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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서울’ 발칙한 촬영현장
<썬데이 서울> 크랭크 업 촬영현장 취재기 | 2005년 4월 25일 월요일 | 최동규 기자 이메일

어릴 적 삼촌이 숨기어놓은 누런빛이 감도는 잡지를 몰래 그것도 아주 귀중한 물건이나 되는 듯 양 조심스레 훔쳐보던 시절 그 잡지는 세상이었고 그 속의 오만가지 잡다한 사건들은 상상도 못할 마술의 세상이었다. 그 잡지의 표지엔 큼지막하게 ‘썬데이 서울’이란 제목이 붙어있었고 그 이름은 어른들의 엉큼함 속에 음란 도색 잡지로 전락 되어 어른도 보아선 안 될 잡지로 인식되어갔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발소 혹은 목욕탕 등에서 거리낌 없이 보고 있었으며 아이들은 폐지더미를 뒤지거나 아버지나 삼촌이 짱박아 놓은 잡지를 학교 앞 골목길에서 모여 보는 것이 큰 낙이였다.

이러한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다름 아니 제목부터 도색스러운 영화 <썬데이 서울>의 마지막 크랭크업 현장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언제 찍는다는 소문도 없었다. 크랭크인 한다는 보도메일이 전부였기에 큰 신경을 안 썼다. 배우들도 봉태규가 메인이고 감독도 프로듀서 출신의 입봉 작품이다. 흔히 말하는 메이저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사에서 크랭크 업 현장에 참석을 해달라고 했을 때도 요즘 피곤한데 잘됐다 싶은 아주 불손한 마음으로 응했다. 3시간이 넘게 달려 도착한 전북 진안군 용담면의 한 주유소. 이곳은 썰렁 그 자체였다. 지나가는 차는 거의 없고 산길을 꼬불꼬불 가다보니 용담 저수지가 보이는 한적한 곳에 너무도 작은 주유소가 서있었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 컷은 무비스트만 찍었다.
이 컷은 무비스트만 찍었다.
버스에서 내리기전 보도 자료에 나온 시놉시스를 읽어봤다. 이런 발칙한! 단 4줄의 황당한 줄거리...이것이 보도 자료의 전부라니 이렇게 황당무계한 촬영현장 취재는 시작됐다. 우선 다른 취재진들이 배우들을 만나기 위해 몰려갈 쯤 기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도로 양 옆으로는 삼밭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고 양쪽으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도로는 간간히 달리는 광광버스들의 흔들거림만이 조용한 대기를 요동치게 하고 있었다. 이때 들리는 “조용해 주세요! 핸드폰 끄시고요!” 소리에 뒤돌아보니 이제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고 있었다.

왠지 어색하게 서있는 이청아 그 뒤로는 봉태규를 위시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서있었고 이청아는 서서히 움직여 자신의 일행인 듯 한 무협지에서 뛰쳐나온 듯 한 사란들 속에 합류를 한다. 이를 무심히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한 가족인 듯 한 무리가 있었다. 이렇게 촬영은 시작되었다. 취재진들은 이날의 촬영 컨셉이나 이들이 맡고 있는 역할 등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첫 촬영이 마무리 되고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 되었다. 그러나 배우들은 무게만 잡고 있고 질문에는 원론적인 답만 이어갔다. 사진 포즈도 겨우 취해 줄뿐 이상한 분위기였다. 그렇다고 물러설 무비스트 기자가 아니다. 한짐하는 덩치를 휘날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녀 왜 이리 썰렁한 모습들인지 알아내는데 성공 했다.

오만가지 인상을 다 쓰며 피곤한 척 무게를 잡고 있던 봉태규에게 다가선 기자는 짜증난다는 투로 “오늘 왜 이래요? 다들 무슨 컨셉도 아니고 힘들어 죽겠네.”라고 말을 던지자 갑자기 외면했던 고개를 돌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컨셉이에요. 감독님이 시켰어요.”라고 말을 하며 활짝 웃고는 사진 포즈를 취해 주었다. 그때부터 현장 분위기는 살아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배우들과 취재진 그리고 모든 스태프들이 마치 한 식구처럼 서로 웃고 즐기며 화기애매한 분위기로 바꾸어갔다. 실로 극과 극을 달린 촬영현장이었다.

아무리 다녀봐도 카메라부는 멋있다.
아무리 다녀봐도 카메라부는 멋있다.
<썬데이 서울> 쉽게 생각해서 <맨인 블랙>에서 나오는 ‘외계인의 아이를 낳다.’라는 기사가 실린 신문처럼 말도 안 되는 허황된 하지만 어디선가 진짜 일어날 것 만 같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그러니 영화의 성격도 황당할 수밖에 없는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 감독은 이렇게 말을 한다. “세 개의 에피소드의 옴니버스 영화가 아니라 한 개의 이야기 속에 세 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는 세 가지 컨셉이 너무 판이하게 다르고 색깔이 강하지만 결국 결론은 한가지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도 알 수는 없다. 현장에서 영화에 대해 물어본 배우나 스태프들 모두 입을 모아 같은 말만 되풀이 했으니 바로 “저희는 아무것도 몰라요. 감독님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죠.”라는 말이다. 그렇다 <썬데이 서울>은 아무도 모른다. 실제로 잡지 속에서 등장했던 서울로 상경한 순박한 시골 처자가 어디에 끌려가 무슨 고초를 당했다는 그 기사가 진실인지 아닌지 모르듯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 가지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성격은 알 수 있었다. 봉태규 일행은 쉽게 이야기해 돌연변이 인간이다.(아무튼 전재형의 말을 빌리면 그렇다. 하지만 이게 맞는지는 아직도 헷갈린다.) 두 번째 이청아 일행은 무술의 고수들로 이청아와는 원수지간인지 혹은 사제지간인지 분명치 않다. 마지막 김추련, 정소녀 일행은 묘한 냄새가 나는 가족이다. 말도 없다고 한다. 이 엽기스런 가족은 자신드르이 존재를 밝히길 꺼려했다.(두 신인 배우 예뻐서 대충 넘어갔다.) 이렇게 세 가지 확실하지도 않은 사실만 확인한 채 촬영현장 취재는 마무리 했다.

간담회를 위해 용담면 사무소로 들어섰을 때 영화사 관계자는 용담면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의외로 기분이 좋았다. 요사이 큰 비중 있는 영화에 투자하겠다는 지자체는 많지만 대부분 큰 도시이고 규모도 큰 영화위주였기 때문에 아주 작은 면사무소에서의 적극 지원은 인간 냄새가 나는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중에 감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용담면은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아는 형님 집에 머물면서 원고를 작성했던 곳이라고 한다. 그때 감독의 좋은 성격에 마을 사람들과 친해져 자연스레 지원을 얻게 됐다는 후일담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동네 주민들은 감독에게 인사를 하기 일수였고 감독이고 동네 청년이나 되는 양 웃으며 답을 하기에 바빴다.

컨셉인지 촬영 내용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컨셉인지 촬영 내용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일촉즉발 위기상황 간담회 현장!
배우들이 입장하기 전까지 <썬데이 서울>에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밝힌 장윤현 감독까지 자리를 해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던 분위기는 배우들이 입장하고 또다시 컨셉이 시작되면서 바이러스를 먹은 컴퓨터 마냥 다운되기 시작하더니 일촉즉발의 위태로운 상황까지 이어졌다. 감독은 “낮선 장르의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탈 장르를 추구하고 있고 아직은 말씀 드리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이 있다.”며 질문들을 원천 봉쇄하였으며 김수현은 모든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기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문제는 어느 기자가 질문을 던지자 갑작스레 일어나 나가버리기 시작했다, 그는 나가다가 갑작스레 뒤로 돌더니 덤블링과 무술을 선보였다. 취재진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 웃음으로 넘길 뿐이었다. 그러나 본 기자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졌다. 그가 자리로 돌아가자 손을 번쩍 들며 질문을 시작했다. “원래 말이 없느냐? 왜 자꾸 말을 빼고 이청아에게 마이크를 돌리는가? 이것도 컨셉인가? 아니면 말하기 싫은 것인가?” 이런 질문을 퍼부었다. 이는 기자로서의 사명감도 열이 받아서도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실로 ‘썬데이 서울’다운 발상에서였다.

그러나 김수현에게 나온 답은 헛기침 세 번과 “컨셉입니다.”이것 뿐이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곳에 모인 기자와 관계자 모두 그 말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하고 있었다. 정말로 <품행제로>와 <S다이어리>의 프로듀서 출신 감독답게 이미 참석한 기자들의 이성을 장악하고 있었다. 기자는 그 광경을 보면서 문득 감독이 혹시 외계인은 아닐까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헌데 참으로 재미있었던 것은 이 모든 사건들을 완전히 날려버린 것이 따로 있었으니 바로 정소녀의 목소리라는 주장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나이 어린 배우들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다듬어지고 성량 있는 깊은 목소리가 울려나오는 정소녀의 목소리는 기자들의 가슴에 스르륵 녹아들어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것만 보아도 <썬데이 서울>의 모든 가족들은 실로 미스터리한구석이 많은 사람들이였다.

선 개런티를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포기하고 부족한 제작비로 충당한 후 나중에 영화가 흥행이 되면 나눠 가진다는 그 이상야릇한 발상으로 모두 투자자 혹은 모두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만들고 있는 <썬데이 서울>은 결과물이야 어찌 되었든 무한 가능성에 도전하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것에 진심어린 격려를 보낸다.

지금부터는 무비스트 회원들에게만 공개하는 사진을 통해 현장의 분위기를 느껴보자.

김추련, 정소녀의 이상한 가족...느낌이 팍!!!(예쁘다.)
김추련, 정소녀의 이상한 가족...느낌이 팍!!!(예쁘다.)
이청아의 일행과 대치국면인 봉태규 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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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촬영장의 전부 - 하품하는 전재형이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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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줌마들 서울서 기자들까지 온다고 평소와는 복장 부터 다르다고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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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차일까 무척 궁금하게 만든 이삿짐 자동차 - 구하기도 힘들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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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분을 주목하시라 성룡과 함께 출연까지 했던 한국의 대표적인 액션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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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녀와 고은아 빼고는 모두 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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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프로듀서 출신 박성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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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0년대를 풍미했던 김추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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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CF모델로 떠오른 고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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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미스코리아 출신 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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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간첩이다. 이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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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녀는 끝까지 자기 자식이라며 신인 여배우들을 챙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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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최동규 기자

3 )
qsay11tem
잘 정독하고 가유   
2007-11-26 12:07
kpop20
잘 읽었어요   
2007-05-17 16:16
hmj9
이청아 완젼 다른 이미지...;;;   
2005-04-2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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