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무빙>의 인기가 글로벌로 확산되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나.
원래 대중의 반응을 잘 안 보는 편이다. 사실 보고 싶기는 한데, MBTI에서 F가 100이라 쉽게 영향 받을 거 같아서 댓글 같은 걸 찾아보지 않으려고 한다. (웃음) 그래도 SNS를 보면서 사랑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팔로워도 두 배 정도로 늘었고, 칭찬하는 댓글이 많아졌다.
이번 작품으로 이정하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된 사람도 많다. 본인의 매력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내 입으로 말하기 민망한데 무해한 매력이 있는 거 같다. 그리고 눈웃음이 예쁘다는 칭찬을 자주 듣는다. (웃음) 감정 연기를 할 때는 또 다른 다양한 모습이 있으니 그런 모습도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무빙>의 인기로 2017년 방영된 오디션 프로그램 <더 유닛>이 다시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직도 그 때 췄던 안무가 기억이 난다. (웃음) 주변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던 때였다.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이다.
<무빙>의 원작 웹툰은 누적 조회수 2억을 넘길 만큼 인기가 많은 작품이다. 시리즈 제작비도 500억을 넘겼는데, 이런 대작의 메인 롤을 맡는다는 게 부담이 컸겠다.
당연히 부담감이 있었다. 내로라하는 선배님들과 함께하기도 하고, 원작 웹툰의 엄청난 팬으로서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잖아 있었다. 그런데 강풀 작가님이 내가 ‘봉석’이 그 자체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시더라. (웃음) 선배님들도 많이 응원해 주셨다. 특히 한효주 선배님께 정말 감사하다. ‘봉석’이에게 엄마라는 존재가 굉장히 크지 않나.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팬이었던 선배님을 엄마로 받아들이는게 어렵고 부끄럽더라. 한동안 현장에서 선배님을 보면 나도 모르게 피해다니기도 했다. (웃음) 그런데 효주 선배님이 나를 부르시더니 엄마라고 부르라며 먼저 편하게 대해 주셨다. 실제로 번호도 ‘엄마’라고 저장했고 아직도 나를 아들이라고 부르신다. (웃음)
‘봉석’은 어떤 캐릭터인가.
웹툰 속 인물을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풀 작가님의 작품들을 전부 다 본 팬 입장에서 내 최애 캐릭터이기도 하다. (웃음) 그만큼 원작의 캐릭터를 잘 구현하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나만의 ‘봉석’을 만들고도 싶었다. 원작에서든 드라마에서든 ‘봉석’이는 다정하고 순수하지만 내면은 강한 아이다. 거기에 중심을 두고 내 개성과 해석을 덧붙여 연기하려 했다.
이번 작품으로 와이어 연기에도 도전했다.
필라테스와 현대 무용을 배웠다. 필라테스로 코어 힘을 키우고, 무용으로 표현력을 키웠다. 와이어 연기가 많이 힘들다고 들었는데 막상 타보니 소질이 있는 거 같더라. (웃음) 물론 처음부터 잘한 건 아니고, 하면서 점점 늘었다. 그리고 완성된 장면들이 힘든 걸 잊을 만큼 너무 좋았다.
‘봉석’을 연기하기 위해 체중도 30kg나 늘렸다고.
모든 시나리오를 외워버리겠다는 마음으로 골방에 틀어박혀 오디션을 준비했다. 체중을 늘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웹툰에서도 ‘봉석’이가 배가 좀 나오지 않았나. (웃음) 붙을 거란 확신이 없는 상태였지만 오디션 기간 동안에도 계속 증량했다. 총 두세 달 정도 걸렸던 거 같다. 나도 내 뚱뚱한 모습을 살면서 처음 봤다. 최대한 ‘봉석’이가 되려고 노력했고, 찌운 체중을 유지하려고 했다. 살 찌우는 거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체형을 유지하려고 일부러 먹는 걸 조절했던 터라 그런 제한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특히 라면을 많이 먹었는데 다양한 라면을 맛보면서 지루하지 않게 살 찌울 수 있었다. (웃음)
원래 몸의 고통을 잘 못 느낄 정도로 무디다. 그런데 살을 찌우고 나니 뛸 때 달라진 점들이 느껴지더라. 원래는 잘 뛰는 편인데, 조금만 뛰어도 땀이 금방 났다. 더위를 잘 안 타는 체질인데 살이 찌고 나서는 더위도 많이 타더라. (웃음) 그런 거 빼고는 힘든 점은 없었다. 찌울 때도 운동을 병행해서 나름 건강하게 찌웠고 빼는 건 오히려 쉬웠다. 내가 고생한 건 없는데 내 와이어를 담당했던 스태프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웃음)
함께 연기한 ‘희수’ 역의 고윤정, ‘강훈’ 역의 김도훈 배우와 실제로도 또래다. 촬영이 끝난 이후로도 친하게 지내고 있는 모습을 SNS로 공개하기도 했는데.
교복을 입고 몇 달 동안 붙어서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가족만큼 가까워져 있더라. 한 명이 지치면 다른 사람들이 웃겨주고 북돋아주면서 촬영해 나갔다. 윤정 누나에게 특히 고마운 게 와이어 연기가 처음인 내 컨디션을 섬세하게 챙겨주고 많이 도와줬다. 덕분에 부담을 많이 덜고 연기할 수 있었다.
작품을 통해 만났지만 이제는 진짜 ‘찐친’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웃음) 시리즈가 한 편씩 공개될 때마다 ‘우리 이렇게 찍었지, 너 이렇게 연기했지’ 이런 대화를 끊임없이 나눈다. 사실 드라마 내용보다 우리 추억에 더 심취해 있는 것도 같다. (웃음)
당신에게 <무빙>은 어떤 의미인가.
우선 <무빙>이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하고, 긍정적인 에너지와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봉석’이가 멋있다는 말을 꼭 듣고 싶다. (웃음) <무빙>을 하면서 처음 시도한 게 많다. 현대 무용, 와이어 연기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이 정도로 깊이 있게 표현한 것도 처음이었다. 이전에 했던 작품들도 전부 사랑하지만, <무빙>을 통해 또 다른 작품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로맨스도 해보고 싶고, 귀신 역할을 해보고 싶다. (웃음) 내가 귀신을 정말 무서워하는데, 연기하는 건 또 다른 느낌일 거 같다. 그냥 귀신 말고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귀신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 (웃음)
사진제공_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