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화양연화>와 2004년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2046>을 비롯해 6차례 부산을 방문한 왕가위 감독은 ‘내가 영화인으로서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제’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올해 <동사서독 리덕스>로 다시 부산을 찾은 왕가위 감독은 <동사서독>에 대해 ‘개인적으로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만들어 준 작품이며 다시 복원하는 과정에서 그 당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지녔던 용기를 다시 상기시켜줬다’고 고백했다. ‘당시 홍콩영화 중 중국에서 로케이션하던 사례가 드물었다’는 점에서도 <동사서독>은 이례적인 영화였다.
‘94년 당시보다 발전된 테크닉을 빌려 중국의 역사적 소재를 부각시키고 싶었다’는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 리덕스>는 불가능할 수도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경제난이 심했던 1998년도 아시아의 상황 속에서 원본 네거티브 필름(negative film)을 보관하던 현상소가 문을 닫았고 왕가위 감독이 직접 수소문해 뒤늦게나마 어렵게 찾은 원본 필름은 이미 심하게 훼손돼 복원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결국 왕가위 감독 스스로 중국 전역의 극장을 뒤져 비교적 양호한 상태의 네거티브 필름을 발견한 덕분에 <동사서독 리덕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100% 완벽한 복원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당시의 정신을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는 왕가위 감독의 말에서 진심어린 애정이 느껴진다. 또한 현재 마틴 스콜세지와 함께 아시아의 걸작들을 디지털로 변화해 복원하는 작업을 공동진행 중이라 밝혔다.
왕가위 감독은 <동사서독>이 ‘사랑 뿐만 아닌 인생 전반에 대한 문제를 다룬 이야기’라 말한다. 또한 그것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동사서독>엔 장만옥, 임청하, 양채니처럼 홍콩을 대표하던 아름다운 여배우가 대거 출연하는데 이에 대해 왕가위 감독은 ‘그 당시처럼 아직도 그 분들과 작업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영화의 비쥬얼은 영화적 주제를 위해 활용된다’고 주장하는 왕가위 감독은 ‘<동사서독>의 강한 색감은 강렬하게 지속되는 기억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을 더했다.
‘한국어를 듣는 걸 좋아한다’는 왕가위 감독은 부산영화제를 비롯해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한국영화 관계자들이 영화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꼈다’는 왕가위 감독은 ‘한국의 젊은 관객들이 영화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영화산업의 밑거름’이라 평했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상업적인 용도로 활용되지 않고 영화의 장으로 보존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편, 왕가위 감독은 <동사서독 리덕스>의 마지막 컷이 ‘94년 버전에 없었던 컷’이라는 팁을 남겼다. 기회가 된다면 필히 참고할 것.
2008년 10월 10일 금요일 | 부산_취재 및 사진: 민용준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