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그녀를 변화시키다
“그때 <오페라의 유령>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냥 평범한 삶을 살았을 거예요.” 중 3 시절 외고 시험에 떨어진 후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영화를 보러 간 강소라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게 해준 <오페라의 유령>을 만나게 된다. 이후 계속해서 극장을 찾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뮤지컬까지 챙겨 봤다. 이때부터 뮤지컬과 연극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고등학교에 진학해 자연스럽게 연극반에 들어갔다.
하지만 처음부터 연기를 한건 아니다. 이유는 뚱뚱한 몸매. 자기보다 예쁘고 연기 잘하는 아이들에 밀려 연출 겸 작가로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연기를 하게 된 그녀는 강한 매력에 이끌려 굳은 결심을 내린다.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께서 많이 반대 하셨어요. 그래서 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20kg을 감량했어요.” 연기에 대한 목마름은 그녀를 변화시켰고, 주변 사람들을 설득 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모든 게 첫 경험인 그녀
강소라는 처음으로 본 오디션에 합격해 여주인공의 행운을 갖게 되었다. “편한 복장에 아무 기대도 없이 오디션장으로 갔는데, 살쪘던 예전 모습이나 면접을 기다리면서 대본과 핸드폰만 뚫어져라 쳐다봤던 모습들이 극중 다정이와 흡사해서 캐스팅 된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그녀는 첫 촬영 때 눈물을 보였다.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채 긴박감을 표현해야 했던 게 문제였다. “전날 감독님과 촬영 장면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고 정작 캐릭터 분석을 하지 못했어요. 영화에서 그 장면이 가장 아쉬워요.” 이후 최대한 다정이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자신을 질책하며 다짐했다.
배우에게 키스신이란 떨림 그 자체이다. 강소라는 <4교시 추리영역>에서 상대배우인 유승호와 첫 키스신을 경험했다. “첫 번째 키스신 때는 서로 서먹해서 잇몸이 상하도록 양치질을 하고 했는데, 두 번째 키스신은 바로 밥 먹고도 했을 정도로 편안하게 찍었어요.” 누나팬의 입장에서 같이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지만 이제는 안티팬을 걱정할 시기가 왔다고 웃으며 말한다.
또한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하나의 영화가 완성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힘들 때 마다 유승호가 가장 많은 위로를 해줬고 나이는 어리지만 연기 선배로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다른 선배 배우들도 처음 연기하는 그녀에게 힘을 내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더불어 강소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을 하는 스텝들의 노고도 잊지 않는다. “특히 달리는 장면에서 NG가 날 때마다 스텝 분들에게 죄송했어요. 저만 뛰는 게 아니라 같이 뛰시는 거잖아요. 되도록 실수 안 하도록 노력했답니다.” 힘든 촬영기간 동안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두가 도움을 주시는 선배님들이기에 모니터도 보면서 얘기도 많이 하고 일부러 오버하며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연기에 대한 욕심
영화를 찍고 나서 얻은 점도 많았지만 후회가 더 크다. 보다 나은 연기를 위해 강소라는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연기 수업보다는 사람 사는 세상 쪽으로 눈이 넓어졌어요. 배우는 사람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그녀는 좁았던 세상의 시야를 넓혀가며 자연스럽게 연기를 배워나가고 있었다. 또한 영화를 통해 체력이 너무 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자책하며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신인 배우에게는 자신만의 멘토가 있기 마련이다. 그녀는 나문희, 윤여정처럼 나이가 들어도 빛을 발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 더불어 사람들에게 연기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격도 인정받았으면 하는 포부도 밝혔다. 기회가 된다면 연극무대에도 서고 싶다며 연기에 대한 욕심을 키우고 있는 강소라. 그녀의 바람처럼 자신감 있고 당당한 배우의 모습을, 갈 길이 멀지만, 기대해본다.
글_ 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사진_ 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