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데 전화가 왔더라구요. 매니저 형이 “<마파도2>할래?”그래서 “안할래. 그거 지방 가서 해야 되잖아. 섬에서 몇 달 있어야 하는 거 아냐?”그랬더니 “빨리 찍는데. 두 달이면 된다는데?”,“아~그래도 싫어.”하고 끊었거든요. 그런데 우리 회사(나무 액터스)가 대표님이랑 굉장히 잘 어울리는 편인데 절 만나자마자 “해라”그러셔서 암말도 못하고 “네”그러면서 하게 됐어요. (웃음)
캐스팅 과정이 궁금했는데, 굉장히 심플하게 참여하시게 됐군요. 근데 전편의 흥행이 아무래도 부담 되셨을 것 같아요.
걱정은 됐죠. 그 전에 이정진씨가 해 놓은 것도 있으시고. 주변에서 새로운 인물이 탄생 될 거라는 말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시나리오를 읽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솔직히 드라마에서 제 모습이 많이 까부는 역할로 그려졌잖아요. 그래서 영화 쪽에서는 스스로 변화를 줄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어요. 지금 까지 안 해본 역할. 이문식 선배님이랑 베테랑 선생님들과 함께 연기 하는 것도 영광이고, 옆에 묻어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죠.(웃음)
원래 첫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으면 거의 “떨린다”라는 식의 대답을 많이 하는데 이규한 씨는 안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인터뷰나 방송할 때도 솔직히 말하는 편인데 지금 기분이 그렇게 떨리진 않아요. 영화라는 게 촬영이 끝나고 다른 일하다가 얼마간의 기간을 거친 뒤 홍보가 시작되잖아요? 그땐 떨렸어요. VIP 시사 할때. 사람들 앞에서 인사하고 처음으로 큰 스크린에 내 얼굴이 나오는데 걱정되더라고요. 얼굴의 잡티나 그런 거.(웃음) ‘조금이라도 어색한 부분이 있으면 그만큼 크게 보일 텐데.’ 하는 생각들. 근데 막상 반응이 좋으니까 기분이 좋고 덜 떨려요. 워낙 재미있고 즐겁게 촬영을 해서 그런 것도 있어요. 사실 영화가 5백만이나 그 이상이 들어도 더 이상 저한테 떨어질게 없거든요. 금전적으로.(좌중폭소)
리얼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애쓴 장면인데 나오자마자 우~웩 거리면서 지저분하게 굴어야 돼서 좀 그랬어요. 그래도 이왕 하는 거면 재미있게 하려고 입에만 물고 있지 않고 목구멍 안까지 채우고 있다가 뱉느라 고생 좀 했죠. 동원에서 나온 죽에다가 라면이랑 이것저것 섞어서 잘 불린 후에 게워 내야해요.
<마파도2>에서 역할이 참 미스터리한 인물이에요. 작가이면서도 동시에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잖아요. 근데 역할에 비해 너무 약골로 나오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좀 남아요.
그러니까 그게 반전이죠.(웃음) 아쉬운 게 코믹적인 부분을 부각시키기 위해 그런 ‘설명’ 부분이 많이 편집됐다는 거예요. 다들 사람들이 자살하러 온 사람인줄 알잖아요. 우울해 보이고. 말도 없고. 섬에 있는 할머니들이랑 충수도 ‘얘가 죽으러 왔구나.’하는 느낌을 주는게 있었는데 그 부분이 너무 약하게 표현됐어요. 아옹다옹하던 충수한테 인간적인 면을 느끼고 형, 동생 하게 된다던가, 할머니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이게 인생이구나.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도 이렇게 사람이 살아가는데...’하면서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심오함이 깔려 있었는데 그 장면들이 많이 잘려 나갔죠.
정말 극중에서 웃는 장면이 하나도 안 나와요.
안 웃는 거죠. 속으로만 웃고. 영화가 제가 촬영했던 거랑 캐릭터가 많은 부분 변해 있었어요. 그런 부분이 아쉽긴 해도 영화 전반적으로 봤을 때 영화 전체가 루즈해지는걸 없애기 위해 감독임이 편집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셔서 알겠지만 처음에 배낭을 메고 절대 내려놓질 않잖아요. 그 이유도 잘려서 안 나와요.
저도 그게 제일 궁금해서 만나면 꼭 물어보려고 했어요.
거기에 밧줄이랑, 농약 그런게 들어있어요. 사실은 그게 살인 무기인데 충수가 내가 잠든 사이에 배낭을 뒤져 보고 ‘얘가 왜 이렇게 우울해 보이나 했더니 죽으러 온 거구나.’하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할머니들이랑 밤 따려고 나무에 줄을 묶고 흔들려고 하는데 멀리서 그걸 보고 목메려는 줄 알고 막 달려와서 “이 새끼야!. 그러지마. 죽긴 왜죽어?”하고 소리치는 장면이 있는데 편집됐어요.(웃음)
제 개인적으로는 그 장면이 들어가야 더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감독님께 이런 부분을 솔직히 말해 보지 그러셨어요. 기자 시사때 완성된 걸 처음 보신건가요?
네. 그날 처음 봤죠. 그래도 따로 말씀 내색 안했어요. 내 욕심을 말씀드려서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전체적인 흐름이 어떻게 보면 깨어질 수도 있으니까. 감독님은 저 한명만 보는 게 아니고 전체적인걸 보는 분이잖아요. 저 또한 영화 전체적인걸 보긴 하지만 제가 한 연기를 중점적으로 보게 되는 거고. 그런 면에 있어서는 감독님께서 올바른 선택을 하신 거라고 봐요. 아직 결과를 말하긴 그렇지만 반응들이 자체적으로 ‘재미있다’라고 나오고 영화의 속도감에 있어서는 그리 나쁘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극 중 기영이가 갑자기 돈이 필요해진 이유가 설명되지 않은 것도 좀 아쉬웠어요.
영화에서 제 직업이 작가잖아요. TV 대신 할머니들한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서 들려주고. 사실은 그 드라마가 제 얘기예요. 불치병에 걸린 연인의 이야기 . 그 부분이 어색하게 넘어가는 이유도 중간에 또 편집된 게 충수가 눈치를 채고 “그거 다 네 얘기지?”그래서 제 표정이 약간 굳는 장면이 나와요. 그것도 없어졌어요.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졌나봐요. 코미디 장르인데 2시간 넘어가면 안 되니까. 아, 가만있어봐. 감독님께 전화 좀 드려야겠다. 계속 말하다보니 정말 안 되겠는데?(웃음)
서울에서 2시간 거리라곤 하지만 외진 곳이라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그곳이 솔직히 사람살기에는 되게 심심한 곳이에요. 자연경관밖에 없고. 게임방은 있지만 아침에 모두 모여서 자신의 촬영분이 비고 시간이 남아도 다른데 나가기 그렇잖아요. 그래서 세트 안에서만 놀고 그랬죠. 참, 거기서 벌레들을 많이 연구한 것 같아요.(웃음)아, 이런 벌레도 있네 하면서. 뻘에선 따고. 물 빠진 곳에선 광주리 들고 가서 치어 잡고. 꽃게 잡고 그랬죠. 영화에 나오는 닭들 사실 현장에서 실제로 키웠거든요? 걔네들 잘 때 괴롭히고.
영화에서도 워낙 하늘과 땅 차이로 문식 선배와 대우가 틀리잖아요. 왠지 현장에서도 그랬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웃음)
정말 그랬어요. 어딜 가나 저를 좋아하시고 챙겨주셨어요. 제가 좀 비쩍 말라서 불쌍해 보이잖아요. 촬영 끝나고 감독님하고 모니터 보고 있으면 이선배님이 괜히 쥐어박으면서 “편하냐?”그러면서 지나가시고.(웃음) 저보고 “형”이라고 부르라곤 하시는데 나이차이가 그렇게 부를 정도가 아니라서 처음에 “선배님!”그러다가 결국엔 편해졌어요.
사실 <마파도2>에서의 역할은 어떻게 보면 인간 이규한의 모습과 전혀 다른 인물인 것 같아요. 지난번에 검색어 1위하셔서 찾아보니까 어렸을 때 좀 놀았던 과거에 대해 나오시던데 그런(?)경험들이 배우 생활하는데 도움이 되시나요?
만약에 어떤 역할을 맡아서 예전에 했던 경험이 들어있다면 분명 소화해 내는 데는 어렵지 않고 쉽게 풀릴 거예요. 하지만 마냥 그렇지만은 않아요. 여러 가지 경험을 해봤다는 건 촬영장에서 써먹진 못해도 표현력이 커지는 건 있어요. 항상 닫고 사는 것보단 낫죠. 즐기는 거에 대해선 오픈하고 사는 편이어서, 연기할 때도 오픈마인드로 임하려고 해요. 어렸을 때보면 잘 못 노는 친구들은 뭘 해도 잘 못해요. 왜냐면 즐기는 버릇이 없었고 그런걸 안 길러 봤기 때문에. 노는 친구들은 어느 부분에서 희열을 느끼는지 그 포인트를 알거든요. 그 차이인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를 할 때 어느 포인트에서 재미를 느끼고 감정을 쏟아야 되는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여기서 많이 놀아본 경험이란 많은 연애경험을 뜻하는 건가요? (웃음)
많이 놀았죠. 근데 그 사연이 좀 길어요. 중2때 다른 학교 애들이랑 축구하기로 했는데 제가 좀 늦게 갔거든요. 그래서 중간에 “야, 내가 뛸게”하면서 들어가는데 저쪽에서 수군거리는 거예요. 왜 형 불렀냐고. “너네 치사하게 형 부르냐?” 그러면서. 그래서 나 형 아니라고. 중 2라고 그랬거든요. 지금 키가 그때 키라 더 그랬나봐요. 그러면서 제가 잘 놀게 된 계기가 중 3때 첫사랑을 하면서였어요. 같은 아파트 4층에 살던 누나가 고 3인데 저한테 먼저 대쉬해서 사귀게 됐거든요. 그 누나가 제 기억으로는 그 동네에서 제일 잘 나가는 누나였어요. 제일 예쁘고 잘 노는.(웃음) 저를 데리고 강남에 있는 나이트에 데려가는데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인데 근데 왠지 내 세상인 것 같은 거 있죠? 몇 번 와 본거 같고, 낯설지 않은 느낌. 같이 춤추자고 해서 스테이지에 나갔는데 또 스텝이 되는 거예요. 리듬이 자연스럽게 타지면서. 누나가 놀라서 “너 여기 와봤어?”그러 길래 아주 태연히 “응, 몇 번 와봤어”대답했어요. 그때부터 되게 조숙해 졌어요. 어른 흉내 많이 내고. 어렸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잖아요. 항상 또래보다 조숙했던 것 같아요. 근데 나이가 드니까 더 이상 조숙해지면 안 되겠다 싶어요. 좀 더 귀여워 보이고 싶어요.(웃음)
지금 귀여우세요. 80년생이라는 거 알고 깜짝 놀랐어요. 더 어린 줄 알았거든요.
작년부터 컨셉을 귀여움으로 밀고 있어요. 그래서 스타일리스트가 정장 가지고 오면 신경질 내고 그래요.^^
<마파도2>가 마냥 코믹하게 흘러가긴 하지만 잃어버린 사랑 찾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심금을 울리는 소재를 지니고 있는데 영화 속에서처럼 죽어도 못 잊을 여자가 있나요?
그럼요. 한동안 놀다가 21살이 되자마자 저보다 1살 어린 여자를 만나서 5년 동안 연애 했어요. 그리고 <내 이름은 김삼순> 할 때 헤어졌으니까. 1년 6개월 정도 됐는데, 그 친구는 만나면서 제가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예요.
그럼 군대 갔다 올 때까지 기다린 거네요.
남자가 안 생겨서 기다렸지 뭐. 자기가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웃음) 그 친구는 지금 외국에 있는데, 가끔 연락해요. 근데 아직도 전화를 끊으면 마음이 짠한 게 있어요. 그 친구는 늙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아요.
전 사람을 만나면 굉장히 오래 만나요. 쉽게 안 만나요. 제가 성격이 모난 데가 많았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고집 세고, 가끔 욱하기도 하고. 근데 그 친구한테 만큼은 내꺼를 다 포기하면서 까지 만났어요. 너무 좋아해서 1년 정도를 쫒아 다녔거든요. 연애를 할 때 쉽게 만나고 쉽게 사랑하지 않으니까. 사랑에 빠지면 저를 다 포기해서라도 잘해주고 또 그래야지 나중에 후회가 안 돼요 괜히 튕기고 밀고 당기고 해봐야 나중에 헤어지면 더 후회가 될 것 같더라고요.원 없이 잘 해주고 받기보다는 우고, 원 없이 사랑해야 설령 차일지라도 후회가 없을 것 같아요. 살아가는데 있어서.
사실 영화에서 할머니들에게 이야기를 만들어서 해주는 눈빛 연기가 참 와 닿았어요. <마파도2>에서 연기한 작가로 돌아가 지금의 내 모습을 주인공으로 한 배우인생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지금까지 운 좋게 잘 흘러왔던 것 같아요. 일을 하는데 있어서만큼은 항상 행운이 따랐고. 제 삶 자체가 고생이라고 하기엔 군대에서 고생한 거 밖에는 없어요. 남들 보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고, 부모님들의 아낌없는 지원도 받았거든요. “어차피 공부는 그다지 소질이 없는 것 같으니까 차라리 다행이다.” 그러셔서.(웃음) 그런 환경이 참 좋았죠. 예전에는 배우보다는 연예인이라고,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시선을 받는 것만 동경을 해서 겉멋 들어서 일을 한 면이 없지 않아요. 근데 2000년도에 일 관두고 군대까지 포함해서 4년 정도를 쉬는데 연기는 너무 하고 싶은데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너무 두려운 거예요. 그때 깨달은 거죠.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고. 연기에 있어서 지금까지 그렇게 진실하게 생각해 본적 없었는데 ‘연기를 누구한테 배울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연기에 대해 연구를 하고 노력한 분들의 책도 읽고, DVD도 많이 보자!’ 그러면서 제 자신을 많이 다졌던 것 같아요.
다시 일을 시작하고 나서도 정말 운이 많이 따라줬어요. 별 고생도 안했는데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사랑 받고, 또 다른 방송국에서 주연도 맡고, 물 흐르듯이 잘 온 것 같아요. 이제부터가 가장 큰 고민이고, 걱정이죠. 여태껏 물 흐르듯이 갔으면 앞으로는 폭포가 있을 수도 있고, 웅덩이 안에 떨어질 수도 있고, 흘러야할 상황에서 막혀 있으면 그 상황에 잘 대처하고, 나올 수 있도록 그 만큼 더 연구해야죠. 높은 곳만 바라보기 보다는 넓게 보는 시야를 가져야 될 것 같아요.솔직히 연기를 하면서 매번 발전하고 색다른 변신을 해서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을 거란 기대는 안 해요. 그 대신 최소한 내가 하는 연기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안 남도록 일하고 싶어요. 조금이라고 그런 감정이 남아 있으면 나중에 제 자신에게 굉장히 창피하더라고요. 이번에 <마파도2>를 찍고 스크린으로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저 부분엔 이런 게 부족하구나.’ 하는 게 눈으로 보인다는 거였어요. 뒤로 가서 후회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차피 제 일이라는 게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이잖아요. 나중에 사람들이 평가를 할 텐데 그런 모습 보여주기 싫어요. 어느 잡지에서 본건데 역대 100인의 캐릭터와 배우들을 뽑아 놨더라구요. <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 <레인 맨>의 더스틴 호프만. 그런 것들을 보면서 ‘무슨 역할에 이규한’ 이러면서 내 사진이 올라가 있다면 저는 정말 큰 성공을 거둔 배우라고 봐요. 그거 외에는 바라는 게 없어요.
진짜 작가처럼 대답해주셨어요.^^마지막으로 죽어도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를 맡아서 연기 하고 싶어요. 그건 일단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창작해 줘야 하는 거지만 전 지금도 배우지망생이란 입장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가장 하고 싶은 건 찢어질 듯한 아픔이 있는 멜로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이나 정말 싸이코틱한 연쇄살인범.<세븐>의 케빈 스페이시 같은. 뒷골목에 사는 쓰레기 3류 양아치 역할로 애들 삥뜯고 거칠게 사는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예전에는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을 하고 싶었는데 그건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때 해봤으니까.(웃음)
2007년 1월 19일 금요일 | 글_이희승 기자
2007년 1월 19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