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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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배우: 에밀리 블런트, 조쉬 오코너, 콜린 퍼스, 이브 휴슨, 콜맨 도밍고
장르: SF, 미스터리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45분
개봉: 6월 10일
리뷰
천재 IT 전문가 ‘켈너’(조쉬 오코너)는 자신이 8년간 몸담은 초비밀 조직 ‘워덱스(Wardex)’가 수십 년 동안 숨겨온 비밀 자료를 세상에 공개하려 한다. 조직의 책임자 ‘노아’(콜린 퍼스)는 그의 여자친구 ‘제인’(이브 휴슨)을 납치해 그가 훔쳐간 특별한 기기를 되찾으려 하고, 켈너는 동료 ‘휴고’(콜먼 도밍고)의 도움을 받아 진실을 폭로할 계획을 세운다. 한편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기상 캐스터 ‘마거릿’(에밀리 블런트)은 어느 날 집 안으로 날아든 새와 마주한 뒤 타인의 내면을 읽는 능력을 얻게 된다.
스필버그 SF의 총결산, 끝없이 확장되는 질문들
외계 생명체와 미지의 존재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핵심 화두다. <미지와의 조우>(1977), <E.T.>(1982),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에 이르기까지 그는 끊임없이 인간과 비인간의 만남을 상상해 왔다. 그런 점에서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는 그가 평생 탐구해온 관심사를 집대성한 작품처럼 보인다. 영화는 단순히 외계 존재의 폭로에 그치지 않고 질문의 외연을 넓힌다. 지적 생명체의 존재를 인류가 인지하게 되었을 때 벌어질 변화, 인간 본성의 민낯, 신앙과 종교의 흔들림, 과학과 미디어의 역할 등 방대한 화두를 끌어안는다. 이를 위해 우주의 언어를 수학적으로 이해하는 ‘켈너’, 타인의 내면을 읽는 능력을 얻은 ‘마거릿’, 종교적 신념을 지닌 ‘제인’ 등 각기 다른 성격의 인물들을 배치해 다층적인 시선을 형성한다.
<디스클로저 데이>를 워덱스와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추격전을 메인으로 한 SF 미스터리 스릴러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레슬링 경기장에서 시작하는 강렬한 오프닝부터 곳곳에 배치한 SF적 장치와 단서들은 스필버그 특유의 노련한 연출력 안에서 효과적으로 구현되며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 역시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다만 거대한 음모가 드러나는 과정은 호기심을 높이지만, 이를 받쳐주는 서사와 전개는 다소 장황하고 늘어지는 면이 없지 않다.
꽉 찼지만 공허한 블록버스터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영화가 건드리는 주제는 방대하지만, 이 거대 담론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리기보다 개별적인 화두로 흩어지는 인상이다. 인간과 비인간, 종교와 과학, 관계와 소통, 정체성, 미디어라는 중량감 있는 질문들은 끊임없이 제시되지만 서로를 심화시키지 못한다. 결국 풍성한 문제의식은 남지만, 그만큼의 깊이는 따라오지 못한다. 특히 종교적 신념을 가진 제인이라는 인물을 배치해 놓고도 외계 존재의 등장과 신앙의 충돌을 깊이 있게 탐구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극의 중심축이 되어야 할 '폭로'의 실체가 기대만큼 신선하지 않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수십 년간 은폐되어 온 비밀이라는 거창한 전제에 비해 그 실체는 예상 가능한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이를 시각화하고 표현하는 방식 역시 다소 진부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폭로의 실체가 주는 충격은 정작 크지 않아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 급작스럽게 마무리되는 엔딩 역시 감독의 의도와 상관없이 황망함과 함께 허무한 여운을 남긴다. 결국 <디스클로저 데이>는 스필버그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외계 생명체와 인간에 대한 질문들을 총망라한 야심작이지만, 지나치게 많은 화두를 한 작품 안에 담아내려는 욕심이 앞선 작품에 머물고 만다. 꽉 찼지만 한편으로는 공허한 블록버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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