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캐나다 벤쿠버에서 촬영 중인 배우 윤여정이 26일(금) 열린 <미나리>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함께해 작품에 관한 담백한 입담을 드러냈다.
윤여정은 한국계 미국인의 삶을 다룬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에 할머니 ‘순자’ 역으로 출연해 전미비평가위원회, 미국 여성기자협회 등에서 연기상 26관왕에 올랐다.
소감을 묻자 윤여정은 “축하해줘서 감사하다. 그런데 말로만 전해 듣지 상패는 1개만 받아 아무 실감을 못 하고 있다. ‘나라가 넓으니까 상이 많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순자’역을 연기하면서는 “자유를 얻었다”고 했다. “아이작(정이삭 감독)과 내가 같이 만든 캐릭터”라는 것이다.
윤여정은 “감독들은 배우를 가둬 놓는다. ‘이렇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나도 배우 생활을 오래 했으니 아이작 감독에게 처음 한 질문이 당신 할머니를 흉내 내거나 특별한 체스추어를 해야 하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절대 그럴 필요 없고 선생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더라. 속으로 ‘아, 이 감독 괜찮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에이 플러스를 줬다”고 떠올렸다.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몇몇 장면도 언급했다.
입으로 밤을 깨물어 손자 ‘데이빗’(앨런 S.김)에게 뱉어주는 장면은 “직접 본 걸 반영”한 것이다.
“미국에 살 때 친구의 어머니가 (미국에) 와서 손자에게 밤을 그렇게 해주더라. 친구의 남편이 아일랜드 사람이었는데 너무 놀라서 나에게 물었다. 멀쩡한 이가 다 있는 애에게 왜 밤을 깨물어서 숟가락에 뱉어 주는 거냐고. 그 생각이 났다”고 전했다.
손자 ‘데이빗’을 침대에 재우고 자신은 바닥에서 자는 장면 역시 “한국 할머니들은 바닥에서 잔다. ‘데이빗’이 귀한 손자이고 아픈 아이이기 때문에 감히 침대에서 같이 자려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의견이 존중돼 세트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날 윤여정은 <미나리> 촬영 당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께 일해준 스태프의 공도 치하했다.
자신에게 <미나리> 대본을 전해준 이인아 프로듀서와 현지에서 <미나리> 대본 수정에 도움을 준 홍여울 영화번역가를 언급했다.
윤여정은 “대본을 전해준 이인아 프로듀서가 내가 (음식을) 잘 못 먹으면 어떡할지 너무 걱정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휴가 일정을 전부 희생하고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로 쫓아와 음식을 만들어줬다”고 전했다.
다른 숙소를 쓰던 스티븐 연이 놀러 왔다가 “밥 냄새가 나니까 안 돌아갔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정이삭 감독과 인연이 전혀 없던 홍여울 영화번역가는 윤여정과의 친분으로 “할리우드 영화를 어떻게 찍나 보러 왔다가”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미나리> 대본 작업에 합류했다.
윤여정은 “우리(배우)는 얼굴이 나와서 그 영광을 누린다. 하지만 <미나리>는 뒤에서 수고한 사람들과 함께 만든 영화”라고 강조했다.
한국 개봉을 앞둔 심경도 전했다.
<미나리>는 2020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관객상 수상을 시작으로 전 세계 유수의 시상식에서 74관왕에 올랐다.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부문과 미국배우조합상 앙상블상, 여우조연상,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라 있는 상황이다.
윤여정은 “큰 관심이 처음에는 좋았는데 지금은 조금 걱정스럽다. (한국 관객이) 실망들 하실까봐 떨린다. 우리들이 식구처럼 모여 만든 영화다.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미나리>는 3월 3일(수) 국내 개봉한다.
사진 제공_판씨네마
2021년 2월 26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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