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난항의 연속이었다. 4시에 잡혀진 인터뷰는 5시쯤에야 시작되었고, 그나마 ‘홍보’에 관련해 우리의 ‘백쌤’은 통화를 하면서 언성이 높아져 살벌(?)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어야 할 판이었다. 당시 영화홍보를 위해 모 토크쇼의 출연을 권유하던 홍보사가 백윤식 특유의 무심한 듯 하지만 심지 굳은 말투를 간파하지 못하고 계속 ‘go’를 외치다 “영화 잘 나왔으니 엉뚱한 데서 ‘뻘짓’ 하지 말자니까!”라는 카리스마 듬뿍 넘치는 말 한마디로 상황정리가 막 끝난터였다.
내가 이렇게 그 당시 현장을 세세하게 묘사하는 이유는 1년 전 재희가 <빈집>이후 드라마 <쾌걸 춘향>에서도 대박을 터트려 하필이면 일주일에 잠을 제시간 밖에 못 잔 그 시기에 인터뷰가 잡혀 꽤 까칠한 대답과 (사람이 잠을 못 자면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땐 그게 왜 그리 서운하던지) 할말만 하고 입을 다물어 버리는 성격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백윤식은 또 어떤가. 뒤에 ‘선생님’이란 호칭이 절로 나오는 배우계의 대부 아니던가? 가뜩이나 걱정을 하면서 도착했는데 초반부터 이런 ‘싸늘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정말이지 ‘사람을 대하는 직업’에 대한 공포심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거기엔 영화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배우에게 겉도는 질문만 하면?'이란 직업적 두려움과 극중‘고수’로 분한 백윤식에게 나의 부실한 ‘내공’이 들킬 것 같은 심리적 압박감이 밀려와 이 인터뷰가 끝나면 ‘심장이식’을 받아야 할거란 결론까지 도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차분히 사무실에 앉아 그때의 상황을 추억하며 배시시 웃음까지 나오는걸 보면, ‘끝이 좋으면 모든 게 다 좋다’란 말이 틀린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인터뷰 초반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기다리고 있던 기자에게 너무도 ‘젠틀’하게 사과하면서 ‘할말 다 해주신’ 백윤식 선생님과 정 없이 던지는 말투가 사실은 쿨한 성격의 대변이란 걸 느끼게 해준 재희의 ‘생각 있는 한마디’로 인해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인터뷰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 기분에 업 된 나머지 한류스타J와 요즘 아무도 거부할 수 없다던 H하고도 안 찍었던 도도한(!)내가 기념사진을 박는 기념비적인 일도 생겼다. 스타의 얼굴은 곧 ‘초상권’과도 연결되는 법 아무리 기념사진이라도 블로그에 올려도 되냐는 질문에는 ‘백쌤~’의 이 한마디가 바로 귀에 꽂혔지만서도. “이기자~집에 돈 좀 있나?” (이 멘트는 영화를 보시면 어떤 의미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백윤식(이하 백): 재희는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받을 때 거기서 처음 본 것 같은데 김기덕 감독의 <빈집>을 보고 근래에 좋은 결과를 가진 드라마도 있고 해서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재희: 처음에는 많이 선배님이시고 어렵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만나보니 첫 대면에 걱정이 사라졌어요. 굉장히 유쾌하시고 호탕하시고 후배를 아껴주시는 마음이 진짜 지극하세요. 인터뷰를 할 때도 대화를 나눌 때도 후배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는 그런 걸 굉장히 잘 아시고 오히려 제가 내색하지 않아도 그렇게 굉장히 편하게 후배를 아껴 주시는 게 너무너무 좋아요.
이: 음성사서함 홍보에 제가 들어가 봤는데 특유의 여유로운 목소리 나오다가 1번 누르니 재희씨의 발랄한 음성이 나와 기자 입장을 떠나 저도 영화가 궁금해지더군요. 솔직히 멘트나 단어가 좀 닭살스런 것도 있고, 녹음하실때 에피소드는 없으셨나요?
백: 무슨 에피소드? 녹음할 때요?
이: 예. 홍보 녹음하실 때요. 그거 한번에 되신 거예요?
백: 녹음실에서 같이 작업하며 이것도 목소리로 나를 내놓는 일이니까 스스로 만족했다고 느껴질 때까지 몇 번에 걸쳐 녹음했어요. 하지만 이건 영화가 아니고 배우로는 미숙한 일이라서. 완성된 영화만으로 홍보를 잘 할수 있다면 좋겠지만 요즘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PR이 중요하니 따라야지. 그래서 영화 작업 이외의 홍보 일도 120% 협력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녹음 멘트가 긴 편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녹음한 것 같은데? 에코가 들어갈 때 너무 힘을 주면 안되니까 조금 풀어서 하다 보면 내 목소리가 괜찮구나 하면서. (웃음)
이: 저는 이전에 재희 씨와 인터뷰를 한 번 했는데 그래서 재희 씨 목소리는 친숙한 편이었는데 어떤 사람은 들으면서 이게 재희 씨 목소리인가? 했을 것 같아요.
백: 되게 미성을 낸 건가?
재희: 아니예요. (웃음)
이:워낙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서요.
재희: (홍보 측이) 발랄한 걸 요구하시더라구요.
백: 테크니컬 하게 했단 말이지? 나도 재희가 한 걸 한번 들어보고 싶은데. 그래? 이전에도 이런 거 해본 적 있니?
재희: 아니예요. 저도 처음이예요. (웃음)
백: 난 이번 영화에 그런 거 처음 해봤어요. 홍보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하게 되었는데, 떨려서…(웃음)
재희: 이번에 안 해보신 거 많이 하시네요.
백: 그러게. 많아요. 난 이번에 티저 포스터도 예고편도 처음 찍어봤어요. 홍보 개념은 내가 아는데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짧은 시간에 극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이미지를 가지고 영화와는 좀 다르게 가는 거죠. 티저도 그런 의미죠. 이미지는 영화와 같은 이미지인데 그때도 열심히 했지만 그게(티저) 또 유명한 작품이 됐다며 -어느 영화지 보니까- 재희가 너무 열심히 했다고 티저를 찍은 감독이 칭찬을 써 놨더군요.
이: 하하. 아까 인터뷰 하기전에 재희씨한테 힘 안 드셨냐고 살짝 여쭤봤더니 아니라고 하시던데요. 근데 신한솔 감독님이 단편만 하시다가 처음으로 이번에 장편에 도전하셨는데, 어떠셨어요? 신인 감독과의 작업이?
백: 추세가 요즘은 능력만 있으면 입봉을 하니까. 하지만 책임감을 느껴야 해요. 적지 않은 돈을 가지고 큰 배를 끌고 가는 거니까요. 전 지금까지 신인 감독과 작업해서 다 성공한 케이스예요. 감독들이 성공을 했다고 보죠. 작품의 흥행에 성공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작품성을 인정 받은 경우도 있고. 감독들이 영화제 초청을 받아서 지구를 뺑뺑 돌더라구요. 최동훈 감독도 처음에는 좀 뜸한가 했더니 일년 후쯤에 오히려 더 돌아다니고. 나도 최동훈 감독과 뉴욕에 같이 다녀온 적이 있어요. 장준환 감독은 나중에 너무 멀다고 안 가더군요. 아르헨티나 쪽에서 왔는데 다음 작품 준비한다고. 상 준다는데도 너무 멀다고 안 가고. (웃음) 여하튼, 무지하게 지구를 뺑뺑 돌아다니는데 보기 좋더라구요. 그런 모습이.
<지구를 지켜라>는 CJ 엔터테인먼트 거였는데 국내 흥행은 그렇다 치더라도 세계적으로 부가가치는 엄청났다고 봐요. 몇 조원을 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영화가 계속 세계 영화제에, 지구를 한바퀴 돌았으니까. ‘지구를 지켜라’가 아니라 ‘지구를 돌아라’인 셈이죠. 이번에 신한솔 감독도 그 바탕의 사람이에요. 들은 얘기도 있고 능력도 있고 또 감독에 관한 걸 배우는 많이 생각해야 하잖아요. 작품만 좋아서도 안되고 감독의 역량도 있고 영화사가 잘 받쳐줘야 하는 것도 있고. 배우가 사전 자료를 어느 정도 받는데 요즘은 자기 PR시대라 장준환 감독과 할 때도 자기가 예전에 찍은 것들을 보내준다거나 그랬어요. 그런 시대니까 어느 정도 자료를 나도 받았고 신한솔 감독도 열심히 잘 했어요. 그건 관객들이 평가하는 거니까 한솥밥 먹는 우리가 잘못 얘기하면 자화자찬 하는 게 돼버리니까 냉정하게. 하지만 열심히 했어요.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려 보는 거죠.
이: 재희 씨 같은 경우는 <빈집>으로 굉장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으셨잖아요. 그런데 <빈집> 하시기 전에 한 2년 동안 헬스(?) 트레이너 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때요? 이번 <싸움의 기술>이 액션씬이 굉장히 많은데 그때의 그런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었나요?
재희: 헬스랑 맞는 거랑은 상관이 없어요.
백: 운동신경은 가지고 있다는 거지.
이: 백선생님은 74년과 76년에 <멋진 사나이들>과 <단둘이서>라는 영화를 찍으신 뒤, 이후에 계속 브라운관만 하시다가 <불후의 명작> 하시고 <지구를 지켜라> 하시고 영화로 전향한 느낌이 개인적으로 있는데 갑자기 영화로 뛰어 들게 된 동기가 있으신가요?
백: 동기 보다는… 배우잖아요. 배우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활동 무대를 국한시켜서 논하고 싶지 않거든요. 연극을 해야 될 입장이면 연극을 하고 TV에서 좋은 작품이 있다고 하면 거기서 연기를 보여 줄 수 있는 거고. 영화도 그렇고. 젊었을 때 영화를 한 후 시기적으로 TV쪽이 활성화 되고 그 뒤에도 영화 쪽 제의는 있긴 했지만 잘 이루어지지 않더라구요. 그런 거지 제가 일부러 안 한 건 아니에요. 그러다 필름 쪽 시류 형성이 또 나 같은 캐릭터가 필요했는지 요청이 많아졌고 –워낙 그 동안 참여를 못 하고 거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용기는 잘 안 났지만 점점 용기를 얻어 참여해 보게 된 거죠.
이: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는데 드라마보다 영화가 재미있으시죠?
백: 음, 그래요. 큰 차이점은 없지만 대비되는 부분도 있고 장단점이라는 건 있죠. 저쪽은 아무리 사전 작업을 하더라도 주단위 계획이 형성되는 거고, TV매체는. 사전작업을 영화처럼 한다고 해도 방영하는 동안 다시 주단위 작업이 되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는 게 가장 다른 점이겠죠.
이: 재희 씨는 시나리오를 결정하는 기준이 ‘하고 싶어야 한다’고 그러셨거든요.
재희: 지금도 그래요.
재희: 어떤 시나리오든 읽을 때 딱히 우와 하고 와 닿는 부분은 딱히 없어요. 다만 내가 시나리오를 읽을 때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나. 그런 게 중요하죠. 시나리오를 읽을 때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 그런 건 아니에요.
이: 제가 아직 영화를 못 본 상황이지만 티저나 그런 것들을 보면 하루에 스무 대 맞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 갑자기 강해지기 위해 싸움을 배우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배우 생활 하시면서 순간적으로 여기서 좀 더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했던 순간 같은 게 있으신가요?
재희: 배우 생활하면서 여기서 더 강해져야겠다는 건 평생 느끼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선생님께는 이 질문이 겹칠지는 모르지만 영화를 다 찍고 보니 그 중에서도 싸움을 하면서 가장 유용한 기술이라고 생각되는 기술이 있다면 한가지만 얘기해 주시면 안될까요?
백: 정말 와서 보셔야 돼요. 일일이 구조상으로 말씀 드려도 이해가 안 갈 테니까.
재희: 직접 보셔야 해요. (웃음)
백: 보셔야 한단 거죠. 극장에 오셔서. 홍보 타이틀이 있잖아요. 실용 액션이라고. 생활 액션 이라고 그러죠.
이: 안보면 안 되겠군요.(웃음)
백: 예. 생활 액션 이예요. 액션 자체에도 그런 부분이 있지만 제목이, 싸움의 기술, 삶의 기술, 인생의 기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그렇게 표현할 수 있죠. 감독 연출 개념으로.
이: 선생님께 인생을 살면서 인생의 기술을 한마디로 조언해 주신다면?
백: 인생, 사람들이 사는 거니까 휴머니즘이죠. (웃음)
이: 여러 가지 생각해야 할 대답을 해 주네요.(웃음) 홍보 문구 얘기가 자꾸 나와서 하는 말인데 ‘구타를 유발하는 부실 고딩’이라는 문구가 재미있었는데 고등학생을 연기한 재희 씨의 실제 고등학교 시절이 궁금하네요. 언론에 알려진 게 별로 없더라구요.
재희: 기사 쓸 거리가 없으니까 안 쓰시는 걸 거예요. 그냥 무난하게 보냈으니까요.
백: 다 지워 버린 거지 얘가. (웃음) 싸움의 기술로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이: 요즘 계속 화제가 되고 있는 <너는 내 운명>에서 전도연 씨를 변호하는 변호사로 나오는 백윤식 씨 아드님이신데요 평소에 그렇게 연기에 대해 논하시는지
백: 그건… 그 친구가 이렇게 공론화 되는 걸 싫어해요. 나와 부자관계 이렇게 매스컴이 나오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그래서 나도 아무리 부모 자식 관계라도 그건 지켜야 할 부분 같아서 그 부분은 ‘컷’ 하겠습니다.(웃음)
이: 네. 알겠습니다. 인터뷰 자료를 찾다 보니까 모 사이트에 ‘알선생 까페’라는 게 있더군요. 알파치노와 백 선생님의 모든 관련 스크랩 기사가 들어있거든요. 그 까페에서 보면 백윤식을 한국의 알파치노라고 생각을 해서 까페를 만들었다고 써 있더라구요. 사실 그 배우는 다른 배우들이 봐도 다 연기를 잘한다고 칭송하는 배우인데, 같은 반열에서 느끼시기에 자신이 생각해도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연기가 혹시 있나요?
백: 연기는 그때마다 다 어렵죠. 그건 우리 직업 자체, 연기 자체가 무한적인 것이기 때문에. 완성도를 위해서 우리가 최선을 다하지만, 어려워요. 계속 어려운 거죠. 거기에 내가 한국에 태어나서 앞서가는 미국 배우들을 뭐다 뭐다 그렇게 비유하고 하는데… 할리우드라는 게 글로벌 한 상황에서 영상 산업의 첨단을 걸어가고 그게 FM이고 텍스트북이 된 건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어디다 비유를 하고 그러겠죠. 그건 감안을 해야죠.
재희: 개인적인, 후배 배우 입장에서 본다면 선생님이 옆에 계셔서가 아니라 알파치노 보다 선생님이 훨씬 낫죠.(웃음) 굉장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알파치노의 연기를 보면 전 굉장히 졸려요. 아 재미없어. 너무 심심해 저 사람 연기는. 매번 똑같은 표정, 똑같은 캐릭터, 항상 그런 말투. 너무 심심해요.
백: 지금 우리 재희 군이 정곡을 찌르는. (웃음) 고마워. 정말 미국이라는 나라는 참 관객도 그렇고 너무 마음이 참 그 배우 생활하기 좋은 나라 같아요.(웃음) 그걸 이렇게 예리하게. 식상하지 않고 중견, 나이를 먹어갈수록 배우를 존중해주잖아요. 배우 뿐이 아니고 가수도 중견 가수들 보면 뭐 스팅이나 이런 양반들 보면 연륜이 쌓이는 걸 존경해 준단 말이지. 그러니까 얼마나 좋은 나라에서 태어나서 그리고 그렇게 해도 계속 좋다고 다들 봐 주고 그러잖아요.(웃음) 우리 나라에서 그러면 쟤 다 됐어. 그러잖아요. (웃음) 참 행복한 친구들이에요. 그래서 내가 볼 때도 참 뭐 비교하는 거야 어쩔 수 없죠. 걔들은 또 나이 얘기를 안 하잖아요. 미국 배우들한테 50이 됐든 60이 됐든 ‘중견’ 자도 안 붙이고 그 친구들 그냥 ‘배우’ 예요. 젊은 배우나 늙은 배우나 배우고 나이 먹을수록 특히 유교적인 개념으로 보면 한국에서 그런 정서가 뿌리를 박아야 할 텐데 오히려 그건 반대인 것 같아요. 얼마나 부러워. 그렇지?
재희: 부럽죠. (웃음)
백: 얼마 전 황우석 박사를 봐도 그렇고 뭐 좀 하려 그려면 그냥 뭉개버리고 뭘 좀 해서 건수를 만들어 보려고 그러고 거참 우리는 그런 것 같아요. 존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인정해 주는 게 기사도고 젠틀맨이거든. 그게 서양의 능동적인 문화라는 거죠. 그래서 동양보다 앞서가잖아요. 그런 거야 바로. 승복할 건 승복해 주고 나보다 저 사람이 이렇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런 기사도 정신 이런 걸 해주는 게 얼마나 좋아. 그런 행복한 나라에 살잖아요. 저 사람들은. 그러니까 부럽지. 그지?
재희: 한국에는 ‘영웅’이 없잖아요. ‘맨’도 없고.
백: 우리 민족이 그렇진 않았는데, 각박하게. 육이오 전쟁에서 어떤 그… 역사적으로 또 파고들면 안되니까 여기까지. (웃음)
이: 인터뷰 할 때 조사를 해봤는데…
백: 난 그냥 편하게 프리토킹 같이 주제는 기자 분이 주시니까 얘기하다 보면 거기서 살이 막 붙잖아요. 그럼 가서 편집 하시잖아요. 그럼 가셔서 편집하시면 내가 거기까지만 하는거지.(웃음)
이: 어쨌든 제가 찾아봤는데 서로 아시겠지만 선생님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때 연극반 같은 것도 안 하고 집에서 의사 되라고 하다가 ‘거기나 갈까?’ 그러다가 ‘아니야. 선장이나 되자!’ 그러다가 연극 영화과 진학을 하신 케이스고…
백: 어디서 내가 그런 이야기를 들은 거지? 내가 연기 초장에 한 적이 있는데. 조사 많이 했구만.(웃음)
이: 재희 씨 같은 경우는 중학교 때 책 딱 덮고 ‘배우 할거야’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단역부터 시작하신 정말 배우를 열망하신 분인데 이 영화에서 만나신 거거든요.
백: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이 작품에 처음으로 같이 공연을 했지만, 이 친구도 신인다운 신인은 아니죠. 말이 신인이지 그런 과정이 있는, 바닥부터 스탭 바이 스탭으로 역경을 걸어 와 오늘의 재희가 있는 거니까. 그런 역경은 이제 안 보이죠. 지금은 다 가려져 버리니까. 그런 상태에서 나와 만나서 공연하게 된 거죠.
이: 음..그래서 서로의 평가를 여쭤보고 싶었어요.
백: 그게 평가야. 질문에 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게 시스템에서 ‘신인’이란 이름이 붙어서 그렇지 ‘준비된 연기자’지. 그리고 요즘들 또 뭐… 안타까운 현실이 막 이쪽으로 이게 청소년에게 많이 부각되는 직종이잖아요. 전부 그냥 된 줄 알고 그게 참 안타까운 현실이더라고. 함부로 얘기할 건 아니고, 알아서들 좀. 조금들 좀, 아무리 급해도 배우는 결국 연기를 가지고 승부를 하는 건데 급해도 조금 기초적인 건 좀 트레이닝을 하고 나와야 하지 않겠나. 난 그렇게 생각을 하거든요. 지금 좀 보면 안타까운. 일단 그 친구들이 작품에 나오면 우리와 동료가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럼 자꾸 우리쪽을 이제 깎아 먹는 경우가 되는 거죠. 뭐냐 하면 관객들이 볼 때 미완성 된, 누군 처음부터, 뱃속부터 타고 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나도 미숙했던 부분도 있고 그렇지만 그래도 최대한 최소한의 그거는 갖고 어느 정도는 해서 나와야지 관객들이 시청자들이 나중에는 걱정 되는 게 조롱을 할까 봐. 그 정도도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그래요 그런데 하여튼 우리가 이렇게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게, 우리 직업이 좋기도 하고, 그러니까 이쪽으로 막 나오잖아요 청소년들이, 좋기는 한데 좀 참아서 준비 좀 하고 길은 열려 있으니까 갈 길이 뭐 1,2년 하고 관둘 건 아니잖아요.
재희: 저도 어리지만 이 일을 하려고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도 제 나이 때 저와 같이 시작했던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없죠. 왜냐하면 하다가 힘드니까 그만 둔 거예요. 단지 지금 우리가 있는 화려한 모습만 보고. 이쪽 직업에 들어올 생각이 있으면 각오를 좀 하고 들어왔으면 해요. 남한테 자기 자신이 내 비춰지는 직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모범을 보여야 하거든요. 꼭 바른 생활을 하라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의지로써 모범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각오를 충분히 하고. 물론 쉽게 성공한 배우도 있겠지만 쉽게 성공하지 않는 배우가 더 많기 때문에 과연 힘들었을 때 짓눌렸을 때, 요즘 솔직히 젊은 배우들 한번 짓눌리면 다신 못 살아나잖아요. 짓눌려도 다시 살아날 수 있을 만큼 각오는 하고 이 직업에 뛰어 들었으면 좋겠어요.
이: 선생님, 저 재희 씨하고 한번 밖에 안 만났는데 지금 질문 두 개를 지금 간파하고 미리 대답을 다 해주셨어요. 정말 영민한 배우죠?
백: 맞아요. 내 스타일도 그렇거든. 질문 1을 받으면 그걸 주제로 막 얘기를 하다 보면 이렇게 흘러가. 그래서 기자 분께는 굉장히 좋은 현상이죠. (웃음)
이: 딱 하나 간파하지 않은 마지막 질문 드리자면 <싸움의 기술>을 보게 될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할게요.
재희: <싸움의 기술>은 되게 간단한 영화예요. 어려운 걸 전달하고 싶어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인생에 대한, 성장기를 지나 자기의 파라다이스를 찾으려 하는 두 남자가 만나서 성장기의 병태에게 그런 걸 겪어온 판서라는 인물이 영향을 줘서 성장기에 있는 인물을 완성시켜 가는 그런 영화예요. 영화를 보시는 관객들은 다 그런 걸 지나온 사람들이죠. 특별히 깡패 영화나 형사 영화 같이 특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에 대한 게 아닌 저희 같은 경우는 백이면 백 명의 사람이 그 순간을 지나 왔거나 그 순간에 있는 사람이거든요. 영화를 보시면서 그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고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지금 그 상황인 사람은 지금 내가 저 상황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같이 자기자신을 한번 돌아보게 만들어 주는 영화예요.
이: 기자시사가 기다려지네요. 빨리 보고 싶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백 선생님의 마지막 멘트를 끝으로 인터뷰를 끝내겠습니다.
백: 재희가 다 얘기한 것 같은데(웃음) 우리 영화는 홍보 타이틀이 ‘실용 액션’ ‘생활 액션’ 이고 제목은 <싸움의 기술> 그런 것들이 지금 앞에 부각되지만, 지금 말한 것처럼 제가 맡은 역할은 ‘오판수’ 인데 관객들이 볼 때는 판타지의 표적이에요. 각 개인들이 가진 이상이랄까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하기도 하는 그런 판타지의 개념이죠. 이런 것도 신한솔 감독의 작품 철학의 일부분을 제가 말씀 드리는 건데, 그러면서 그런 걸 보여주는 과정에서 그 생활 주변에 있는 것을 화면을 통해 다시 조명해 볼 수 있는 거죠. 모든 게 ‘실용’,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어요. 판수라는 인물이 자기 과거 생활을 어느 시기에서 정리하고 어디로 가느냐. 연출개념으로 볼 때 유토피아, 파라다이스로 가는 거예요. 누구든 그러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판수가 걸어온 길을 정리하고 어디로 가려고 하는데 병태라는, 가정적 부분, 학교 부분, 그런 극복해야 할 상황에 둘러 쌓여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그런 인물이 나타나고 판수가 그것을 바로 잡아주는, 그리고 그 트레이닝 과정에서 내면적인 마음의 기술까지 생기게 되는 거죠. –너무 어렵게 얘기하나?- 그렇다고 무조건 따라오라고 하는 주입식이 아닌 조금씩 극복 시키는 과정을 다룬 간단히 말하자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청소년이 긍정적인 시각으로 변화시켜주고 떠나는, 그럼으로써 판수도 병태라는 인물에게 본의 아니게 운명적으로 휘말리게 되는 그런 영화입니다.
이: 터프 하게 시작했음에도 분위기 좋게 허심탄회 하게 얘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취재_이희승 기자
사진_권영탕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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