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이번 작품이 <마녀>(2018) 이후 두 번째 영화다.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꽤 높은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7)가 원작인데.
나 역시도 원작의 팬이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가 국내 개봉했던 당시에는 여성들의 우정을 보여주는 영화가 많이 없어서 더 반갑고 좋았다. 영화를 보면서 ‘큰 사건 없이도 섬세한 감정만으로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구나’ 하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일단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놀라웠다. (웃음)
하지만 이번 작품을 위해 일부러 원작을 다시 찾아보지는 않았다. 우리 영화만의 특색이 있기 때문에 경계하려고 했던 것도 있다. 우리만의 ‘미소’와 ‘하은’을 만들려고 했고, 삼각관계에 집중한 원작에 비해 ‘미소’와 ‘하은’의 관계에 더 집중한다는 점에서 원작과 차별화된다. 또 한국적인 정서도 담으려고 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해서 신비로운 느낌도 있다.
그렇다면 <소울메이트>를 어떤 영화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소울메이트>는 ‘미소’와 ‘하은’이가 쓴 일기장과도 같다. 누군가의 추억을 꺼내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일기도 볼 때마다 감상이 달라지지는 것처럼 이 영화도 볼 때마다 다른 기분이 든다. 다른 작품들도 사랑하지만 <소울메이트>에는 내 청춘이 담겨 있어서 더 기억에 남을 거 같다.
극중 원작에서의 ‘안생’(주동우)에 해당하는 ‘미소’ 역을 맡았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인물로 묘사된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미소’의 자유분방한 모습이 가장 먼저 보였다. 그런데 읽다 보니 ‘미소’가 내면의 불안과 아픔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더 밝게 행동하는 친구라고 생각되더라. 많이 외로울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 안엔 아픔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 그런 아픔을 마냥 슬퍼하지만 않고 때로는 감추고 때로는 표현하는 지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웃음)
실제 당신의 성격은 어떤가.
평소에는 ‘미소’보다 ‘하은’이에 더 가까운 거 같다.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고 편안한 상태를 좋아한다. 그런데 배우로서는 하고 싶은 게 많다. <소울메이트>의 ‘미소’도 <마녀>, <이태원 클라쓰>와는 반대되는 캐릭터를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결과다. 앞서 다른 작품들에서 개성 강한 역할을 해봤으니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캐릭터를 해보고 싶던 차에 시기적절하게 ‘미소’를 만나게 됐다. 안 해봤던 것에 도전해보고 싶고, 몰랐던 것을 알고 싶어한다는 점은 ‘미소’와 비슷한 것 같다. ‘미소’와 ‘하은’의 모습을 다 갖고 있는 거 같다. (웃음)
민용근 감독, ‘하은’ 역의 전소니 배우와의 작업은 어땠나.
감독님은 정말 섬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커피를 어디에 둘지 같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쓰시더라. (웃음) 소니 언니는 연기에 대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스타일이다. 주변의 의견을 계속 물어보고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고려하더라. 감독님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섬세하다고 느꼈다.
그런 섬세함 덕분인지 캐릭터들도 섬세하게 그려졌더라. 작업하면서 서로 자주 상의했다고.
아무래도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워낙 미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되더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생각한 ‘미소’와 감독님이 생각한 ‘미소’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다만 더 좋은 장면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연기적인) 방식이나 결의 차이는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배우들의 의견에 귀를 열어두고 들어주려 하셨다. 그 덕분에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었다. 소니 언니도 그랬다. 우리 두 사람 모두 ‘미소’를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어서 호흡을 맞추면서 편안하고 좋았다.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미소’의 생각이나 행동을 이해하고 있고, 어떨 땐 나보다 더 나은 의견을 주기도 했다. (웃음)
방금 언급한 것처럼 ‘미소’와 ‘하은’의 감정과 관계가 굉장히 미묘하게 그려진다. 초반엔 순수한 우정으로 묘사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이상의 진득한 감정이 느껴지더라.
‘미소’와 ‘하은’의 우정은 일상적인데 일상적이지 않은 느낌이다. 누구에게나 친한 친구는 있지만, 이렇게 깊고 복잡한 관계는 세상에 ‘미소’와 ‘하은’뿐인 것 같다. 하은’을 향한 ‘미소’의 감정은 확실히 설명하기 어렵다. 어떨 때는 이렇다가 어떨 때는 저렇다가 마음이 계속 오락가락한다. (웃음) 그래서 이들의 감정을 내가 함부로 정의 내리면 안 되겠더라. 그만큼 복잡미묘한 감정이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 같았지만, 쉽게 이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더 좋은 장면을 뽑기 위해 사소한 것 하나하나 더하거나 덜어내면서 테이크를 많이 갔다. 미묘한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고 싶었고, 관객이 궁금하게 만들고 싶었다.
감정 연기 외에도 신경 쓴 점이 있다면.
평소에도 연기할 때 옷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주로 파스텔 계열의 의상을 입는 ‘하은’과 달리 ‘미소’는 빨간 계열의 옷들을 입는다던가, 교복도 그냥 입는 게 아니라 성격이 드러나게끔 스타일링했다. 교복 아래 체육복을 받쳐입고, 셔츠 단추를 다 풀어헤쳐서 좀 더 자유로워 보이게 연출했다.
그러고 보니 <마녀>, <이태원 클라쓰>, <그 해 우리는>에서도 교복을 입었다. (웃음)
어쩌다 보니 모든 출연작에서 교복을 입었는데 지금까지 계속 교복을 입고 연기할 수 있어서 기쁘다. 교복을 입으면 나도 모르게 10대 시절의 생기가 다시 도는 기분이다. 그래서 나한테 교복이 어색하기 전까지 계속 입고 싶다. (웃음)
<마녀>로 혜성처럼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그 해 우리는>으로 연달아 히트를 쳤다. 매 작품 큰 사랑을 받았는데 비결이 뭘까. (웃음)
하하!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운이 좋았던 거 같다. 새로운 모습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노력한 와중에 좋은 작품들이 나와서 잘 맞았던 것 같다. 다른 배우들도 그렇겠지만 매번 최대한 진심으로 임한다. 캐릭터를 진심으로 대하고, 배우 김다미가 아닌 캐릭터 그 자체로 보이려 노력한다. 옆에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얼굴이라 대중이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웃음)
한편으론 데뷔작부터 줄줄이 흥행에 성공했다 보니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도 클 거 같은데.
작품을 선택할 때 결과부터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가 잘 되면 너무 좋지만 그보다 과정이 재밌는 게 더 중요하다. 작품을 통해 얻고 성장하는 부분이 있어야 스스로도 후회가 안 남는 것 같다. 지금까지 운 좋게도 결과가 잘 나왔지만 언젠가는 그렇지 않은 날도 있을 거다. 결과보단 과정을 중시했기에 그런 날이 오더라도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진제공_U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