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손 감독이 애니메이션에 뛰어든 이유, 바로 어머니다. 뉴욕으로 이민 와 식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감독의 부모는 매출이 좋은 날이면 어린 형제의 손을 잡고 극장에 갔다. 그러나 영어에 익숙지 않은 탓에 늘 형제에게 통역을 부탁했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곤 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어머니를 울린 영화가 있다. 바로 <덤보>다.” 바로 이때 “애니메이션의 힘을 알게 됐다”는 피터 손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배울 수 있는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했다. 차후에는 캘리포니아로 건너 가 애니메이션 전문 학교에 입학했다. 캘리포니아는 신세계였다. “뉴욕에서는 항상 황인종이라 놀림 받았으나 캘리포니아에서는 아무도 내 피부색에 신경 쓰지 않았다. 영화를 사랑한다는 것 자체만 중요하게 받아들여졌다.”
이후 피터 손 감독은 픽사에 입사했다. 어느덧 15년차 사원으로 <굿 다이노>를 연출하게 된 그는 “픽사는 정말 가족같은 분위기다. 영화를 사랑하는 모두에게 훌륭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픽사 내에서도 그는 특별한 영화 감독이다. “<니모를 찾아서> 당시 수족관을 그린 내 그림을 보더니 나를 스토리 부서에 보냈다. <인크레더블>을 할 때는 운 좋게도 아트 디자인 스토리 보딩, 애니메이션 부서까지 섭렵할 수 있게 됐다.” 감독으로서는 드물게 여러 부서를 섭렵한 이력을 갖추게 된 셈이다. 이후 “구름에서 전세계 모든 아이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린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 그는 “<굿 다이노>를 만들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최대한 빨리, 많이 실수를 하라”는 교훈을 배웠다. “그래야 더 빨리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의 노력은 기술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드니스 림 프로듀서의 강력한 지원 하에 그는 “모든 박물관을 방문했다.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에 방문했을 때 본 아주 큰 공룡을 스케치해서 공룡의 생김새, 구조, 골격 사이즈 등을 해부하듯 스케치했다”. 또한 “공룡 뼈가 주로 발굴되는 북서쪽을 직접 답사했다”. 그 곳에서 그는 “놀랍고 경이로우면서도 무시무시한 자연을 느꼈다”. 강에서 레프팅을 하다 카메라를 잃어버렸던 경험을 통해 강의 위험성을 깨닫기도 했다. 이 경험에 착안해 감독은 “강의 느낌을 영화에 담아내려 했다. 영화가 평화로울 때는 강이 투명한 유리처럼 표현되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 강물은 시퍼렇거나 흙탕물이며, 유속이 매우 빨라진다”고 소개했다. 또한 감독은 그곳에서 목축업을 하고 있는 한 가족을 만났다. “두 명의 백인 부부가 다섯 명의 아이티 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우고 있었다.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생계를 꾸려나가는 데 기여하는 것을 봤다. 그 모습을 통해 진정성을 느꼈다”는 피터 손 감독은 그들의 모습에서 ‘알로’ 가족의 영감을 얻었다.
<굿 다이노>의 소재를 잡게 된 계기를 묻자 감독은 “소년과 강아지의 이야기를 그리는 게 원래의 뼈대였다. 그러다 소년 역을 공룡이, 강아지 역을 인간 아이가 맡으면 재밌지 않을까 싶었다. 좀더 발전시켜 생각해보니 초식 공룡들이 계속 살아 있다면 농부가, 육식 공룡들은 카우보이가 될 것 같았다. 티라노 사우르스를 카우보이로 표현하면서 존 웨인처럼 표현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더불어 “미국에서는 과거에 집착하느라 현재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람을 ‘공룡’이라 부른다. 알로 역시 과거에 집착하지 않나. 그런 한계를 스팟과의 관계를 통해 풀어나가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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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꿈의 직장으로 알려진 픽사, 그 곳에서 감독이 되려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지 묻자 피터 손 감독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장 중요한 감독의 자질은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를 만들고 그리고 전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감독은 함께 일할 애니메이터를 선택하는 기준 역시 덧붙였다. "그 사람만이 기여할 수 있는 것, 그 사람만이 가진 취향이 제일 중요하다. 다른 것을 따라 하는 것에는 관심없다"는 그는 픽사를 꿈꾸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조언한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관점을 가장 잘 제시할 수 있는 곳, 나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곳, 바로 픽사다." 좋은 아들이자 좋은 감독인 피터 손 감독의 <굿 다이노> 이후의 행보가 진심으로 기대된다.
2016년 1월 11일 월요일 | 글_이지혜 기자 (wisdom@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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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