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오는 2월 21일(목) 신·구 거장의 화제작이 동시에 관객을 찾는다.
라스 폰 트리에의 문제적 작품 <살인마 잭의 집>과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 최다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이다.
◆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첫 시대극. 18세기 영국 궁정을 배경으로 여왕과 여왕의 사랑을 쟁취하려는 두 여자가 있다. 그 품격 있는 막장 현장에 감칠맛을 더하는 대사로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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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사랑해도 안 돼요!”, “꼭 오소리 같군요”
대영제국의 여왕 '앤'(올리비아 콜맨)과 멀버러 공작부인 '사라'(레이첼 와이즈)는 오랜 지인이자 충실한 군신 관계이자 무엇보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다. ‘앤’이 방에서 애지중지 키우는 토끼를 쓰다듬어 보라고 하자 ‘사라’는 매몰차게 거절한다. 또, 러시아 사신에게 포스있게 보이고자 눈화장에 힘준 여왕, 이를 본 ‘사라’는 오소리같다고 일갈! 이쯤 둘 간의 역학관계가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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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을 건가요? 덮칠 건가요? 신사라...덮치세요!”
몰락한 귀족 아가씨이자 ‘사라’의 사촌 동생 ‘애비게일’(엠마 스톤). 언니에게 일자리 부탁하고자 왔지만 결국 궁궐 하녀 이후 승진?해서 언니의 하녀가 된다. 이후 여왕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사촌 언니와 암투를 벌이던 중 그녀를 눈여겨보던 한 남자가 있었으니, 어느 야심한 밤 그녀의 방에 찾아온다. 자칭 신사라는 남자를 향해 침대에 대자로 누우며 던진 ‘애비게일’의 한마디, “덮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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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을 한 명씩 잃을 때마다 내 일부가 사라져”, “내 그대로를 봐주면 안돼?”
만인지상. 감히 신체에 손댈 수도 없는 영국 여왕이지만 히스테릭하고 허술한 '앤’은 공작 인 '사라'에게 좌지우지 당한다. 놀아주지 않는다고 삐치고 다른 남자와 춤춘다고 질투하고 국정도 나 몰라라...하지만 헤아릴 수 없는 상처를 간직하고 있었다. 열일곱 마리의 토끼가 그 방증이다. 뼛속까지 외로운 여왕은 사랑을 갈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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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발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 “남자는 모름지기 예뻐야 해”
여왕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두 여인의 살벌한 싸움이 서사의 주축이나 그 곁가지에 가발 쓴 남자들이 감초 역할 톡톡히 해 깨알 웃음을 선사한다. 야당 당수 ‘할리’(니콜라스 홀트)를 비롯해 각종 뽀글이 가발 쓴 남성들(음악가 바흐, 혹은 최근작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브라이언 메이가 했던 헤어스타일의 과한 버전을 상상하면 된다)이 출동해 가부키 흰 얼굴에 발그레 볼 터치, 붉은색 펭귄 입술 등 진한 화장으로 외모 가꾸기 여념 없다.
▲ “너의 눈을 찌르는 꿈을 꿨어”
전작 <랍스터>(2015)에서 독창적 사랑을, <킬링 디어>(2018)로 숨막힐 듯한 딜레마에 빠뜨렸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이번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품격 막장을 추구하며 좀 더 대중적인 재미를 보장한다. 정교한 의상과 공간 디자인으로 완성한 고품격 시대극 안에 풍자와 희화만 난무했다면 허무했을 터. 세 인물의 섬세한 심리 묘사로 질투 애달픔 원망 등 사랑의 속성에 깊이 접근한다.
● 한마디
여왕을 사이에 두고 두 여인이 벌이는 품격 높은 막장 암투극
2019년 2월 17일 일요일 |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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