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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통 작가의 첫 연출작! 왓챠 <사막의 왕> 소소한 팁!
2022년 12월 29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 D.P. >의 원작자이자 각본가인 김보통 작가가 왓챠와 손잡았다. ‘김보통 프로젝트’로 불리는 <사막의 왕>은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단편 연작 시리즈. 노골적인 비유 혹은 만만치 않은 내공이라는 평가를 받는 중인 이 시리즈를 좀 더 흥미롭게 바라볼 소소한 팁을 소개한다.

네모 세모 엑스를 그리게 된 사연

1화 <모래 위의 춤>의 주인공은 수많은 고배 끝에 마침내 취업한 신입사원 ‘이서’(정이서) 다. 운좋게 대기업 ‘문팰리스’에 입사한 그는 출근 첫날부터 황당한 상황을 맞닥뜨린다. 은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부서라는 이유로 반드시 계단으로 20층도 넘는 층을 걸어 올라가야 하고 사무실 바닥에 깔아 놓은 종이만을 딛고 움직여야 한다. 주어진 업무도 가관이다. A4 한가득 엑스를 열 장 그린 후 지우고 네모를 그리고 다시 지우고 세모를 그리는 식의 가치 없는 행위의 무한 반복이다. 돈을 위해 의미 없는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 자괴감에 포기하고 싶을 무렵 그들을 달래는 달콤한 급여. 자본주의에 길든 우리네 모습이다.

‘나도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잘 그릴 수 있는데!’라는 자조적인 공감을 안기는 이 ‘도형 그리기’라는 발상은 어떻게 떠올렸을까. 김보통 작가에 따르면 ‘무가치한’ 행위를 무엇으로 할지 제작진과 스탭들 사이에 수많은 아이디어가 오고 갔다고. 온갖 의견을 나누고 고민하던 중 “의미 없음이 중요하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내린 결론이 바로 도형 그리기라고 한다.

‘사막의 왕’은 작가?

1화 <모래 위의 춤> 마지막에 등장한 사막의 왕! 느슨하게 걸친 실크 가운에 맨발로 카펫을 밟고 등장해 도형 그리기에 골몰한 사원들을 조롱한다. 진구는 자본주의라는 사막의 군림자를 굵은 연기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다. 김보통 작가는 마음속 캐스팅 1순위는 브래드 피트였다는 농담 같은 진담 혹은 진담 같은 농담을 전했다. 상상해 보니 과연 찰떡같이 어울리긴 하다. 사실 ‘사막의 왕’이라는 캐릭터는 작가의 전작 웹툰에서도 등장한다. 작가는 이현세 화백의 ‘까치’ 같은 캐릭터라고 소개한다. 더불어 스무 살 때 인간미가 너무 없고 메말라서 ‘사막의 왕’ 같다는 소리를 들은 경험이 있다고. 타고난 성격인 것 같다고 건조한 성격을 쿨하게 인정하는 김 작가다.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는 ‘서은’(박예린)

대기업 사장(진구), 무기력한 신입사원 ‘이서’, 어린 시절 외계인을 만난 경험이 있는 딸 바보 아빠 ‘동현’(양동근), 빚더미에 앉은 다단계 사업가 ‘해일’(이홍내), 한물간 유튜버 ‘현숙’(김재화), 정의의 용사가 되기로 결심한 공시생 ‘천웅’(장도윤) 등 <사막의 왕>에는 황폐한 사막과 같은 인생을 헤매는 여러 군상이 등장한다. 이들 중 동현의 딸 ‘서은’만이 유일한 미성년 캐릭터다. 작가는 ‘서은’에 대해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인물로 그를 통해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싶었다”라고 소개한 바 있다. 아이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리는 것들, 즉 배려와 이해 그리고 관심을 환기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작가가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다.

각본과 연출진

김보통 작가는 이 시리즈의 각본과 1화 연출을 맡았다. 2화~4화는 이탁 감독, 5화~6화는 이태동 감독이 나눠서 연출했다. 대중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두 감독의 전작이 흥미롭다. 이탁 감독은 단편 영화 <볼모지>(2021) 와 <젯-다이 악쿠무>(2018) 등으로 주목받았고, 이태동 감독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웹드라마 <좋좋소> 시즌1~3의 제작과 촬영을 담당한 바 있다. “어마어마하게 적은 예산” 대비 때깔 좋고 맛깔나게 뽑힌 건 모두 두 감독의 범상치 않은 감성과 내공 덕분이라고.


사진출처_<사막의 왕> 캐릭터 스틸

2022년 12월 29일 목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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