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머리 긴 모습이 낯설다. 일부러 기르는 건가.
그건 아니고 그냥 안 잘라서다. 주로 작품 때문에 헤어 스타일을 바꾸니까 작품 안 하면 변화를 줄 일이 별로 없더라. 그렇지 않아도 작품 준비로 내일 자를 예정이다.
어떤 작품인가.
<사선에서>라고 이범수 선배가 주인공이고 통일 전 독일에서 벌어지는 남북한 인사들 망명 작전을 다룬 영화다. 난 공산당 고위간부로 출연한다.
기자간담회 때 보니 말이 없더라. 내성적인 편인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나이 먹으면서 더 심해지는 거 같기도 하다.
산뜻하고 젊은 감각의 연애는 아니지만 <나홀로 휴가>의 멜로도 나름 잘 어울리더라. 멜로로 주연한 느낌은.
일단 산뜻하지 못해서 죄송하다(웃음). 근데 멜로나 다른 장르나 어찌됐건 사람의 감정에 대한 얘기 아닌가. ‘육룡이 나르샤’의 길태미도 주어진 상황이나 조건이 다르지만 그도 하나의 인간이다. 이번 작품에 공감을 해 줬다면 고맙다. 여자 분들은 좀 불쾌하게 느꼈다는 의견도 많다.
어떤 면에서? 스토킹 때문인가?
배신감.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남편이 속으로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점에서 배신감이 느껴진다 하더라.
그럴 수도 있겠다. 근데 개인적으로 ‘강재’가 자신의 마음을 가족한테는 전혀 드러내지 않기에, 그 사람이 품은 사랑을 뭐라 할 수는 없겠더라. 실제 당신과 강재의 성격이 닮은 점이 있는지.
성격이란 말 자체가 너무 어려운 거 같다. 만났다가 헤어졌지만 강재의 사랑을 짝사랑이라고 한다면 짝사랑 하는 거 정도? 내가 짝사랑을 좋아한다.
그건 아니다. 난 굉장히 짧다. 그래서 감정이 언제 식을지 몰라 잘 티를 안 낸다.
만약 당신이 강재의 부인 입장이라면? 그러니까 평온한 결혼 생활을 하는 데 부인이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고 있다면 어떻겠나. 결혼도 안 한 분한테 이런 질문이라니, 상상력을 많이 발휘해야 할 거 같긴 하다.
남자랑 여자는 많이 다른 거 같다. 남자는 어쨌든 내 옆에 있는 거 자체를 중시하는 거 같다. 여자 쪽에서 이별 통보 등 구체적인 요구가 들어오지 않는 한, 여자들이 느끼는 배신감의 강도보다는 낮지 않나 싶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조재현 감독과 드라마 ‘펀치’를 통해서 인연을 맺고 함께 작품을 하게 됐다고 들었다.
‘펀치’ 극 초반부에 선배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다. ‘이런 얘기를 영화로 찍을 건데, 원래는 내가 그 역할을 하려 했는데, 네가 해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이러시더라. 난 ‘불러주면 당연히 해야죠’ 했지만 그땐 구체적인 대본도 없고 일정도 없어서 ‘설마, 촬영에 들어가겠어?’ 이런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촬영에 들어간 거다.
불러준다고 다 출연하진 않을 거다. 평소 작품 선택 기준은.
인간에 대한 신뢰도다. 조재현 선배님이 이전에 연출을 하진 않았지만 배우로서 보여준 모습이 있으니까. 그래서 대본도 없는 상태지만 영화를 하겠다고 했다.
처음 대본을 받고 난 후 느낌은.
딱 떠오른 생각은 ‘아, 되게 빨리 쓰셨구나’ 였다. 선배님이 ‘야, 메일 주소 하나 불러봐, 어제 8시간 만에 대본 다 썼으니 보내줄게’ 하시더라. 막상 받고 보니 엄청 빨리 잘 쓰신 거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육체적인 노동력(?)도 좋으시구나 했다(웃음). 추진력이 원체 좋으신 분이다.
미혼으로 알고 있다. 극 중 ‘강재’의 감정을 이해하는 게 힘들진 않았나.
그런데 내 또래는 거의 대부분 유부남 역할이지 않나. 연기하다 보면 다행히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된다. 결혼은 정말 인생에서 큰 경험인데 그보다 더 큰 경험은 아빠가 되는 거라고 본다. 남편 역할보다는 아빠 역할을 하는 게 힘들더라. 괜히 어색하고 아빠가 아니라 삼촌처럼 보이는 것도 같고.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캐릭터다 보니100% 강재에 대해 공감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했다. 결혼한 유부남보다도 10년동안 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설정이 어려웠다. 내가 몇 년 동안은 해봤지만 10년동안은 해 본적이 없기에. 그런 부분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설득력 있게 연기할 수 있을까에 대해 걱정이 앞서긴 했다. 어차피 나 스스로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조재현)선배님한테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독신을 고집하는 건가. 아니면 어쩌다 보니 독신인건가.
특별히 고집하는 건 아닌데, 내 인간됨됨이를 봤을 때 아직은 결혼 생활을 할 준비가 안 된 거 같다. 자신이 없다.
드라마 ‘펀치’에서도 이름이 ‘강재’다. 이번 <나홀로 휴가>에서도 이름이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아마 (조재현)선배님이 드라마에서 ‘강재야, 강재야’ 하다 보니 나를 주인공으로 하기로 하고 그냥 그 이름을 성만 다르게 해서 쓴 거 같다. 그땐 조강재, 이번엔 이강재. 그건 효율성 면에서 그렇게 하신 듯하다.
감독 조재현을 표현한다면.
되게 합리적인 분이다. 연기할 때도 그렇다. 아주 효율적이고 균형감각이 좋으시다. 같이 작업하면서 배우고 싶은 면이 있는 선배라고 생각했었고, 감독으로서도 그렇다. 무언가 내가 불편해 하면 그 자체를 바로 파악하신다. 내가 미처 어떤 부분이 구체적으로 불편한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나의 불편함을 알아채고,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냐고 묻곤 하셨다. 그런 점이 고마웠다. 내가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할 때 고민하고 있는 거 자체를 알아채더라.
혹시 다음에도 불러준다면 같이 할 의향이 있나.
음, 그때는 대본을 보고(웃음). 개인적인 친분도 중요하지만 일이니까 상식적인 절차대로 하는 게 좋지 않겠나(웃음).
신인배우 ‘윤주’와의 호흡은.
윤주는 아주 선한 사람이다. 그 점이 연기에도 묻어 나온다. 베드신이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한테 더 불편한 점이 있지 않나. 그녀가 보여준 선함이 있기 때문에 내가 저절로 더 잘 챙기게 되더라.
베드신에 대해 부담은 없었나.
노출에 대한 부담이 크진 않았다. 다만 ‘사람들이 뭐 보고 싶어 하겠어’ 이런 생각은 들더라.
극 중 ‘영찬’(이준혁 분)과 죽마고우 친군데, ‘강재’와는 성격이 극과 극이다. 당신은 둘 중 누구와 더 닮았는지.
두 사람의 모습이 다 있는 거 같다.
영찬의 어떤 면이 당신과 닮았나, 얼핏 보기엔 닮은 면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게 아직 낯가림이 있는 상태라서. 그게 없어지면 비슷한 면이 나온다.
사실 주인공 이런 거에 대한 기대감이나 책임감을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 역할에 뭘 해야 할지, 그 역할의 크기나 비중에 대해서 평소에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단지 최근에는 드라마를 많이 하다 보니, 역할의 비중이 아니라 불필요한 노출은 좀 자제하자 이런 생각은 하고 있다.
불필요한 노출이라 하면.
특별출연, 우정출연 이런 것들. 난 하자고 하면 웬만하면 다 한다. 빼고 그렇지 않는다. 사실 안 해도 될 것도 내가 먼저 연락해서 ‘나 할래’ 한 적도 있다. 그럼 상대방이 ‘이거 너무 작은 역인데’ 이러기도 한다. 요즘엔 조금 자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내가 낯가림이 풀리는 시기가 3회차 정도 돼야 하는데, 특별출연 이런 건 보통 1~2회차로 끝난다. 낯가림이 좀 없어질 쯤 되면 촬영이 끝나다 보니 아쉬움이 크더라. 그 느낌이 어떤 면에선 싫기도 해서 좀 줄여야겠다 싶더라.
<터널>(2016)에서도 잠시 나온다.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2016) 도 마찬가지고.
다 아는 감독님들 작품이다 보니, 출연하게 된다. 이제 좀 줄이려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사실 다음 작품 중에 후배 입봉작이 있다. 근데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역할에 비해 내가 너무 늙은 거다. 왜냐면 10년전부터 나를 생각하며 써 온 시나리오라서. 그래서 ‘이거 하기에 내가 너무 늙은 거 아냐’ 했더니, ‘어쩔 수 없어’ 하더라. 그래서 그냥 하기로 했다.
당신이 예능을 잘한다는 소문이 있다.
그게 사석에서 내가 좀 업 된 상태에서 본 사람들이 ‘잰 뭐야’ 이런 분이 몇 몇 계셨나 보더라.
그 모습은 만난 지 3회차는 돼야 볼 수 있는 건가.
아니, 술 마시면 바로 당일 저녁에도 가능하다(웃음).
‘무한도전’에서 낯가림이 없어진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계속 거절하다 회사에서 무한도전은 꼭 출연해야 한다고 해서 나간 거다. 배우가 예능을 나가는 게 맞는 건가 이런 생각이 있었다. 그건 아직도 답을 못 내렸다. 사실 ‘육룡이 나르샤’ 끝나고 CF 몇 건이 들어왔는데 거절했다. 배우가 광고를 찍는 게 당연한 건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
CF 는 작품 성공의 척도이기도 하다. 또 수입으로 바로 연결되다 보니 많이 하고 싶어하지 않나. 거절 이유는.
그렇게 노출되는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 언제까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배우만 해서도 먹고 산다. 굳이 더 금전적으로 욕심을 부리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더라.
금전적 욕심이 없나 보다.
아니다, 돈 좋아한다(웃음). 그런데 돈이란 개념이 참 조심스러운 거 같더라. 배우들은 월급이 없지 않나. 주변에서 보니까 한 번 잘 돼서 돈을 벌어도 그걸 유지하는 게 힘들더라. 그래서 후배들한테 ‘생활 사이즈 키우지 마라,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한 번 잘됐다고 차 바꾸고, 집 늘리고 하지 말고.’ 이렇게 얘기하는 편이다. 왜냐면 ‘그렇게 되면 네가 안 해야 될 역할도 해야 되고, 더 싸게(?) 팔릴 수도 있을 수도 있고’ 이런 얘길 많이 한다. 잘 벌어서 잘 쓰고 싶은 욕심은 물론 있다.
후배들한테 생활의 규모를 늘리지 말라고 충고한다고 하는데 스스로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차곡차곡 하고 있나.
차곡차곡 잘 한다기 보다는 생활의 사이즈를 키우지 않는다. 일단 강남을 잘 안 나가고 술도 소주를 즐겨 마신다. 강북 24평 아파트 월세, 차도 국산차 그렇게 작게 산다. 이 쪽은 돈 때문에 훅 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배우들이 연기 외 부업을 많이 하지 않나.
그러면 또 연기가 훅 간다. 가능하면 아직은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죽을 때까지 배우를 계속 할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를 하는 동안은 연기로 못 한다는 소린 듣고 싶지 않다. 또 돈 때문에 하기 싫은 역을 억지로 하고 싶지도 않고. 총알이 좀 있어야 딜도 할 수 있지 않나. 총알이 없으면 저게 낚시 바늘인줄 알면서 물어야 한다. 그러긴 싫다.
어떤 CF가 들어왔었나.
다양하게 들어왔는데, 길태미가 진한 화장을 하고 나오다 보니 색조 화장품 광고가 있었다. 또, 아웃도어랑 보험, 가전 등
어려운 질문인데, 배우란 기술자 같다.
‘기술자’인 배우가 된 계기는.
중학교 때 연극을 보러 다니긴 했는데 그때 내 스스로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그러다 20대 초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스포츠 신문 구인란을 보니 극단 단원 모집이 있더라. 전화 해보니 와 봐라 해서 갔다. 신촌 산울림 소극장이었다. 가니 내일부터 나와라 하더라. 그러다 보니 배우가 된 거다.
그 전에 하고 싶었던 일은 뭔가.
그때가 대학을 가기도 전이고, 대학을 갈 생각도 없었던 때다. 사실 고등학교를 퇴학당했다.
자의로? 아님 타의로?
난 자퇴라고 생각했는데 행정 처리 된 거 보니 퇴학 당한 거더라. 그 당시는 학교 다니는 것도, 선생님도, 집도 모든 게 다 싫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춘기가 늦게 온 게 아닌가 싶다. 가출해서 2년 동안 집을 나가 있다 들어왔다. 하고 싶은 게 없다 보니 아르바이트 하고 술 마시고 그런 생활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신문 구인란을 보고 연락해서 극단에 들어간 거다.
그렇게 입단하고 나니 내 길인가 싶던가. 쉽지 않은 길인데.
이 바닥에는 어떤 이유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 난 한 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고 싶지는 않더라. 그래서 ‘올해까지만 해보고 아니면 확실히 떠나자’ 를 7~8년 하다 보니 시간이 흘러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 그래서 그 이후에는 ‘열심히 해보자’ 로 생각을 바꿨다.
부모님 속을 많이 썩였는데, 요즘은 사이가 좋나.
뭐, 지금은 좋긴 한데 최근에도 엄마와 싸움을 해서(웃음).
혹 유년시절의 경험이 가정을 이루는 거에 걸림돌로 작용하진 않았나.
그렇진 않다. 다만 결혼은 성인끼리 하는 거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지 않나. 아이는 본인이 원해서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런 부분에 대한 책임감, 혹은 내가 부모가 될 자질이 있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다. 아이가 말썽을 부리고 속을 썩이는 건 괜찮은데 인간 됨됨이가 나를 닮아도 되는 건지, 내가 좀 더 양질의 인간이 돼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여행을 혼자 많이 가긴 했다. 올해도 드라마 끝나고 갔는데 이번 여행하고 느낀 게 내가 그다지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그냥 마음 맞는 사람들과 수다 떠는 게 제일 좋은 휴식인 거 같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극 중 장롱에 갇힌 신이 힘들었을 듯 한데, 어떻게 준비했나.
일차적으론 공간적 제약과 제한에 대해 생각했고, 그 이후엔 그의 감정과 구체적 상황을 고려했다. 처음에는 좁은 공간에 한참 있어야 되는데 얼마나 몸이 힘들까. 그 다음에는 이것저것 생각 끝에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거고.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 있다면.
특별히 힘들었던 건 없다. 다만 인물자체가 일반적인 인물이나 상황이 아니다 보니 관객이 어떻게 공감하게 할 수 있을까 그 점에 신경을 썼다.
아, 몸이 힘들었던 건 마지막 촬영 때, 거꾸로 엎어지는 장면에서 잘못해서 등을 부딪혀서 진통제 맞고 와서 계속 진행했다.
감독님과 의견 충돌되는 점은 없었나.
딱히 안 맞는 점은 없었고, 좀 전에 마지막 거꾸로 엎어지는 장면에서 그 자세가 상식적으로 가능한 자센가 하는 의문은 들더라.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 싶었다. 그런데 한 번 해봤더니 의외로 쉽게 되는 거다.
벽 앞에 우는 신에서 감독님이 감탄했다고 들었다.
감독님은 화면 안에 오래 남아있으면서 슬픔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다. 하지만 난 화면 안에 없어도 감정이 전달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저 앉아 좀 울다가 바로 앵글에서 빠져 나왔다. 두 가지로 촬영했는데 내가 생각한 장면을 편집에서 사용하셨더라.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고 스스로에 약간 뿌듯하기도 하고 그걸 사용한 감독님한테 감사하기도 하다.
최근은 아니고 <스포트라이트>. 너무 재밌게 봐서 후배들 불러서 3번 정도 봤다. 연기를 너무들 잘해서 ‘이 사람들 진짜 미쳤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
지금까지 해온 역할 중 애착이 가는 역할이 있다면.
음, ‘밀회’에서 김희애 선배의 남편 역이다. 갑한테 기생하는 남자지. 최근에 드라마에서 했던 캐릭터는 다 애착이 가는 편이다. 영화에서는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시실리 2km>(2004)의 조폭 캐릭터다.
<나홀로 휴가>를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이 질문 많이 받는데 참 어렵다. 도망치고 싶은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하자.
어디로부터 도망인가.
여러 가지 면에서다. 여행의 묘미는 도망치는 거에서 오는 쾌감이라 생각한다. 직장, 가족, 사회적 상황 등. 무엇으로부터든 도망치고 싶은 남자의 이야기같다.
지금 당신이 인터뷰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것처럼?(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인상 깊은 일이나 기뻤던 일은?
내가 너무 무덤덤하게 사는 사람인가 보다. 딱히 기억나는 게 없는데, 있다면 엄마와 싸운 정도?
아직 화해 안 한 건가.
난 오래 간다. 몇 년도 간다. 풀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어떻게 풀어야 되나 고민 중이다.
인터뷰를 통해 훈훈하게 진심을 전한다면.
그건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 엄마한테 죄송하긴 한데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또 일어날 일이라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넘어가는 건 아닌 거 같다.
2016년 9월 26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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