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Music by 윤종신
이름은 커녕 얼굴조차 모르는 미지의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고 고백해오는 쪽지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상상만으로도 두근거리고 설레이는 일, 하루 종일 아니 언제까지나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 좋아지는 일일 것이다. 도서관 화집 속 미지의 남자가 보내오는 사랑의 메모를 기발한 상상으로 찾아가는 로맨틱 추리 연애담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는 바로 그런 영화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영화의 OST 역시 영화가 딱 그런 것처럼 두근거리고 달콤한 상상으로 가득찬 앨범이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의 OST는 영화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영화데뷔를 하기도 한 가수 윤종신이 음악감독을 맡아 총 프로듀싱을 한 앨범이다. 전체 컨셉의 가장 큰 모티브가 ‘배두나, 설레임, 바보’ 세 가지라고 밝힌 윤종신 음악감독에 따르면 첫 번째 모티브가 된 여주인공 ‘배두나’는 참 묘한 배우이며 음악작업에 있어 상큼한 모티브가 돼주었다고. 두 번째 모티브인 ‘설레임’은 이 영화의 소재처럼 미지의 상대가 자신에게 사랑고백을 해왔을 때 느끼게 되는 설레임을, 세 번째 모티브가 된 ‘바보’는 기존 윤종신의 노래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캐릭터로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 대부분이 착하고, 순진하며, 순수하기에 현실에서는 바보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OST에 수록된 모든 곡들은 왜 윤종신이 로맨틱 음악의 대명사가 되었는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시종일관 로맨틱한 두근거림이 함께 하면서 매 순간 유머와 반전이 끊이지 않는다. 이렇듯 영화 속 연인들의 섬세한 감정변화를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로 표현하고 있는 이 OST가 돋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유희열(Toy), 조원선(롤러코스터), 김연우(Toy 객원보컬), 하림 등 윤종신의 패밀리에 속하는 수준급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해 그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윤종신이 직접 부른 메인 테마곡 ‘우리 이제 연인인가요’는 음악을 맡은 윤종신이 처음으로 김남진과 배두나를 함께 만났던 순간의 느낌을 멜로디로 옮긴 곡으로, 그가 존경하는 그룹인 카펜터스(Carpenters)에 대한 오마주(Homage)이기도 하다. 발랄하고 사랑스럽지만 아직은 수줍은 두 연인의 감정이 담겨져 있다. ‘롤러코스터’ 조원선의 한층 더 세련되어진 음성과 어쿠스틱 반주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원더우먼’은 윤종신이 DJ로 있는 MBC 2시의 데이트에서 윤종신의 목소리로 프로그램 중간에 사용되고도 있는 곡. 이 밖에 듣는 이를 사로잡는 발라드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김연우의 ‘수줍은 사랑’은 가을에 어울리는 느낌으로 많은 이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재즈풍 곡인 하림의 'Training Day' 역시 듣는 순간부터 귀에 감겨드는 곡으로 그 완성도가 빼어나다. 예전 윤종신의 히트곡이었던 ‘환생’이 유희열에 의해 리바이벌 되어 ‘느끼한 환생’과 ‘매우 느끼한 환생’ 두 가지 버전으로 수록되어 있는 것도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OST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재미.
사랑을 느끼는 순간,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 로맨틱한 설레임을 느끼는 마음을 그대로 듬뿍 담아낸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의 OST는 올 가을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어떤 영화음악보다 더욱 따뜻하고 포근한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