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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류승범 선배처럼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 디즈니+ <무빙> 고윤정 배우
2023년 9월 15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솔직히 작품이 잘될 거로 생각했어요. 강풀 작가님의 원작이 원체 좋고 또 연기 잘하는 선배님들 그리고 모두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무빙>에서 일명 ‘아기 3인방’ 중 ‘희수’로 분한 고윤정의 솔직한 말이다. 디즈니+ 가 한국에 상륙한 이래 최고 흥행작으로 평가받으며, 많은 팬이 매주 수요일을 고대하게 한다는 <무빙>! 고윤정은 세 파트로 나누어진 이 시리즈에서 첫 파트의 주역으로, 두 살 어린 남동생 같은 이정하&김도훈 배우와 함께 초반의 인기를 견인했다. 베테랑 대선배인 류승룡과 부녀 호흡을 맞춘 그는 대사 좀 같이 맞춰 보자고 먼저 손 내밀어 주고, 장난기가 많고 분위기 메이커인 아빠 덕분에 지치고 힘들 때마다 힘낼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한다. 연기 전공자가 아니기에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빠르게 수용과 흡수를 할 수 있었다는 고윤정. ‘앞으로가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고, 언젠가는 후배들에게 류승범 배우 같은 멋진 선배가 되고 싶은 바람이다.

얼굴이 초능력이라는 밈이 있을 정도다. (웃음) 낮고 허스키한 반전 보이스가 이번 ‘희수’ 역에 잘 어울리더라.

그런 말이 있다니! 처음 들어본다. (웃음) 오디션 당시 작가님, 감독님이 함께 계셨는데 원래 과묵하신 분인데 저음의 목소리가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고 하시더라. 내 목소리와 몸을 쓰는 움직임이 체대 준비생에 걸맞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한때는 좀 더 예쁜 목소리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오히려 장점이라는 생각이다.

희수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나. 또 본인과 닮은 면이 있는지.

엄마를 일찍 떠나보낸 아픔과 외로움이 있지만, 아빠(류승룡)를 위해 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숙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감정 표현이 약간 더디고, 씩씩한 면은 나와 닮은 것 같다. 나 역시 미대 입시를 준비했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오랫동안 달려온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희수의 처지에 공감이 많이 됐다. 이때는 정말 앞(목표)만 보고 관성으로 가는 경향이 있거든. 또 ‘봉석’(이정하)이든 누구에게든 낯간지러운 말을 잘하지 못하는 점도 비슷하다. 그런데 촬영 때는 몰랐는데 <무빙>을 여러 번 보다 보니 차이점이 보이더라. 희수는 나보다 조금 더 다정하고 따뜻하고 정의로운 친구인 것 같다.

실제 운동 신경은 어떤 편인가. (극 중) 입시 준비하느라 뛰고 또 뛰고 매번 연습 삼매경이던데.

미술 전공이지만,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체육이었다. 구기종목 같은 운동이 아니라 개인으로 기록 재는 종목을 특히 좋아한다. 우리 반에서 제일 멀리 뛴다든지, 유연성은 최고라든지 등등 저절로 승부욕이 발동한다. (웃음) 그래서 희수가 체대 준비생이라 오히려 반가웠다. 체육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체대입시생의 자세와 동작이 몸에 배어 있는 건 아니라서 체대입시학원에 다니며 준비했었다. 어색해 보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자세를 잡도록 말이다.

원작은 봤나. 또 원작자이자 각본가인 강풀 작가와 의논한 부분이 있다면.

정말 재미있게 봤었다. 시리즈화 되면서 스토리 구성과 소재가 약간 바뀐 부분이 있고, 작가님도 내가 원작의 인물과 똑같기를 바라지 않았다. ‘너의 목소리와 말투가 희수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으니 편하게 하라’고 하셨다. 촬영장에 자주 오셨는데 이때 모니터링하며 잘하고 있다고 말씀 주셔서 안심했었다.

희수의 초능력은 재생능력인데 고통은 어느 정도 느끼는 건가. 궁금하더라. (웃음)

원작에서는 고통 자체를 못 느끼지만, 희수는 일정 부분은 느낀다는 설정이다. 그 정도를 알 수 없어서 작가님께 문의했었다. 그랬더니 일반인과 아예 못 느끼는 사이의 중간 정도라고 하셔서 여기에 맞춰 나갔었다.

원체 특수효과도 많고, 봉석과 함께 부양하느라 와이어도 많이 탔을 것 같다. 이런 스펙타클한 현장을 경험한 소감은.

우선 특수효과팀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장치와 기계가 너무 많아서, ‘와, 우리나라 수준이 이 정도구나’ 하며 진짜 감탄하면서 지켜봤던 것 같다. 완성본에 대한 기대도 저절로 올라가더라. 봉석 덕분에 와이어를 많이 탔는데 와이어가 단순하게 줄만 매는 것이 아니라 지렛대같이 생긴 특수 장치를 매고 하는 거였다. 여기에 매달아(?) 배우의 위치와 높이를 조절했고, 비가 오는 장면에서는 살수차가 동원되는 등 이런 장면들은 우리 배우보다 장비들이 거의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봉석-희수-강훈, 일명 ‘아기 3인방’의 호흡은 어땠나.

대단하신 선배들 사이에서 민폐 끼치면 안 된다고 우리끼리 다짐했었다. (웃음) 촬영 당시 내가 스물여섯, 이정하와 김도훈 배우는 스물네 살 동갑으로 두 살 어렸다. 이들과 같은 나이의 남동생이 있어서 정말 편하고 재미있게 지냈다. 출퇴근이 아닌 숙박하며 촬영해서 더 친해진 것도 있다. 쉬는 날 인근의 보령에 놀러 가는 등 작품 내·외적으로 호흡이 척척 맞았었다.

미묘한 삼각관계이기도 한데, 희수에게 봉석과 강훈은 달리 다가가는 듯하다.

희수와 봉석은 서로에게 ‘처음’이 아닌가 한다. 처음 생긴 친구일 수도 있고 또 첫사랑일 수도 있다. 둘의 관계 혹은 감정을 멜로라고 규정하는 것 좀 제한적인 느낌이다. 공통점이 많고 아픔을 공유하는 사이로 사랑과 우정, 의리일 수 있는 감정의 관계라고 생각했다. 강훈은 자기 같은 초능력자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한편으론 동지가 생긴다고 기대했을 텐데 어쩌다 보니 희수가 봉석과 먼저 친해지지 않았나. 강훈 입장에서는 친해질 계기를 놓쳤다고 할지,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강훈 역시 비밀을 홀로 안고 있느라 외로운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필요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질문이다. 현실의 당신이라면 봉석과 강훈, 두 친구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 같나. 또 봉석의 매력을 꼽는다면.

개인적으로 봉석이 스타일을 좋아한다. (웃음) 강아지같이 다정한 스타일 말이다. 강훈은 희수를 구해주는 결정타를 날리기는 했는데 자기감정을 너무 표현하지 않아서, 희수 입장에서는 자기를 좋아하는 것도 몰랐을 것 같다. 봉석의 매력은 눈웃음이다. 항상 웃고 있는데 그게 정말 잘 어울린다. 새벽에 촬영이 딜레이될 때 ‘누나, 힘들어’ 하면서도 눈은 웃고 있어서 이런 모습에 힘을 받았던 것 같다. 또 화를 못 내는 표정도 귀엽다.

드라마 <환혼 2>의 낙수로 검술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17대 1의 액션을 선보였다.

<무빙>이 공개된 후 지인들이 짤 모음을 보내주곤 하는데, 그 짤 중 하나가 낙수가 적들을 물리친 후 비장하고 외롭게 서 있는 장면과 희수가 17대 1로 급우들을 때려 눕히고 있는 장면을 대비해 나란히 놓은 거였다. 이렇게 나란히 놓고 보니 그간 액션을 꽤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검술 액션은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또 그간의 경험이 쌓여 지금의 연기가 가능했고, 이전 작품과 지금 작품이 연계되어 좋은 시너지를 내는 것 같아 기분 좋았다.

17대 1 시퀀스 촬영은 보기에도 힘들었을 것 같다.

진흙이 자꾸 벗겨져 계속 물을 뿌리며 찍어야 해서 엄청 추웠던 기억이 난다. 진흙 바닥이다 보니 미리 맞춘 합대로 되지 않고 누군가는 구르고 넘어져서 그때그때 액션팀이 변주했는데 그게 오히려 리얼함을 높인 것 같다. 힘든 만큼 완성도 있게 잘 나온 것 같아 뿌듯하다.

실제로 얻고 싶은 능력을 꼽는다면?

어제는 차가 너무 막혀서 봉석의 비행능력이 탐났었다. 그런데 지금 인터뷰하면서 <무빙> 촬영 당시를 생각해보니 희수의 재생 능력이 더 갖고 싶다. 아픈 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넘어지고 떨어져도 다치지 않으니 실감나는 리얼한 액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다.

인상적인 씬을 꼽는다면.

봉석이 처음 부양하는 장면이다. 이때 봉석이가 계속 떠있어야 해서 와이어를 너무 오래 타는 바람에 체하기까지 할 정도였지만, 화면은 예쁘게 잘 나왔더라. BGM도 너무 좋았다.

이른 감이 있지만, 결말은 마음에 드는지. 또 후반부 관람 포인트를 짚는다면.

마음에 들고, 원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초반이 희수와 봉석, 강훈의 만남과 관계 형성이 주였다면 후반으로 가면서는 지금까지 등장하지 않은 캐릭터가 하나둘 등장한다. 주변 또는 해외의 인물들이 될 것이고, 무엇보다 무대와 액션 스케일이 커진다. 화려한 액션과 공간의 확장을 기대해 달라. 마찬가지로 희수 역시 좀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일 거다.

마지막 질문이다. 미술 전공에서 우연한 계기로 배우에 입문한 거로 알고 있다. 배우로서 목표 혹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연기 전공자가 아닌 점이 한편으로는 강점으로 작용한 것도 있다. 전공하지 않았으니 여기서 ‘제일 못하겠지’ 이런 마음으로 임하니까 오히려 편해지더라. 마음이 비어지는 것 같다. (웃음) 덕분에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을 때 수용과 흡수가 빨라진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면…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떤 연기를 할지 궁금해 해줬으면 좋겠다. 또 나중에 후배들이 촬영장에 놀러 와서 구경하고 싶을 만큼 멋있는 선배 배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류승범 선배를 보러 촬영장을 기웃한 것처럼 말이다. 결국 만나 뵙지 못해 아쉽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23년 9월 15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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