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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영화’ 도전하고 싶다 <콜> 전종서
2020년 12월 22일 화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2년 전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으로 데뷔해 쟁쟁한 스타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한 배우 전종서가 미스터리 스릴러 <콜>로 관객을 찾았다. 우연한 계기로 20년 뒤의 사람인 ‘서연’(박신혜)과 연락이 닿고, 그에게 점차 집착하게 되는 ‘영숙’ 역을 맡은 그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역할을 자신만의 색깔로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비록 편수는 많지 않지만 강렬한 필모그래피를 보여준 만큼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배우 전종서, 그는 “관객을 끝까지 몰아붙이고 격렬하게 흔들어 놓는, 좋은 의미로 더 미친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데뷔작인 <버닝>만큼이나 강렬한 작품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 영화로 <콜>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콜>이라면 후회 없이 내 에너지와 열정을 쏟아낼 수 있을 거 같았다. 대본을 보는 순간 이 작품, 이 캐릭터야 말로 지금의 나만이 할 수 있다고 느꼈다. 나와 ’영숙’이라는 캐릭터가 만났을 때 폭발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묘한 자신감도 있었다. (웃음) 더불어 시나리오 설계도 좋았다. 짧지 않은 세월을 넘나들며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과거와 현재 시점이 속도감 있게 교차되고 그 흐름이 글만으로도 잘 전달됐다.

메가폰을 잡은 이충현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이 감독은 당신을 “테이크 마다 다른 연기를 보여주는 날 것 그대로의 배우”라고 평가하던데.
늘 그렇듯 처음엔 설렘 반, 떨림 반으로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충현 감독님을 점점 더 존경하게 됐다. 촬영 전반을 원활하게 이끌어가면서도 배우가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분이다. 솔직히 워낙 예민한 성격이라 작은 부분에도 지장을 받고 또 맡은 캐릭터가 매 순간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배역이기도 해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감독님이 나를 이미 세심하게 파악하고 연기에 방해가 되는 불필요한 요소를 전부 제거해줘서 현장에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극중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인물인 ‘영숙’ 역을 맡았다. 20대와 40대를 넘나들고, 어떨 땐 아이 같다가도 또 광기 어린 살인마로 돌변하는데.
그래서 어영부영 만들어질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눈빛부터 시작해 아주 디테일한 것까지 살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너무 무게를 잡고 진중하게 하기는 싫었다. (웃음) 그래서 반대로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모습을 상상하며 접근했다.

20년의 세월이 지나 40대가 된 ‘영숙’의 경우엔 억지로 꾸며내는 연기가 아닌 내가 이해한 걸 바탕으로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연기하려 했다. 관객들도 영화를 보다보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영숙’의 행동을 이해하고 반감보단 충격과 놀라움, 신선함을 느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당신이 이해한 ‘영숙’은 어떤 사람일까.
친엄마도 아닌 사람과 단 둘이 지내며 몇 십년간 집에 갇혀 갖은 폭력을 당하고, 서태지를 좋아하는 외로운 소녀. 그래서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친구였던, 빛과 같은 존재였던 ‘서연’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폭주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느꼈다. ‘영숙’이 어떻게 분노하는지 보다는 왜 슬퍼하는지, 또 왜 ‘서연’에게 집착하는지 등에 대해 먼저 공감하려고 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에너지 소모가 만만치 않았을 거 같다.
촬영환경이 정말 쾌적했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전혀 없었다. 촬영이 끝나면 음악을 듣거나 충분한 휴식을 통해 스트레스 받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하기도 했고. 다만 액션 장면이 꽤 많아서 체력 소진은 크더라. 그래서 기력이 없다고 느낄 때마다 좋아하는 걸 많이 먹었다. (웃음)

연기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시나리오엔 없던 장면을 촬영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이 즉흥적으로 상황만 제시해주고 나머지는 내 선택에 오롯이 맡기셨다. 내 몸과 마음이 이끄는 대로 연기는 마쳤지만 대본에 없던 장면이라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런데 감독님이 계속해서 내 연기가 맞다고 확신을 줬고, 결과물을 봤을 때도 만족스러웠다.
연기 경력 18년차인 박신혜 배우와 공동 주연으로 호흡을 맞췄는데.
확실히 내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박신혜 선배님이 가지고 있는 안정감은 절대 흉내낼 수 없더라. ‘영숙’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선배님도 호흡을 맞추기가 어려웠을 텐데 전혀 내색하지 않고 끝까지 무게 있게 중심을 잡아줬다. 누구 하나라도 에너지가 덜하거나 오버했다면 균형이 깨졌을 텐데 선배님 덕에 그 균형이 완성됐다.

두 사람의 역할이 바뀌어도 잘 어울렸을 거 같다는 반응이 꽤 많더라.
나 역시도 처음엔 어떤 역할이 들어온지 모른 채 대본을 받았는데, 읽다보니 ‘서연’이란 캐릭터도 ‘영숙’ 못지않게 굉장히 매력적이더라. ‘영숙’이 에너지를 머리 끝까지 끌어올리는 뜨거운 인물이라면 ‘서연’은 감정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는 차가운 인물이다. ‘영숙’보다 침착하고 상황 대처에 능숙한 ‘서연’이 ‘영숙’과 대칭을 이루기에 두 인물 모두의 입장에서 대본을 연구하고 캐릭터를 형성했다. 둘 다 무척이나 매력적인 배역이고 신혜 선배님과 내가 각자에게 어울리는 역을 맡았다고 생각한다.

비단 ‘서연’과 ‘영숙’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엄마까지 여성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남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구분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극을 이끌어가는 네 인물이 모두 여성이란 사실이 <콜>을 특별하게 만드는 거 같다. 여성배우들이 지닌 에너지와 영향력을 보여주려던 이충현 감독님의 의도가 성공했다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여성서사) 영화가 더 많이 나오면 한다.

사실 당초 영화의 극장 개봉이 확실시된 상태였다. 이후 코로나19로 결국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게 됐는데.
넷플릭스에 있는 거의 모든 영상을 봤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나는 넷플릭스를 사랑한다. (웃음) 관객분들이 영화를 큰 스크린과 선명한 사운드로 감상할 수 있었다면 당연히 더 좋겠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 신작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까다로운 일이지 않나. 그런데 넷플릭스를 이용하면 극장에 가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영화를 볼 수 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오히려 기쁘고 짜릿하더라.

<콜> 직후에는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2014), <더 배드 배치>(2016)의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과 할리우드에서도 작업했다고.
<모나리자 앤 더 블러드문>이라는 작품이다. 촬영은 작년에 마쳤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이 미뤄진 상태이다. 조만간 반갑게 관객들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짧지만 강렬한 필모그래피를 보여준 만큼 차기작이 궁금한데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나고 싶나.
안정궤도 안에 있는 작품이 아닌, 좋은 의미로 더 미친 영화를 해보고 싶다. <버닝>과 <콜>처럼 관객을 끝까지 몰아붙이고 격렬하게 흔들어 놓는 작품을 만났으면 한다.

구체적으로?
영화를 만들다보면 필연적으로 작품이 관객에게 어떻게 보이고 해석될지 눈치를 보게 되는 거 같다. 하지만 다소 불편함을 주더라도 충격과 신선함이 우선인 영화를 시도해보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해외에 한국을 소개할 수 있는 영화도 좋다. 넷플릭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요즘은 영화에 있어 국가적인 장벽이 많이 허물어졌지 않나. 한국영화에 많은 관심이 몰려있는 이 때, 한국의 매력과 문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 지를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요즘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일을 끝내고 돌아와 입욕제를 푼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마무리되는 기분이다. 원하는 향을 고르고 물에 풀고 씻고 잠드는 것까지 모든 과정 내내 행복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입욕제를 많이 모으는 중이다. (웃음)


사진제공_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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