 된다고 하셨었다. 모험하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직진하되 좀더 순화한 전라도 사투리로 가져갔다. 약간 표준어와 섞인 듯한 톤으로 말이다. 특히 어린 지안을 대할 때 무언가 친근하고 삼촌 같은 말투를 하다 보니 좀 더 늘어지고 부드러운 묘한 말씨가 되더라. 이렇듯 전통 사투리를 고수하기보다 상대역에 따라 강도를 달리하려고 노력했다.

성조는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는 절대 악인 같은 면모가 있는데 그 기저에 깔린 정서는 무엇일까.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나.
혈혈단신 고아라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성조에게 있어 용병 팀은 정말 가족 같은 존재였을 거로 생각했다. 용병팀과 그 일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고, 특히 생존이 지상과제였을 거다. 그러니까 생존하기 위해서라면 ‘정진만’(이동욱)이든 ‘베일’(조한선)이든 그 어느 편도 가능할 터이고,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비록 같은 편이라도 처리할 수 있는 거지.

성조가 시계, 반지, 너클 등 같은 전리품에 집착하는 모습도 특이하다.
이는 ‘성불하소서’라는 말처럼 자기도 모르게 형성된 습관이 아닐까 한다. 탐욕스러운 인물이지만, 나름의 철학이 있다면 현찰(돈)보다는 물건을 탐하고 이러한 전리품을 수집함으로써 공허함을 채우는 것이 아닐까. 이런 성향 때문에 발목잡히기도 하고 말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악인이지만, 인간냄새 풍기는 인물이기도 한데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며 가장 신경 쓴 지점은.
감독님이 말씀하신 부분은 ‘왔다 갔다를 정말 잘해야 한다’는 거였다. 무지막지한 살육과 유머러스한 위트, 이 간극이 큰 두 질감 사이의 밸런스였다. 갑자기 개그를 치게 되면 진지하게 무게를 잡아야 하는 순간 힘이 실리지 않으니 그 조율이 관건이었다. 성조의 대사 중 ‘회사에 있을 때가 좋았다. 자영업자가 되니 힘들다’는 말처럼, 킬러들도 그들만의 리그가 있고 삶이 있으니 이런 현실감을 살리고자 했다.

대립각을 세운 ‘정진만’, 이동욱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선배님은 내가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본 분이라 (내게는) 말 그대로 프로 배우다. 냉철하고 차가운 뱀파이어 같은 느낌의 정진만에서 컷하는 순간 다정하게 고생했다고 말씀하는, 뜨겁고 차가운 느낌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분이다. 첫 촬영이 정진만이 베일의 옷을 태우는 장면이었는데 바람 곁에 (동욱 형의)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걸 보면서 되게 신기하더라. ‘아 형이랑 연기하고 있구나’ 하고 비로소 실감이 났던 것 같다.

어느새 후배도 많아질 연차가 됐는데 스스로 어떤 선배라고 생각하는지.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 보면, 한예종 시절에 후배들이 장난삼아 ‘박사님, 서 박사님’ 이렇게 불렀었다. (웃음) 메모 등 늘 뭔가를 쓰고 있어 후배들이 뭘 그렇게 쓰냐고 물을 정도였다. 연기를 어딘가 학문적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가볍게 질문해도 심각하게 ‘앉아 봐’ 해서 박사라 했었다.

성조같이 임팩트가 세고 어딘지 비현실적인 캐릭터에 몰두하다가 현실로 복귀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웃음)
어느 작품이든 일부러 빠져나오기 위한 시간을 따로 갖지는 않는다. 슛이 끝나는 순간 그 역할에서 나오려 하고 이렇게 되도록 계속 훈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몰입’이라는 단어가 아닌 ‘집중’이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몰입은 너무 큰 영역이고, 과몰입하면 사고가 날 수 있거든. 감정적으로 너무 올라오면 실제 행동과 이어질 수 있어서 강렬한 씬일수록 자기 객관화를 시키고, 컷하면 순간 올라왔던 감정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한다. 예전 연극하던 시절, 무대에서 과몰입하는 스타일로 내 딴에는 폭발적인 감정의 표출이라고 생각했는데 연출자나 스탭들로부터 과하다는 피드백을 받곤 했었다. 그 후 어떻게 하면 작가의 의도대로, 연출가의 세계관에 맞게 절묘하게 표현할지 그 고민을 계속했던 것 같다. 끊임없이 시도하며 나름대로 찾은 답이 몰입보다는 집중이다.

글로벌 OTT 플랫폼인 디즈니+의 2024년 첫 작품인데, 해외에서 반응이 좋다. 인기가 체감되든가.
새해의 포문을 열지 몰랐지만, 걱정보다는 설렘이 더 컸었다. 이런 유니크한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 기쁘고, 해외 팬도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한 해외 팬이 (지안의 부모가 죽은 횟차에서) 한글로 ‘당신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댓글을 다셨더라. 작품을 그만큼 사랑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글로벌 스타에 기대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라, 잠시 미뤘던 영어 스터디 모임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웃음) OTT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 되다니, 배우를 꿈꾸던 예전과는 너무나 달라진 환경이요, 재미난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연극무대부터 글로벌 OTT 플랫폼까지 매체를 넘나들며 성장해 왔는데 스스로 돌아본다면, 지금 어디쯤 와 있다고 생각하나.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그 지점을 찍을 수는 없지만, 그래프를 그린다면 아주 조금씩 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한 스텝 한 스텝 전진하는 중인 것 같다. 가끔은 그래프가 급상승하길 기대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급하강하는 걸 우려한 때도 있지만, 중요한 건 전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느 작품이든 오픈할 때 갖게 되는 설렘과 기대감을 잘 컨트롤해 너무 흔들리지 않으려 한다. 오래 오래 아주 멀리까지 연기하고 싶거든. 나중에 돌이켜 볼 때 내가 해온 작업이 촘촘하게 잘 쌓여온 탑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 일비일희보다 평정심을 가지려 노력한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24년 3월 8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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