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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대문짝만한 이미지에 혹시 놀라셨는지? 게다가 기자의 ‘카피 공세’에 눌려, 본의아니게 ‘마다가스카’ 홍보대사 폼새가 된 네 명의 동물들을 보노라니, 문득 여행사 ‘브로셔’가 떠오른 분도 계시겠다.
글쎄, 딱히 그럴 의도는 아니지만, 이 따~뜻한 봄날이 기자에겐 바캉스철보다도 ‘떠남’의 욕구가 강렬한 상황이니, 그 이면에는 아니라고 잡아뗄 수만은 없는 저 깊은 무의식이 숨어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부드러운 글자 리듬을 타고 흐르는 위의 ‘마다가스카’는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MADAGASCAR)>의 판타지 세계인 동시에, 실제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섬, 마다가스카를 의미하는 중의적 표현일 수 있겠다.
▶ 미국 애니메이션계의 살떨리는 트라이앵글
봄기운 무럭무럭 피어나던 지난 4월 7일, 기자는 한국을 떠나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산호세(San Jose)에 도착했다. 다름아닌 드림웍스의 신작 장편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MADAGASCAR)> footage 관람 겸, 더불어 감독, 제작자, 프로덕션 디자이너, 캐릭터 TD 슈퍼바이저, 비주얼 이펙터 등등 정교하게 세분화된 관련 스태프들과의 짧지 않은 인터뷰, 이에 (개인적으로 가장 구미당기던) PDI Studio 견학 등으로 구성된 정켓 때문이었다.
애니메이션 장편 부문의 첫 오스카 수상작이자 두 편 이상의 속편이 준비되고 있는 <슈렉> 으로 큰 성공을 거둔 ‘드림웍스’에게, 올해 2월 27일 열린 제77회 오스카 시상식은 조금은 씁쓸한 행사였을지 모르겠다. <샤크>, <슈렉 2>라는 만만치 않은 진용에도 불구하고, 드림웍스는 ‘장편애니메이션 작품상’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제작의 <인크레더블>에게 내주었으니 말이다.
보는 관객들에겐,‘드림웍스’니 ‘픽사’, ‘디즈니’와 같은 미국 애니메이션계의 지형도가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라도, 이 ‘트라이앵글’이 빚어내는 치열한 경쟁 구도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만치 제법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특히 <토이 스토리>로 시작된 디즈니와 픽사의 계약이 10여년이 흐른 작년에 이르러,‘소유권 분쟁’의 주된 갈등을 겪으며 실질적인 결별로 종결된 것은 그 이런저런 내막과 함께 미국 애니메이션계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픈 욕구를 자극했더랬다.
비록 픽사 영화의 사용권과 배급권을 갖고 있을지라도, 디즈니는 영화 홍보와 극장 배급, 아니면 장난감이나 티셔츠를 만들면서 그저 인기몰이 역할만 하는 반면, 말하나 마나 제일로 중요한 작품 자체는 픽사 소속 애니메이터들 손에 전적으로 달려 있으며, 독창적인 아이디어 부분에 있어 디즈니는 개입이랄지 영향력을 거의 행사할 수 없다고 봐도 무방해졌다는 것이 그 결론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편 애니메이션’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였던 ‘디즈니’는 이제 픽사는 물론, 다른 모든 애니메이션 업체들과의 살떨리는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고, 그 막강 라이벌에는 두말할 나위없이 ‘드림웍스’가 있다.
▶ 이번엔 어떤 재미나면서도 쉬운 스토리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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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가 2005년 야심작으로 마련한 <마다가스카(MADAGASCAR)> 역시 입맛 땡기는 스토리와 섬세하고 다양한 기술적 노력들이 엿보이는 작품. 줄거리는 이러하다. 뉴욕 센트럴 파크 동물원에는 먹고 싶은 것 맘대로 먹고, 팬서비스 차원의 잠깐 ‘쇼’만 제공하면 만사가 형통인 상류 여피족 그 자체의 네 마리 동물 ‘알렉스’, ‘마티’, ‘멜먼’, ‘글로리아’가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우선 사자 ‘알렉스’는 동물원의 터줏대감으로, 사람들 앞에서 포효하며 과시하는게 삶의 전부다. 매일 정확한 시간에 배달되는 맛난 식사 등 그의 안락한 일상에는 먹이 사슬같은 절체절명의 고민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허나 그의 왼팔과도 같은 존재인 얼룩말 ‘마티’는 다르다. 마티는 무료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동물원의 삶에서 벗어나 코네티컷의 먼 곳에서 마음껏 뛰노는 것을 꿈꾸는 영혼. 그러다 보니 제대로 발동거렸다. 추운 고향에서 포획돼, 기온도 맞지 않는 동물원에 감금됐던 네 마리 펭귄이 어느날 탈출 음모를 꾸미는 현장과 딱 마주쳤는데, 이것이 그의 영혼 깊숙한 곳을 자극한 것. 그리하여 그는 친구들 곁을 홀연히 떠난다.
이에 ‘알렉스’를 위시한 나머지 멤버, ‘멜먼(요놈은 건강에 지나치게 신경쓴다는 ‘하이포콘드리아주의자’ 기린!)’과 ‘글로리아(이쁘고 섹시하고 영리한 퍼펙트걸 하마!)’는 서둘러 ‘마티’찾기에 나선다. 공중전화를 거는 등 귀여운 생쑈를 하다 부랴부랴 지하철에 탑승, 그랜드 센트럴역에 도착했건만, 이게 웬일! 아니,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들은 구름떼같이 몰려든 사람들에게 포위된다.
그것이 동물원과 작별이 될줄이야. 남의 사정도 모르면서, 자유로운 야생생활이 그들의 행복일거라 여긴 인간들의 배려(?)로, 그들은 졸지에 아프리카행 선박에 실리고 만다.
컴컴하고 좁은 상자각안에서 불안해하던 그들 네 마리 동물이 당도한 것은 이국의 섬, ‘마다가스카’. 과연 뉴욕 토박이인 그들은 야생의 섬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고. 진정한 의미의 ‘정글’을 알아갈 수 있으려나.
▶ ‘마다가스카’가 몰고올 참신한 비주얼의 향연!
이렇게 <마다가스카>의 스토리는 얼핏 단순한 것같지만, 그 가운데 귀여운 상상력의 나래가 펼쳐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드림웍스가 흥행 성공을 거둔 <슈렉 1, 2>나 그 파워엔 훨씬 미치지 못했지만 개봉 첫주 4,7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주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던 <샤크>도, 어린 아이들도 이해하고 웃어제낄 수 있는 쉬운 스토리가 기반이 되지 않았던가.
(잠시만 딴얘기를 하자면, <공각기동대> 원작팬들의 큰 기대를 모으며 작년 9월 제한개봉된 그 속편 <이노센스(Ghost in the Shell: Innocence)>는 미(美)개봉 3주 동안 695,714 달러를 벌어들이는 부진함을 보였다. <이노센스>가 미국 관객을 어필하지 못한 데는 그 ‘이야기 전달 방식’에서 ‘문화적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언급되고 있다. 몇 년간 어느 정도 나아지기는 했지만, 미국의 일반 관객들은 아니메의 철학적인 면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고, 보다 상업적으로 화려하고 귀여운 부분만을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드림웍스나 픽사가 지향하고 있는 스토리가 어떠할지 대강의 윤곽이 그려지는 것같기도 하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미국의 강력한 CGI 업체인 드림웍스가 이 스토리를 구현해주는 고도의 비주얼 전략을 고심하지 않았을리 없다. <마다가스카>의 비주얼적인 특징을 간단히 언급하기 전에, 우선 인지할 사항은 디즈니-픽사의 경우와 달리 <마다가스카>를 제작하고 있는 PDI 스튜디오는 드림웍스 소유의 회사라는 것. 결과적으로 같은 회사지만 4:6의 지분구조를 가졌으며, LA(드림웍스)와 San Jose(PDI 스튜디오) 두 군데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PDI 스튜디오는 그들이 전작 <슈렉> 시리즈에서 사용했던 모든 기술적 요소를 <마다가스카>에 투입했다고 한다. 특히 조명과 세트의 경우 <슈렉>의 영향이 대단히 컸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슈렉>과는 매우 다른 흡족한 결과, 즉 훨씬 발전된 형태로 나왔다고 밝히는 상황이다(물론 footage 상영시, 미완성이긴 했지만!).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스트레치 & 스쿼시(stretch & squash' 기법으로, 캐릭터들의 동작이 순간적으로 최대한 크게 뻗었다가 최대한 작게 오므라드는 방식이다. 이 극단적인, 다시 말해 ‘과장된’ 캐릭터들의 동작은 과거 2D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었던 고전적이고 생동감있는 액션을 느끼게 해주면서, 기존 3D 애니메이션보다 캐릭터들의 풍부한 감정표현을 전달받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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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을 지나 ‘마다가스카’ 정글이 작품의 배경이 되면, 모든 등장 캐릭터가 동물이다보니, 한 씬, 한 씬, 장인의 손길과 다를 바 없는 섬세함이 필요했다. 우글거리는 수많은 서식 동물의 헤어 표현은 물론이고, 나무, 곤충, 새 등 모든 정글의 구성요소들이 개별적으로 연출되야했기 때문.
사실 애니메이션이 전달하는 이미지는 그 아무리 비현실적인 것일지라도, 관객들에게는 실제처럼 느껴지게 해야 하는 ‘생명력’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비주얼 이펙트를 담당한 필리페 그럭만(Philippe Gluckman) 등이 말한 것처럼, <마다가스카> 역시 장면장면의 캐릭터, 식물, 심지어 바람조차 살아 움직이는 듯 묘사하기 위해 수많은 스태프들의 과학적이고도, 예술적인 정성이 그러모아졌다.
▶ 누가누가 목소리 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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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스타들의 목소리 출연은 분명 장, 단점이 있기 마련. 마케팅 유혹 포인트로 최고의 요소이기도 하지만, 자칫 빅스타의 존재 자체는 캐릭터의 변화가 요구되거나 그 애니메이션 자체보다 부각되는 등의 역효과(?)적인 상황을 낳을 수도 있는 것. 이에 대해 공동 프로듀싱을 맡은 테레사 청(Teresa Cheung)은 크게 문제시삼진 않는 입장이었다. 예를 들어, <마다가스카>에 ‘제이다 핀켓 스미스’가 나온다 해도, 관객들 입장에선 단지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극장을 찾진 않는다는 것이 테레사 청이 가진 생각이다(즉, 관객들은 ‘글로리아’라는 캐릭터에게서 실제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느낌을 갖진 않는다는 얘기!).
어쨌든 이번 <마다가스카>에도 눈길가는 배우들이 적잖게 마이크 앞에 섰다. 사자 ‘알렉스’ 역을 맡은 ‘벤 스틸러’를 비롯해 얼룩말 ‘마티’역은 올해 오스카 시상식 사회자이기도 했던 배우이자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맡았으며, 기린 ‘멜먼’역은 시트콤 <프렌즈>로 주가를 번쩍 올린 데이비드 쉬머, 여기에 하마 ‘글로리아’역은 앞서 말한 것처럼, 윌 스미스의 부인이기도 하거니와 섹시하면서도 강한 매력이 풍기는 제이다 핀켓 스미스가 연기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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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마다가스카>는 1950-60년대 카툰 스타일로 전체적인 느낌을 빚고 싶었고, 캐릭터 외관은 배우의 모습보다 실제 동물의 모습에 근접시킨, 더욱이 ‘도형’으로 압축할 수 있는 코믹하고 과장된 스타일로 주조했기 때문이다. 알렉스는 역삼각형, 멜먼은 실린더 구조, 마티는 마름모꼴, 글로리아는 원형꼴로, 이러한 형태의 캐릭터들이 스크린에 비춰졌을때 관객들은 보다 유머러스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
▶ 에필로그
산 호세에 위치한 PDI 스튜디오에서, 기자가 맛배기로 만난 <마다가스카>는 솔직히 간단한 시놉만 읽고 예상했던 그 기대치 이상이었다. 특히 마음을 홀딱 뺏긴 요소 중 하나는 마다가스카 정글에 서식하는 동물로, 그야말로 ‘울트라 앙증 덩어리’로 표현하고픈 ‘모리스’. ‘마다가스카’가 실제로 존재하는 섬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기자도 부끄럽지만 그런 ‘무지렁이’였던 탓에 ‘모리스’가 그저 영화 <그렘린>의 ‘기즈모’를 닮았다고만 생각했다.
한국에 돌아와 정보를 뒤적이니 진짜 ‘마다가스카’섬에는 희귀한 식물과 동물들이 많았고 예시로 보여진 사진을 보니 뒷통수에 꽂히는 바가 있었다. 즉, <마다가스카>에서 보여진 캐릭터들, 모리스를 위시한 그 귀염덩어리들은 단지 ‘상상’의 산물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마다가스카> 산호세 취재기 첫 번째로, 빈약하나마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의 전반적인 사항을 대략적으로 훑어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두 차례에 걸쳐, 각 부문 스태프들의 보다 심층적인 얘기들을 여러분께 소개할 계획이다.
<마다가스카>는 <개미(Ants)>를 연출한 에릭 다넬이 신예 톰 맥그래스 감독과 함께 메가폰을 잡았으며, 각본은 마크 버튼, 빌리 프로리크, 에릭 다넬, 톰 맥그래스가 공동 집필했다. 미국에선 오는 5월 27일, 우리나라에선 오는 7월 15일, 개봉할 예정이다.
산 호세=심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