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꽃 기자]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5)에 이은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을 선보인다.
아무래도 아주 편해졌다. 1편을 찍을 때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김석윤 감독님의 의도도 자세히 모르겠고…(웃음) 이번에는 관객이 보기에도 안정감이 있을 것이다. 물론 감독님과 김명민 배우가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말한 것처럼 나도 그렇다. 관객에게 실망을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만약 4탄을 만든다면, 그걸 위해서라도 더 노력해야 한다.
오.(웃음) 4탄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이미 오간 상황인가.
음 적어도 감독님, 김명민 배우, 나는 같이 가는 거로…(씨익) 만약 정말 4편을 찍게 된다면 이번작품보다 훨씬 더 나은 걸 선보이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물론 대중이 내가 지겨우니 다른 배우가 보고싶다고 한다거나, 제작사가 다른 사람을 원한다면 뭐… 2대 제임스본드처럼 대를 이어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아무래도 다른 코미디와는 차이가 좀 있다.
예컨대.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슬랩스틱 요소가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수위 조절만 잘 한다면 굉장히 사랑받을 수 있다. 온몸으로 웃겨 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연기를 할 때 스스로 조금 의심스러울 때도 있었다. 극 중 ‘김민’(김명민)이 내 목에 몰래 붓으로 찍어둔 점을 보고 (흡혈귀가 된 줄 오인하며) 괴로워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렇게까지 과도한 연기를 해본 게 워낙 오랜만이라 혹시라도 과장하지는 않았는지 의구심이 들더라.
당신 같은 코미디 연기 베테랑도 그런 혼란을 느끼다니…(웃음) 그럴 땐 어떻게 대처하는지.
베테랑이 아니어서…(웃음) 그럴 땐 일단 감독님에게 물어본다. 괜찮다고 하면 믿고 그대로 연기한다. 아무리 훈련된 배우라고 하더라도 연기하다 보면 감정이 넘쳐 흐를 때가 있다. 자신도 갸우뚱해지는 때 말이다. 그래서 항상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을 기다린다. 어떤 부분이 잘못됐고, 어떻게 고쳐야 할지 묻는다.
세 번째 작품을 함께하는 사람들인 만큼 그런 면에서는 소통이 원활했겠다.
<조선명탐정>으로 인연을 시작한 게 8년 전이니 이제는 십년지기다. 이번 촬영에서는 디렉션을 주는 사람이나 그걸 받는 사람이나 서로 느낌만으로도 아는 게 있더라. 저쪽이 내게 뭘 이야기하려 하는지, 그럼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도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감이 정확한 경우가 많았다.
배우마다 자기만의 호흡이 있다. ‘이럴 때는 반 호흡 쉰다’는 식으로 논리적인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동물적 호흡이 분명 있다. 가능하면 그 호흡에 맞춘다. 그렇지 않으면 웃음 전달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웃음도 대화의 한 종류다. 누군가 어떤 질문을 했을 때 대답하기 곤란하면 웃음으로 넘기기도 하지 않나. 그 웃음에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까? 생각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 연기해야겠다는 계산 아닌 계산이 되기도 한다.
이번 작품은 이전 시리즈보다 드라마 요소도 상당히 강해진 듯한 느낌이다. 김지원. 이민기 조합이 끌고 가는 후반부 이야기는 특히 그렇다.
오히려 코미디 면에서는 이번 시리즈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본다. 코미디와 드라마가 잘 섞여 있는 셈이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마지막 1/3 정도에서 드라마가 쫙 펼쳐진다. 시나리오를 볼 때 그 대목에서 참 슬프고 감동적이었다. 김지원, 이민기가 워낙 잘 연기했기 때문에 영화로 볼 때 그 감성이 더 짙게 느껴지더라. 그 대목이 없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싶었다.
그 때문에 ‘서필’의 역할이 후반부로 갈수록 줄어드는 셈인데.
그렇다고 아쉽지는 않다. 만약 내가 관객이라면 ‘김민’과 ‘서필’의 이야기로 끝까지 끌고 가는 게 더 지겨워 못 볼 것 같다.
드라마 등 많은 작품을 해서 그런지 너무나 노련하게 촬영한다. 어떤 장면을 찍어야 하고, 어떤 장면은 찍지 않아도 되는지 분명히 안다. 머릿속으로 모든 걸 계산하고 있기 때문에 촬영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그래서 서로 피곤하지 않다. 대부분 감독이 그런 식으로 촬영하긴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미리 결정하지 않고 현장에 오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편집 감이 뛰어나다. 음. 근데 생각해보니 막판에 편집할 거면서 그 장면은 왜 찍었을까?(웃음)
(웃음)그 장면이라 함은.
완성본을 보니 촬영을 다 해놓고 잘라낸 부분이 있더라. 사족이 될 것 같았는데 잘한 결정이다.(웃음) 뿐만 아니라 김석윤 감독은 워낙 배려가 많다. 영화를 아무리 잘 찍어도 현장에서 사고가 나고 사람이 다치면 말짱 꽝 아닌가. 그래서 시리즈 처음부터 액션신은 가능하면 전문가를 썼다.
<올드보이>의 ‘오대수’(최민식)가 선보인 ‘장도리신’을 오마주하는 장면도 나온다.
그건 어느 정도 합을 미리 짜고 내가 직접 소화했다.(웃음) 처음에는 이 또한 좀 과장된 설정이 아닌가 싶었지만 어쨌든 무척이나 반가운 장면이었다. <올드보이>에서 최민식 선배가 그 장면을 찍을 당시 현장에 내가 있었으니 말이다. 무려 열 일곱시간 동안 찍었던 액션 신이다. 컷 소리가 난 뒤 선배가 바로 실신했을 정도다. 나는 그가 만들어 놓은 장면을 이번에 거저 먹은 거다.(웃음)
아는 분들은 빵 터지지. 재미있는 건, 13세부터 18세를 대상으로 개봉 전 일반 시사를 진행했는데 그 친구들은 그 장면에서 전혀 반응이 없었다고 하더라.(웃음)
헛.(웃음) 벌써 15년 전 영화이니… 그럴 수 있겠다. 그 후로 숱한 흥행 작품을 거쳐 최근 1,400만 관객을 돌파한 <신과함께-죄와 벌>까지 출연했다. ‘천만요정’이라는 별명이 이제는 고유명사처럼 느껴질 정도다.
나는 (요정이 아니라) 사람인데…(웃음)
음.(웃음)
처음에는 듣기에 좀 부끄럽고 거북했지만 이제는 기분 좋은 농담처럼 생각한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에 출연한 건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못 찾을 것 같다. 워낙 성격이 ‘그런가 보다’ 하는 식이다.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인다.(웃음)
3월 방영을 앞둔 드라마 <나의 아저씨>도 촬영 중일 텐데.
음... 요즘 드라마 촬영장은 ‘왜 그렇게 힘들까?’ 라는 생각을 한다. 누가 그 이유를 좀 파헤쳐봐 줬으면 좋겠다. 물론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요즘 드라마는 소위 ‘때깔나게’ 영화처럼 찍으려고 한다. 16부작이면 영화 여덟 편 정도의 분량이다. 그걸 몇 개월 안에 찍으려니 그렇게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내일이 방송인데 당일에 촬영하고, 한 회 차 찍어서 바로 내보내곤 하더라. 사실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워낙 바쁘겠다.
얼굴에 분이 마를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웃음)
촬영 여건상 장거리 이동이 많다. 지금 촬영중인 영화 <이웃사촌>은 거의 전국구 촬영이다. 누가 들으면 미친놈 같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동하는 차 안에서 술을 한 잔씩 한다.(웃음) 늘 시간에 너무 쫓기는데 그럴 땐 생각을 좀 할 수 있다. 그럴 때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참 좋다.
2018년 2월 9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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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이종훈 실장(Ultra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