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차우’는 최고의 캐릭터
국내에서 켄 정이라는 이름은 아직 생소하다. 그러나 <행오버>의 노출남 ‘미스터 차우’, <트랜스포머 3>의 변태남 ‘제리 왕’, 미드 <커뮤니티>의 루저 교수 ‘세뇨르 챙’ 등 다수의 작품에서 보여준 그의 코믹 연기는 한 번 보면 중독된다. 왜냐고? 미간을 찌푸릴 정도의 엽기 퍼포먼스와 더불어 인생의 고독과 외로움을 코미디로 승화시키기 때문이다.
켄 정의 코미디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작품은 바로 2009년도에 개봉했던 <행오버>다. 영화에서 그는 차 트렁크에서 전라로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켄 정은 “원래 시나리오 상에서는 사각 팬티를 입고 등장하는 거였지만, 벌거벗고 나오는 게 더 웃길 것 같아서 의견을 냈다”며 “배우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했던 토드 필립스 감독은 흔쾌히 수락 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했다.
내조 덕분에 과감한 코미디 연기를 보여준 켄 정은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러브콜이 들어왔으며, 2010년 MTV에서 ‘최고의 황당한 순간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때까지 맡았던 역할 중에 미스터 차우가 최고라 생각한다”면서 “이 역할을 맡고 나서 인생이 바뀌었고, 감독과 배우 등 좋은 동료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2년 만에 미스터 차우 역을 다시 맡게 된 켄 정은 감회가 새로울 터. 그것도 전편보다 분량이 더 많아지면서 깨알 같은 웃음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이는 2년 전보다 높아진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켄 정은 “1편 보다 더 많은 분량이 나올 수 있었던 건 감독의 아이디어였다”는 말과 함께 “더 작은 역할을 줬다고 하더라도 감독과 배우들과의 우정 때문에라도 무조건 출연했을 것”이라고 각별한 의리를 보여줬다.
이제 코미디 말고도 다양한 장르 영화에 욕심난다
원래 켄 정은 내과 의사였다. 하지만 돌연 코미디 배우로 직업을 바꿨다. 과연 그를 배우로 이끈 건 무엇이었을까? “대학에서 연기과목을 수강하면서 연기에 대해 매료당한 후 의사를 하면서도 계속해서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다.” 낮에는 의사, 밤에는 코미디 배우로 활동하던 시기 켄 정은 2006년 주드 아파토우 감독의 <사고친 후에>에 캐스팅됐다.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닥터 쿠니. 하지만 자신의 코미디 역량을 펼쳐 보이기에는 너무 작은 캐릭터였다.
이후 영화에서는 <행오버>, 드라마에서는 <커뮤니티>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특히 <커뮤니티> 시리즈에서 켄 정의 코믹 연기는 발군이다. 한 대학 스터디 그룹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드라마에서 그는 스페인어 실력이 한참 모자란 스페인어 교수 ‘세뇨르 챙’으로 나와 기괴한 표정연기와 슬랩스틱 연기로 웃음을 전하고 있다.
그에게 배우의 꿈을 가져다 준 <행오버>는 개봉 당시 R 등급 코미디 영화로는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개봉하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국내에서 미국식 코미디 영화가 흥행과는 멀었기 때문이다. 이는 <행오버 2>의 흥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켄 정은 걱정 말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미국 R 등급 코미디가 다른 나라에서 사랑받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행오버> 시리즈는 다른 작품과는 달리 해외 흥행 실적도 좋다”고 영화의 장점을 밝혔다. 이어 “한국에서 태어나신 부모님에게도 영화를 보여드렸는데 내가 알몸으로 나오는데도 재미있다고 하시더라”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2011년 8월 19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1년 8월 19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