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2007), 영화 <국가대표>(2009). 이후에도 꾸준히 활동해 왔음에도 배우 ‘김동욱’ 하면 떠오르는 작품들이다. 그간 참여한 작품이 기대만큼 좋은 결과로 돌아오지 않은 시간 동안 조바심이 들지 않았냐고 묻자 김동욱은 말한다. 조급함도 있었지만, 그보다 좀 더 본질적인 고민을 했었노라고. 배우의 길이 자신에게 맞는 길인지, 집착은 아닌지 고민하던 즈음 김용화 감독의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신과함께>의 ‘히든 캐럭터’인 ‘수홍’이 됐고, 고민하던 것을 멈추기로 했다. 1부와 2부 전편에 걸쳐 입체적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수홍’역을 맡으며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1부를 망치지 않아 다행이라며 안심한 듯 활짝 웃는 김동욱, 2부에서는 좀 더 귀여운 땡깡을 약속한다.
(해당 인터뷰는 <신과함께- 죄와 벌> 관련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시사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원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통통하게’ 나와서 놀랐고 미안하다고 했다. 지금 보니 살이 많이 빠진 거 같다.
촬영 당시보다 많이 빠졌다. 원혼이기에 CG 처리한다고 생각하고 맨얼굴로 나오는 순간이 있다는 걸 깜박했던 거다. 모니터 보고 너무 포동포동해서 깜짝 놀랐다!(웃음)
<신과함께> 개봉 후 반응이 좋다. 인터뷰하면서 어느 정도는 마음이 편할 듯하다.
기대했던 거보다 흥행 속도가 빨라서 좀 놀랐고 감사하다.
극 중 ‘수홍’(김동욱 분)은 꼭꼭 숨겨둔 히든 캐릭터라 할 수 있다. 후반부 극을 주도적으로 이끈 데다 연기력 관련 호평도 많다.
태현형, 정우형, 지훈형, 향기가 앞에서 다 기반을 다져준 상태에서 내가 등장하는 거 아닌가. 칭찬을 들으면 기쁜 한편 쑥스럽다.
이번 <신과함께>에서 당신의 활약을 얘기할 때,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게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2007)이다.
음, 그때와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비슷한 점은 이렇게 많은 관심과 칭찬을 들을지 몰랐던 거와 촬영장에서 너무 즐거웠다는 거다. 다른 점은 그때는 정말 멋모르고 즐겁게 촬영했다면 이제는 좀 책임감이 생겼다는 거다.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받은 느낌은.
극 중 ‘수홍’은 형 ‘자홍’(차태현 분)의 드라마를 마무리하면서 극의 클라이막스를 이끄는 인물이라 부담이 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내가 잘 못하면 수홍과 어머니의 절절한 사연을, 그러니까 초반부터 태현형이 차곡차곡 쌓아온 드라마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관객의 감정 이입을 방해할 수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어가고자 했다.
‘수홍’은 극 중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홍’에 대한 소개와 분석 방향은.
음, 그는 1부와 2부에서 모두 활약하는 인물인데 1부에서는 억울함과 분노, 배신감을 안고 원귀가 되지만 결국 복수를 포기하고 저승으로 향한다. 그렇지만 그게 상대에 대한 용서는 아니고 다만 자신의 처지에 대해 인정이라고 본다. 원귀가 됨으로써 보살피고 싶었던 인물을 오히려 괴롭히게 되는 상황을 인지하고 자신의 복수를 포기한 거지. 그러면서 15년 전 형 ‘자홍’(차태현 분)이 뛰쳐나간 것도 억울한 죽음도 받아들인다. ‘수홍’을 연기하면서 그와 같은 행동이 가능하려면 어떤 인물이어야 할까를 생각했었다. 내가 생각한 답은 일단 스스로가 처한 상황과 선택에 대해 쿨한 인물이지 않을까였다.
억울한 죽음에도 불구하고 복수를 포기하는 것에 감정적으로 공감이 되던가.
공감도 됐고 또 공감하려 했다. 공감하지 못한다면 아무래도 연기에 힘이 실리지 않으니까 말이다. 아까도 말했듯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인정이지 용서는 아니다. ‘원일병’(도경수 분)을 쫓아다니며 그의 방황을 보고 죽은 자도 억울하지만 살아있는 그들도 고통받고 있음을 목격하면서 복수라는 게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할까.
‘수홍’역을 선택한 건가 아니면 선택당한 건가? (웃음)
훗, 시나리오 보기 전에 이미 결정된 상태였고 내가 선택한 건 아니다. 김용화 감독님 작품에 포지션과 비중에 상관없이 무조건 참여하고 싶었기에 함께 하자고 해주신 것만도 기뻤다. 솔직히 카메오 정도의 역할을 예상했었는데, 내 생각보다 내가 가진 역량 이상의 것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되는 큰 역할이었다. 정말 총력을 다해서 작품에 그리고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다.
음, 김용화 감독은 당신을 매우 신뢰하던데 너무 겸손한 거 아닌가.(웃음) <국가대표>(2009) 이후 오랜만에 함께 작업했다.
지금도 연기 경험이 많진 않지만, 당시 내가 정말 신인일 때 <국가대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겨주셨다. 정말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든 나에겐 은인 같은 분이다. 감독님의 그런 선택과 믿음이 내가 지금까지 영화를 계속할 수 있는 기회이자 원동력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함께했으니 당연히 좋을 수밖에!
김용화 감독은 당신에 관해 실력은 너무 좋으나, 실력에 비해 활동을 못하는 거 같아 안타깝다고 얘기했다. 그간 활동이 부진했던 이유는 뭘까.
글쎄,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했던 선택을 받아서 했던 만족스러운 결과가 없어서 그렇게 느끼시나 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상황이 이번에 <신과함께>를 할 수 있게 한 거 같기도 하다. 다른 작품을 하고 있었으면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
활동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참여한 작품의 성과가 나쁠 때 아무래도 조바심이 났었을 거 같다.
그렇지 않다면 거짓말일 거다. 조급해지는 것도 있지만 그럴 때 생각이 많아진다. 정말로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되는 거지.
본질적이라.... 본질적인 고민이란 뭘까.
단순하게 말하면 내가 배우라는 직업에 맞는 인간이냐는 의문이다. 배우를 잘 할 수 있을지, 지금까지 잘 해 온 건지 이런 것들. 혹여 능력이 안 되는데 집착을 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기도 했다.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하던 차에 김용화 감독님이 연락을 주셨다.
본질적인 고민을 하던 시기에 <신과함께>에 참여했고, 이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회복됐을 거 같은데? (웃음)
<신과함께>가 개봉한 이후 나온 반응에 자신감이 생겼다기보다는 감독님의 연락을 받았던 당시 일단 본질적? 고민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었다. (웃음)
이번 ‘수홍’ 역할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도는 어떤가.
평소 나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기보다는 감독님이나 동료 배우 그리고 관객의 반응을 통해서 확인하는 편이다. 다행히 1부에서는 해야 할 몫을 한 거 같아 기쁘다. 2부는 촬영은 했지만, 아직 결과물을 보지 않은 상태라 뭐라 말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이번 <신과함께>가 각별하겠다. 당신의 필모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거 같다.
정말 그렇다.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극 중 삼차사가 ‘자홍’을 귀인이라고 반기듯이 김용화 감독님이야말로 나에겐 은인이자 귀인이시다. <국가대표>와 <신과함께>로 두 번의 기회를 주셨으니 말이다.
옆에서 지켜본 김용화 감독은 어떤 분인가.
음....정말 소통에 능하고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분이다. 어색하고 어려울 수 있는 촬영 현장을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 주신다. 특히 함께하는 배우와 스탭들을 세심히 배려하는 편이다.
김용화 감독과 친분이 두터운 거 같다. 평소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인가.
연락을 자주 하진 않고 어쩌다 한 번 안부 인사를 하는 정도다. 개인적으로 영화 관계자나 감독님들께 연락한다는 게 어렵고 조심스럽다. 내가 막 먼저 연락하면 오지랖인 거 같기도 하고 너무 친한 척? 한다고 여길 거 같기도 해서 사적으로 연락해도 좋을지 잘 모르겠더라.
음....성격이 내성적인가 보다.
원래 좀 그런 편인데 바뀌는 중이다. 말이 없는 편은 아닌데 편한 사람과 함께할 때 유난히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그다지 드러내는 편이 아닌데 연기를 하게 된 계기는.(웃음) 물론 내성적인 성격의 배우도 많지만....
사실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면서도 내가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를 하고 배우가 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다. 원래는 공부를 계속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던 거 같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할지 모르겠는데 정말 어쩌다 보니 배우의 길로 들어선 거 같다. 그래서 아직도 내로라하는 선배와 만나 함께 연기하고 있으면 너무 신기하고 낯설다. 한편으론 어색하기도 하고.
데뷔 14년차 배우가 그런 말을 하다니! (2004년, 영화 <순혼>으로 데뷔)
벌써 그렇게 됐군. 그래도 그 감정은 잘 안 없어진다.
작품 외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편이다. 의도적인지 아니면 아직 기회가 없어서인가?
작품 외라고 하면 예능을 말하는 건가. 개인적으로 예능을 너무 좋아해서 정말 여러 종류의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하고 있는데 내가 직접 출연하는 건 좀 아닌 거 같다. 왜냐하면, 시청자가 보면서 즐거워야 하는데 내가 예능에 출연한다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재미없을 거 같다. 아마 앞으로 섭외가 온다 해도 음....너무 낯선 장르다!
평소 작품 선택의 기준은.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 중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했던 것도 있고, 작품 외적 요인으로 선택한 것도 있다. 특별한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힘이 들더라도 자극을 받고 힘이 되는 작품을 하고 싶다. 아직 배우로서는 어린 나이이고 연기적으로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작품을 통해 좋은 감독님과 좋은 배우를 만나서 성장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지금까지 그런 마음이 든 작품을 많이 했던 거 같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가서 극 중 ‘수홍’은 강렬한 분노와 원망을 지닌 원귀인 동시에 웃음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극단적인 감정 사이에서 균형 잡기 힘들었을 거 같다.
‘수홍’이 1부에서는 주로 원귀의 모습으로 나오는데 2부의 본 모습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원귀와 평범한 모습 사이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톤 조절을 신경 썼던 거 같다. 그가 느끼는 분노에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인물을 그리고자 했다.
원귀 역할을 하며 레퍼런스로 삼은 것이 있다면.
음....따로 참고한 것은 없고 다만 원귀이지만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데 그 모습이 똑같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나름 차별화를 두려 했다. 특히 후반부 어머니를 보고 폭발하는 분노가 가장 근원적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전과 같은 강도면 안 되기에 수위 조절에 신경을 썼다.
‘수홍’이 원귀가 되는 데 크게 일조?하는 관심사병 ‘원일병’(도경수 분)간의 감정 교류가 인상적이었다. 도경수와의 호흡은.
오래 촬영을 같이하진 않았는데, 아이돌 출신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 했다. 굉장히 집중력이 강하고 감성이 풍부한 배우라고 느꼈다. ‘아이돌 출신인데 연기를 잘 하네’가 아니라 그냥 연기 잘 하는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거의 1년간 1, 2부를 동시에 촬영했는데 상당히 고된 작업이었을 듯하다.
일단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다. 또, 촬영 여건상 1부와 2부를 번갈아 촬영했기에 감정의 중심을 잡는 부분이 좀 어려웠다.
후반 CG 작업이 많은 작품인데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힘든 건 별로 없었는데 초반 적응하는 데 좀 시간이 걸렸다. 리허설하고 들어감에도 혼자 소리 지르고 포효하고 이런 장면들이 상당히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더라. 최대한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이 질문을 피해갈 수 없을 거 같은데, (웃음) 7개의 지옥 중 어디에서 걸릴 거 같은가.
음, 정말 많이 받는 질문이다! (웃음) 그래서 진지하게 고민해봤는데 살인 지옥 빼고는 다 위태롭지 않을까. 물론 누가 변호를 맡는 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개인적으로 <신과함께>가 볼거리 풍성한 판타지이기도 하지만 주변에 소중한 사람을 돌아보게 하는 점이 좋았다. 영화 참여 전.후 달라진 점이 있던가.
분명히 있다. 나 자체가 그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면 어떻게 관객을 설득하겠나. 분명히 전보다는 더 표현하고 솔직해지려고 하고 그렇게 됐다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좀 더 부지런해졌다.
<국가대표> 이후 하정우와 오랜만에 만났다. 하정우가 앞으로 김동욱의 시대가 올 거라고 언급했는데...
훗, 형이 좋게 말해준 거지! 사실 나는 얹혀간 거다. <국가대표> 때도 그렇지만 정우형과 같이 나오는 장면이 많다는 건 후배로서 배우로서 큰 보험을 든 거나 마찬가지다. 형은 같이 연기하는 상대를 포용하고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받아주는 스타일이라 개인적으로 의지하면서 촬영했다.
연말에 한국 영화 대작 3편이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했다. 지금은 흥행 윤곽이 드러난 상태라 일단 부담감에서 좀 벗어났겠다.
그게, 내가 그렇게 큰 포지션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은 감독님이나 정우형, 태현형이 받아야 할 거 같은데....물론 내가 출연한 작품이니까 잘 되길 바라는 건 당연하고, 또 우리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은 항상 있다.
2부의 내용을 살짝 얘기해준다면. 활약이 더 커지는 건가. 혹자는 당신의 귀여운 땡깡을 기대하라고 하던데?
저승에서는 정우형과 내가, 이승에서는 (마)동석형과 지훈형 그리고 향기가 중심이 된다. 분량이 좀 더 많은 건 사실이고, 그리고 음.... 더 재미있다고 해야지! 그래야 2부도 보실 거 아닌가. (웃음) 귀엽게? 표현하자면 좀 더 땡깡 부리기도 한다. 일단 비주얼적으로도 정우형은 듬직하고 남성적이라 상대적으로 덕을 봐서 내가 귀엽게? 보일 수도 있다!
줄곧 김용화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는데 만약 천만 관객이 달성된다면 김용화 감독을 향한 공약, 뭐 없을까? (웃음)
엇, 생각 못 해봤는데.... 음, 다음번에도 또 써달라고 부탁해야 겠다!
<신과함께>가 개봉해서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영화를 이미 본 관객과 예비 관객에게 한마디 한다면.
영화를 봐주신 관객분들에겐 뻔한 얘기라고 느낄 수 있지만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해 개인적으로 걱정이 많았는데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덕분에 지금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 외에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그리고 예비 관객분은 음, 보기 전에 미리 선입견으로 판단하지 마시고 넓고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즐겨주셨으면 한다. 우리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힘 모아 노력 끝에 만든 영화가 어떤 모습인지 봐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최근 인상적인 일이나 기쁜 일이 있다면.
영화가 잘 되고 있어서 기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내 주변 사람들이 나보다 더 기뻐해 준다는 거다. 동료 배우나 친구들이 영화와 나에 관한 좋은 기사와 댓글이 있으면 그걸 캡쳐해서 보내 주곤 한다. 그게 너무 기쁘고, 더불어 앞으로 더 착하게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2018년 1월 2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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