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꽃 기자]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국도극장>의 전지희 감독, <불숨>의 고희영 감독, <아무도 없는 곳>의 김종관 감독을 무비스트가 만났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를 통해 제작한 작품을 대중 앞에 선보이는 세 감독 중 김종관 감독의 서면 인터뷰를 전한다.
<아무도 없는 곳>은 소설 출간을 준비하는 주인공 ‘창석’이 며칠 동안 만난 네 명의 사람들의 사연을 듣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품 기획 취지를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은 저의 전작 <더 테이블>과 마찬가지로 몇 가지 대화로 이루어진 영화입니다. <더 테이블> 이후 형식적으로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더 테이블>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엿듣는 기분이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창석’의 입장에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더 테이블>에 출연했던 배우 연우진의 어떤 면모를 마음에 두고 다시 캐스팅했는지요.
<더 테이블>에서 연우진이 리액션이 좋고 세심한 표정으로 연기하는 배우라는 것을 알았고, 그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연기의 맛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도 장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은 <페르소나- 밤을 걷다> 편에 이어 감독님과 이지은의 두 번째 만남입니다. 감독님이 경험한 이지은은 어떤 배우인가요. <밤을 걷다>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이지은이 보여준 연기는 각각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는지요.
넷플릭스 페르소나 시리즈의 <밤을 걷다>는 저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연기를 너무 잘 소화해주고 인물을 깊이 들여다 봐준 이지은 배우에 대한 매력도 많이 느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은 어느 면에서 <밤을 걷다>와 닮아 있습니다. 두 작품은 그 어떤 작업보다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지은과) 이 캐릭터를 의논하게 되었고, 그 또한 즐겁게 참여해주었습니다. 두번째 작업이라서 그런지 서로를 더 알게 된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지은은 미세한 표정과 발성으로 ‘미영’역을 더할 나위 없이 잘 소화해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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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을 작업하며 가장 즐거웠던 순간, 혹은 어려움이 있었던 순간에 관해 알고 싶습니다. 특별한 장면이나 촬영 에피소드를 살짝 들려주신다면요.
<아무도 없는 곳>은 즐거운 작업이면서도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독립된 자본으로 만드는 저예산 영화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합리적인 운영을 해야 했습니다. 10회차라는 아주 적은 회차로 많은 촬영 분량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매 순간이 중요했고 긴장도 됐습니다. 반대로, 그만큼 밀도가 높은 촬영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날마다 어떤 장면의 클라이맥스가 있었습니다. 그런 순간의 대부분은 연기자들이 만들어준 것입니다. 배우들의 인상 깊은 연기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가장 큰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전작 단편들과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등 감독님의 장편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이번 작품의 관람 포인트 짚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은 제 전작과 닮았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다른 영화이기도 합니다. 무겁고 느린 영화라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창작자로서는 작업과정에 아주 큰 만족도가 있는 영화입니다. 흔치 않은 형식의 난이도 있는 작업이었던 만큼 그 새로움을 관객들이 어떻게 평가해줄지 궁금함과 기대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많은 대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말을 하고 듣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지은, 김상호, 이주영, 윤혜리 등 다양한 배우들의 다채로운 연기가 있고 그 중심에서 그들을 보고 이야기를 듣는 연우진의 세심한 연기가 있습니다. 배우들의 도전과 깊이 있는 연기가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무주산골영화제, 라이카 사진전 등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셨고, 넷플릭스 <페르소나>처럼 스크린이 아닌 OTT 플랫폼을 통해 독특한 형태의 단편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도 하셨어요. 앞으로 또 다른 계획이 있는지요.
글과 사진과 영화는 서로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전시나 출판 등 다양한 창작을 연계해 볼 생각입니다. 봄에 산문집을 출간할 예정이고 그 안에는 <아무도 없는 곳>의 아이디어가 되었던 산문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일본 소설과 영화 원작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리메이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 가을 촬영 예정입니다. 제가 하고픈 이야기를 녹여볼 생각입니다.
김종관 감독 사진_ Z studio 김재윤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