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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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 오컬트와 힐링물까지 매체와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팔색조의 얼굴을 선보인 김태리. 30대 대표주자로 손꼽는 데 이견이 없을 만큼 훌륭한 연기력과 뛰어난 선구안을 지닌 배우다. 드라마 <악귀>로 시청자를 오싹하게 만들어 연기 대상을 거머쥔 지난해에 이어, <외계+인> 2부로 새해 포문을 연 김태리를 만났다. 향후 그리워할 영화의 순간이 있다면 <외계+인>일 것 같다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다. 그만큼 행복했다고 털어놓는다.
SBS 연기대상을 받은 드라마 <악귀>에 이어 <외계+인> 2부에서도 반전 캐릭터를 연기한다. 시기상으로 <외계+인>의 ‘이안’이 먼저라 <악귀>의 ‘산영’을 연기하는데 도움됐을 것 같다.
두 작품은 약간 비슷한 결이 있다. 무슨 말이냐면, 기존에는 글(대본)을 받아 (내가) 그 내용을 어떻게 하면 훌륭하게 해낼까가 주였다면 <악귀>와 <외계+인>은 감독님 이하 배우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다 같이 의견을 나누고, 서로의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섞이면서 작품을 가꾸어 나간다고 할지, 이런 식의 작업이 가능하다는 걸 배웠었다. <악귀>의 산영은 아무래도 최근작이라, 경험이 쌓이면서 오는 상대적인 수월함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이안’은 내 그릇보다 큰 인물이라 초반에는 어려웠었다. (웃음)
두 작품 모두 반전 연기가 일품인데 노하우가 있나. (웃음)
보통은 앞뒤 씬과 상황, 그리고 관계에 집중하는 편이다. <외계+인>이나 <악귀>나 내가 실제로 보지도 경험하지도 않은 상상이 필요한 판타지 세계다 보니 어떻게 표현할지 좀 고민했었다. 결국에는 해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냥 하는 거다, 정답은 없는 거니 말이다.
<아가씨> <1987> <리틀 포레스트>의 흥행 성공에 비해 <외계+인> 1부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받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한편으로는 좋은 경험이 되었지 않나 싶다. 어떤 마음이었나.
작품이 잘 되고 안 되고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타이밍을 비롯해 흥행에는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는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감독님이 쏟은 각고의 노력과 현장에서 즐거웠던 시간, 또 우리에겐 2부가 있다는 마음으로 응원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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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 ‘이안’의 변화가 있다면.
2부에서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이안은 어린시절부터 굉장히 높은 신체능력과 지적수준을 가진 인물이고, 1부에서는 이런 면이 부각되어 멋있고 담대한 인물로 비쳐진다. 하지만 그 역시 약한 면이 있고, 외롭고 힘듦을 느끼는 평범한 인물이라 이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었다. 혼자 있을 때의 고독, 무륵과 재회하는 순간의 기쁨, 다시 이별할 때의 안타까움 등 다양한 감정을 드러내고 한층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게 변화라면 변화겠다.
작품을 하면 할수록 인물(캐릭터) 해석을 관계 위주로 해석하게 되더라. 이 사람을 대할 때의 모습 저 사람을 대할 때의 또 다른 모습같이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 캐릭터가 더 잘 보이게 된다. 최동훈 감독님의 영화야말로 모든 인물의 관계성이 잘 어우러져 있다고 생각하고 덕분에 상황을 잘 따라가기만 하면 돼서 감정 표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감정 연기뿐만 아니라 검, 총, 무술 등 다양한 액션을 선보이는데 힘들지 않았나.
원래 몸 쓰는 걸 좋아해서 재미있었다. 이번에는 기차 안에서 몸이 돌아가는 장면이 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극 중 짧게 지나가는 장면이라 관객은 아마도 기억하지 못하실 수도 있겠다. 선배님들은 와이어 타야 한다고 하면 장난처럼 또 탄다고 툴툴대기도 하셨는데 사실 나는 별로 탈 일이 없어서 아쉬웠었다. 또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는 언제 어디서 와이어를 타고 있는지 (나는) 아니까, 그걸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 나 혼자만의 관람 포인트라고 할까.
참여한 배우들이 이구동성으로 너무나 좋은 현장이었다고 하더라. 특별했던 이유가 뭘까.
음… 일단 출연 배우가 많아서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많은 선배가 계셔서 그렇게 의지가 될 수 없었다. 내가 막내라는 정말 흔치 않은 경험을 한 현장이었다. (웃음) (나이를 먹음에 따라) 앞으로는 더더욱 힘든 경험 아닌가! 또 정아 언니를 보며 코믹한 연기를 배우려고 노력했는데 못 배운 것 같다. 나 같으면 연기하기 위해 어떤 이유가 있어야 하고 하여튼 잡다한 무언가가 필요한데, 언니는 ‘음.. 오케이’ 하고 그냥 하는데 엄청나게 잘해서 너무 멋있더라.
곁에서 지켜본 최동훈 감독님은 어떤 분이던가.
<외계+인> 이전부터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도 같이 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아하는 감독님이었다. 현장에서 감독님은 끊임없는 디벨롭, 그러니까 즉흥적으로 발생하는 그 어떤 것도 놓치지 않고 작품에 다 녹여내려 하는 아주 적극적이고 전투적인 분이셨다. 감독님의 색채를 원래 좋아했지만, 함께 작업하면서 그 고뇌와 해법을 곁에서 지켜보니 사랑에 빠졌다고 할까. (웃음) 두 번 세 번 또 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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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아가씨>부터 필모가 좋기로 손꼽히는 30대 대표 주자다. 작품 선구안도 좋은데 선택 기준이 있다면.
특별히 도전한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일단은 해보지 않은 작품과 캐릭터에 끌리고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새로운 걸 하는 즐거움과 그 안에서 새롭게 배우는 즐거움이 있고, 하나의 인물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연기 혹은 배우로서 재미를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배우 일의 재미는 ‘이런 식으로도 할 수 있구나’ 하고 느낄 때다. 연기 스타일이나 캐릭터 분석 혹은 소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걸 배우는 순간의 쾌감이 크다. 지금 작업에서 알게 된 것들을 다음 작업에 반영하고 그러면서 또 다른 새로운 걸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것만은 꼭 지킨다’ 하는 원칙이 있을까. 또 추구하는 연기 방향이 있는지.
원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창하고, 작품 하면서 옳다고 생각하는 걸 계속 주장하는 것과 안 되는 걸 인정하고 포기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 내가 생각한 정답이 누군가에겐 오답일 수 있고, 또 내가 오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 순간에는 정답일 수 있어서 그 경계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평소 어떤 길을 추구한다고 해서 그 길로 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뚜렷하게 그리고 있는 방향은 없다. 지금까지 한 것처럼 앞으로도 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만족할 길을 가고 싶은 마음이다.
가볍게 묻자면 김태리에게 류준열이란.
찐친이다. 만나면 서로 놀리기에 바쁘지만, 현장에서 누구보다 의지가 되는 동료다. 특히 <외계+인>을 하면서 많이 도움받았다.
마지막 질문이다. <외계+인>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앞으로 영화라는 분야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리워하는 영화의 순간이 있다면 그게 <외계+인> 일 것 같다. 그만큼 행복했다.
사진제공. CJ ENM
2024년 1월 25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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