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는 의견에 토를 다실 분들은 지금 달아 주세요. 물론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눈부신 발전하고 있다고 호언장담하기는 힘들지만, 현재 관객들의 선택은 비슷한 재미를 준다면 한국영화를 보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분위깁니다. 작년에는 그 덕분에 좌석 점유율 45%를 돌파하기도 했죠. 이러한 사실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영화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필자는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가능하면 언론 시사회가 열릴 때 한국영화는 빼놓지 않고 보려고 합니다. 며칠 전에는 <스물넷>이란 영화를 봤네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국 영화입니다. 임종재 감독님의 신작이구요.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을 보면 수십억의 제작비와 함께 엄청난 마케팅으로 기선제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무사> <화산고>같은 영화들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년간의 제작과정 엄청난 물량투자 등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는 영화 공개 초반 그간의 기록들을 끊임없이 뒤바꾸면서 흥행몰이를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개봉 2주를 버티기 힘들어 한다는 것입니다. 첫 주말 관객을 50만이나 끌어모으고, 매진사례를 거듭하면서 100만 150만까지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데 성공하지만, 그 이후 장기 레이스에선 어느 사이에 맥빠진 모습으로 이만큼 뒤쳐져서 간판을 내리곤 합니다.
이번 주 박스오피를 보면, 2주간 한국 극장가를 휘어잡았던 <2009 로스트 메모리즈>가 그간 2위자리를 고수했던 <공공의 적>과 자리를 바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초반 물량 공세와 보여주기로 관객들을 극장에 붙잡는 것은 성공했지만, 역시나 사람들의 입소문이 <2009 로스트 메모리즈>보다는 <공공의 적>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요. 제 생각도 마찮가지구요.
아무리 영화가 화제를 불러 일으킬 만한 주변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어도, 실제로 영화 자체에 힘이 없으면 관객들은 쉽게 등을 돌리고 맙니다. 특히나 요즘같이 일반적인 정보 획득이 쉽게 가능한 때에는 영화의 재미 없이 대박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되지요. 마케팅을 통해 초반에 반짝 거리며 웃기 보다는 그 돈을 영화적 재미를 찾는데 쏟았다면 좀더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데 힘을 실어 주지 않았을까요?
그럴싸한 포장지의 아름다움 보다는 그 안에 얼마나 알찬 선물을 넣을 수 있는지 한번쯤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포장지가 너무 예쁘다 보면 선물 내용에 대해 더 실망할 수 도 있으니까요. 아니면, 포장지에 어울리는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다른 방편이 될 수도 있겠네요.