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마파도>가 제작될 당시만 하더라도 충무로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고령의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아무도 속편까지 제작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본전만 건져도 성공했을 이 영화는 메가 히트를 기록했고 2년 뒤 화려하게 부활했다. 영화의 성공요인은 다섯 명의 노년 배우가 잘 살려낸 캐릭터의 코믹함도 한 몫 했지만 욕설과 터프함을 동시에 지닌 ‘여수댁’을 걸쭉하게 표현한 김을동의 힘이 가장 컸다. 서로 다른 매력이 충돌하는 영화에서 무게중심을 잡아나간 그녀의 연기는 <마파도2>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전편보다 한 단계 ‘버전업’된 구타 할매의 모습은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로 패러디된 젊은 시절과 맞물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내내 연상될 만큼 확실한 웃음을 선사한다. 개봉8일만에 관객 100만을 돌파하고 있는 영화의 흥행몰이가 그 사실을 증명하는 요즘,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김을동을 만나봤다.
무슨 소리. 신은 불공평해. 우리가 촬영할 때 너무 예뻐한 규한이를 ‘속눈썹이 긴 사나이’로 불렀거든? 아마 성냥개비가 대 여섯 개는 올라갈걸. 나는 여자인데도 하나도 안 올라가. 평생을 예쁘다는 소리 한번 못 듣고 살았어요. 데뷔할 때도 얼굴로 한 게 아니야. 성우로 시작했지. TV는 나중에 했어요.
사실 그 이 야기 말고는 선생님의 그 당시 스토리가 많이 안 알려져 있어서 데뷔동기랑 연기를 하게 된 계기를 꼭 여쭤보고 싶었어요.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방자역할로 개인연기상을 받았거든?
방자라면..남자 역할 아닌가요?
그렇지. 남자 역할을 해서 경연대회 나가서 상을 탄 거지. (웃음)그리고 동아 방송에서 성우를 하는데 아는 선생님이 “너는 TV안 하냐?”하는 거예요. 그 당시가 장미희, 유지인, 정윤희 트로이카시절인데. “아니. 얼굴이 받쳐줘야 하지요!” 그랬더니 예쁜 애들도 있지만 성격 배우도 필요하고 당신 같은 얼굴도 필요하다고 그러면서 그 양반이 나를 추천한 거야.
어느 선생님이?
전예출 선생님이라고 우리나라 최초로 분장하신 분 계세요. 그분이 “TBC에 ‘김을동’이라는 물건이 있는데 이게 아주 연기를 곧잘 한다” 이렇게 말을 하셨나 봐요. 그래서 곧바로 섭외가 왔어요. 그래서 한 역할이 굉장히 개성 있는 역할. 아주 못된 굉장히 개성 많은 역할을 맡은 거야. 근데 보편적으로 맨 처음 카메라에 서면 덜덜 떨어서 못하잖아. 근데 나는 그때 얼지를 않았어요. 얼을 일이 없는 거지. 뭘 모르니까. TV에 대한 것도 모르고 스튜디오 구경도 그날 처음 한 거야. 사람이 뵈는 게 없으면 무섭지가 않다고 그냥 그 동안 습관대로 그냥 했어. 그게 근데 NO NG로 죽 간 거지. 커트가 어떤 건지도 모르니까 연극에서 했던 대로 한 거예요. 그러니까 소문이 어떻게 났느냐? 김두한이 딸이라서 배짱이 좋아서 그렇다는 거야. 사실은 그게 아니고 뭘 몰라서 그냥 겁 없이 한 건데 말이지. 우리가 왜 시상식 가도 덜덜덜 떠는 이유가 있잖아요. 그냥 보통 때처럼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면 안 떠는 거랑 같은 식이었는데 그 다음부터 바로 섭외가 오더라고. 나중에 카메라가 여기저기서 날 비추니까 그 다음부터는 NG가 나기 시작하는데….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웃음)
근데 뭔가를 알고 나니까 겁이 나고 긴장이 되니까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하는 거야.(웃음)그렇게 1970년대 초에 일을 시작해서 오늘날까지 배우로 살아온 거지요. ‘김을 동에게 맞는 것이다’라는 역할이 거의 성격 배우라서 처음부터 그렇게 흘러온 거고. 아까 여기 같이 온 여운계,김형자씨도 벌써 30년 동안이나 같이 일해온 자매 같은 분들이에요.
<마파도2>할 때부터 서로 추천하시고요?
그렇지. 근데 배역에서 묻어 나오는 성격대로 가다 보니까 이렇게 뭉치게 된 거나 마찬가지에요.(웃음) 캐스팅 된 과정도 그래. 우리들을 써봐야 상품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박이 나는 것도 아니니까 이 역할을 얼마나 잘 소화해 낼 수 있는가를 감독들이 생각이 먼저 보는 거 같아. 이제서야 하는 말이지만 사실 사극에서도 왕비를 빛나게 해주려면 무게중심이 잡히는 사람이 필요한 거잖아요. 왕비보다 가냘프고 예쁘면 안 되는 거지. 나같이 풍만한 사람이 떡~하니 앉아 있어야 권위도 살고 왕비가 빛나 보이는 거거든. 그러기 때문에 상궁을 중견 배우들을 많이 쓰는 거예요. 그런 경우에 내가 한마디씩 해. “너희들 말이야, 나 때문에 덕 보는 줄 알아.”그러고.(웃음) 그런 식으로 필요에 의해서 캐스팅이 된 거야. 우리 같은 케이스는.
전편에서는 우직하고 터프한 모습이 많이 도드라졌다면 2편에서는 좀더 다정다감한 성격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 기자양반이 봐서 알겠지만 캐릭터 자체가 우악스럽고 내가 내 꼴을 봐도 너무 흉하게 나와. 나는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보다 더 못나게 그려지더라고.(웃음) 그래서 1편 시사 때 아무도 얼씬 못하게 했어.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친척들까지.
1편이 그렇게 성공하셨는데도 아무도 안 보셨단 말이에요?
<마파도2>도 사실 아무도 못 오게 하려고 했는데 매니저가 다 연락을 해서 사돈댁까지 와서 꽃다발까지 받았잖아. 그렇게 흉하게 남들보다 더 시커멓게 분장하고 우악스럽게 만들어 놓고 말이지. 맨 얼굴도 보기 그런데.(웃음) 거기다 그렇게 분장까지 하고 보여주려니 깐 좀 민망스러운데 가 있어요. 그래도 그 캐릭터가 리얼하게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 그 얼굴에 인상까지 썼으니 말 다했지만. 영화에서는 할머니들이 전부다 개성이 강하고 그게 다 살아야지 영화가 사는 거니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잠깐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이걸 강하게 표현하고 역할을 살리느냐 만 생각했지.
특히 전편의 남자 주인공이름을 붙인 소들 앞에서 귓속말 하는 장면이 제일 웃겼어요. 애들이 듣는다고 조용조용 말하잖아요.
사실 겉으로 큰소리 치는 사람이 속은 더 따듯해요. 누구나 다 그래요. 그리고 겉이 차분한 사람이 사실은 냉정하고.(웃음) 우리같이 우악스러운 사람이 사실은 더 여려요. 또 실질적으로 내가 무척 여려. 10명이 앉아서 TV보다가 맨 먼저 눈물 주르륵 흐르는 사람이 나야. 사람들이 내 눈물샘이 이상하게 열려있다고 할 정도로 눈물이 흔해요. 그래서 집에서 TV보다가 조금만 감정이 묻어나는 장면이 나오면 우리 아들딸이 나를 ‘탁’ 쳐다봐요. 우리 엄마 눈에서 눈물이 나오나 안 나오나 본다고. 그럼 나는 영락없이 울고 있어. 그 정도로 여려요. (웃음) 근데 사람들이 날 보면 어디 그렇게 생겼어? 타이틀이 장군의 손녀, 투사의 딸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냥 가만히 앉아있어도 벌벌 긴다고. 생긴 것도 우람하고 그러잖아요. 옛날 성우시절에 내가 일국이를 가졌을 때 한달 정도 쉬느라고 안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후배들이 들어온 거야. 그때 선배님이 놀린다고 “야, 너희들 지금이 천국인줄 알아라. 을동이 오면 너희들 다 작살이다.”그랬나 봐. 그래서 내가 복귀해서 들어갔더니 새로 들어온 친구들이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하는데 벌벌 떠는 거야. 나중에 알고 보니 하도 무섭게 생겨서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지금까지 방송생활 30여년 하면서 한번도 후배들한테 야단을 쳐 본 기억이 없어. 소리를 질러 본 기억도 없고. 야단맞을 짓을 하는 후배도 없었고. (웃음)
안 그래요. “야, 더해봐 더해봐. 그래, 그렇지! 이런 화상 잘했어.”이런 식으로 하지. 그런데 아들은 그렇게 못해요. 싸우게 되더라고. 그래서 안 가르쳐.
남편이 운전 가르치면 이혼 하듯이....(웃음)
똑같아요. 아들은 절대로 안돼. 더군다나 우리 아들은 이쪽 세계에 관심이 없었던 애였기 때문에 진짜 못했거든. 그러니까 연출자들 얼굴이 왔다 갔다 하고, 망신당할까 봐 별생각이 다 드는 거야. 이건 빨리 가르쳐는 놔야겠는데 그런데 못 따라 주니까 “야! 이것도 못해. 이건 또 왜 안 되는 건데!”이러다 보니까 더 못하더라고. 왜 더하기 빼기 그것도 못하는 애를 가지고 인수분해 가르치려고 하니 이걸 알아들어 못 알아 듣는 거야
표현이 너무 절묘하시네요.
그래서 ‘아, 내가 지도 방법이 달랐구나.자기 스스로 터득해야 되는데... ‘라는걸 깨달았지요.
나한테 그 동안 배운 사람은 많은걸 경험을 하고 다른 선배한테 배워보고 또 하고자 하고 열정이 있어서 오는데 내가 딱 하나 가르치면 얼마나 고맙겠어. 그렇지? 어떤 후배는 와서 울고가. 여태껏 몰랐던 노하우를 내가 딱 집어서 알려주거든. 나는 현재에서 계단을 밝아가는 후배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당장 내일 주인공을 하니까 써먹을 수 있는걸 가르쳐야 하니까. 내일 아침에 녹화해야 하는데 언제 앉아서 기본 알려주고 있어. 보편적으로 선배들은 이론부터 가르쳐주거든. 나는 바로 실행 할 수 있는걸 알려주면서 애가 할수 있도록 막 몰아가. 그러면 한번에 터득하는 애들이 있어요. 그럴 때는 너무 좋아. 우리가 모르다가 알면 너무 좋잖아. 선생님 너무 감사하다고 막 절하고 가는 후배들도 있고.
유독 예쁜 짓을 하던 후배가 있으신가요?
많지. 요즘 잘나가는 우리 후배들 중에서 <신돈>에서 노국 공주 맡은 서지혜가 생각이 나는데 얘가 오프닝에 한 장면만 나오고 10회 지나서 나온다는 거야. 신돈을 앞에 앉혀 놓고 왕비의 입장에서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 막 혼내는 장면인데, 대본을 읽어보라니까 그 대사 자체의 뜻도 뭔지 모를 정도로 긴장하고 있어.(웃음) 그래서 설명을 다 해줬지. 이 공주가 한맺어서 울부짖으며 해야 되는 상황이지만 신분상 품위가 수반 되야 한다고 그러면서 따라 읽게 시켰어요. 이틀을. 일단 한번만 잘 넘어가면 10회 동안 시간이 있으니까. 그거 하나 가르쳐 놓고 그걸 못 보고 외국에 나갔는데 우연히 미국에서 그 장면을 보게 된 거야. 틀리진 않았는데 약간 긴장을 했더라고. 근데 첫 번째 나가고 나서 기자들한테 깨지지 않았다는 거야. 의외로 실수를 많이 할 것 같았는데 잘 대처했다면서. 부드러움은 없었지만 거기서 여유를 찾으니까 점점 발전해서 요즘은 아주 나를 가르치게 생겼더라고.(웃음)
많은 후배들이 선생님을 찾아가 배우듯이 연기를 가르쳐 주신 스승이 존재하시나요?
나는 선생님이 없는 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연극을 따라다녔어요. 여성 국극회라는게 있었는데 하루에 4번 공연이었거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것만 보고 있었어요. 두번쨰 배우에는 저 배우가 이렇게 앉아서 가는구나. 그런 거까지 체크해 가면서 연극에 미쳤었던 거야. 정말 배우에 미쳐가지고 돌아다녔어. 그때 우리 엄마는 삯바느질 해서 나를 키웠는데 나는 그거 몰래 훔쳐가지고 뻘 짓거리 한 거지.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연극 반 단원을 모집하는데 <회색의 크리스마스>란 작품이었어요. 서승현 선생님 남편 되시는 분이 연출자로 와 있었는데 내가 오디션에서 단역으로 뽑혔던 거야. 근데 사흘 만에 내가 주인공으로 바뀌었어.(웃음)
정말이요?
다른 사람이 ‘아”,”어”를 못할 때 나는 날렸거든. 왜?갔다 버린 돈이 얼마 유. 그 연극 무대 보는 낙으로 몇 년을 그러고 다녔으니까 연기는 우리가 보는 것만으로도 느니까. 소리도 잘 들으면 귀 명창이라고 그러잖아요? 그럴 정도로 그게 잘 됐었던가 봐. 그러니까 사흘 만에 주인공으로 올라간 거예요.
아버님이 정치를 하시고 할아버지가 독립 투사로 지내신 영향으로 되려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만든건 아닐까 싶어요.
그런 건 아닌데 우리 아버지가 ‘우미관’ 시절에 연극을 많이 보고 다니셔서 연극하고 배우들에 대한 동경도 있긴 하셨어요. 학벌이 높은 것도 아니고 보통학교 1학년 수준이었는데 딸이 이런걸 하길 바란다기 보다는 뭐든지 “오케이!” 하시는 분이셨어요. 그런데 임영신 총장님(중앙대학교)하고 친분이 있었는지 대학 갈 때는 민족정신을 좀 배워야 하지 않겠냐는 거예요. 그래서 그 한마디에 연극영화과를 안가고 정치외교학과를 갔어요. 많이 안 알려졌지만. 대신 내가 연극에 미친 건 아시고 계셨지. 그 당시 연극 과에는 여자가 없었어요. 그래서 걔네 들 졸업 공연할 때 가서 무작정 도와주고 그랬지. 그래서 내가 연영과 출신인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요.
1학년 때 처음 주인공을 맡고 나서 2학년 때 연극 경연대회에 나가서 연기상을 받을 정도면 당연히 그 쪽으로 갈 거란 생각을 했을 텐데 의외의 선택이셨네요.
그렇지. 어찌됐건 계속 인연을 이어오다가TV도 했는데 원래 이 일이라는데 PD들에게 야단맞고 선배들이 막 가르치면서 크는 게 정상이잖아요? 근데 나는 야단을 안 맞아 봤어. 왜 기억에 막 이게 죽어도 안되고 막 피디들에게 야단맞고 이러면서 선배들 막 가르치고 이러면서 하는 게 우리들의 직업 아닙니까? “발음이 그게 뭐냐? 이것 밖에 안돼?”그 정도는 기본으로 듣는데 나는 그런 얘기 한번 안 들어 봤어요. 그런데 내가 딱 한번 지적을 당한 적이 있어. 그게 뭐냐 면 김수현씨 작품 <잃어버린 겨울>이란 작품인데 내가 성우를 했던 습관이 있어서 발음이 정확해요. 근데 그 분 작품은 전화를 할 때 “너 거기 어디야? 그래? 아니야. 근데 이 사람아 그게 아니고…” 그런 식으로 남들보다 30%정도는 더 많이 쓰시거든. 근데 난 거기에 익숙지가 않은 거야. 근데 평생 다른 사람한테 지적 한번 안 받아보다가 리딩을 하는데 “김을동씨, 그렇게 읽지 마세요.”그러는데, (잠시 침묵)야~~그게 뭔 줄 알아야지. 앞에 배우들이 안보일정도로 그 말이 너무 신경이 쓰이는 거야. 한번도 그런 지적을 받지 않았던 사람이 딱 순간에 직면하니까. 그래서 나 때문에 10분간 쉰적이 있어요. ‘사람이 긴장을 하면 앞에 있는 것도 안 보이는구나.’라는 느낌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에요. 만큼 남한테 야단을 맞았다거나 지적을 맞은 적이 없어요. 연극으로 다져지다가 성우로 들어가서 발음 하나하나 교정 받고 그랬으니까. 성우 시험 볼 때도 어떤 애가 신이 나서 시험을 보는데 준 프로에 가깝더래. 그래서 면접보시던 선생님이 다른 연출자한테 성격배우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했다더라고.
그렇지. 그래서 처음부터 동기생들 전부 놀 때 나 혼자 했어. 지금까지 나만 살아 남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지도라던가 그런걸 받은 적이 없지. 그런 와중에 일국이가 배우가 되니까 더 기가 차는 거라. 걔는 연기에 관심도 없고 TV를 주의 깊게 본적도 없는 애인데. 나는 미쳐 돌아다니면서 엄마한테 거짓말해가면서 속 썩이면서 했는데 걔는 너무나 반대로 전혀 관심 없다가 배우가 됐으니 또 얼마나 걱정되겠냐고. 정말 희한한 건 난 평생 상이라곤 탑본적이 없는데 얘는 상이란 상은 신인상부터 상이란 상은 다 탔으니 이건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되는지도 모르겠어. 난 꼭 필요할 때만 부르거든. 그래서 나는 연기를 할 때 ‘아 이건 내가 꼭 해야 하는 역할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해요. <마파도2>도 성격이 나랑 가장 잘 맞으니까 캐스팅 한 거란 말이지요. 난 그럴 때만 뽑히는데 우리 아들은 연기도 제대로 못하는데 어떻게 신인상부터 대상까지 타냔 말이지.(웃음) 얼마 전 일국이가 “엄마, 누가 그러는데 나더러연기를 잘한대.”,”그러게 말이다 웃기지?”. “어. 웃겨” 그러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연기자인 내가 못한걸 걔가 다 풀어주니까 요즘 최고로 신나. <마파도2>반응도 좋고.
다른 배우 분들하고 워낙 친하셔서 대본대로 안가도 그냥 연기가 됐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척하면 뻑 이라고 인상을 보면 쟤가 오늘 어떻구나, 하는 것까지 다 나오니까 교감이 잘됐어요. 특히 개인적으로 어떤 장면이 마음에 드냐고 기자들이 많이들 그것 빼고는 영화 에서 잘 나온 게 없어요. 아, 마지막에 할머니들 젊었을 때 사진 올라가는 거는 감독님 아이디어였나?
기자 시사가 아닌 일반 시사 때 봤는데 관객들이 모두 아무도 자리 안 뜨고 보고 있던데요?
나는 <마파도2>에서 그게 관건이었다고 봐요. 그 부분에서 오히려 찡하게 오는 게 있더라고. 이 영화가 할머니들도 나름의 인생이 있었고 왕년에 잘 살았다는 내용을 코믹하게 담고는 있지만 그들에게도 젊음이 있었다라는 걸 콕 집어 주는 영화잖아요. 전편의 이슈는 큰 욕심을 가지면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만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있지만 <마파도2>는 할머니들의 인생을 다루면서 나도 언제인가는 저 나이가 될 때 내 인생을 돌아 볼 수도 있지 않나 라는 의미가 담겨서 더 좋은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되고 싶으신가요?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할거예요. 그 첫 번째 이유는 사람이 살면서 호구지책으로 하는 직업이 많잖수. 그런데 이것은 할 때마다 창조적인 직업이에요. 한번도 똑같은 게 없어요. 그리고 한번도 만족이라는 게 없어. 내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새로운 거에 도전을 하면서 정말로 활기차게 살수 있는 거잖아요. 정년도 없고 즐기면서 일하고, 또 남들한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야. 이건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우리 같은 중년 세대들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고,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어 지길 더욱 바라는 거지. 옛날에는 예쁘면 모두 탤런트 되는 줄 아니까. 나조차도 ‘누가 이런 인물을 돈 주고 쓰나’ 했었거든. 지금은 우리 친구들이 나를 제일 부러워해. 내가 연기 할 때는 하나도 안 부러워하더니, 아들 잘 나가니깐 좋겠다고 난리야. 세상 어머니들이 다 자식 잘되길 바라니까. 나도 마음속으로는 정말 예쁜 외모로 스타대접 받으면서 상을 받아봤으면 했었어요. 아들한테 수상 영광도 좀 돌리고.(웃음) 한번쯤은 내가 예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우. 정말이야.
글_이희승 기자
사진제공_마켓인피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