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튼, 수많은 처자와 사내들의 매혹의 대상으로 자리하고 있는 그윽하고 깊은 눈매의 양조위와 청초함 그 자체인 이영애가 오픈 토크라는 이름 하에 짧지만 의미 있는 만남을 해운대에서 가졌다. 평생에 한번 볼까 말까한 두 배우를, 물론 안 봐도 사는 데 지장 없지만, 자신의 시선 안에서 직접 바라보고자 북새통을 이룬 오픈 토크 장은, 흡사 맞선을 방불케 할 만큼 뭔가 뻘줌하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영화전문기자 오동진의 사회아래, 진행됐다.
개막작 <2046>의 주인공 양조위와 개막작 사회를 맡은 이영애, 이 둘의 만남을 곧장 개막하는 바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라 할 수 있는 이영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양조위: 이영애의 영화는 거의 다 봤다. 다른 작품도 좋았지만 <공동경비구역 JSA>가 유독 마음에 들더라. 일단 보면서 느낀 건 굉장히 신비감 넘치는 배우. 그러한 느낌이 강하게 와 닿았다. 좋은 배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양조위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이영애: 오늘 양조위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많이 설렜다. 지금도 그러하고 말이다. 어쨌든, 너무 편안하고 좋아한다는 말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라 할 수 있는 양조위 이영애 당신 둘이 함께 캐스팅 돼 영화작업을 할 수 있다고 보나?
양조위: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영화를 부지기수로 봤다. 좋은 영화들이 상당히 많더라. 기회가 된다면 출연하고 싶은 생각이야 당연 있다. 서로 사용하는 말이 다르다보니 언어장벽이 적잖이 있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본다.
이영애: 양조위와 오픈토크를 한다고 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혹시나 다시 한 번 그의 프로필을 봤다. 역시나 대단한 배우라 생각됐다. 특히, 개인적으로 <동사서독>과 <화양연화>가 마음에 와 닿았다. 그의 말마따나 언어장벽이야 있겠지만 그리 문제가 될 것이라 보진 않는다. <2046>에 등장한 그의 모습을 보면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너무도 좋은 배우다.
양조위: 기본적으로 나의 애정관은 그러니까 사랑에 대해 비관적이다. 처음엔 너무도 좋겠지만 사랑도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지고 습관화되는 거 같다. 우리가 먹는 김치처럼 말이다. 사랑에 대한 첫 느낌을 많은 사람들이 고스란히 가지고 갔으면 한다. 그리고 영화 속에 비춰지는 내 모습의 분위기는 여러 가지 작업이 한 곳으로 집중돼 길어 올린 결과지 나 혼자에 의해서 창출되지는 않는다.
이영애: 결론적으로 난 양조위와 달리 사랑에 대해 비관적이지는 않다. 또 어제 <2046>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좀 있으면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촬영에 들어가는데 사실,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불안하기도 하다. 그런데 그의 호연을 보고 여러 모로 많은 걸 느꼈다는 거다. 짧은 시간이지만 부산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정말이지 든다.
양조위 당신은 왕가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볼 수 있다.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
양조위: 나와 그의 관계는 사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촬영할 때 외에는 거의 따로 만나지도 말하지도 않는 사이다. 그게 안 좋게 보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작품을 임하는 데 있어서는 나름대로 좋은 소통의 방식일 수도 있다. 또 왕가위 감독은 늘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다니기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신비로운 사람이다.
다른 감독과 남다른 왕가위만의 연출방식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여타의 감독과는 다르게 차별화되는 부분이 많은 감독이기는 하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왕가위 감독은 촬영전이나 초반까지는 거의 아무도 것도 알려주지 않은 채 촬영에 들어간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영화와 캐릭터에 대해 이해시키며 적응시키려 한다. 인물을 창출하는 방법에 있어 다른 감독들과 다를 뿐이라 본다. 물론, 촬영이 너무 길어지면 좀 그렇긴 하지만.... (웃음)
<친절한 금자씨>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영애: 여러 분들이 그간에 봐왔던 이미지와 분위기, 기존의 캐릭터와는 다른 구석이 많았다는 점이 흡족하게 느껴졌다. 모험할 만한 가치가 분명 있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물론,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기에 선택한 측면도 크다. 어찌됐든, 힘들 거라 예상되지만 여기 계신 분들의 응원처럼 주변의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줘 힘을 얻고 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양조위: 매번 한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반갑게 맞아줘 고맙게 생각한다. 힘을 준 만큼 좋은 영화라 보답하겠다.
이영애: 개인적으로 영화 속에 모습도 좋아했지만 막상 이렇게 만나 보니 배우를 떠나서 편안하고 인간적이라 너무 기쁘고 반갑다. 그리고 11월 중순쯤 촬영에 들어갈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좀 오래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기대해주시길 바란다.
부산= 서대원 기자, 이기성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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