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정진만’(이동욱)이 죽었다. ‘정지안’(김혜준)은 하나밖에 없는 혈육인 삼촌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 그런데 그의 죽음 이후 더욱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진다. 삼촌이 킬러를 위한 쇼핑몰 ‘마더헬프’ 운영자였다니! 게다가 저격에 드론까지, 온갖 킬러들이 한자리에 드글드글하게 모여 ‘지안’을 노리며 죽자고 달려든다! 흥미로운 설정과 빠른 전개로 단숨에 시청자를 사로잡은 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 주인공 ‘지안’으로 분해 이야기를 견인해 나간 김혜준을 만났다. 츤데레 끝판 왕인 삼촌 이동욱 배우와 성장 중인 츤데레인 자신, 시니컬하면서 따뜻한 면이 닮았다고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다. 종영 소감은.
내가 출연했지만,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매주 열심히 챙겨봐서 끝나니 아쉽다. 이제 종영까지 했으니 보내줘야 하는데 조금 미련이 남기도 한다. (웃음) 작품에 호평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크게 상처받을 혹평은 없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시청자들이 호평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작품의 매력 포인트를 꼽는다면.
일단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킬러를 대상으로 한 쇼핑몰이라는 소재가 새로운 것 같다. 또 주인공인 삼촌 ‘정진만’이 죽으면서 시작하기 때문에 회상으로만 나오는 점이 캐릭터를 향한 연민과 애정, 그리고 호감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한다. 개인적으로 지안의 성장 서사가 무엇보다 좋았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 전개 방식이 매력적이라 느꼈다.
이런 멋진 작품을 제안받고 어땠나.
드라마 <구경이>를 끝낸 직후에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당시는 살인 같은 장르물은 피하고 싶은 마음에 처음에는 고사했었다. 몇 달 후 다시 제안받았고,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래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생각으로 바로 오케이했다. 더욱이 어릴 때부터 좋아한 이동욱 선배님이 삼촌 ‘정진만’역을 맡았다고 하니 거부할 수 없었다. (웃음) 상상만 해도 너무 잘 어울려서 정말 찰떡같은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다.
장르물을 피하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연속으로 센 캐릭터를 해서 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지금까지 의도한 건 아닌데, 무언가에 집착하는 혹은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 주체적인 캐릭터를 해 왔고, 나도 모르게 이런 역에 끌렸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잔인한 걸 못 봐서 장르물을 잘 보지 않는 편인데 말이다. 휴먼이나 멜로, 가족 같은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내 삶이 어떻게 보면 심심하고 조용하다 보니까 반대로 연기로 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같다.
‘지안’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감독님이 원작과는 별개로 생각해도 된다고 하셔서 원작을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지안’은 강인함이 내재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평범한 속에 특별함을 지녔다고 할지, 본인은 평범하다고 생각하니까 평소에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강단 있게 보이도록, 평범과 강단의 변주를 어떻게 표현할지가 주안점이었다.
지안과 닮은 면이 있는지.
음, 삼촌과 툴툴대는 장면 등에서 내 면모가 좀 보인다. (웃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나에 대해 알게 된 점이 있는데, 평소에는 아주 작은 일에도 걱정하고 불안해하지만, 막상 큰일이 닥치면 오히려 덤덤하게 해낸다는 거였다. 생존본능이 발동한다고 할지, 어떻게든 헤쳐 나가는 이런 면이 지안과 비슷하다. 한편으로 역경을 하나하나 극복하는 지안을 보면서 용기를 얻기도 했다.
정지안과 정진만이 주고받는 말과 행동 등 액션과 리액션이 또 다른 묘미가 아닌가 한다.
대본에 잘 쓰여 있었고, 무엇보다 다행인 부분은 어린 ‘지안’(안세빈)과 삼촌 간의 유대감이 돈독해지는 모습이 몽글몽글하게 잘 그려진 점이었다. 안스러움, 애달픔 같은 정서를 잘 빌드업해 준 세빈에게 고맙다. 나는 삼촌이 살아있을 때는 티격태격만 했어서… (웃음) 하지만 삼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또 장례식장에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지안이 나중에 폭풍 오열하는 장면에서 삼촌에 대한 진심을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이후 도망갈 기회가 있음에도 도망가지 않는 선택을 함으로써 자신과 삼촌이 닮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고 본다. 이런 여정을 하루 동안 그렸다는 생각이다. ‘성조’(서현우)의 ‘그 삼촌에 그 조카’라는 대사가 <킬러들의 쇼핑몰>의 주제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이동욱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정진만과 비슷한 면이 있나 (웃음)
너무 멋있었다! 너무 좋은 어른이자 선배인데 어떨 때는 친구 같기도 했다. 시작할 때는 ‘대선배’였다면, 지금은 너무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다. 촬영하면서는 진짜 삼촌과 조카 같았던 게 워낙 잘 챙겨주셨다. 오빠(이동욱)가 중간중간 광고 촬영하고 올 때는 그 물품을 선물로 가져오기도 하고, 마치 아빠가 월급날 통닭 사오 듯이 말이다! 정진만처럼 툭툭 던지듯이 ‘오늘 끝나면 뭐 먹을지 생각해 놔’ 이런 식인데 시니컬하면서 따뜻한 게 정말 츤데레 끝판왕이시다, 나 역시 막 커가는 츤데레라 통하는 면이 많았다.
무에타이 등 액션을 선보였는데 준비는 어떻게 했나.
이전까지는 액션이 필요하면 단기 속성으로 배웠는데 이번에는 촬영 4개월 전부터 액션 스쿨에 다니며 트레이닝을 받았다. 솔직히 이전 작들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웠다.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은 냉장고에서 떨어지는 씬인데, 이게 어렵다기보다 뛰어내리는 데 용기가 필요했다. 그리 높은 것 같지 않아도 무서움이 증폭되는 높이라고 할지, 또 와이어로 잡아당기다 보니 (떨어지는) 속도가 엄청 빨라서 마음을 다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었다.
캐릭터마다 특화된 액션이 있다. 지안은 무에타이, ‘민혜’(금해나)는 그래플링이다. 지안은 스승인 ‘파신’(김민)에게 무에타이를 배웠지만, 전문가는 아니라서 킬러들과 싸움할 때 너무 잘하지도 그렇다고 어색해 보이지도 않도록 집중했다. 지안이 파신에게 무에타이를 배우는 과정을 몽타주로 보여주는 장면을 당시 3일 정도 찍었는데 그 기간에 민 오빠와 많이 친해졌었다. 진짜 사제처럼 정이 깊어진 듯, 촬영하면서 행복한 기억 중 하나다.
새총으로 드론을 맞추기도, (웃음) 색다른 무기였다.
새총이 생각보다 강력해서 실제로 사람을 해칠 수도 있겠더라. 말랑말랑한 재질의 공을 이용했고, 비주얼적으로 그러니까 멋있는 폼이 나오도록 신경 썼었다. 사실 극 중에서처럼 그렇게 많이 당기는 건 솔직히 무리다. (웃음) 총을 쏘는 킬러 액션이 부럽기도 했지만, 새총은 참 ‘지안 같은’ 무기라고 생각했다. 작고 여려 보이고,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데 의외로 강력한 한 방이 있는, 무시할 수 없는 파워가 그렇다.
초반에 ‘정민’역의 박지빈, 민혜 역의 금해나 배우와 함께 생사를 넘나든다. 같이한 장면이 많아서 정이 많이 들었겠다.
정말 그렇다. 특히 지빈과는 동갑인데, 지금까지 같은 나이와 함께한 적이 없어 새로운 경험이었고, 제일 친해진 동료였다. 나중에는 ‘별로다, 대충했나’ 등등 솔직하고 장난스러운 피드백을 주고받을 정도였다. 해나 언니는 작품 속 함께한 유일한 여성이기도 하고, 이렇게 친해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나중에는 언니와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나기도! 촬영이 끝난 지금도 각별한 사이다.
2015년 데뷔해, 거의 10년차 배우인데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면, 또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스스로 대견하다고 토닥여 주고 싶다. 좀 오글거리지만, 그만두지 않고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하며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나만의 성장을 했다고 생각해 부끄럽지 않은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 왔듯이 꼼수 피우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걸 흡수해서 연기하고 싶다. 오래 연기하는 것이 목표이자 꿈이거든. 말했듯이 이번 작품을 통해 용기가 생겼고, 어떤 위로를 받은 부분이 있다. 지안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인물들에 둘러싸여 촬영하다 보니 현실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할지, 나를 위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게 이렇게 따뜻하고 좋은 느낌인지 실감했다. 게다가 실제로 그 분들이 인생에 소중한 사람으로 자리잡아서 앞으로 살아가는 데 힘이 될 것 같다. 또 좋은 선배님들 덕분에 내가 먼저 다가가서 손을 내밀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소극적인 자세였다면, 선배들께 또 후배에게 먼저 관심을 두고 다가가려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음, (내가) 생각보다 유쾌한 성격이다! 지안보다 유들유들한 면이 있고, 또 귀여운 얼굴도 있으니 로코도 좋고 가족 드라마도 좋고,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웃음)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24년 2월 21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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