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개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단 좋은 시나리오와 첫 작품임에도 좋은 연출력을 발휘한 감독, 그리고 열심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히 연기했던 배우들의 노력이 합해져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기대가 된다.
영화를 보니까 날도 추운데 후반부로 갈수록 밤 촬영장면이 많이 나온다.
촬영을 11월에 했는데, 촬영장에 호수가 있어서 더 추웠다. 배우들도 고생 많이 했지만 스탭들이 더 많이 고생했다. 배우들은 촬영 때만 고생하지만 스탭들은 그곳에 상주하며 촬영을 했기 때문에 추위와의 싸움이 장난 아니었을 거다. 그래서 촬영 분량이 조금이었던 나로서는 미안함 마음이 든다. 또한 영화를 홀로 이끌어야 했던 엄정화 씨가 고생한것에 비하면내 고생은 세발의 피다.(웃음)
그래도 영화를 보니까 힘들게 촬영한 장면이 나오던데, 많이 맞더라(웃음)
맞는 역할이 처음이었다. 주로 때리는 역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많이 맞으니까 심적으로 불쾌하더라.(웃음)
하긴 전작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가해자일 때가 더 많았다. 얘기를 듣고 보니 정말 심적으로 불쾌했나보다. 표정이 리얼하더라.(웃음)
이번 영화를 계기로 앞으로 나의 주먹에, 발길질에 얻어 맞는 사람들에게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영화라고 하지만 기분이 참 묘했다.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욱하지는 않았다.(웃음)
이번 영화에서 교수로 나온다.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에 가장 지성적인 캐릭터다.
글쎄.(웃음) 하긴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보다 교수라는 직업 때문에 다르게 보였을 것이다. 나에겐 이 캐릭터가 하나의 도전이었다. 극중 영준은 차분하면서 도드라지지 않고 영화의 공백을 채우는 인물이다. 그전에는 항상 강한 역할이라서 씬 스틸러(Scene Stealer)라는 수식어도 들었는데, 이번에는 고스란히 영화에 녹아들어가는 역할이라서 오히려 호감이 가고 열심히 연기에 임했다.
<베스트셀러>에서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촬영을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테이크도 3번 이상을 안 갔다고?
정말 얘기 많이 했다. 연기를 잘해서 테이크를 3번 이상 안가는 게 아니라 불안해서 그런거다. 현장에서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느냐에 따라 분위기도 많이 달라진다. 충분히 감독과 배우간의 소통을 할 수 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게을러지면 좋은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 촬영이 원할하게 안 되면 한, 두 시간 금방 지나가고,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낭비된다. 좀 더 효율적인 연기를 하기 위해서 감독과의 대화, 배우들간의 대화는 필수적이다. 또한 실제 촬영 때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도 얘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베스트셀러>는 한 영화에 호러와 스릴러라는 두 가지 장르가 함께 공존하는 영화다. 참여한 배우가 아닌 관객의 입장으로 영화를 평가한다면.
시나리오를 100% 이상 구현해낸 것 같다. 확실히 글로 보는 것보다 영상과 음향이 들어가니까 더 실감나게 이야기가 진행됐다. 근데 두 가지 장르가 함께 공존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만 장르 안에 영화를 가두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따지고 보면 <베스트셀러>에는 모든 장르가 다 있다. 코미디도 있고, 드라마도 있고, 멜로도 있다.
극중 엄정화와 딸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모성애가 눈길을 끌었고, 후반부에 그려지는 인간들의 아귀다툼, 또한 그들의 이기적인 모습들이 흥미로웠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바로 이런 모습이 우리 안에 숨겨진 본성이라 생각한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전작에서 비춰진 악역의 이미지를 걷어내기 위해 감독과 많은 노력을 했다. 아마도 제작사 측에서는 악역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극중 아내를 벌레보듯하고 긴장감을 유발하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눈 끝에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아내를 연민으로서 받아주고 지켜주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극중 아내가 히스테릭한 소설가로 나온다. 표절 때문에 가정에 불화가 생기고 남편도 아내를 믿지 않고 냉대한다.
영준은 아내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아픔을 헤아려 주지 못한다. 점점 사이가 멀어진 이유는 표절이 아닌 대화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그 상황에 마주했다면 더더욱 대화를 하고 아내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알아차렸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히스테리를 부리면 같이 살고 싶어도 못산다.(웃음)
제작보고회 때 군대시절에 엄정화 씨가 로망이었다고 말했다.
뭐 그때는 나만의 로망이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군인들의 로망이었다.(웃음) 그 당시 지금 아이돌 그룹을 합쳐놓은 것만큼 엄정화 씨의 인기는 대단했다. 엄정화 씨가 ‘무릎팍도사’에서도 언급했지만 노래와 연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전무후무한 엔터테이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그 오랜 시간 동안 그 위치를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엄정화 씨는 참 대단하다. 예전에는 군인들의 로망이었지만 이제는 엔터테이너를 꿈꾸는 연예인들의 로망이다.
같이 연기를 한 배우로서 엄정화 씨의 매력은 무엇인가?
배우가 그 역할에 충분히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민하고 만족해하지 않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게다가 좋은 연기를 펼쳤지만 계속해서 모니터를 확인하고 감독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나 또한 배울 점이다.
고의는 아니겠지만 이번 영화에서 엄정화 씨를 두 번이나 울렸다.(웃음)
두 번 울렸지만 수백번 웃겼기 때문에 괜찮다.(웃음) 영화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로 남자도 해내기 어려운 여정을 여배우 혼자 해오면서 힘들었을 것이다. 날씨도 춥고, 지방에서 홀로 지내면서 외롭기도 했었고, 긴장도 많이 했었다. 더불어 자신이 끌고 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몰입도 많이 했었다. 근데 춥고 힘든 촬영환경 때문에 자기 뜻대로 연기하지 못하니까 서럽고 복받쳐서 그랬던 것 같다. 자신에게도 화도 나고 말이다. 하지만 엄정화 씨 아닌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풀렸다.(웃음) 그 만큼 이번 영화에서 엄정화 씨가 맡은 역할이 굉장히 치열하고 힘든 부분이 많았다.
<아는 여자>부터 장진 감독의 영화에 출연해왔다. 연기 인생에 있어 장진 감독은 어떤 존재인가?
그냥 멍석을 깔아준 인물.(웃음) 연극이 아닌 영화나 드라마를 조금 더 쉽게 올 수 있는 지름길을 안내 해준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고맙고, 그 뒤로는 별거 없었다.(웃음) 처음 만났을 때 지금처럼 장진 감독과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지만 언제나 선후배간으로 서로 나쁘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작업하는 동료라고 생각한다. <웰컴 투 동막골>이란 연극을 같이 작업했었던 것을 시작으로 <아는 여자> <박수칠 때 떠나라> <거룩한 계보>를 찍었다. 감독과 같은 소속사가 된 다음에는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처음이었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 <퀴즈왕>도 함께 작업했다.
음. 글쎄(웃음) 그냥 단순히 역할에 맞게 눈매를 만드는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캐릭터라면 눈빛이 선하게 되는데, 관객들은 그 모습을 기억하지 않더라. 이게 다 나를 악역으로 몰고 가는 영화와 드라마 때문이다.(웃음)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동료 검사로 차승원 씨가 출연했는데, 4년 만에 <시크릿>에서 다시 만났다. 뭐 이번엔 경찰과 조직 보스로 만났지만.
예전보다 많이 편해졌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아무래도 장편으로는 비중 있는 역할이 처음이었고, 적지 않은 조바심이나 열등감이 있었다.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웃음) <시크릿>을 촬영할 때는 이전 많은 작품으로 경험을 많이 쌓았고, 그만큼 적응도 한 상태라서 편했다. 일단 마음이 안정되니까 서로 배려하면서 격한 감정연기도 손쉽게 했다.
<시크릿>에서 재칼은 참 특이한 캐릭터다. 다른 인물들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의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다분히 할리우드 악당처럼 보여주고 싶었다. 재칼은 예전 조폭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와는 아예 다르다. 또한 시나리오상에서 재칼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기복이 심한 인물이었다. 그 때문에 다른 캐릭터보다 더 튀어 보였을 거다. 하지만 그런 모든 것들은 설정이었다. 스릴러 영화에 있어서 악역의 장치는 긴장감의 증폭, 유발이라 생각해서 열심히 연기에 임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표현되지 못해 아쉽다.
튀어 보인다는 느낌은 아마도 영화속에서 루악 커피를 씹는다던지, ‘킥’, ‘야웅’ 같은 의성어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루악 커피를 씹는 건 감독님의 생각이었다. 그 모습을 본 관객들이 오버스럽다고 생각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더 오버스러운 사람들을 많이 봤다. 정말 길거리 지나다니면 이상한 사람이 많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그게 리얼리티인데, 그 캐릭터를 고스란히 영화에 표현하자면 힘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실제로 ‘킥’ 같은 경우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들 많다. 어떻게 보면 소리만 틀리지 손가락으로 ‘틱’ 하거나 킁킁거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야웅’도 실제 기분 좋으면 했던 나만의 의성어인데, 캐릭터에 잘 맞을 것 같아 한번 써봤다. 캐릭터를 더 강하게 가져가고 싶어서 때리고 부수고 했는데, 감독님이 자제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극중에서 촛대로 막 때리고 춤추기도 하고 정말 미친놈처럼 성격이 극과 극으로 오고 갔다. 진짜 미친놈 아니야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말이다.
정말 악독하다고 느꼈던 작품은 <열한번째 엄마>에 폭력 아버지로 나왔을 때였다. 이 영화에서 성격이 난폭하고 같이 출연했던 김혜수 씨도 많이 때렸다.
아직도 이 사회의 언저리에 어디에선가 그런 폭행이 자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야 말로 악질 캐릭터다. 그런 부분들을 고발하고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에 참여했었다. 어쩌면 그 사람도 사회가 만들어 낸 인물이다. 사회복지제도가 부족했기 때문에 폭력 속에 살았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맞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을 것이다. 그러므로 부익부 빈익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고, 계속 폭력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 캐릭터를 만들었다.
매번 영화 제작보고회때 재미있는 말로 유쾌한 분위기를 이끈다. 평소에도 농담과 장난을 좋아하는 성격인가?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다. 생각해보면 내 스스로 어색하고 힘든 분위기를 못 견디는 것 같다. 그리고 영화 자체가 호러나 스릴러 같은 무거운 장르 영화면 오히려 그 분위기에 휩쓸려 가기 일쑤다. 그런 이유에 더욱더 환기 차원에서 살짝 유쾌하게 하는 것이다.(웃음)
<불신지옥>으로 호러 영화에 도전했다. 극중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다가 아픈 딸을 살리기 위해 그 존재를 믿는 형사 역을 맡았다. 실제 기독교인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소재의 영화를 선택한 것 자체가 의외다.
극중 캐릭터는 딸이 점점 아파서 희망이 없어지고, 다른 사람들이 기적처럼 병이 낫는 걸 보고 딸한테 그걸 권해보려고 하는 남자다. <불신지옥>을 선택한 이유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고발을 하고 싶었다. 현재 교회에 다니고 있지만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본다. 정확하지 않으면서 무례하게 전도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런 부분에 대한 고발 차원에서 참여를 하게 되었다. 이 작품을 통해 바른 믿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토론의 장을 조성하고 싶었다. 다만 흥행이 잘 안되서 토론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웃음)
(한참을 생각하더니)편안하면서도 목욕탕 같은 느낌이랄까! 내 모습을 다 발가벗고 남에게 보여줘야 하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한 공간이다. 시골에 잔디가 심어지지 않은 흙 바닥이 있고 마당에 개가 있고, 가마솥이 있는 한옥. 그런 고즈넉함이 있지만 그 안에 치열함도 묻어있는 공간이다.
영화는 관객에게 있어서 스크린만 봐야 하기에 시선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연극은 무대 위에 펼쳐지는 다양한 인물들이 연기를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자유롭다. 배우로서 영화와 연극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
영화는 소리의 데시벨에 관계없이 붐 마이크 같은 다른 장치를 사용해서 전달하는 반면 연극은 조용히 읊조리는 대사도 육성만을 써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발성에서 틀리다. 또한 영화는 현장성을 중요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리얼한 연기를 그런 감정으로 보여줘야 한다. 반면 연극은 수많은 연습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때문에 약간은 과장된 액션이 첨가 된다. 그러면서도 현실감 있는 연기를 해야 한다. 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 연극은 끊임없이 반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구력이 많이 필요하다.
연극, 영화에 이어서 드라마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많은 시청자들이 기억하는 드라마는 <별순검>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후 사람들이 많이 알아봤을 것 같다.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방송이라서 많은 분들이 알아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케이블 방송에서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정말 <별순검>이 공중파 드라마였다면 악역 전문 배우라는 꼬리표가 없어졌을 것이다.(웃음) 그 때 마니층이 있었는데, 극중 강승조처럼 의롭고 정의로운 모습을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없어서 지금도 아쉬워한다.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바람의 화원> <아이리스> 영화는 <황진이> <시크릿>에서 악역을 했었는데, 그게 너무 인상적이었나 보다. 따지고 보면 악역을 별로 하지 않았는데도 악역 전문배우라고 기억하는걸 보면 가슴 아프다.(웃음)
그래서인가? 이번에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도 멋스러운 미술관장으로 나온다.
뭐 일단은 비주얼 쪽으로 걸쳐보지 못했던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옷을 입으니 새롭다. 연기양식은 비슷한데, 인물의 심리가 굉장히 오묘하고 복잡하다. 이전까지 맡았던 인물들과는 다른 캐릭터다. 끝까지 보면 또 다른 면을 볼수 있을 것 같다.
3회 때 극중 진호(이민호)가 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손수건을 건낸 장면 때문에 미술관장이 게이가 아니냐는 설이 나돌고 있다.
(웃음)모르겠다. 뭐 배 아파서 땀나니까 손수건 준 걸꺼다. 뭐랄까 배려하는 남자.(웃음)
연극까지 하면 10작품 넘는다. 내가 생각해도 희한한 일이다. 본의 아니게 작년 <7급 공무원> <불신지옥> 그리고 <굿모닝 프레지던트>까지 세 작품을 같이 했다. 이번에 <퀴즈왕>도 같이 찍었다. 장영남 씨랑 같이 작업을 하는거 보면 뭔가 공통분모가 있나 보다. 아예 같은 소속사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웃음) 끼워 넣기 캐스팅 인줄 알고 말이다.
나도 실제 그런 줄 알고 있었다.(웃음)
오해도 많이 받았다. 심지어 우리를 부부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오히려 다음작품에도 서로 추천하자, 콤비처럼 다른 작품에서 만나자라고 우스갯소리도 했다. 심지어 <퀴즈왕>에서는 극중 부부로도 나온다.(웃음)
부부로! 장영남 씨는 좋아하던가?
안 좋아할 수가 없다.(웃음) 장영남 씨는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웃긴 사람이라 생각한다. <퀴즈쇼>에서도 나 때문에 NG 많이 냈다. 너무 웃어서.(웃음)
다른 영화에서도 웃겨서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이 NG를 많이 낼 것 같다.
아니다. <퀴즈왕>은 코미디라서 그런거고 <베스트셀러>에서는 연기에 방해 안 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치기 어린 장난 때문에 감정이 깨지면 영화에 해가 된다. 평상시에는 긴장을 풀려고 많이 장난치지만 촬영을 시작하면 아예 그런 행동을 삼가 한다.
배우라는 직업이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힘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찾아오는 어려움은 어떻게 이겨내는가?
일을 하다 보면 작품 때문에 힘들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그 고통을 좋아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런 고뇌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럴 때마다 당연히 힘은 들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일이고, 이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 틈만 나면 핸드폰에 있는 우리 아이들 사진을 본다. 연기를 하면서 행복하고, 연기를 함으로써 가족이 행복한 거니까. 나의 꿈을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열심히 한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연기를 좋아하나?
아직 잘 모른다. 이제 6살, 3살인데.(웃음) 근데 조심해야겠더라. 우연히 <바람의 화원>때 화살 맞고 죽는 장면을 우리 애가 봤었는데, 그거 보고 울더라. 실제로 내가 죽을 줄 알고. <거룩한 계보>때는 액션 장면이 많았는데, 아들이 그걸 보더니 아빠는 왜 죄수복 입었냐고 왜 싸우냐고 물어보더라. 역시 애들은 그걸 현실로 받아들이더라. 아이들을 위해서 착한 영화 한번 찍고 싶다.
앞으로는 착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건가?
그렇지 않을까? 악역이 아닌 천사의 모습으로…?(웃음)
2010년 4월 19일 월요일 | 글_ 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0년 4월 19일 월요일 | 사진_박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