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와 70년대는 한국 현대사에서 ‘폭압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시기이다. 이승만 정권의 오랜 부패가 1960년 3.15 부정선거로 절정에 달하자 국민의 분노는 4.19혁명의 시발이 되었지만 곧 박정희를 비롯한 일부 군인들에 의한 5.16 군사 쿠데타로 4.19 혁명의 열기는 단숨에 식어버렸다. 군부통치와 유신체제로 이루어진 ‘폭압의 정치’는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박정희 대통령 살해사건으로 막을 내릴 때까지 약 20년간 지속되었다.
송강호과 문소리라는 든든한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믿음직해지는 영화 <효자동 이발사>는 부조리한 정치적 사건들로 가득했던 한국의 1960~70년대를 한 평범하고 소심한 소시민의 눈을 통해 그려낸다. 영화는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건 속 비극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신에 그 안에 위치하고 있던 한 인물을 통해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우화적으로 그것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장치를 통해 성한모의 일생은 역사의 아주 깊숙이까지 파고들어 역사와 교차된다. 영화 <효자동 이발사>는 이와 같이 기존의 시대극의 범주에 포함되는 한국 영화들과는 다른 접근으로 ‘시대’와 ‘인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파란만장하던 시대를 깊이 있게 그려주는 '박기헌 표' 음악으로 <효자동 이발사>는 한층 더 가슴 뻐근한 감동을 준다.
<효자동 이발사>의 O.S.T는 다큐멘터리 극영화 <죽어도 좋아>와 단편 <여섯 개의 시선> 등의 음악을 맡았던 박기헌 음악감독이 맡았다. <고양이를 부탁해> < H > <연애소설> <영어와전정복>등의 음악 작업에도 참여해온 박기헌 감독은 다양한 리듬과 장르의 음악을 통해 영화와 음악이 하나의 정서로 연결되게끔 조율하는 데 두드러진 실력을 보이는 듯 하다. 전작 <죽어도 좋아>에서 경기민요와 랩, 라틴음악까지 접목시켰던 그는 이번 <효자동 이발사>를 위해서도 어쿠스틱 선율을 바탕으로 일렉 기타와 아라비아풍의 음악까지 다양한 음색을 통해 영화 속 역사적 격동기에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사건과 상황의 정서를 전달한다.
음악의 메인 컨셉은 ‘한국적인 정서가 묻어나는 집시풍의 음악’. 주로 어쿠스틱 악기와 아코디언, 나일론기타, 바이올린, 어쿠스틱 베이스 등을 사용하였다. 슬프면서도 행복한 느낌을 주는 정서를 바탕으로, 때로는 비극적이고 때로는 유머러스한 영화와 조화를 꾀한 음악은 영화 <효자동 이발사>의 감상을 한 층 풍부하게 해준다. 영화를 음악적으로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영화 속의 상황에 비집어 들어가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제3자의 입장의 느낌을 표현하고 있는 음악은 영화 감독의 영화에 대한 시선과 관객의 시선을 같이 묶어주는 교두보 역할을 해낸다.
<효자동 이발사>의 O.S.T는 스톰프 뮤직과 영화음악 전문 음반사인 M&F (Music & Film Creation)에서 설립한 영화음악 전문 레이블 ‘PRIMO’ 에서 최초로 발매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는 앨범. M&F의 노하우를 이어받아 첫 앨범에서부터 탄탄한 구성과 조화를 자랑하는 <효자동 이발사>의 O.S.T를 듣고 있으면 ‘PRIMO’의 다음 작품 또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