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아리 에스터
배우: 호아킨 피닉스, 패티 루폰, 네이단 레인, 에이미 라이언
장르: 어드벤처, 공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시간: 179분
개봉: 7월 5일
간단평
중년을 훌쩍 넘긴 ‘보’(호아킨 피닉스)는 내일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엄마 ‘모나’(패티 루폰)를 방문하기로 약속한 것. 상담사에게는 엄마를 만나게 돼 기쁘다고 했지만, 한편에서는 어딘가 주저하는 마음이 있는 보. 이런 마음을 가졌다는 사실에 왠지 모를 죄책감과 자괴감을 느낀다.
보의 스케줄은 아침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전날 난데없는 소음을 호소하는 이웃 덕분에 잠을 설친 탓에 늦잠을 잔 데다, 열쇠가 사라진 덕분에 시간이 간당간당하던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 집 앞 거리에서 설치는 웬 미친X에게 칼침을 맞는가 하면, 자동차에 치인 후 깨어보니 안락한 집이요, 인자한 의사 부부가 그를 정성껏 돌봐 주고 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이렇게 스토리만 나열해 본다면, 어떤 장르의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블랙 코미디도 시리어스한 드라마도 가능한 이야기다. <유전>(2017)으로 일약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후 ‘환한 대낮 공포’라고 일컫는 <미드 소마>(2018)로 한층 기이하고 범상치 않은 작품 세계를 연이어 선보인 아리 에스터 감독은 이를 현실과 초현실의 환각과 공포에 기반해 어둡고 기발한 어드벤처로 풀어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시작부터 끝까지 편집증 환자의 망상이고, 관객은 그 안에서 ‘의미찾기’라는 허우적거림에 골몰하는 걸 수도 있다.
면밀히 들여다본다면 가족과 모성, 상처와 트라우마, 내면 아이 같은 사회적 관념과 심리·정신학적 개념을 보의 여정을 통해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유전> 같은 공포를 기대한 관객과 본질적으로 코미디라는 장르를 지향한 감독과의 간극이다. 이러한 간극만 극복한다면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불편하지만 예측불가하고 기상천외한, 179분도 짧게 느껴지게 할 환상의 여정이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물음표가 둥둥 떠다니는 혼란스러움에 가슴이 답답한 영화로 남을 수 있다. 참고로 감독은 ‘아주 단순한 영화’로 ‘의미를 찾기보다 오픈마인드로 즐기라’고 조언한 바 있다.
2023년 7월 4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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