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모델 연기 예능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춘 올라운더인 차승원이 넷플릭스 <독전 2>로 글로벌 시청자를 찾았다. 호평과 악평, 호와 불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참여 배우의 숙명이겠지만, 차승원은 무엇보다 캐릭터를 마무리하고 싶은 의도가 컸다고 말한다. “세간의 평이나 흐름보다는 자기 시각으로 영화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는 차승원을 만났다. <독전2>만하고 말 것은 아니라고 웃으며 다음 작품을 기약한다.
# 캐릭터의 마무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시퀄도 프리퀄도 아닌, 미드퀄로 돌아온 넷플릭스 영화 <독전2>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이 어리둥절해 보인다. <독전>에서 브라이언이 화상을 당하고 쓰러진 후부터 설원에서의 총성으로 끝난 엔딩 사이의 30일간을 그린 <독전2>. 일부에서는 ‘평행 우주’ <독전>이라는 평을 받는 중이다. ‘서영락’ 대리 역에 류준열에서 오승환으로 배우가 바뀐 데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기존 배우들 역시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탓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크고 작은 설정 모순과 더불어 캐릭터가 붕괴된 점이다.
“<독전2>의 내용이 제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저는 이 배역을 마무리하고 싶었어요.” 후속편의 기획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브라이언’ 캐릭터를 완결하고자 참여했다는 차승원. “영화가 전반적으로 좋다, 나쁘다, 호불호는 제가 판단할 영역은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열심히 한 작품인데, 불호가 심한 부분은 속이 상합니다. 뭐 미치고 죽겠다 까지는 아니고요. (웃음) 하지만, 이 <독전2>만 하고 말 건 아니잖아요, 앞으로 또 계속 작품이 있을 테니까요.”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큰 데미지를 입은 브라이언에서 시작했습니다. 등에 화상을 입었으니 의자에 기댈 수가 없고요, 그러다 보니 거북목이 될 수밖에요! 어릴 때 작은아버지가 큰 화상을 입은 적이 있어서, 그때의 모습을 많이 참고했어요.” 비단 동작만이 아니라 얼굴에 새겨진 굵은 주름,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과 가라앉은 목소리까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인물의 감정과 표정을 섬세하게 소화했다.
“계속 구부리고 있어야 해서 배에 쥐가 날 정도였어요. 또 항상 휠체어를 조정해야 해서 팔동작이 자유롭지 못하니, 신체적으로 인물에 다가가는 면이 힘들었죠.” 휠체어의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완급조절 또한 필요했다고 덧붙인다.
# 자랑은 아니지만, 나를 좋아하는 동료가 꽤 많다
“백 감독님은 제가 20대 때부터 만난 분이에요. 당시에 광고를 무지 많이 찍으셨거든요. 호흡이 안 맞을 수가 없죠.”
“<독전> 촬영할 때 진웅이한테 재미있게 하자고 잔재주를 부리며 좀 웃겨줬더니, ‘액션을 이렇게도 찍을 수도 있군요!’ 하면서 아주 좋아하는 거예요.” 일찍이 호흡이 좋았던 두 배우다. 다시 만난 이번 역시 착 달라붙어 촬영했다. 둘 다 아버지인지라 공통 화제가 많았다고, 언젠가는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전한다.
“예능이든 영화나 드라마든, 작품이 하나 끝나면 유기적으로 얽혔던 사람들과 문자를 주고받는데요, 문자의 뉘앙스를 보면 대충 저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알 수 있잖아요. 자랑은 아니지만, 저를 좋아하는 사람이 꽤 돼요!”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자기 것만 하기 바빴고, 잘하는 상대를 보면 시기심이 올라왔던 시기를 지났다는 차승원. 이제는 현장을 두루두루 살피게 됐단다.
“좋은 선배와 좋지 않은 선배를 나누는 기준은 현장을 살피는 자세라고 생각해요.” 돌발 변수의 홍수인 촬영장이다. 여러 제약과 힘든 환경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스무드하게, 힘든 턱을 잘 넘어가게 하는 선배가 있다는 차승원. 그 역시 그런 선배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 예능을 사랑하는 올라운더
지난여름 차승원은 예능 <삼시 세끼>의 ‘차줌마’에서 벗어나 <형따라 마야로: 아홉 개의 열쇠> ‘차박사’로 변신, 시청자를 고대 마야 문명의 세계로 이끌었다. 중학교 때부터 역사 특히 고대사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그간 책이나 방송을 통해 접했던 문명의 현장을 직접 방문해 보고자 기꺼이 후배들을 이끌고 머나먼 멕시코로 향했다.
“원래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탐방할 의도였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갈 수 없으니 마야 문명으로 선회했는데 좋았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남미가 너무 방대해서 돌아다닐 시간이 부족한 거였어요.”
연애, 여행, 푸드, 개그, 서바이벌, 토크 등 온갖 리얼리티 예능이 영상 콘텐츠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요즘. 배우에게 있어 예능은 관객과 시청자에게 캐릭터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좀 더 친근하고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르요, 근황을 전하는 채널로 거듭났다.
소위 특급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예능이 각광받고 있는 흐름에서, 차승원은 이 분야의 개척자 혹은 선도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델 연기 예능 세 분야를 모두 잡은 올라운드라 하겠다.
“제가 본격적으로 연기한, 모델 출신 배우 1호가 아닐까 합니다. 1996년에 연기를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키가 큰 걸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세트에 머리가 닿는 일도 종종 있고요. (웃음) 척박한 환경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별다른 사고 없이 꾸준히 일을 해온 것에 대한 응원인 것 같아요.” 성공한 올라운더의 비결을 묻자 겸손한 답이 돌아온다.
“저는 예능을 굉장히 사랑해요. 예전부터 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겁니다. 모델일도 마찬가지예요. 배우라고 해서 꼭 연기만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렇게 선을 긋고 싶지도 않거든요.” ‘차줌마’나 ‘차박사’ 만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예능 <무한도전>의 레전드 에피소드로 꼽히는 ‘차승원- 연탄 쌓기’(2005)를 찾아보시라!
한편으로 예능은 분장 없이 민낯으로 시청자 앞에 서는 것과 같다. 인간 ‘차승원’으로 다가가는 시간인데, “저야 워낙 일찍부터 예능을 했잖아요, 예능 프로에서 연기해야 한다면 혹은 연출된 상황에 맞춰야 한다면 절대 못할 것 같습니다. 얼굴에 다 티가 나거든요.”
호흡이 척척 맞는 예능 파트너이자 찐친으로 알려진 유해진 배우 역시 같은 과라는 차승원. <삼시세끼>에서 보여준 주부들도 감탄할 요리 실력에 초반에는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절대! 네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내년 <삼시 세끼> 방영 10주년을 기념하는 새로운 ‘삼시 세끼’를 예고한다.
# 나 같은 남자라면…
평소 ‘딸 바보’로 유명한 차승원이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자기 같은 마음으로 딸을 키웠을 것이라며, 사윗감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우울해진다고, “아직 마음이 준비가 안 됐다”며 웃는다.
한데… “저 같은 사윗감은 괜찮을 것 같기도요. 정말 가족과 일밖에 모르거든요.” 최근에 반려견을 돌보게 되어 더욱더 집에서 할 일이 많아졌다는 차승원, 일부 유부남의 로망(?)이라는 빈집 지킬 기회조차 반갑지 않다고 한다.
“한 번은 저 혼자 집에 며칠 있었는데, 그때 전혀 자유롭지 않더군요. 자유는커녕, 잠도 잘 안 와 소파에서 자고, 밥도 대충 편의점에서 사다 먹고 했다니까요.” 제주도 촬영조차 웬만해서는 당일치기로 다녀온다는 최강 집돌이! 천하의 차줌마도 편의점 도시락에 의지하게 만드는 차승원의 오롯한 가족 사랑이다.
“현장에 가는 게 부담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좋아요. 좋습니다.” 일과 현장 자체를 즐기게 됐다는 그이다. 할 수 있을 때 가능한 많은 일을 소화하고 싶다고 한다. 그렇게 새로운 얼굴로 시청자를 만나는 동시에 스스로 도전하며 만족을 찾아가는 과정이 “배우의 미덕” 같다며 다음 작품을 기약한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3년 12월 5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