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배우: 김민희, 서영화,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장르: 드라마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시간: 77분
개봉: 9월 17일
간단평
영화는 ‘감희’(김민희)가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친하게 지내던 언니 ‘영순’(서영화)의 집을 찾아가며 시작된다. 오랜만의 만남에 ‘영순’은 ‘감희’의 짧아진 파마 머리를 보고 놀라지만 이내 둘은 그간의 일상을 교환한다. 결혼 5년 만에 처음 남편과 떨어졌다는 ‘감희’는 이후 ‘수영’(송선미)의 집에 들러 잠깐의 시간을 보낸다. 우연히 만난 친구 ‘우진’(김새벽)과 인사를 나누며 그동안 각자 쌓였던 오해를 풀고 남편 이야기도 나눈다.
<도망친 여자>는 ‘홍상수’라는 이름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려운 영화다. 주인공 ‘감희’의 짧은 여정을 관망하듯 건조하게 따라가는 동안 사소하고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지고, 그 안에서 날 선 위트가 툭툭 튀어나온다. 갑작스러운 카메라의 줌인과 줌아웃, 롱테이크 등 홍상수 감독 특유의 연출은 뜻밖의 재미와 함께 인물들의 대화와 감정을 곱씹어보게 한다. 아울러 변화를 꾀하듯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타난 ‘감희’ 역의 김민희가 선보이는 한층 더 성숙해진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소소한 행복과 의심, 공허함, 불안이 공존하는 김민희의 복잡한 표정은 영화의 정서를 한데 응축한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고 당부하는 ‘영순’의 앞집 남자, ‘수영’을 쫓아다니는 작가 지망생 스토커, 유명세를 얻어 자의식이 과잉된 ‘우진’의 남편까지 영화 속 찌질한 남자들의 모습은 앞선 세 여자의 대화와 맞물리며 ‘감희’를 포함한 네 여자가 도망치려던 것은 무엇인지, 도피 끝에 그들이 마주한 것은 무엇인지 제목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홍상수 감독의 24번째 장편이자 김민희와 호흡을 맞춘 7번째 작품이다.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2020년 9월 17일 목요일 | 글_이금용 기자(geumyo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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