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 밀레나 스밋, 로지 드 팔마, 아이타나 센체스 지욘
장르: 멜로, 로맨스, 스릴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23분
개봉: 3월 31일
간단평
“아무리 어려도 역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면 안돼!” ‘야니스’(페넬로페 크루즈)가 한참 어린 ‘아나’(밀레나 스밋)에게 일침을 가한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프랑코 독재 정권 시대의 이야기를 준비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대사를 통해 역사의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그간 천착해 온 여성과 모성이라는 주제에 녹여내어 의미 있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곧 마흔이 되는 야니스와 미성년인 아나는 출산을 앞두고 한 병원에서 만난다. 미혼모인 두 사람은 큰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쌓고 같은 날 거의 동시에 딸을 출생한다.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 두 사람,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낀 야니스는 유전자 검사 결과 딸 ‘세실리아’가 친딸이 아닌 걸 알게 된다. 야니스는 아나의 딸 ‘아니타’와 병원에서 바뀌었을 거라고 짐작하면서도 관객도 (아마) 자신도 놀랄 의외의 선택을 한다.
채 한 살도 안 된 갓난아기가 친딸이 아닌 걸 인지한 엄마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원래의 위치로 되돌려 놓으려 할 것 같은데 야니스는 침묵을 선택한다. 상당히 영화적인 설정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야니스는 1930년대 팔랑헤 당의 탄압으로 목숨을 잃은 증조할아버지의 유해를 찾아 역사의 비극적 진실을 밝히려는 인물이다. 그런데 친딸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진실을 은폐한다. <패러렐 마더스>는 이런 모순을 추동력 삼아 이야기를 뻗어간다. 아기 중 한 명이 죽고 몇 달 후 재회한 야니스와 아나 사이에는 기묘한 감정이 형성된다. 이때 파행으로 치달을 것 같던 영화는 증조할아버지 유해의 발굴이 결정되면서 예상치 못한 국면에 접어든다. 집중하게끔 하는 힘 있는 드라마지만, 작위적인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 <귀향>(2006) 등 감독과 빼어난 호흡을 맞춰온 페넬로페 크루즈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와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2021)을 비롯해 유수의 영화제에서 극찬 받았다. 감독과 11번째 협업을 이어온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의 서사에 한층 깊이를 더하는 음악 또한 감상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2022년 3월 30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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