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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화려한 성과에 빛나는 일본영화 <피와 뼈> 내한기자회견이 리츠칼튼호텔에서 2월 15일, 차분하게 열렸다. 재일 한국인 감독 최양일, 형용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가슴을 찌르는 기타노 다케시, 의식있는 젊은 꽃미남 오다기리 죠, 일본 여인 특유의 매혹을 빚어내는 스즈키 쿄카 등 최고의 스태프와 배우가 뭉친 <피와 뼈>는 1998년 발간,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양석일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제11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받기도 한, 이 원작은 픽션이면서도 현존하는 모델(양석일 작가의 아버지)을 기반으로, 재일 조선인 1세의 일대기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작품. 자신의 육체만을 믿으며 인간으로서의 상식과 도덕을 던져버린 욕망의 화신 ‘김준평’이 눈을 뗄래야 뗄 수 없는 중심인물이다. 이 원작을 영화로 기획하고 제작하기까지 장장 6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피와 뼈> 내한기자회견에는 프로듀서를 비롯해 최양일 감독, 김준평의 아내 ‘이영희’를 맡은 스즈키 쿄카가 자리했다. ‘3년전, 자신에게 의뢰가 왔었지만, 너무 무거워 어떻게든 피하려다 월드컵, 한류열풍 등의 세류를 타고, 역한류의 의미를 띄는 영화로 제작하게 됐다는 것’이 프로듀서의 변.
<달은 어디에 떠있는가>(1993) 이후, 두 번째로 양석일의 소설을 영화화한 최양일 감독은 ‘자신에게 큰 존재감을 갖는 영화’라며, “이 작품은 일본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라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상당히 스릴있게 기대된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에 스즈키 쿄카는 '국적이 다른 여성을 연기한다는 건 커다란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기타노 다케시라는 대배우와 연기하는 것, 또 그보다 최양일 감독에게 자신의 연기를 보인다는 것이 엄청난 도전이었다'고.
이런저런 질의응답 내용을 몇 가지 간추리면, 최양일이 전하고자 하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시대상을 그린다기보다 시대에 등돌리고 살았던 인물을 그린 영화”로, “어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으려는 영화는 아님”을 분명히 했다.
스즈키 쿄카의 경우, “일본에선 한 여인의 생애를 연기할 기회가 드물어 캐스팅 제의를 받고 무척 기뻤다”며, “원작을 읽으면서 힘든 영화가 될 거라는 생각을 충분히 했는데, 얼핏 생각하듯이 국적이 다른 여인을 연기하거나 한국어 연기, 다양한 연령층을 소화하는 것이 힘들진 않았다”는 의미심장한 말들을 전했다. 정말 그녀가 어려웠던건, 폭력적인 남편 곁에서 그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 것인지 무척 힘들었다고.
‘일부러 사회적인 메시지를 배제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최양일은 “예를 들어 영화 <대부>를 감상할 때, 그 영화가 이탈리아 이민사를 다룬 것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걸 염두에 두고 감상하진 않았다”며, “솔직히 이탈리아 이민사를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영화를 보는 일 자체는 사람들에 따라 무척이나 다양하며, 여러 가지 주장들이 나올 수 있다”는 명쾌한 비유로 대신했다.
처음엔 7시간 분량으로 계획됐던 영화지만, 결국 2시간 남짓으로 구성됐다는 <피와 뼈>는 기타노 다케시가 맡은‘김준평’을 통해 우리내 아버지의 소름 쫙쫙 끼치는 초상을 엿볼 수 있기도. 문신을 그득 새긴 껄렁 청년으로 등장하는 오다기리 죠의 전율어린 연기도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개봉은 오는 2월 25일.
▶ 무비스트와 함께한 스즈키 쿄카 인터뷰가 곧 공개될 예정입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취재: 심수진 기자
사진: 이한욱
촬영: 이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